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실습공지
실습용 아바돈은 학생의 a수치 5천을 기준으로 체력 1만을 지니고 있습니다. 9천의 경우에는 약 1만 5천 가량입니다. 각 학생당 한 마리의 아바돈이 배정됩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라고 공지하지 않는다면 그냥 공격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지할 경우에는 명중빗나감 다이스를 굴립니다.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들어 기숙사 대신 팀 건물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다시피 하곤하는데, 지하엔 큰 훈련장, 1층엔 로비 겸 회의 가능한 회의실(with. 홀로그램 장치)과 냉동능력을 인챈트한 찬장이 있는 식당 겸 주방 등등, 2층엔 남녀로 나뉜 커어어어다란 숙소와 발코니에 5분 거리에 있는 게이트까지. 정말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장소라서 자연히 이곳을 출퇴근 장소로 삼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숙소까지 울리는 이 노랫소리는...
>>148 1. 네 달랐어요. 처음 디트리히는 문제아라기 보단 제비에 가깝...(절레) 2. 사실 디트리히 주 취향이 응용력이 많은 능력이다 보니까 .. 그래도 디트리히가 다른 능력을 가졌다면 아마 공간간섭 능력이 아니였을까요? 위치를 바꾸거나 하는. 3. 전부 매력(매를 버는 힘) 입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1. 시엔이가 바라는 이상향은 뭔가요 그 누구도 피의자가 되지 않으며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는 곳. 악인은 있어도 됩니다. 피의자가 되지 않으며, 라는 조건이 있으니까. 2. 좋아하는 꽃. 그거 안물어봤네 좋아하는 꽃은 헬리오트로프입니다! 3.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건? 돈. 4. 그러고 보니 우리 시트캐들 생일도 모르네 이런.. 이거 질문인가요? 시엔 생일은 6월 5일이었던가...? 5. 스승의 날에 이사장님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바른생활 어린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6. 좋아하는 요리는??? 삶은 감자...?
음음, 피해야할텐데. 난 속도가 느리니 피할 수가 없다면 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지. 유우를 닮았던 인형을 보더니 상대를, 단 1초정도겠지만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의. 약한 저주를 걸고 도망치려 한다. 그 이후 제게 돌아온 페널티는 격통이었지만 잠깐의 고통이었기에 버틸 만 했다. 아니 버티지 못하더라도 인형을 만들기엔 힘든 상황이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오빠! 약한 저주니까 잠깐 경직되는 수준에서 멈췄겠지만요!"
이내 거리가 벌어지자 여유작작한 듯이 당신을 닮은 인형을 보며 가위를 든다. 아직 찌를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호신용(?)으로 가위를 든다. 아직 찌를 생각은 없지만, 거리가 다시 좁혀지면 찔러야 할 수도 있다. 찌르기보다는, 말을 거는 쪽이 나을테니 인형은 계속 쥐고 있지만.
"그래서 다음에는 왼쪽으로 오실건가요?"
작은 목소리로 당신을 닮은 인형에게 묻는다. 인형은 답할것이다.
//인형에게 질문하는 건 인형이 긍정/부정으로 답했다는 걸로 해주세요! 유우는 시엔보다 A수치가 1000 이상의 격차를 두고 낮으므로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순간 사그라들고 마는 불꽃이, 연소하던 공기를 토해내는 듯한 소리가 손 안에서 맴돌았다. 화륵하는 소리를 내며 마비된 신체와 함께 불꽃의 여우 역시 불씨 하나 없이 대기 속으로 흩어졌다. '피해야지, 멍청아! 아니면 이 첸이 나설땐가!'
"저런건 피하고 뭐고가 아니라고!"
유우의 어깨 높이에서 피어오른 여우가 그에게 호통을 치자 질 수 없다는 듯이 맞받아 치며 서로 으르렁거린다.
그렇게 몸이 묶인 사이에 인형의 주인은 더욱 거리를 벌리고 난 후였으니, 접근하는 시간보다 더 기민하게 인형을 무력화 시키는 방도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인형이 자신을 쳐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은 인형과 동일한 존재가 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시엔의 질문이 마치 긴 거리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고, 그는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왼쪽은 아냐. 여기 있을테니까. 너와 내 방향 그대로겠지."
숨을 들이키고 팔을 내지른다. 고무인간처럼 팔이 늘어나는 것과는 달리, 여우의 앞발과 같은 화염이 시엔을 향해 길게 뻗어나갔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기보다 도달 속도는 분명 빠를테지만, 시력의 제약으로 타점이 흐려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실질적 유효타보다는 저 인형을 노린다는 계획으로 인형을 들고 있는 시엔의 상완을 넓은 타점으로 노렸다.
인형과 저 사람은 같은 답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인형을 이젠 없애도 좋아. 나는 인형을 공기와 같이, 없애버렸다. 이제 나는 공격수단이 사라졌다. 그러나 인형을 없애내느라 불꽃이 뻗어나온 것을 신경쓰지 못했고 결국 꽤나 심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상완에 불꽃이 닿아 뜨거웠다.
"......뜨겁네요. 역시."
하아, 하고 숨을 토해냈다. ......아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인형을 둘 만들어냈다. 얼굴도 없는 인형.
"이번 저주는 맹독이에요, 죄송합니다!"
독을 품은 저주를, 그대에게 걸었다. 내가 그 전에 페널티로 겪은 만큼의 고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몸에 상처가 난 듯한 고통은 줄 수 있을것이다. 남을 아프게 하는 건 취미가 아니지만, 대련이니까. 대련이니까 어쩔 수 없었기에 그대를 표적으로 독처럼 아플 저주를 걸었다. 그렇다고 사람한테 마름병이나 부패를 걸면 안돼잖아.
* 아니타의 초기 시트 이름은 라네즈 슈 이모렐러티! 그런데 시트 내기 직전에 아니타가 더 귀엽다고 생각해서 그걸로 바꿨다가 다른곳을 수정 못해쏘.. (._. * 샤샤는 물지 않아! 물론 아니타가 물어! 이러면 몰라도...가끔 아니타의 머리를 물고 실짝 집어삼키려고 하는데 이건 애교야. 아니타는 하지 말라며 질색하지만. * 아바돈 생식은 극히 드물다! >:3!!! 제일 좋아히는 건 꿀에 절이고 부드럽게 만들어서 살짝 구운 것과 레어 스테이크! * 아니타는 생긴 것이 약간 차갑지만 유순하니 걱정 마! * 왜 눈을 가렸냐고 물어보면 색이 다른지라 보이기가 부끄럽사와요. 라고 말하지만 아주 가끔 철지난 중2병 컨셉이라고 말하기도 해.
신나게 부르다가 그만하란 소리에 입을 닫았다. 이 목소린 딱 들어도 안다! 우리 브릿지. 우리 리더!! 안 봐도 비디오지! 이 팀에 여자는 나랑 라야 둘뿐이니까! 리더가 그만하라니까 그만해야지. 봉투를 들고 소리가 들리는 데까지 가선 봉투를 떡하니 들었다. 훈련중이었는지 책 읽는 중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던전도 식후경이래써!!!! 그러니까!
"라야 요거봐라∼∼∼나 모 가져와께????? 꼬치 잔뜩 가져와써!!! 가치 먹쟈!!!!!! "
일단 먹고 시작하자!!! 라는 심정으로, 헤실헤실 웃으며 라야한테 외쳤다. 어차피 내일 실습이잖아! 든든히 먹고 훈련하자 응!
저주를 걸었는데 산대가 아무래도 많이 아픈 듯 하다. 아아, 아무래도 내가 실수했나보다. 이렇게 남을 아프게만 해서 어떡하니. 조절을 좀 했어야 하는데.
"아, 많이 아팠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 순간, 꼬리가 둘로 늘었다. 어, 잠깐. 안돼. 저건 진짜 위험할 것 같아.
"......"
우선 그 전에 만들어둔 인형을... 그래, 아직 하나 남아있구나. 남은 하나는 그 전에 맹독 저주를 걸 때 날아갔으니. 이 하나를 어떤 저주의 부메랑을 받아내는데 쓰는지가 중요한데,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이 아마 중요한 빈틈일것이고, 그녀는 빈틈을 만들어줘버렸다. 이윽고 뒤로 돌아서 유우를 닮은 인형을 손 안에 만들어내고, 가위의 날카로운 끝으로 살짝, 왼쪽 손목 부분을 찌르듯이 누른다. 남이 아파하는 모습을 눈에 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실습을 앞두고 가볍게라도 몸을 풀어야 할 것 같아 일찍부터 훈련장을 찾았다. 전날밤의 여파가 다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몸을 움직일만큼은 되었기에. 천천히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그림자로 장검 둘을 만들어내었다. 그립부터 검끝까지 새까만, 빛마저 흡수해버릴 듯 새까만 검 두 자루가 하얀 양 손에 잡혀들었다.
"후..."
긴 검을 쉽게도 휙휙 그으며 공기를 가르고, 훈련장의 바닥에 구두가 스져간 자국이 길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훈련장에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가 짧은 호흡과 마른 발소리와 함께 울려퍼졌다.
단순히 검술 훈련을 하는 듯 하다가 돌연 방법을 바꿨다. 두 검을 들어 동시에 내리치듯 휘두르자 검이 휘리릭 풀어지더니 거대한 낫으로 변하며 바닥에 긴 검흔을 남겼다.
"흣! 하아~"
짧지만 강하게 움직인 탓에 차오른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누군가의 기척이 훈련장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낫을 든 채로 휙 돌아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이 보였다.
제 머리 위를 노렸다, 저 공격은. 발목을 찔러서 발목을 공격했어야 하는 건가? 이렇게 인형을 찔러서 직접적으로 그 위치에 고통을 가할 수 있다 해도 이게 뭐가 좋은데? 뭐지?
"......"
역시 죄송합니다, 오빠. 이번엔 복부를 노리겠습니다. 그녀는 유우를 닮은 인형의 복부를 노려 가위를 들었고, 이내 찔렀다. 유우에게도 그 고통이 전해져왔겠지. 그렇지만 그 고통은 내게도 전해진다. 이게 페널티이니까, 이게, 저주의 부메랑이니까 어쩔 수 없다. 격통이 밀려온다.
"유우 오빠, 죄송해요. 그렇지만 유우 오빠가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겠... 네요."
오늘은 실습 전에 수련하러 오는거니까,진지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가면부터 갑옷,무기까지 전부 들고 왔다. 그렇게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왔더니 맨 처음 만나는게 커피녀라니,운도 지지리도 없구만. 나는 가방을 열고 챙겨온 장비들을 보며 뭐 까먹은거 없나 체크한다. 월광검은 물론 잘 있고,인챈트 스크롤도 잘 있고,마리아도 잘 챙겨왔고,폭탄이나 덫 같은 것도 잘 챙겨왔고... 좋아,이제 연습만 하면 되겠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련장을 반쯤 독차지 하고 있는 커피녀한테 말한다.
"좀 옆으로 가봐.나도 수련장 쓰게."
그렇게 말한뒤 가방에서 월광검과 마리아를 꺼내고 양 손에 쥔다. 그리고 수련장 한복판으로 걸어들어가면서 무심하게 커피녀한테 말한다.
"그렇게 수련하지마,조금 전에 했던것 처럼 휘두르는 공격 다 얻어 맞아주는 아바돈따윈 없으니까. 적당히 치고 나와야지,실전에서 그렇게 무식하게 싸우다간 빨리 지친다고."
평소와 달리 굉장히 싸늘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무기를 들었을때까지 촐싹대면 로머의 자격이 없는거니까.
배를 찔렸다. 이미 한 발을 뻗은 상황에서 통증이 짓쳐들어 왔으므로 수축하는 근육과 자세의 부조화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다 바닥에 맞댄 꼬리를 튕겨올려 다시 일어섰다.
"네 능력의 단점은 나도 알아. 그래도 장기전이라면, 내가 불리하려나?"
꼬리를 더 피웠기에 그 불의 기운이 더 거세졌기 때문인지, 혹은 몇 차례 저주의 통증을 겪어보며 몸이 대처법을 터득한 것인지 이전보다 저주라는 문답무용의 일격에 회복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그래도 거리와 명중 여부를 불문하고 닥쳐 들어오는 괴이한 공격을 그대로 받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테지.
"하지만 그래도, 근접전으로는 내가 더 환영하는 바지!"
연속된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시엔의 가까운 곳에서 인형의 조작을 방해하고 전황을 살필 기회도 더 많은 것이 근접전이다. 나는 원래부터가 무투가 였으니, 여우의 발로 형상화된 손으로 인형을 붙든 시엔의 손을 붙잡으려 뻗었다.
그러고보니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그 사람이 뒷골목에서 보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로 뒷골목에서 매복이라도 할 것 같았기에 얼마동안 그 근처는 가지 않았다만..
"뒷골목은 빠질 수 없는 장소라 이거지.."
계속 피할 수는 없다. 지름길로 통하는게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도망칠 루트로도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런만큼 뒷골목의 길도 제대로 외워두었기도 하고. 그 이후로 제법 시간도 지났고 그 사람이 나를 노릴정도로 성격이 고약하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둠고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지나간다. 배가 고팠기에 어디서 사먹을 생각이다. 뭘 먹어야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으려나. 짤랑. 짤랑. 동전을 주머니속에서 매만지며 미소를 짓는다.
그 날을 기묘한 날이였다. 생각해보면 일렬의 사건들 전부 그게 시작점이였겠지. 갈까마귀가 날아다니고 검은 고양이가 발에 치이던 오늘 아침이 내 불행의 시작이였다. 지금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지만 언제 또 그것이 나에게 찾아올지 모르겠다. 아 저 얼굴 저 창문!
"..적당히 하고 창문을 깬 벌이나 받으세요" "네에.."
디트리히는 묵묵히 새 유리창을 옮기며 깨진 창문을 수리중이였다. 설마 캐치볼중에 유리창을 깨다니. 애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 이람. 거기다 오늘이 주말이란 걸 생각해보면 낭비도 이런 시간낭비가 없다.
툴툴 거리며 공구를 이용해 새 유리창으로 교체할 즈음 누군가가 옆을 지나갔다. 익숙한 향. 알코올의 향이였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에 남아있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자 한 쪽 눈에 자리잡은 안대가 인상적인 새하얀 눈이라는 느낌의 여성이 사뿐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너 은 제국 출신이야?"
무슨 생각인지 가볍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내 말을 걸지 말 걸.. 이라고 자연스럽게 후회하게 되었다. 마주하는 그 표정엔 궁금증도 당혹감도 서려있지 않은 완벽한 무표정이였으니까.
"이젠 네가.... 내■■■■란다.." 아. 그래. 나는 이 광경을 알고 있다. 어머니께서 승천하시고 나서 슬픔에 잠기다 못해 칼라미티 신께 스스로 가실 생각까지 하던 나의 아버지에게 다가갔을 때 그의 눈은 새파랗다 못해 귀화마저 형형히 깃든 눈이었다. 그 눈에 나는 압도당했지. 마치 벽을 만난 것과도 같이.
그 뒤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
장면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싫은 장면은 길고 길게 늘어지지만 좋았던 건 한순간에 지나지 않다는 듯 휙하니 지나갔지. 입혀지는 옷이며, 자를 수 없는 머리카락. 몰래 그것을 연습한 걸 들키기라도 하면 그런 날이면 나를 거칠게 다뤘지. 아픈 건 싫었으니까. 더더욱 숨기게 되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것에 못견뎌. 아니야. 못 견딘 게 아니라 그것이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내게 그녀가 가르쳐 주었다. 일개 시녀였지만. 그것을 안 뒤 그녀와 나가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친해졌었다.
그것은 그저 한순간의 꿈과도 같았지만.
그 빈민들이 사는 골목이 통째로 박살났지. 부르주아란 건 무섭구나. 그 때엔 차라리 귀족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했다.. 부르주아란 가난한 이들을 몇 번이고 짓밟을 수 있는 존재였다는 걸 똑똑히 알았으니까. 눈 앞에서 그 아이가 그의 입장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을 들으며 죽어갔다.
"내■■■■에게 감히 말을 붙이고, 내 ■■■■의 웃는 모습을 보고.. 아냐. 생각해보니 이 정도로는 벌이 부족하구나. 그렇지 아니하니?"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살아남은 그녀는 나를 원망할 따름이었다. 그것은 내가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 잠긴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이 곳은 티엘린 사립 아카데미다. 그 곳이 아니라.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했지만 못 버틸 것은 아니었다. 그거야 향과 약과 여러가지로 잔뜩 취한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니까. 그것은 지독하디 지독한 악몽이었다. 나를 계속해서 괴롭게 만들겠지. 언제 깨질까. 깨지지 않을 것인가. 정말 버티지 못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부를 것인가?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왕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멈칫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우스꽝스러운 춤을 잘도 췄었지. 다시 생각하니 조금 낯부끄러운 일이다. 다들 한번 웃고 넘어간 선에서 끝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바람좀 쐬러."
파티장은 달아오른 분위기때문에 정말로 후끈후끈했으니까. 민망함에 자리를 피할 생각이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웃긴 일인것 같아 금방 자리로 되돌아왔다. 클로드는 그냥 그렇게 둘러댄다.
"아아. 혹시 방해된건 아니겠지."
홀로 서서 달을 쳐다보고 있었지. 한껏 고요했던 분위기를 깨뜨린듯한 기분이다. 혹여나 흐트러진 얼굴이었다면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 했건만. 괜한 참견이었을지도 모른다. 몸을 달구던 열기가 슬슬 빠져나가자 서늘한 기운이 살갗을 간질인다. 땀에 젖은 옷감은 물기를 머금은 바람에 맞닿아 금방이고 싸늘해진다.
시끌벅적했던 연회장에서 벗어나 교정의 어딘가 평온한 분위기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트이는듯한 기분이다. 분명 재밌는 파티이긴했지만 워낙 혼잡했기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연회가 막을 내리고 모두가 떠나간 자리를 걷고 있을땐 오히려 그 적막이 어색하게 느껴질정도였으니까. 이제서야 안정을 되찾은듯 싶다.
오늘은 리본을 머리에 다는 것은 생략하였어요. 학교가 사교 파티를 주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아이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리본이 있으면.
과녁에 총알이 박혔습니다.
시야에 거슬리니까요. 휘날리면 시야를 가리니 어쩔 수 없답니다. 결과는 여전히 명중, 빗나감, 빗나감, 명중, 명중이었지요.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안대를 다시금 눈에 쓰며 저 멀리서 또아리를 틀고 기다리던 커다란 뱀에게 손짓을 하였어요. 늘 그렇듯 샤샤는 그 커다란 몸을 꿈틀대며 작디 작은 아니타의 목에 기어 올라왔지요. 묵직했기 때문인지 절로 윽, 소리가 나왔습니다.
"샤샤, 대체 뭘 먹었길래 이렇게 살이 쪘니?"
샤샤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아니타의 머리에 그 커다란 머리를 턱, 얹었습니다. 아무래도 당분간 먹이의 양을 줄여야겠어요. 이러다간 목이 부러질지도 몰라요.
그렇게 사격 연습을 끝낸 아니타는 복도를 걸었습니다. 글쎄, 가문에서 아니타를 위해 새 드레스를 보내주었다지 뭐예요? 파티가 열리면 아니타는 그 드레스를 입을 생각이었습니다. 옅은 연보라색이 정말로 사랑스러울 거예요.
그것보다, 오늘도 조용하군요. 실습을 하는 순간만 시끄러웠던가요? ..아,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저 멀리서 흘끔 보이는 건 창문을 수리하는 모습입니다. 모습으로 보아선 학생 같은데, 사고라도 친 걸까요. 아니타에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으니 지나가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은 제국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발걸음을 멈추었지요. 마주친 분은 무언가 가벼워 보이는군요. 눈을 깜빡인 아니타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샤샤의 몸통에 손을 얹었습니다. 끄덕였다간 요즘들어 살이 부쩍 쪄버린 샤샤 때문에 목이 부러질 거예요.
"글쎄다. 내가 보기엔 넌 스텝 밟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할거 같은데 그것도 몸풀기라면야."
까마귀 가면에 달린 부리를 살살 매만지고 이 커피녀의 반응을 천천히 관찰한다. 쿨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성질 더러운건 참을 수 없고,자존심은 또 어찌나 쎈지 한마디 했다고 그걸 또 상급생티 내려고 한다고 우겨대고. ...몇년전 내모습이랑 비슷한거 같기도 해서 더 기분 나쁘다. 내가 저런 애랑 비슷했다면 인생을 헛산거겠지. 어쨌든 도전이 들어왔다. 피할 생각따윈 없다. 나는 스크롤을 찢어 월광검에 인챈트를 걸고 묻는다.
"총은 꺼내지 말아줘? 내가 총까지 들고 있으면 너는 게임이 안될텐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키득키득 웃는다. 뭘 좀 아는 애라면 여기서 총 꺼내지 말아달라고 하고,모르면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총을 써도 된다고 하겠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다. 자존심이 먼저일지,아니면 이성적 판단이 먼저일지. 그리고 이 커피녀의 성격도 살살 긁을겸 몇마디 덧붙인다.
"뭐,총 쓰지 않아도 너한테 지진 않아. 커피나 마실정도면 아직 힘든 일 많이 안겪어봤단 소리잖아? 커피녀,준비 되면 얘기해."
설탕과 우유를 잔뜩 넣은 캬라멜 뭐시기...그 커피가 아니라 쓴 블랙커피를 마시는 애한테 질 생각따윈 없으니까.
고작 한 번 놀린걸로 목숨의 위기라니! 수지타산이 안맞잖아! 안돼, 죽지는 않아도 어디 잘려나가서 고통스러워 할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 그리고 비류가 바로 앞으로 날아오는 모습에 눈을 껌뻑이다가 고개를 숙여 칼날을 피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그 그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앞에 있는 비류에게 절을 올린다!
함께하는 뱀은 애완동물일까? 여러가지 특성이 많은 아카데미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상대방의 모습은 이질적이였다. 눈이라고 부를 만큼 순백의 흰색과 그 수상한 뱀과 안대가 풍기는 갭이 디트리히의 경계심을 올리기엔 충분했다. 거기다 디트리히의 기억 그 저편에 여러가지 기억을 끄집어 올리기에도 소녀의 모습은 충분했다.
"그래..?"
색안경 아래의 디트리히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고 일을 끝냈다는 듯이 손을 털며 창문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다.
"파충류는 냄새가 많이 심하다고 하던데. 여자애가 대리고 다니기엔 부적합 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어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오히려 지금의 뱀이 너에겐 잘 어울린다고 보거든"
일꾼은 머리를 긁적이며 수상한 하얀색의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나의 귀찮음 가득한 성향을 해결 해 주신 신이시여...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역시 밑으로 내려가야... 아니다, 그냥 숙소에서 먹는게 낫겠다. 주방에서 치우는 것>>>>>숙소에서 먹고 치우는것이 절대적으로 당연한 일 아닐까. 마침 내가 마시려고 사둔 과일 주스가 많이 남아있으니까...
저 부리 달린 가면은 뭐야. 허세용? 정말 가지가지하네. 본래 잘 모르는 것을 비하하거나 폄하하는 나쁜 버릇은 없었으나 상대가 저렇게 나오니 나도 자꾸 삐딱선을 타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애초에 저쪽이 먼저 커피녀니 뭐니 불러댔잖아. 카페에서도, 조용히 자기 것만 먹으면 될 것이지 알지도 못 하는 사람한테 왜 말을 걸어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은, 그쪽 정말 무례해. 알긴 아나 몰라?"
짜증난다. 평온을 가장하던 속내에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진 것처럼 거친 파문이 출렁거린다. 짜증나, 내가 왜 여기서 저런 사람한테 저런 말이나 듣고 있어야 하지?
"무기 하나만으로는 못 싸우나 봐? 뭐 그렇게 바리바리 들고 다니면 아바돈이 꺼낼 시간 기다려 준다니?"
내게 했던 말을 비틀어 고스란히 돌려주곤 낫의 대를 짧게 잡았다. 사실 무기를 드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하지만. 내 성질을 긁을 속셈인 듯 덧붙이는 말들에 쯧, 혀를 차곤 예고 없이 테오도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타는 샤샤가 움직임을 멈추자 몸통을 가만히 쓰다듬었어요. 샤샤도 알고 있겠지요. 아니타에게 있어서 샤샤의 존재가 굉장히 버거우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아니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창문에서 한 발자국 떨어지는 분을 향해 시선을 잠시 떼었습니다. 샤샤가 움직여서 비늘이 쓸렸기 때문이겠지요. 문득 파충류에 대한 견해엔 잠시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그런가요? 아니타는 잘 모르겠지만요.
"로머에 성별 구분이 없듯 동물을 사랑하는 것에도 성별 제한이 없으니까요."
샤샤는 그만큼 소중한 뱀이지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지요? 아니타는 뱀을 쓰다듬던 손을 멈췄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자 잠시 망설이다 장갑낀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런 인사는 익숙치 않았어요. 그렇죠? 아니타는 눈꼬리를 옅게 내렸습니다. 꼭 눈웃음을 짓는 것 같았지요.
"반가워요, 디트리히 경, 이모렐러티의 아니타 슈 여요. 이쪽은 샤샤랍니다."
뱀은 고개를 가볍게 들어올리고 혀를 날름거렸습니다. 반갑다나봐요. 라면서 덧붙이곤 아니타는 창문을 보고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이 커피녀의 능력은 대충 그림자를 다루는거 같아보이는데,정말 좋은 능력이다. 그러니까 이런걸 왜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지 이해를 못하겠지. 먼저 그림자로 만든 낫이 날아온다. 쳇,저렇게 좋은 능력이라니. 저건 사기야. 사기.그림자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니,나는 무기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하는데.
자,그럼 나도 시작해보자고. 월광검을 양 손으로 잡은다음,일부러 월광검에 걸린 인챈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커피녀에게 말한다.
"안심해,아직 칼날 세우진 않아서 베이진 않으니까."
그대로 낫으로 나를 베기 위해 가까이 붙은 커피녀를 월광검으로 베어내려 시도한다. 그것과 동시에,월광검에 걸려있던 불안정한 인챈트는 깨져나가며 박살나버렸다. 그것과 동시에 수백개의 인챈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그중 수십개는 커피녀에게 날아갔다.
"살살 했으니까 아프진 않을거야. 진짜면 크고 날카롭거든.하지만-"
나는 커피녀의 손을 총으로 가리키고 피식 웃었다.
"그 그림자낫,쓰긴 힘들걸?"
내 인챈트가 빛속성이라서 말이지. 지금은 박살나서 사방으로 튀어버린 인챈트 파편 하나하나 광원이 되어 그림자를 싹 걷어내고 있다. 그리고,그것과 동시에 나에게 쇄도한 그림자 낫의 칼날은 순식간에 무뎌져 갑옷에 죄다 튕겨져나갔다.
이 커피녀의 능력은 대충 그림자를 다루는거 같아보이는데,정말 좋은 능력이다. 그러니까 이런걸 왜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지 이해를 못하겠지. 먼저 그림자로 만든 낫이 날아온다. 쳇,저렇게 좋은 능력이라니. 저건 사기야. 사기.그림자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니,나는 무기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하는데.
자,그럼 나도 시작해보자고. 월광검을 양 손으로 잡은다음,일부러 월광검에 걸린 인챈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커피녀에게 말한다.
"안심해,아직 칼날 세우진 않아서 베이진 않으니까."
그대로 낫으로 나를 베기 위해 가까이 붙은 커피녀를 월광검으로 베어내려 시도한다. 그것과 동시에,월광검에 걸려있던 불안정한 인챈트는 깨져나가며 박살나버렸다. 그것과 동시에 수백개의 인챈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그중 수십개는 커피녀에게 날아갔다.
"살살 했으니까 아프진 않을거야. 진짜면 크고 날카롭거든.하지만-"
나는 커피녀의 손을 총으로 가리키고 피식 웃었다.
"그 그림자낫,쓰긴 힘들걸?"
내 인챈트가 빛속성이라서 말이지. 지금은 박살나서 사방으로 튀어버린 인챈트 파편 하나하나 광원이 되어 그림자를 싹 걷어내고 있다. 그리고,그것과 동시에 나에게 쇄도한 그림자 낫의 칼날은 순식간에 무뎌져 갑옷에 죄다 튕겨져나갔다.
"그렇지 나는 성별차별이나 인종차별이나 신분차별 등 모든 차별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그.. 아니타 양이 샤샤 부인과 함께하는 것도 싫게 보지는 않아"
뱀을 향해 예의를 갖추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광대이며 트릭스터였으나 아니타의 눈치를 보기엔 그렇게 기분나빠 하는 눈치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완벽하게 감정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디트리히는 소녀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성악을 한다면 참 잘할 것 같은 목소리였다. 왜 꼭 힘들게 로머를 하기로 한 걸까? 그러나 묻지는 않았다. 그저 칭찬을 한 마디 했다.
"목소리가 멋지네. 성악가를 해도 성공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로머의 자질을 무시하는 건 아니야."
디트리히는 아니타가 불러주는 경의 칭호가 마음에 들었다. 이런 광대도 기사라고 불러주는게 어디인가? 결국 남의 손에 놀아다니는 꼭두각시지만 기사라는 칭호는 마음에 들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칭호였다. 디트리히 경..
"저도 반갑습니다 레이디 샤샤. 그 윤기흐르는 비늘이 참으로 아름다우시네요" "아 창문은 음 실수로 캐치볼을 혼자 하다가 깨먹었답니다. 그래서 벌로 직접 수리하다가 방금 끝냈습니다."
은 제국의 여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대상이다. 선생님에게 보고한다면 뭐라 하실까? 지켜보라고 하실까? 아니면..
휘두른 낫에 진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달려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의 전법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파고들 필요가 있었으니까. 어차피 상대도 진심으로 베지는 않을거고. 그래서 인챈트가 깨지며 조각이 날아올 때 당황하지 않고 한 손을 휘둘러 방어 태세를 취했다. 잡고 있던 낫의 기둥을 또다른 날로 바꿔 그 조각들을 쳐내는 것으로.
"얕보는 건지, 깔보는 건지."
무심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감정은 없었다. 그림자 낫의 칼날이 무효로 돌아가자 나는 망설임없이 뒤로 뛰어 간격을 벌렸다. 자세를 가다듬고 주변을 보니 온통 빛조각 투성이. 자신만만하게 내 능력을 봉인했다는 듯 말하는 테오도르를 보고 과연 그럴까, 라고 말하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곤 내 손으로 치맛자락을 들었다.
"내가 빛이 되지 않는 한,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아."
그 말과 동시에 치맛자락의 그림자가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훈련장의 바닥을 일순 휘몰아친다. 마치 수십개의 채찍이 지나간 것처럼. 그것이 지나가자 여기저기 패인 바닥과 흙 때문에 인챈트 조각의 빛이 가려지거나, 오히려 그림자의 범위를 늘려주는 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곧 하나 둘 사라져가는 조각들을 보고 키득... 웃었다.
"뭘 쓰기 어렵다고?"
낮게 중얼거리고 다시 낫을, 처음보다 더욱 위협적으로 크고 날엔 가시마저 돋쳐있는 낫을 만들어 동시에 테오도르를 향해 휘둘러갔다.
이아나가 15~16살인데 이안이 학교에 가있던 시절에 제국에서 혼혈만 노려서 살해하는 이상한 혼혈 노인이 이아나의 마을에 와서 이아나를 노리려다가 가만두면 그냥 죽을 큰 사고를 당했는데 망총한 이아나가 그것도 모르고 치료해주면서 본의아니게 이아나 때문에 자기 죄를 뉘우치고 이아나는 쓰지도 못 할 위험한 무기를 이아나한테 주고 자수하는 바람에 이아나가 곤란하게 된 이야기?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의 힘찬 지느러미질과 함께 어부의 신바람이 바닷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이곳은 해상공국 플루비아. 프롱해의 중간에 위치한 외딴 섬나라는 항상 활기로 가득하다. 현재에 이르러 그 기원을 찾을순 없으나 오랜세월 바다와 함께해온 플루비아인들은 호탕하고 넉살좋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비록 과격하고 야만스러운 이들이라 비꼬는 시선도 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황금해역에 걸린 섬 부근에는 수많은 해양자원들의 보고가 걸쳐있어 아름다운 진주와 해석은 대륙의 상인들에게 비싼 값에 팔려나가고 뭇 귀족들의 화려한 사치품으로 바쳐진다. 끊임없는 아바돈의 침공과 혹독한 환경속에서 적응해야했던 이들은 자연스레 튼튼한 신체와 건장한 체격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들에게 있어 힘이란것은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것 그 이상으로, 이성간의 매력을 사로잡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플루비아에는 아주 독특한 춤이 있는데 이것으로 섬을 수호하는 여신 시카니아를 숭배하는 뜻을 가지며 다양한 의식에 사용된다. 또한 성인식을 치르는 소년, 소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독특한 풍습은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플루비아인들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었고 대륙과 완전히 차단된 수백년동안 수많은 위협들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원동력이 된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수평선. 갈매기떼가 날아다니는 해안가에 우두커니 앉아 머나먼 대륙을 향해 서있는 창백한 얼굴의 소년. 소년은 바다너머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에 동경심을 품는다. 소년의 여린 어깨 위로 커다란 손이 내려앉는다. 소년의 아버지. 그는 플루비아의 평화를 수호하는 방패. 아버지는 소년이 자신과 같은 플루비아의 기사가 되길 원했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바램은 소년에게 너무나도 벅찬것이었으리라. 꿈은 아득히 먼 대륙을 향해 있는데 아버지의 바램이 아주 가까이에서 소년의 발목을 잡는다. 바다 한가운데 버려진 소국은 비록 평화로워보일지라도 아바돈의 출몰이 잦아지며 언제 사라질지 모를만큼 위태로운 상태였고 소년의 꿈은 결국 이룰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소년이 자신의 명예, 그리고 더 나아가 수많은 생명을 지키는 방패가 되길 원했다. 아버지의 무거운 기대가 어깨를 짓누르고, 소년은 결국 눈을 감는다.
나는 사방으로 휘둘러지는 그림자 채찍을 여유롭게 스텝을 밟아서 피한다. 느리고,파편을 가리느라 전부 다 나를 쫓아오는게 아니라 너무나 쉽게 피할 수 있었다.
"능력 하나는 진짜 좋은데? 많이 부러워,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었음 내가 이 학교 최강이었는데 말이지!"
결국 한대도 맞지 않았다. 십년 넘게 밟아온 스텝이다. 적어도 어지간한 아바돈은 물론이고 이 학교 다니는 애들 수준에선 이걸 캐치하지 못해.
그리고 이 커피녀는 능력에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다. 어짜피 인챈트 파편같은건 금방 사라질테니 조금만 도망다니거나,아니면 체술에 자신이 있다면 기세를 죽이지 말고 계속 공격했어야하는데. 그것도 못기다리고 이렇게 애써서 파편을 없앨정도라니,그렇게 싸우면 실전에서는 안되지. 그렇게 의존하다가는...
"쓸데없는데 너무 시간 많이 끌었네."
나는 피식 웃는다. 어찌나 시간을 많이 줬냐하면,치마폭 그림자로 만든 채찍을 여유롭게 스텝으로 피하면서 내가 마리아에 장전된 실탄을 빼고 고무탄을 장전할때까지 시간을 줬거든.
오늘 이벤트는 간단한 편입니다! 왜냐면 모이고 뭐라뭐라 설명 두어 턴. 실습 4턴..늘어져도 2턴 이상 끌어지지는 않을 듯하다..에 끝나는 거 2턴 정도. 한 턴당 20분씩 잡아서 최대라도 200분이면 3시간하고도 20분. 7시 반에 시작하니까 넉넉잡아서 11시엔 끝날지도요!
간단하게 끝낼 생각이예요.. 일단 제가 캡틴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에 전투 시스템 감도 잡아야 하고, 제가 어느 정도로 감당이 되는지도 알아야 하고.. 여러분들 전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정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이지요!
최강이라. 나름 강한 축에 드는 편이었지만 강한 능력은 내가 원한게 아니었다. 원해서 얻은게 아니야. 나는, 나는 강한 능력보다 다른 것을 원했어. 다른 것, 힘이 아닌, 나는.
"...알지도 못하는 건 그쪽이면서."
바닥을 훑은 건 상대에게 어떠한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름의 피로연이랄까. 인챈트가 빛 속성이라 해서 내 그림자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로 인해 상대가 나를 공격할 어떠한 시간을 주었어도 아깝지 않았다. 실전이 아닌 대련은 상대의 생각마저 무르게 만들테니까.
"나를 보내려면 그런 물러터진 고무탄으로는 부족해."
나는 내게 겨눠진 총을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총은 발사되었고 고무탄은 내 가슴팍에 명중...하는 듯 했으나 블라우스 사이의 그림자가 뻗쳐나와 그것을 막는다. 그림자로 고무탄을 막아 잡고, 그대로 긴 다리를 뻗어 머리를 향한 하이킥을 날린다.
싫게 보지는 않는다지요. 아니타는 샤샤가 움직임을 멈추자 손을 움직여 뱀의 머리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볼을 부볐어요. 볼에 닿는 비늘의 감촉은 나쁘지 아니하였더라죠? 예의를 갖추는 게 샤샤도 마음에 들었나봐요. 샤샤는 가만히 디트리히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다 고개를 돌렸습니다. 목소리에 대한 칭찬이 들리자 치맛자락을 살포시 잡곤 꾸벅 인사하였지요.
"몸 둘 바를 모르겠사와요."
로머의 자질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요. 그야 아니타는 로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확실하니까요. 아니타는 아바돈을 증오했으니. 모든 일은 아바돈 때문이겠죠. 아, 맛있는 건 두번째 이유겠지요. 샤샤는 디트리히의 인사를 알아들은 듯 고개를 꾸벅 숙였다 들어올립니다. 이상하지요, 뱀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였거늘. 훈련을 받았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군요, 그래도 다치치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되어요."
아니타는 미소를 지었어요. 다치지 아니하여서 다행이지요, 누군가가 다치는 건 싫으니까요. 기본적인 걱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 가문이 제가 아는 그 이모렐러티가 맞습니까? 라는 말에 눈이 느긋하게 감겼다 뜨입니다. 학자, 의학, 의학, 의학..오, 아니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으렴, 구두를 신고 우아하게 걸으렴. 사랑스러운 미소가 정말로 예쁘구나. 새하얗고 붉구나, 너는 정말 어여쁜 아이야. 우리는 새하얀 것이 정말 좋단다. 특별하잖니. 그런 너를 더욱..
"강하니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거 아니겠어,능력에 감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죽었을테니까."
빈정거리듯 그렇게 말한다. 다들 힘들고,다들 죽을것 같은 사정이 있지. 그러니 이런 얘기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인거잖아? 그 다음,총탄을 그림자로 막아내는걸 보고 살짝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사기도 작작치라고,이렇게 사기를 치면 어떻게 이기란거냐. 다행히,아주 다행히도 별로 머리는 좋지 않은 모양인지 이 상황에서 하이킥을 날렸지만. 나는 머리로 날아오는 다리를 응시한다.
뱀과 눈의 여인. 아이러니 하게도 설이라는 의미도, 안이라는 의미도 부합하는 그녀의 모습에 디트리히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간단한 말장난이다. 의미없는 말장난이다. 그녀가 안대 아래엔 무엇이 있을까? 자신이 감춘 색안경 아래의 눈동자 처럼 침울할까? 아니면 의지가 담겨있을까? 의지가 담겨있는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 좋다. 언제나 그를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눈 앞에 마주한 그녀의 눈 동자는 다르다. 한 쪽 눈동자가, 그녀가 키우는 두 뱀의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면 이 평범한 일상이 비일상으로 뒤집어지는 기분이였다. 그래서 은 제국 사람들은 싫어한다.
"저는 공화국 출신 입니다. 공화국 수도 디트리히에서 태어나서 디트리히에서 살아왔죠. 저에게 이름을 내려준 선생님은 도시의 이름을 따서 저에게 붙여주셨습니다."
수도가 이름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언제나 생각해왔지만 .. 그래도 선생님이라면 그런 이름을 나에게 부여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니까. ' - 디트리히 - 너는 로머가 되어라. 아카데미에서... - ' 나는 선생님의 말을 잘 이행하는 걸까?
"아 이런. 이모렐러티의 여식께서는 참으로 친절하시네요. 제국의 귀인이 걱정해주시니 제가 모른 상태로 방치해둔 상처까지 싹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흠? 마담 샤샤와 아니타 님은 참으로 사이가 좋은 모양이네요. 보통 뱀이 애정 표현을 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없다가 정설인데. 진귀한 장면을 본 것 같습니다."
확실히 백설의 여식과 흰 뱀이 함께하는 모습은 보기 힘든 장면이였다. 그와 다르다. 그녀가 태어났을 땐, 모든 가문의 사람들이 무릎 꿇고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겠지. 그녀가 처음으로 말을 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축복했을 것 이다. 그와 다르다.
"잘 알고있습니다. 은 제국의 이모렐러티라 하면.. 저 같은 공화국 촌뜨기도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죠."
왕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멈칫하는것을 보며 아차 싶었다.그러고 보니,왕게임에서 왕이 걸렸을 때 시범을 보여준다면서 무슨 굉장히 난해한 춤을 췄었지.자신만큼 큰 흑역사를 건드린것은 아닌가 싶어 노심초사해졌다.이어 바람좀 쐬러 다녀왔다는 말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하긴,한참 파티의 열기로 후끈해져있을 때였으니까요.너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조절하는것도 중요하지요."
괜히 분위기에 휩쓸렸다가 더한 흑역사를 만든다면 그건 그것대로 큰 낭패였다.가끔 놀땐 확실히 노는것도 좋겠지만,자신은 그것 이전에 일단 체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농담 정도 레벨은 가볍게 주고받을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같은 느낌이었달까.
"괜찮습니다.이 야심한 시각에 저의 말동무가 되어주시니,되려 감사한걸요."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것만큼 좋은 일은 더 없었기도 하지만,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것도 좋지.게다가 상대방은 그렇게 시끌벅적한 타입이 아니었던지라 이런 고요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기에는 더없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잔잔히 흐트러졌다.흐트러진 머리칼을 가볍게 정돈하고는,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손을 잡는 겐의 모습에 비류는 예의 특징적인 미소를 짓는다. 여유롭고 느긋한. 배부른 맹수가 웃는 듯한 그런 미소였다. 힘을 줘서 그가 일어나기 편하게 해주고는 그녀는 손을 놓았다.
몸에 배인 무례하지 않은 예의바른 태도였으며 여전히 한손에 쥐고 있는 장도를 검집에 집어넣으면서 비류는 겐의 말에 고개를 한쪽으로 가만히 기울인다.
"기다리지는 않았다. 잠시 햇빛을 피하고 있었어. 햇살이 뜨겁더군."
비류는 여유롭고 느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고는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려 가만히 쓸어냈다. 푸른빛이 도는 짧은 하얀색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노을색 눈동자가 물끄러미 겐을 향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프란츠와 함께 갔었던 카페에서 마주친 푸른색 머리카락의 여학생이 준 쪽지가 생각나서 그녀는 발소리 없이 조용히 겐을 지나치며 가볍게 그의 팔꿈치를 잡는다.
"딱히 비싸게 받아먹을 생각은 없다. 카페로 가지. 우연히 괜찮다는 카페를 추천 받았으니."
시가지에 있다면서 잡아서 잠시 끌어당긴 것도 잠깐. 비류는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로 골목을 빠져나가며 쪽지를 꺼내들었다.
아니타는 정말로 어여뻤습니다. 여러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학문에 몰두하는 이모렐러티 가문 내부에서 유일하게 학문에 몰두하지 않고 사교에 몰두한 아이였지요. 아니, 그것도 학문에 속했다면 굉장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가문에 초대를 받아 온 사람들마다 아니타가 환대를 해주면, 아니타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아니타는 예의도 바르고, 순하고, 무엇보다 알비노와도 같은 특이한 외모를 지녔으니까요. 새하얗고 어여쁜 아이는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가문 사람들도 아니타가 더욱 아름다워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가문원이 아니타의 할아버지, 이모렐러티 가문의 가주에게 말하였습니다.
- 라고.
아니타는 그 날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가문에 왔을 때 환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아니타는 그 사교 파티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첫 초대는 가주가 거절하였지요. 초대가 한 번 더 왔지만 이번엔 아니타가 그것을 거절했습니다. 그동안 환영도 하지 못하였고, 접대, 접객을 하지 못했던 이유도 같이 나왔지요. 큰 병을 앓았기 때문에 잔뜩 야위고,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초대가 왔을 때, 아니타는 사교계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아름다운 흰 드레스, 반짝거리는 유리구두와도 같은 흰 구두, 물결치듯 웨이브가 진 흰 머리의 한 가닥은 어여쁜 장식으로 엮어 끄트머리에 하늘색 깃털 장식이 팔랑거렸고, 그 매력적인 모습에 남자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쥐라도 잡아먹은 듯한 그 붉은 입술이 음료를 담은 잔에서 떼어져도 립스틱 자국은 묻어나오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어여쁘고 작은 종달새가 지저귀는 듯 했지요. 특히나....
색이 다른 그 눈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그런 아니타는 이모렐러티 가문의 명성을 올리는 것에 기여하였지만, 단 두 번의 사교 파티를 기점으로 더 이상 사교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곳에 나타났지요. 티엘린 사립 아카데미. 다시 나타난 아니타는 많이 달랐습니다. 드레스가 아닌 바지, 짧게 자른 단발 머리, 안대로 가린 자색 눈, 무시무시한 애완동물 샤샤와 자비없는 은백색 탄환 말이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역시 꼬치를 가져오는게 잘한것 같다! 라야가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줄이야! 재빨리 계단을 타고 숙소로 올라와선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디 보자, 어디다 두면 좋을까? 마침 눈앞에 적당한 테이블이 보이길래 거기다 꼬치구이 가득 포장된 봉투 두갤 내려놓곤 보기좋게 한 꼬치 꺼내 건네려했다. 물론 나도 한 꼬치 꺼내 베어물었다. 양꼬치부터 닭꼬치까지 고기란 고기종류는 다 쓸어담아왔다. 꼬치구이가 얼마나 맛있는데! 간편하고! 편하고!!! 훈련 전에 먹기 딱이야!!!!
"먹쟈! "
병따개로 탄산수 병을 딴 뒤 보기 좋게 소리쳤다. 가져온건 취향에 따라 달리 마시게 될 것같다! 라야는 아마 과일주스겠지?
말하자면 너무 길어서 대충 흘려넘기기로 한다. 술에 잔뜩 취해선 주정을 부리는 아이들이나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동급생들을 기숙사까지 바래다주는통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게다가 정장 상의는 누군가 부침개를 만들어준덕에 버려야했고. 조금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다. 얇은 옷차림에 혼자 땀범벅이 되어 흐트러진 모습으로 밤길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연회도 마무리됐고 슬슬 들어갈참이야."
파티도 즐기지 못하고 뒤치다꺼리에 온힘을 다 쓰느라 지치고 피곤한 몸이다. 내일 있을 실습훈련에 잘 적응할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아주 오래전 일이었지만.. 숨이 닿을듯 말듯한 거리까지 다가온 살기어린 노란 눈동자. 그것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가끔씩 그를 괴롭혀왔다.
"내일 실습이니까. 푹 쉬어둬야지."
그렇다고 훈련을 피할수는 없었다. 망설여지는 마음과는 별개로 또다시 아카데미에서 쫓겨날수는 없었으니까. 클로드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살짝 내려온 안경을 고쳐쓴다.
"죽지 않는다고 이런 공격을 하면 안되는거야.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확실하게 해야한다고."
이렇게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을 마구 날려서 아바돈을 몇번 사냥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다. 이렇게 싸우면 금방 죽을 수 밖에 없어.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이 커피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담담히 지켜본다. 정말 자존심 하나는 엄청나게 강한 녀석이네,지고 나서 이렇게 기분 나빠하는 학생은 오랜만이다. 졸업한 선배라면 모를까,동기나 후배중에선 이렇게 자존심 쎈 애는 없었던거 같거든.
보기만해도 울적한 모습으로 실례했습니다. 하고 수련장을 나가는 그 커피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나는 아직 하지 않은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커피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 젠장! 왜 잊고있었던거야?! 이거 꼭 얘기했어야 하는데!!! 으아아아! 나는 전력으로 뛰어간다음,돌아가던 커피녀의 어깨를 탁 붙잡는다. 커피녀의 표정은 머리카락,안경에 가려져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말은 해야했다. 나는 심호흡 하고,가면을 벗은다음 커피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커피 마신다고! 무시해서 미안했어!"
진심을 전부 담지는 못했다. 한 48%정도만 진심이니까,그래도 이건 해야할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말한다음 말을 잇는다.
"테오도르 비르겐슈타인,줄여서 테오. 이게 내 이름이야. 네 이름은 뭐야? 이건 오늘 듣고가야 할거 같다."
이른 저녁을 먹었다. 해가 부쩍 짧아졌지만 아직은 확연히 낮이었으니 이른 저녁이었다. 아직도 달걀이 입 안에서 미끈거리며 휘돌고 있었다. 머리에 뒤집어쓴 직물을 내려 목에 걸치자,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일찍 식사를 해치우고 실습 수업 전까지 조금 더 연습을 해 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훈련장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벽을 세우고 뒤집기는 커녕 죽순 하나도 세울 수 없었다.
단념하고, 화분이나 돌봐 줄 생각으로 기숙사로 향했다. 그러다 굉장한 요행으로 시엔을 만났다. 동관과 서관 기숙사의 중간 지점, 길이 양쪽으로 갈리는 부분에서 말이다.
“셴…!” 목소리가 갈라졌다.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말을 통 하질 않았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 나, 정신이 없어서.”
어젯밤의 기억이란 이제 모조리 웅성거리는 인상으로만 변해 있었다. 안개처럼 흐릿했다. 결국 두 번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는 건 뇌리에 박혀 있었다만. 차라리 언급하지 않는 게 내게도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말이 늘 그렇듯 주워담기란 이미 글러먹은 일이었다. 화제를 바꾸려 했다.
“실습은 어떻게 돼 가? 연습이라거나….”
주먹을 가볍게 몇 번 쥐었다가 폈다. 낮에 연습한답시고 능력을 너무 써서 지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괜찮았다. 더 큰 걱정은 오히려 셴이었다.
아니타는 슬며시 미소를 짓는 디트리히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옅게 미소를 지어보였지요. 흘러내리던 안대의 끈은 어느새 질끈 묶여 눈을 가렸지요. 아니타는 이 눈이 부끄러웠으니까요. 색이 다르다뇨! 주목을 받았던 건 파티로도 충분하답니다. 무엇보다 두 눈이 완벽하게 보이면 이채가 감돌곤 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냐면요, 아바돈을 향한 강한 살의였지요. 아바돈에게만 그 두 눈을 보여주었답니다. 아니타는 아바돈을 정말정말 싫어하니까요. 샤샤는 고개를 숙이고 슬금슬금 기어서 아니타의 목도리가 되었답니다. 윽, 무거워요, 샤샤!
"그렇군요, 수도의 이름이라니,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사와요."
선생님, 이라는 단어엔 잠시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궁금해하다가도 실례가 되는 질문일까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모렐러티 가문은..아아, 생각하면 안 돼요. 또 눈이 아픈 것 같습니다. 혹시..아니에요, 아니야. 아니타. 아니타는 곱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머.."
친절하다니. 아니타가 좋아하는 칭찬중에 하나였지요. 그리고, 샤샤와 아니타는...흐음, 사이가 좋긴 하였지요? 그래서 지금 샤샤가 이렇게 무거운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샤샤에게 줄 먹이의 양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샤샤의 쿠션도 저 멀리 숨겨야겠어요. 이대로라면 정말 목이 부러져서 죽을지도 모른다구요. 소중한 친구였지요. 아니타의 친구는 샤샤 뿐이니까? 친구가 없어 슬퍼하는 널 위해 준비한 소중한 친구. 그건 샤샤였지요? 아니타는 조용히 웃던 표정을 지웠습니다. 그렇죠.
단 둘이죠.
"높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어요, 디트리히 경. 그렇지만..부디 공화국 촌뜨기라 자신을 낮추지는 말아주시와요. 디트리히 경은 수도의 이름도 지니고 계시니까요, 디트리히 경 또한 대단하신 분이라 소녀는 생각하고 있사와요."
"그럴 일이라...으음,그러셨나요.무슨 일인지는 궂이 여쭙진 않겠습니다.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럴 일이 있었다며 얼버무리는 모습에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뭐,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서 얼버무리는 것일테니.질문을 해 봐야 상대방만 귀찮아질 사소한 일은 그냥 잊어버리는것이 편했다.상대방의 모습을 보면 무얼 했는지까진 아니더라도,꽤나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것을 아주 단편적으로 눈치챌수 있기도 했고.
연회도 마무리되었고,어느정도 머리도 식혔으니 이젠 더 밖에 나와있을 이유가 없었다.이대로 돌아기서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잠자리에 든다면,아마 오늘 하루는 뒤척이지 않고 곤히 잠들 수 있겠지.뭐,자신은 늘 편하게 잠을 청해 왔긴 하지만.그래도 가끔 잠이 오지 않을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아,그러고 보니 내일이 실습날이었지요? ..최대한 피로를 풀어두는 편이 나을 듯 하군요."
내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실습에 임하려면 역시 푹 자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늦게까지 검술을 연마하는것도 좋기야 하겠지만..자신같이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겠지. 다시금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이러다가는 상대방이 감기 걸리기 이전에 제가 먼저 감기에 걸리고 말 것이다.
"그럼,저는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신사분도 너무 오래 돌아다니지 마시고,돌아가 편히 쉬시지요.안온하고 평안한 밤 되시길."
확실히 바닷가 근처에 놓인 암브리시오 국가에서 보던 햇빛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비류는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큭큭 하고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는 어깨를 한번 으쓱인 건, 중간 팔꿈치를 잡는 자신의 행동에 의해 겐의 말이 튀어올랐기 때문이였다.
재미있단 말이지.
"그 생각 정도는 속으로 좀 하는게 어떤가. 겐. 어차피 그래봤자 안팔겠지만."
느긋하고 여유롭게, 중얼거린 비류가 카페를 가기는 하냐는 말에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불쑥 겐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조여유롭게 말했다.
"일단은 나도 여자라는 걸 잊지 말길 바라지. 겐. 카페정도는 좋아한다."
시가지쪽이라고 했으니 그리 멀지는 않을 거다. 체력이 그렇게 약해서야, 라고 덧붙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았을까. 져서? 자존심 때문에? 그건 아닌 거 같다. 여태 진 적이 한번도 없는 것도 아니고. 구태여 이 기분을 정의 하자면... 실망이겠지. 아마도.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어디론가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탁 잡아챘다. 별 것 아닌 접촉이었지만 살짝 흔들거리며 돌아서니 훈련장의 그 사람이 쫓아와 있었다. 나한테 용건이 남은 건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커피 건을 꺼내었다. 그런 걸 얘기하려고 굳이 쫓아온 건가. 무심하게 응시하다가 이름을 묻는 말에만 짤막하게 대꾸했다.
"커피녀,면 충분합니다만."
어차피 상대가 내 이름을 안들 부를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이미 저 사람의 속에선 내가 그런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고.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듯 한발짝 물러나며 되물었다.
두 사람 모두가 웃습니다. 웃지만 웃는게 아니겠죠 속으론 어떤 복잡한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요? 디트리히는 가만히 아니타의 목을 휘감는 뱀을 바라봤다. 수도의 이름? 멋질까? 한번 도 자신의 이름이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 이름은 번호나 표식 같은 거라고만 생각했으니까. 디트리히 아넨에르벨 - 공화국 수도에서 태어난 유산.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제 이름이 정말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이름 중에서 수도를 받는 건, 운이 좋다는 증거 일 수도 있으니까. 디트리히는 귀부인인 아니타를 대면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귀한 마님은 쉽게 접할 수 없으니까. 아카데미에서도 상류층.. 어떤 방법으로 모셔야할까? 아 그러고 보니 실습에 참여하실까?
"경이라니. 공화국 촌뜨기에게 경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이대로 아니타님의 가문에 충성을 맹세하고 기사작위를 정식으로 받는다면 참 좋겠지만.. 농은 농으로 두는게 가장 좋겠죠?" "아니타님은 이번 실습에 참여하십니까? 개인적으로 이번 실습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바. 어떤 이들이 실습에 참여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이번 실습은 정말로 재밌을 것 같다. 누가 얼마나 많은 본모습을 보여줄까? 가면을 한 꺼풀 벗고 진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살아남기 위해. 증오를 담아서 아바돈을 잡는 모습을 본다면 조금 내 속이 후련해질까?
굉장한 운이었다. 어쩐지 너를 만났다. 동관과 서관 기숙사의 중간쯤 지점이었다. 그러고보니까 문자라도 보내둘 걸 그랬는데.
"아, 응. 어제는 잘 들어갔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목은 괜찮아?"
그리고 그 다음에 들린 실습은 어떻게 돼 가냐는 말. 이럴 때엔 어떻게 대답하더라? 그닥 잘 되지는 않았으니까.
"으음......"
역시 사실대로 말할까?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으음...... 역시 고민된다. 영 성과가 안나온다고 푸념하는 건 저 쪽에서도 곤란할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어. 아무도 내가 이렇게 푸념하고 싶어한다는 걸 모를테니까. 성과가 안 나오는 이 상황이 싫다는 걸 모를테니까.
"......역시 나는 성과가 잘 안 나오네. 요즘은 그으, 뭐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바돈에게 내 저주가 통할까도 모르겠어, 역시. ......조금은 지칠지도 모르겠다. 아하하하..."
살짝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가벼운 목소리에 웃음기 머금은 얼굴이지만 그녀는 스스로가 노력한 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이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성과가 안 나오면 부모님께 버림받을거야. 언니는 완벽했으니까, 넌 왜 완벽하지 못하냐는 말을 들을지도 몰라.
그래. 그의 말대로 달밤의 공기는 차다. 비록 먹구름이 개인지 한참이 지났대도 덜했다면 덜했지 그 싸늘함이 어디로 사라지진 않는다. 루이의 말을 의식해서일까 몸이 조금 으슬거리는듯한 느낌이다. 조금 남의 일에 무리하게 참견을 했었지. 바보같은 짓이지만 구태여 몸을 움직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조금 거세진 느낌이다. 뾰족 튀어나온 몇가닥 되지 않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쉬어."
클로드는 점점 멀어져가는 루이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둔다. 그가 서 있었을 자리에 우두커니 남아 하늘 위에 뜬 달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린다. 아아. 이런 느낌이었던것일까. 약간의 시간이 흘러 고개를 거둔다. 문득 장비함 구석에 처박혀있을 검과 방패가 떠오른다. 연회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멀리 떨어진 훈련장의 창에선 아직도 불빛이 아른거린다. 사치처럼 펑펑 써제끼던 휴식이라는것과도 어쩌면 며칠동안만큼은 작별을 할지도 모르겠다.
기숙사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한발두발 걸으며 잠시 눈을 감아보면 정신없이 지나온 하루가 짧은 단편선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많은 일이 있었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또 하나 늘었다. 고요한 새벽길 너머로 들려오는 잎사귀 소리에 눈을 뜨면 어느덧 작은 보금자리가 눈 앞에 가까워져 있다. 작은 한숨과 함께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
“여행을 갈때 저 별을 언제나 등지고 왔으니까.” 그러니 내가 저별을 따라가면 내 고향이 나오는게 당연하겠지. “내 고향사람들은 저 별을 안내자라고 불러.”
고향 사람들이 언제나 그립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돌아갈때가 아니다.
그리고 헤일리의 고향 얘기를 들었다. “수로라니. 책에서나 보던건데.” 물이 엄청 많은 곳 인가 보구나. “나는 산에 살고 있다보니 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어. 그래서 물을 정말 아끼며 살았어야 하는데. 물에 정 없으면 산 밑에 내려가서 강의 물을 퍼와야 했거든. 500인분의 물을 말야.” 하고 팔을 쫙 펼쳐 엄청난 양을 표현했다.
이름이 좋다고 생각하다니 다행이어요. 그리 생각하였지요. 아니타는 조용히 디트리히를 바라보고 속으로 생각하였지요. 신분이라는 벽이 드높다는 것을요. 아니타는 신분이나 그런 것 따위가 허물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하였지요.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없는걸까요. 고귀한 여식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기만일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아니타는 아직 생각이 어린 아이였지요.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해도 된다는 건...자기합리화가 아닐까요?
신분의 장벽을 허물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촌뜨기라니요, 자신의 가문에 충성을 맹세하고 기사라는 작위를 정식으로 받는다면, 농담이라는 말에 작게 쿡쿡 웃었습니다. 디트리히 경은 즐거운 사람이었나봐요. 아, 실습이라.
"네에, 참여할 생각이어요. 그렇게 좋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아바돈을 죽이는 것이죠, 아니타? 그 장면에서 행복해 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바돈이 죽어가면 식욕도 돌겠군요. 아바돈 고기는 맛이 정말로 좋으니까요. 앗, 이건 애증이겠군요. 아바돈의 육신을 사랑하지만 아바돈을 혐오하는 새하얀 소녀라니...먹어 치워 없애버리겠다 그런건가요, 아니타?
"..그리 띄워주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사와요.."
아니타는 옅게 볼을 붉히고 배시시 웃었어요. 오, 이 학교에 와서 자주 웃는 기분이어요. 그렇지요?
“통할 거야, 분명.” 나는 어째서인지 주저없이 대답했다. 확실한 것도 아닐 텐데, 왜였을까. “짐승들이 먼 옛날에는 아바돈이었다는 말도 있고, 어차피 우리나 걔들이나 피가 흐르는 건 똑같잖아? 그러니까… 본체만 잘 찾아서 공격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 ‘모든 능력은 아바돈을 물리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유명한 로머가 그런 걸 보면.”
언젠가 신문에서 주워들은 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제넘게 조언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조언을 아끼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뻐근한 발꿈치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치만, 어떻게 아바돈의 인형을 만들지? 만들어 낼 수 있어?”
내 모습을 본뜬 인형도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 보이는 대로 묘사하자면, 제작한다기보다는 ‘창조해 내는’ ― 걸 봐선, 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순간 우두커니 서 있으니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앉을 만한 벤치가 없다. 너무 탁 트여 있어서, 마음 놓고 대화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늘은 희뿌얬다. 가을 치고는 구름이 제법 피어 있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렀다. 이렇게 서서 고민하고 있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었다.
“으, 고민될 때는 당분이 제일 좋다고 그랬는데.” 왼쪽 눈을 질끈 감고 잠깐 생각을 환기했다. “안 바쁘면 디저트나 먹으러 갈래?”
비류는 겐의 버럭거리는 소리에 큭큭하고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그런 태도와 걸맞는 그러한 목소리로 대꾸한 뒤에 불쑥 들이밀었던 고개를 뒤로 슥 무르면서 동시에 가볍게 발까지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다. 조용하고 소리없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였다.
비류는 잠시 겐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는 한발을 축으로 빙글 몸을 돌린 뒤 다시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기껏 추천을 받았으니 한번쯤은 가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천을 해달라고 한 사람은 자신이니, 그것이 예의이고 무례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 머리카락과 행동이 무슨 관계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고개를 가볍게, 여유로이 끄덕여보이면서 겐의 말에 느긋하게 대꾸하고는 비류는 재차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체력이 다는 아니잖아? 라는 겐의 말에 고개를 가벼이 기울여서 그런가? 하는 대꾸를 해보였지만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안않았다. 시가지로 들어서서, 그녀는 쪽지를 한번 슬금 내려다보고는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해서 카페로 향했다.
"능력에 귀천은 없습니다 아씨. 아씨께서는 너무 근심이 많은 것 같으신데.. 때로는 그 고귀함이 아군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능력의 상위 계열이라고 볼 수 있죠. 천성? 그렇군요. 아씨는 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고귀함에 아바돈들이 두려워 할 겁니다"
고귀함? 비슷할 지도 모르겠지만 디트리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고귀함 역시 아니타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바돈들이 인간의 고귀함을 이해할까? 만약 아바돈들이 그녀에게 겁에 질려 위축된다면 그것은 고귀함이 아니라 포식자의 기세일 것 이다. 디트리히 역시 전투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향한 것. 아바돈을 향한 전투술은 아카데미에 와서 막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확실히 포식자인 아니타보다는 뒤떨어지는 사냥꾼이다.
"저는 거짓말을 하면 죽는 병에 걸렸습니다 아씨. 띄워주는게 아니라 사실만을 말한 것입니다." "저희 공화국의 옛 이야기로 흰 뱀은 거짓말을 구별할 수 있다는데 마담에게 물어보는 건 어떠하십니까? 분명 마담 역시 이 기사는 진실을 말할는 중이라고 소신 껏 말해주실겁니다."
작게 웃으며 예를 갖추던 디트리히는 아니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2학년 입니다. 아씨."
//슬슬 막레 부탁드려도 될까요! 뭔가 일상적인 대화인데 그 안에 여러가지 의미가 섞여있는 기묘한 일상...! 재밌네요!
>>569 아앗 아니예요..!오히려 늦은 시간이었으니만큼 빠르게 이어와야하는게 맞는데,아직 루이주가 루이의 캐릭터성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관계로 답레 쓰는데도 한참을 고민해서 쓰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끌었으니까요..음음,이 점은 어서 고쳐서 답레쓰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시켜야할텐데..
"......그으... 런가? 음. 그러면 그런 거겠지 뭐! ...분명 괜찮을거야. 분명."
본체만 잘 찾아서 공격할 수 있다면 나라도, 니라도 가능하다. 가능할것이다. 조금 희망이 생겼다.
"...아바돈의 인형? 글쎄? ......나무라던지 불가사리 쿠션 같은 것도 인형으로 만들 수 있는 걸 보면 사실 인형이라기보다는 원본을 닮은 작고 푹신한 뭔가를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그런 게 가능한 걸 보면 되겠다. 분명 될 거야. 그치?"
그러곤 해맑게 웃으며 널 보다가, 당분이라는 얘기에 눈을 빛내기 시작한다. 희부옇다 싶은 구름은 하늘에 잔뜩 그려진 것처럼 떠 있었고 그 구름 사이의 배경이 따스하고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나와 같은 하늘을 보았지만 다르게 생각하고 있으려나.
"응? 어. 나 안 바빠. 완전 안 바쁘니까 디저트... 라면, 같이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카페 갈래? 나 맛있는 집 알아."
방실방실, 달큰한 걸 정말로 좋아하던 그녀는 그렇게 웃으며 당신의 손을 휘어잡았다. 일반적인 여자보다 조금 작은 그녀의 손이 부드럽게 당신의 손을 감싸듯 잡고, 어딘가의 카페를 향한 발걸음은 통통 튀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녀는 그를 이끌고 가는듯한 느낌이었다.
>>578 앗,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답니다!제가 남캐한테 호칭을 어떤걸로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던것도 꽤 있었어요!여캐한테는 숙녀분&아가씨 정도로 쓰는데,남캐한테는 감이 잘 안 잡혀서..으으,역시 문법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어요 >~< 음 아무튼 클로드주는 전혀 부족한게 없으셨는걸요..!괜찮아요! ^-^*
나는 모르는 관계성이라는 말에, 비류는 여유롭고 느긋한 걸음걸이를 유지하며 카페를 향해 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내가 모르는 관계성, 이라. 무슨 관계성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렇게 생각할 뿐 그녀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느긋하게 지어보인다.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 가볍게 헝크러트리고 몸에 배여있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제스처또한 해보이며 잠시 슬금 따라오고 있는 겐을 돌아봤다.
"나도 추천을 받은 거라서 분위기는 장담은 못하겠군."
가볍게 고개를 기울인 채로 흘리듯이 비류는 중얼거리고는 카페에 도착하자 그쪽을 향해 가벼이 손짓을 해보였다. 여긴가 보군. 덧붙히는 말에도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아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녀는 다시금 큭큭하고 짧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럼 됐네!” 나는 말했다. “내 능력도 사실은 생물한테는 안 통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결국 생물이라도 물질이란 건 똑같더라고. 그러니까… 녹더라.”
저번에 고향 집에 내려갔을 때, 부엌에서 요리하려고 둔 생선을 녹인 적이 있었다. 옆 부분만 말이다. 펄떡펄떡 뛰던 녀석이 옆구리가 녹자 발악하며 도마에서 굴러떨어졌었다. 겨우 복구해 놨지만 식감이 굉장히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그 후로 생명체에게 능력은 쓰지 않기로 했지만, 끔찍한 건 끔찍한 것이다.
“카페? 응! 나도 차가 마시고 싶네!”
잘 됐다. 마침 아는 가게가 없어 대충 아무 곳이나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너무 뒤처져 잡아끌게 되지 않을 정도로만 속도를 내서 걸었다. 아무리 나라도 시엔보다는 보폭이 넓은 편이었지만, 참 들뜬 모양이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니 다행이네’라고 생각했다. 기숙사 건물 두 채 사이로 거세게 바람이 불자 앞머리가 기분 좋게 흩날렸다.
“여긴 사계절마다 날씨가 뚜렷해서 좋아. 피센은 항상 눅눅하거든. 바다 때문에 기후가 그런 거라지만, 좋지는 않아. 덜 춥고 덜 덥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그런데 여긴, 눈도 잔뜩 쌓이고 비도 흠뻑 오더라고.”
능력에 귀천은 없어요. 아니타의 고귀함이 아군에게 큰 도움이 된다라, 그러길 바랄 뿐이지요. 천성을 가지고 있다는 디트리히의 말에 잔잔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죠.
아, 그래요. 아니타는 사냥꾼입니다. 아바돈의 목숨을 노리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그렇지만 앞의 경 또한 그러지 않을까요? 아니타는 공손히 모은 두 손을 풀곤 다시금 자신의 목에서 풀어지는 샤샤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렇군요."
아니타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지요, 지금까지 잘못 생각해왔던 아니타의 생각이 새로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디트리히 경의 이야기 덕분에요.
"경 께서는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시니, 깊이 감사할 따름이어요."
그리고 거짓말을 하면 죽는 병에 걸렸다는 말과 함께 작게 웃으며 예를 갖추는 디트리히 경의 목소리엔 저도 모르게 또 웃음을 흘렸지요. 순수하고 맑았습니다. 지금 상황이 막연히 좋다는 것 같았지요. 우연히 만나 이리 즐거운 농담을 들을 수 있을줄은 몰랐던게죠? 2학년, 아, 한 학년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 아니타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쉬워요, 제가 1년만 더 늦게 왔더라면 같은 학년이 될 수 있었을까요...소녀는 3학년이어요.."
그래도 실습에선 볼 수 있으니 다행이어요. 라고 해사하게 미소를 짓다가도 샤샤가 아니타를 빤히 바라보자 그제서야 깨달았지요. 빨리 가지 않으면 편지에 답장할 시간이 없을거예요.
"그럼, 실습때 보아요, 디트리히 경. 정말로 즐거웠사와요!"
아니타는 공손히 인사를 해보이곤 종종 복도를 뛰어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문에 보내는 중요한 편지였으니까요.
"그래? 그렇구나...... 신기하다. ...그보다 그거 상상해보니 좀 끔찍했을 것 같은데."
뭔가를 녹이고 반죽한다는 것은 참 신기했다. 듣도 보도 못한 능력이었으니까. 그래서 신기했다. ...뭐 그렇개 따지면 나도 그렇지만. 그보다 역시 생선의 옆구리가 녹았다는 걸 생각하자 참... 소름이 끼쳐서 바르르, 한번 몸을 가볍게 떨었다.
"차 마시는 거 좋아해? 뭐 마실래? 미리미리 결정해두자. 나는 밀크티 마실거야. 따뜻하고 부들부들해서 달달하고 맛있거든, 거기 밀크티는."
적당히 속도를 내서 걷는 당신 덕에 상당히 편하게 당신을 이끌고 갈 수 있었다. 들뜬 것처럼 보이려나, 나? ......뭐 당연하겠지. 난 달달한 걸 좋아했으니까. 단 거 먹는다는데 내가 싫어할 리 없잖아.
"날씨가 뚜렷해서 좋구나...... 너무 뚜렷해도 곤란한 걸? 키리에는...... 날씨가 맛이 간 수준으로 뚜렷했거든. 이상기후가 거의 매 주에 2번은 일어나서 내일의 날씨를 종잡을 수도 없고, 봄인데 우박이 떨어진 적도 있었어. 겨울인데 날이 상당히 따뜻할 때도 많았고... 그렇지만 좋은 곳이었어."
느긋하고 여유로운 제스처로 문을 잡아서 열어 슬쩍 뒤로 물어나려다가 그대로 멈췄다. 이것도 버릇이지. 쯧. 암브리시오 국가, 자신의 본국에서 벗어난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무래도 뒤에서 걷거나 발소리를 죽이거나 숨조차 죽이면서 있는 듯 없는 듯이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갑작스러운 멈춤에 비류는 자신의 어깨가 찌릿하고 아파오는 것을 느꼈지만 무던하고 담백한 표정으로 가릴 뿐이다.
실습을 앞두고 이렇게 되어버리면 곤란하다.
"재미있는 이야기야. 내 머리카락에 대한 칭찬은 곱게 받아들이도록 하지."
머리카락에 대한 칭찬은 언제나 자신에게는 기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언니 의 칭찬을 들은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였다. 비류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목소리와 태도로 겐의 말에 대답을 하다가 아, 하고 손가락을 가벼이 튕겨보이며 덧붙혔다. 그래도 안팔아. 하는 말을 잊었다는 듯이 덧붙히지만 모호한 농담조였다.
카운터로 걸어가서 잠시 메뉴판을 바라보던 비류가 무례하지 않은 예의가 묻어나는 제스처로 여유로이 말한다.
>>603 옹옹.. 진짜 대단했지.. 사계절을 한번에 볼줄은 몰랐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브리시오는 전형적인 해안도시라고 생각하면 돼. 공기 중 소금기가 잔뜩.......... 바람이 불면 칼바람............ 빗방울에 소금이 듬뿍.. 습기도 그득하고.....? 밝은 날씨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 기후는 대충 이런 느낌. 사계절보다는 우기와 건기만 존재해.
잊게 해 주고 싶었지만 내가 나서기에는 주제넘은 짓이었다. 슬픈 기억은 떠올리지 말자, 앞으로 살아갈 곳만을 생각하자… 이런 말들을 할 용기가 내겐 없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럴 자격이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 다만 피센에 아바돈이 들이닥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나는 냉큼 입을 다물고 화제를 전환했다.
“나는 녹차.” 머릿속에서 맴도는 차가 그것뿐이었다. “그 가게에서 판다면! 은에서 많이 마신다던데, 한 번도 못 마셔 봤어. 피센에서 차가 가득 담긴 상자를 운반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어떤 맛일까? 초록색 차라면 이상할 것 같기도 한데.”
상자에 담긴 향은 분명히 꽤나 향긋했다. 은에서는 차에 설탕을 넣어 마실까? 당이나 차나 정신을 맑게 해 주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어찌됐건 괜찮지만, 이왕이면 그 나라 방식대로 먹자’가 내 신조였으므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뭐, 종업원이 알려주지 않겠나 싶어 그저 걷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꽤… 기분 좋아 보여.”
나는 아이처럼 웃었다. 가게가 늘어선 거리로 들어섰다. 차와 빵 냄새가 벌써 퍼지기 시작했다. 그 가게란 어딜까, 나는 유심히 간판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어, 녹차? 응. 그렇구나... 거기에 녹차를 팔던가...? 아, 팔았었지. 응, 거기 녹차 되게 좋은 거 들여와서 쓰는 것 같더라고. 향도 맛도 좋은데, 난 홍차가 더 좋더라. 그리고 기분 좋아보여? 으음, 그런가...... 역시 단 거 먹으러 가는 것 때문에 그런가보다."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하곤 이윽고 너를 이끌고 어딘가의 카페로 간다. 갈색 간판에 흰 글씨로 뭔가 예쁜 문구가 적혀있지만 그건 신경쓰지 않고 그냥 카페로 들어설 뿐이다. 그녀는 이 카페의 단골인 듯, 이 곳의 주인장은 그녀를 보고 반갑게 맞았다.
"밀크티랑, 녹차 한 잔씩 주세요. 앗 그리고 화과자도요."
그녀는 가볍게 메뉴를 주문하고는 당신을 이끌고 적당한 창가자리에 앉았고 이윽고 그 메뉴들은 각자의 앞에 놓였다. 이제 뭔 얘기를 해야 하지? 하다가 이내 화과자가 담긴 접시를 떠올리곤,
"아무튼, 응. 이거 먹어봐. 맛있더라."
화과자 접시를 살짝 밀어 당신에게로 건넸다. 화과자는 꽤 여럿이 그릇에 놓여 있었기에 둘 다 적당히 먹을 수 있겠지.
고즈넉한 가게인지라 오래도록 앉아 있고 싶었다. 가게 주인은 행복해 보였다. 매일 일어나 찻잎을 고르고, 과자를 빚고, 가게 앞에 차양을 내리고 영업 표지판을 뒤집는 삶이니까. 우리는 곧 끔찍한 아바돈과 상대하게 될 터였다. 나는 잠깐 내 삶을 돌아봤다. 내게 후회란 없었다. 아버지가 시킨 일이긴 했지만, ‘인생은 모험’이라는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여동생 해더는 어떻게든 부정했지만 말이다.
녹차를 파는구나. 게다가 과자도 은 풍이다. 제법 제대로 된 다과였다. 화과자라는 걸 하나 들어 입에 물자 입 안에서 가볍게 부스러지며 침을 돋구었다.
“달다….” 나는 잽싸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 화과자 부스러기를 적시며 부드럽게 스몄다. 조금은 뜨거웠지만, 향이 퍼지자 그 무엇도 불평할 수 없었다.
창밖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가 햇볕이 다시 쪼였다.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일부러 화과자를 천천히 씹었다. ‘실습 이야기는 일단 뒷전으로 제쳐 둘까나. 그럼 또 무슨 이야기를 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찻잔에서 흰 연기가 부드럽게 풍겼다. 탁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탁자도 아기자기했다.
“셴.” 나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만약 로머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그러니까, 어떻게 살고 싶어?”
"......어...? ......다른 일을 한다면? ......그러게. 다른 일......... 모르겠다. 그런 건 지금은 생각하기 싫은 걸.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을 그런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걸 생각하는 데 쓰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말하곤 방싯 웃는다. 어라, 방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내뱉고도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이내 어느 순간 당신을 닮은 인형이 그녀의 손에 쥐어지고, 살짝 웃는 그녀는 다시 입을 엽니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긴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까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난 있어. 지금 내 앞에, 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그렇게 말하곤 당신을 닮은 그 인형을 보다가, 살짝 장난스럽게 인형에게 묻는다.
"당신은, 저를 좋아하십니까? 연애적인 의미에서, 대답해주세요."
인형에게 묻는 그 질문은 약간의 무게감을 가지고 밀크티 안에 빠져, 그대로 가라앉아 각설탕이 녹듯이 밀크티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사실 인디에게 의지하고 있는 자신이 뭔가 꼴사나워보였다. 그렇지만 의지할 수 밖에 없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언젠가부터 연정이 생겨버렸다는 걸 알았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신이 꼴사나웠지만 그래도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서 조금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랬던 모양이다.
와 7스레만에 고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다들 이렇게 빨리 관캐생기실줄 몰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팝콘깝니다!!!!! 인디고주 어서오세요!!!!!!!!!!
그는 실습 전에 훈련장에서 어느정도의 연습을 마친 뒤 였다. 연습이라고 해봐야 가볍게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거나, 염력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빠르게 밀어내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적어도 검을 휘두르다 스텝이 꼬여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는 연습해두었다. 오늘 그는 특별히 로렌스와 같이 오지 않았다. 아마 그가 훈련장에 있을때 로렌스는 기숙사에 있었던 것이 원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기분이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지는 않았다. 실습은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니, 누군가와 같이 가는것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 여기가 실습장.. "
그는 숲을 지나 공터로 발을 디디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천으로 가려진 우리와 그 앞에 서있는 두 사람. 그는 다른 학생들이 잇따라 오는 것을 보며 조용히 한구석으로 걸어가 서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당연히 평소 쓰던 칼 두자루가 장비되어있다.
실습을 하기 위핸 디바이스에 입력된 장소로 향해야했다. 중요한 점은 조별이 아니라 개인별로 행해지는 실습이어서, 다대 일을 기대하고 가는 건 금물이란 점! 콧노래를 불며 설렁설렁 게이트를 통과하니 안쪽으로 길이 보여 그쪽으로 향했다. 아~저기네 저기! 근데 저 천으로 가려진 건 또 뭐야?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
교수님도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를 드린 뒤 장창을 땅에 내려놓았다. 물론 날 쪽이 아니라 손잡이쪽을 내려놓았다. 오늘 미친듯이 뛸 생각하니 조금 설렌다! 왜냐!! 이거 끝나고 케이크 먹을거거든!!!!
주먹을 꽉 쥐었다. 건물을 허물면 크게 혼날 테니까 지금까지 대규모로 반죽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 오늘이 내 능력을 시험할 때였다. 실습장으로 향하며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아바돈을 보면 정말로 역겨울까. 크게 다칠 수도 있을까. 괜찮은 걸까. 지금까지는 교과서와 훈련 교본으로만 접한, 완전히 새로운 종을 목도한다는 건 더없는 긴장을 요하는 일이었다. 숲길을 따라 조금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지운영 선생님… 그리고, 이사장님! 반갑습니다!”
깍듯이 인사하고 우두커니 서서 몸을 풀었다. 반죽을 아무리 잘 해 봤자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끝장이다. 깊은 고민을 거친 끝에 내린 결론은, 내 능력은 결국 전투 보조용이라는 것이었다. 죽순은, 상대방이 달려와 주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다. 즉 호신용 기술에 불과하다.
신경쓰이지 않도록 놔 둔 것이 역력했지만, 일단은 주변에 천막이 몇 개 있었다. 가림막이라고 불러야 할까, 음산한 기운이 풍겼다. 절대 들춰 보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 쎄하다. 등줄기가 쭈뼛 곤두섰다. 아바돈이 분명했다. 실제로 그 얼굴을 보게 된다면 이보다 훨씬 심할 터였다. 저 정도 크기라면 어떻게 제압해야 할까. 흙을 녹여서 발을 묶을까? 애초에 발이라는 게 있을까?
실습 도우미 의뢰. 역시 올 것이 왔구나. 개학식 직후에 벌어지는 실습에는 여러모로 위험한 점들이 존재하니까 오히려 이쪽이 더 맞는거겠지. 지금 팀 하우스에서 출발하면 개학식 실습 장소 까지는 걸어서 10분(게이트 이용 포함). 딱 그 만큼의 거리를 걸어서 도착하니 자운영 선생님과 이사장님이 나란히 계셨다.
드디어 아바돈 상대로 실습하는 날인건가,1학년에 2학년 애들까지 참여하는걸 보면 별로 위험한 날은 아닌거 같다. 그럼 너무 많이 싸들고 온건가... 아냐! 아냐! 준비는 철저히 해주는게 좋지. 먼저 월광검은 제대로 날 세우고 온건 기본에,마리아에 붙은 화약 찌꺼기는 다 긁어냈고,함정들도 폭약같은거 제대로 넣어뒀는지 확인했고,와이어나 투척용 나이프 같은 것도 제대로 준비 다 끝냈고. 좋아! 준비 오케이! 끝나고 프란츠랑 로렌스랑 같이 바베큐 구워먹자고 하던가 해야지.
"바베큐..."
나는 돼지보단 닭이나 소고기 식감이 좋은데,다들 돼지고기만 판다니까 흑흑. 여기 티엘린 사립 아카데미에선 먹을거는 진짜 불만이 없는데 돼지고기가 너무 많은게 싫어,진짜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썩 좋지 않게 보지만 개고기도 맛있는데. 다들 죽어라 돼지고기만 찾는다니까.
"그러고보니 개고기로 국 끓여 먹는거 맛있는데,다시 먹고싶다니까."
짭조름한 국물에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개고기 식감이 얼마나 좋은지. 거기에 돌같이 딱딱하게 굳은 까만 빵이라도 국물에 넣어서 불려서 먹으면 맛이 아주 그냥...!
>>708 "배운 것이 없다 하여도 만일의 경우에는 다굴을 맞을 테니 별로 걱정하지 아니하여도 된답니다."
>>717 모네의 말에 우리가 덜컹거렸다. 캬악 하는 소리가 들렸을지도.
>>724 "안녕한가요 리타 학생." 아라가 인사를 받아주고는 운영은 리타를 한번 바라보더니 저번 필기시험은 아슬아슬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네요. 라고 말했습니다.
>>731 "그래요. 잘 부탁드린답니다." "어머. 잘 부탁해요." 아라. 운영의 순으로 인사를 받습니다.
>>735 "저 또한 잘 부탁드린답니다." 라야의 인사에 아라는 그렇게 답하고는 고개를 까닥였습니다.
>>737 클로드를 바라보고는 불안한 표정인가요. 라고 생각하고는 약간 날카로워진 눈으로 바라봅니다.
>>743 "테오도르 군. 개고기가 먹고 싶다면 개인 신청 식단에 건의를 하시길 바랍니다."
공통반응
여러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이사장이나 교사에게 인사를 하자 이사장과 지운영은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차갑기는 하지만 냉혹하지는 않은 눈이었군요.
"실습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겠군요. 각자의 수치에 맞도록 제가 다 조정해놓은 개체들이기에 공격을 하여, 죽이는 게 목표입니다." 아라가 손뼉을 딱 치자 그것이 신호인 듯 우리의 천이 걷힙니다. 그런 인챈트를 해 놓은 것인지는 불명이지만.. 우리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능력을 이용하던, 인챈트된 무구를 사용하던, 죽여야 합니다." 아무리 연구원이나 학자를 지망한다고 하여도. 한 마리의 아바돈도 죽이지 못한다면 그 연구나 학자의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할 순 없겠지요. 라고 말하면서 들어가는 것은 디바이스를 대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반응레스를 써주세욤! 음.. 8시 25분까지 받겠습니다! 아라나 운영이 반응할만한 말이 없어서 반응하지 않은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아바돈 전투. 각 캐릭터의 A수치의 절반이 공격력. 캐릭터의 수치의 두 배가 아바돈의 체력이다.
************************* 적 아바돈의 체력: 5000 적 아바돈의 공격력: 2220 *************************
“인디고 키트.”
우리 위에 내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아바돈이 눈을 번뜩이며 속에서 으르렁댔다. 역한 감정이 치솟았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하지만 이 우리를 일종의 개집이라고 생각한다면, 저 아바돈의 이름이 인디고 키트가 되는 것인가. 조금 난감했다.
어찌됐건 우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종의 악취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온몸을 쑤시는 불쾌함. 하수구나 청소하지 않은 변소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 처음으로 버섯을 먹었을 때 느낀 감정. 아직은 달려들지 않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내 눈을 뽑으러 올 것만 같았다. 단단히 긴장하고, 죽순을 뽑아 올릴 준비를 했다. 바닥은 흙이었지만, 이용할 만큼 구조가 복잡하지 않았다. 잘 싸울 수 있을까.
주먹을 쥐고 팔을 아래로 살짝 늘어뜨렸다. 언제라도 땅바닥을 녹여 반죽할 수 있는 거리였다.
첫 실습인 학생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첫날부터 너무 빡빡하게 제한 두는것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조금 물러서서 위험한 학생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자. 우리 팀원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의뢰로 이곳에 온 이상, 나는 어깨가 좀 무겁다.
수치에 맞게 조정해놓은 거라는 말에 비류는 천천히 장도를 검집 채로 뽑아서 여유롭고 느긋하지만 확연하게 정반대로 뒤바뀐 낮게 내리깔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대답은 없어도 상관 없다는 듯 그녀는 한손으로 제복 버튼을 풀어서 완전히 풀어해친 뒤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우리를 향해 걸어가서 디바이스를 댄다.
큭큭하고 여유롭지만, 차갑게 내리깔린 그 눈빛은 명백히 언니의 뒤에서 움직이는 어둠 속 맹수의 눈빛이였다.
"그래. 죽이면 되는거로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면 된다. 비류에게는 몹시도 쉬운 일이였다. 제압, 포획보다 죽인다는 행위는 그녀에게 쉬웠다.
첫 실습인 학생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첫날부터 너무 빡빡하게 제한 두는것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내 몫의 아바돈 실습을 하다가 이사장님 전언이 있으면 위험한 학생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자. 우리 팀원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의뢰로 이곳에 온 이상, 나는 어깨가 좀 무겁다. 내 이름표가 붙은 실습실로 향하며 든 생각은 그러했다.
천이 걷히자 숨을 삼키듯 작은 신음을 내뱉는다. 우리마다 적혀진 이름표. 그리고 망설이는 자신을 질책하듯 싸늘하게 날아드는 이사장의 한마디. 클로드는 조용히 투구 가리개를 덮는다. 선생의 목소리를 기점으로 아카데미생들은 기꺼이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덜컹거리는 창살과 디바이스에 반응해 열리는 작은 입구. 그러나 그는 얼어붙은듯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을뿐이었다.
'아버지..'
눈을 질끈 감으며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린다. 마물의 노란 눈빛또한.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이미 이곳에 발을 들일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칼집에 물려있던 길다란 검신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을 위해 안식을 주소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우리 앞에 멈춰선다. 작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디바이스는 희미한 빛을 흘리며 굳게 닫힌 입구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굳게 닫힌 문은 서서히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평화를 내려주소서."
작은 입구를 등지고 아바돈의 앞에 멈춰선다. 항상 외면하기만 했던 시련이 이제 정말로 눈 앞에 다가왔다. 투구의 작은 틈새로 푸른색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반짝인다. 공격에 대비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죽이지 않으면 끝낼수 없다. 죽이지 않으면 케이크를 먹을 수 없다. 뭐어 일단 빨리 해치우도록 할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마 저 안에 아바돈은 꽤 강한 애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불안한데.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싶다~~~~~란 생각을 잔뜩 하며 디바이스를 찍고 우리 안으로 들어섰다. 아, 불속성만 아니어라. 제발 불속성만!
실습 장소로 이동하고,자신의 이름이 적힌 우리앞에 섰다.각자의 수치에 맞게 알맞게 조절되어있는 아바돈이라지만,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겠지.죽지는 않더라도 크게 다칠것이 뻔했다.
"흐음.."
무기를 쓰는것은 아무래도 자유인 듯 싶었다.그렇다면,일단은 가볍게 원거리에서 긁다가 적당히 거리가 좁혀졌을 때 검으로 일도양단하는 편이 낫겠지.무언가의 살점을 베어버린다는 것은,자신에게는 꽤나 익숙한 감각이었다.우리에 들어가기 전,검을 하나 빼들고서 진지한 모습으로 검례를 하였다.
>>756 프란츠의 앞에는 상당히 약화된 듯한 하급 아바돈이 거미와도 같은 8다리를 들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저 아바돈의 눈이 몇 개 터져 있었고 아라의 쪽으로는 남은 눈도 안 돌리려는 것 같군요. 다리를 뻗어 프란츠를 후려치려고 시도합니다. 다만 확실히 약해진 것이 아라가 잡을 당시에는 신입 로머가 눈으로 못 따라가는 속도였는걸요?
>>758 으르렁대는 아바돈의 모습은 생각보다는 말짱했다. 그래도 감히 아라 쪽으로는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지만. 고양잇과 맹수같은 몸놀림으로 커다란 앞발에서 의외지만 파란 얼음계열의 공격이 튀어나와 인디고에게 향했다.
>>759 캬악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날개를 지닌 아바돈이 허공에서 시엔에게 위협적인 소리를 울리고 있었다. 다만 날개 한 쪽이 한 번 꺾여졌던 듯 불안정한 비행을 하고 있지만 부리로 시엔을 쪼려고 급강하하려고 합니다.
>>761 "별 거 없다고 하여도 하급 아바돈은 아바돈이지요." 아라가 몇 마디 합니다. 테오도르의 들어간 앞에 나타난 아바돈은 양서류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고, 딱 보기에도 끈적끈적해보이는 혀를 몇 번 츄릅하더니 불시에 쭉 뻗어 총을 빼앗으려고 시도합니다.
>>762 "그렇습니다." 대답이 필요없다고 하였지만 아라는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비류의 앞에 나타난 아바돈은 공중에 붕 떠 있는 뭔가 시 서펜트처럼 생긴 것이었습니다. 크기는 킹코브라 두 배 정도였지만요. 쉿쉿대는 소리를 내더니 캬악. 하고 달려들어 몸을 조이는 공격을 하려고 합니다. 피한다면 아마 바로 독을 뱉으려 들지도요.
>>763 쇠사슬을 든 모네가 들어가자 커다란 매미 한 마리가 푸드덕대는 소리를 내면서 땅에 붙어 있었습니다. 얇은 날개가 파르라니 빛나더니 파란 번개같은 것이 날개를 떤다면 바로 날아갈 듯 살짝 맴돌고 있습니다.
>>765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나요?" 흠이 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조금 살펴보겠다는 듯 아라는 바라보았습니다. 겐이 들어간 우리의 아바돈은 다리 6 달린 말이었습니다. 굉장히 거친 발걸음으로 우리 벽을 쾅 하고 차더니 겐을 향해 돌진하려고 하는군요. 상당히 빠른 몸놀림을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774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클로드의 앞에 약간 수은과도 닮은 슬라임이 한 마리 나타났습니다. 뀨뀨거리긴 하지만 한 반에 삼켜버리려고 하는 걸지도 모를 일이군요.
>>775 우리 안은 기본적인 조명이 있었지만 그림자가 없는 곳은 없기에 칼날이 있었습니다. 피를 몇 방울 흩뿌린 악어같은 아바돈이 입을 벌리고 포를 쏘아내려고 합니다.
>>776 리타의 예상이 맞은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리타의 앞에 나타난 나방은 그 날개를 펄럭여 가루를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분진폭발을 시킬 수 있을지도..
>>779 유우가 들어간 아바돈의 우리 내에는 낑낑거리는 포유류의 새끼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새끼는 미끼가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으로 본체는 아귀같습니다. 아귀같은 것이 이빨을 벌리고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군요.
>>783 검을 든 루이의 앞에 나타난 아바돈은 왠지 토끼? 의 모습이었으나. 드러낸 이빨이 흉악합니다. 괜히 하급 아바돈이 아니지요. 뒷발차기가 강력합니다... 그 토끼가 팔짝 뛰어올라 앞발에서 물의 창을 생성해 쏘아보내려 합니다.
>>796 "아니타 양. 아바돈 고기는 식당에 많이 있답니다." 실습용은 학생식당에 공급되니. 요리사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기릏 바랍니다. 라고 말한 아라였습니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아바돈은 두더지를 땅 위로 끄집어올려낸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두더지의 주특기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무언가 광물을 쏘아보내려 하는 것 같기도 하는군요.
그녀는 처음부터 저 캬악거리는 조류 형태로 보이는 저 아바돈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내곤 가위를 들었다. 그러곤...... 최대한의 짜증을 담아, 잘 잘리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인형의 날갯죽지 둘 중 하나를 잘라내곤 인형의 날개가 잘리면서 어깨부분에 생길 구멍을 통해 안에 있는 솜을 가위로 헤집으려 헀다. 과연 가능하려나.
>>769 라야가 들어간 곳은 생각보다 밝은 조명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밝을 수록 더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나타난 아바돈은..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약간 동물이라기보다는 미러볼처럼 생긴 그것은 조명을 반사하여 반짝이는 거울같은 것 하나하나에서 결정을 생성해 쏘아보내려고 합니다.
프란츠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 아바돈을 보고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아, 물론 얕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체력이 아무리 버텨준다해도 아픈건 아픈거니까. 그는 거미가 자신을 향해 덮쳐오기 전 고개를 숙여 인사 비슷한 것을 한 뒤, 칼 손잡이를 잡고 거미가 휘두르는 방향 반대쪽으로 염력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밀어낸다.
" 그럼 잘 부탁 드려요. "
아마도 아바돈에게 말하는 것이겠지. 이후 회피의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는 바로 자세를 고쳐잡고 칼을 뽑아 주변에 능력을 두른뒤 거미를 향해 크게 휘두른다.
그렇다는 말이 비류의 뒤에서 들렸지만 그녀는 그저 큭큭 여유로이 웃어보일 뿐이였다. 눈 앞에 나타난 아바돈의 모습을 바라보며 비류가 장도를 뽑아들면서 한마디를 여유로이 내뱉는다.
"짐승의 송곳니에 물어뜯길 준비는?"
쉿쉿하는 소리는 마치 뱀, 아니 생긴것도 뱀인가. 킹코브라의 두배쯤 되어보이는 덩치의 아바돈이 달려들려고 하자 비류는 한손에 쥐고 있는 검집을 빠드득하고 얼려서 달려드는 것에 맞춰서 그대로 아바돈을 향해 투척하듯이 집어던진 뒤 몸을 날려 빗나갈 것을 대비해 옆으로 빠지려는 행동을 해보였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빠득-하며 쥐고 있는 장도에 얼음을 씌워내 예리한 얼음칼날을 덧대어 비스듬히 아바돈의 옆쪽으로 가져다대려한다.
하급이기에 짐승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건가. 정면에서 대치한 악어 같은 아바돈이 무언가 쏘려고 하자 그렇게 두지 않을 셈으로 손을 들었다. 이미 내 그림자는 우리 안 그림자들과 연결되어 있었도, 그렇기에 사방에서 무수한 검날이 아바돈을 향해 쏘아졌다. 물론 앞으로 뻗은 손의 소매에서도 거대한 날이 튀어나와 아바돈의 입안을 노렸다.
"......"
이 한방으론 안 되겠지. 첫 공격 후 돌아올 반격을 피하기 위해 살짝 움직이면서 아바돈의 동태를 살핀다.
진짜 화속성만 아니길 바랬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있어!!!!!!!!!!! 아 징쨔 너무하신다아!!!!!!!!!!!!!! 징쨔 내가 이 무기 뿌러지면 수속성으로 인챈트하고온다!!!!!!!!!!!!!! 분노어린 샤우팅 한번 쳐주고 크게 한 두번 점프해주고서야 창을 들고 뛰어들었다. 내가 진짜 일격에 끝내고 싶은데 못 끝낼거 알거든요!
"아~~~~~징쨔.....뭐해? 얼렁 오지 않구! 엉???"
공중제비를 돌기엔 거대하지도 않고 그냥 나방이다! 완전 높이 뛰어올라 공격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손잡이쪽을 내리찍어 장대넘듯 높이 점프해서 바로 나방쪽으로 창을 내리찍으려 시도했다. 와라 나방아!!!!!!!!!
죽순을 쏠 틈도 없다! 양팔을 앞으로 내밀어 밑에서 힘겹게 끌어올리듯 들어올렸다. 흙이 순식간에 유체가 되더니 굵은 벽이 세워졌다.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났다. 얼음이 부딪친 게 벽이었는지 내 얼굴이었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이 벽을 허물고 다시 공격을 준비했다. 녀석은 낮게 가르릉댔다.
반죽은 어디까지나 고체를 유체로 만들어 다시 재조합하는 것이다. 죽순, 그러니까 가시를 솟게 만든다고 해도 찌르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 유체로 된 흙이 후려치는 것 정도면 충분히 위력적이겠지만, 적이 달려들어 주지 않는다면 관통상은 기대할 수 없겠지.
아까 먹은 음식물이 식도로 올라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저렇게 멀쩡한 녀석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쁠까? 인간이 아바돈에게 느끼는 본능적인 혐오감이란 무엇인가. 아바돈이 퇴화하고 퇴화하여 짐승이 되었지만, 그런 짐승들에게도 혐오감을 품어서 인간은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고 가축 삼으며 박해했다. 그렇게 붉은 벽돌 예배당의 사제님이 말했었다. 하물며 진짜 아바돈에게 느끼는 감정은 비교할 수도 없다.
이젠 내 차례다. 거리를 좁혀서 놈의 육신을 녹여야 한다. 저 앞발로 날 후려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머뭇거림이 발목을 무겁게 잡아끌었다. 하지만 달려야 했다. 공포를 극복하는 처음 한 걸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앞으로 내달리며, 바닥에서 수많은 가시를 솟아나게 했다. 놈의 발 밑에도 죽순을 뽑아 올렸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놈의 목을 노렸다.
본디 보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흉악한 이빨을 드러낸 저 아바돈의 모습에서,어쩐지 제 본성이 비쳐 보이는것만 같아.정신을 차려 본다면 그것은 이미 자신에게 물의 창을 날리고 있을 것이었다.귀찮게도 제 상대 역시 원거리형인 것일까. 지금 검 하나를 마저 발도한다면 타이밍이 맞지 않아 저 창을 고스란히 맞게 될 터였다.그럴 순 없지.미리 빼들고 있던 검으로 창의 진로를 틀어내려는 듯 막은 뒤,아직 검집에 남아있던 검을 마저 발도해서 창을 베어버렸다.
"제게 선제 공격을 날린 죄,죽음으로 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물의 창을 쏘아내느라 공중에 도약한 상대를 향하여 능력을 사용했다.청백색의 레이저가 일직선으로 곧게.빠른 속도로 뻗어나갔다.
저렇게 징그러운놈은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총을 먼저 빼앗으려는 아바돈을 보며 인상을 팍 찌푸린다. 끈적끈적한 피부에 초점 안맞는 눈까지 징그럽기 그지없잖아! 이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징그럽게 생긴 아바돈은 혓바닥을 길게 빼고 내 손에 있는 마리아를 향해 뻗었다. 좋아,와봐라.
탕! 소리와 함께 마리아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겼다. 인챈트 된 탄환이 아바돈의 눈에 정통으로 꽂혔다. 그리고 내 손에 닿으려는 혓바닥은 인챈트해서 대검으로 변한 월광검으로 싹 베어낸다.
"아직이야."
꽤 쉬운편이다. 이정도면! 마리아는 홀스터에 꽂고 그대로 양 손으로 월광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낮은 자세로 파고든다. 그리고 낮게 파고든 자세에서 아바돈을 올려베기하고 공중으로 띄운다.
"가볼까."
공중에 띄운 아바돈을 한번,두번,세번 크게 벤다. 이거까지 맞으면 보통 살아있질 못하던데.
// 테오도르가 쓴 콤보는 대충 이런느낌? https://youtu.be/R6AxO1wXDEw
이런걸 왜 해야 하는걸까. 다른 의미는 없다. 정말로 다른 의미 없이 내가 왜 여기에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학교는 이곳 말고도 다른 곳이 있다. 도피행. 단순한 도피행이었을텐데 역시 이런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으으으..."
눈앞에는 개. 엄밀히 말하면 아바돈. 단지 개를 닮았을 뿐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광견병에라도 걸린 개마냥 하는 행동패턴은 비슷했다. 미친듯한 공격성이 특징. 이미 제법 무거운 타격을 입혔지만 아직도 그 기세는 줄어들지 않아 그자리에서 매섭게 이빨을 내보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판단하고 있다는 점일까. 이부분은 야생의 늑대같기도 했다. 나의 능력은 솔직히 공격에는 조금 도움이 되는 정도. 방금처럼 검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 내 사정권에 직접 들어올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움직여야한다. 조금씩 개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줄여야한다. 난 능력도 검술도 삼류 이하니까 발목만을 노린다던지 하는 소설속의 검술은 못한다. 큰 동작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가자. 검을 치켜세우고서 천천히 개의 족적을 따라서 가시나무를 조금씩 올리기로 했다. 퇴로를 차단하고 이쪽으로 덤벼들때. 목을 노려야한다.
>>816 아바돈의 날개가 잘렸지만 피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고도가 낮아지고 불안정한 비행을 하게 되는데. 무작위한 부리의 쪼기 공격이 시엔에게 날아들 것 같습니다.
>>821 프란츠가 인사하며 자신을 밀어내서 공격을 피하자 화가 난 거미가 다리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프란츠의 공격에 다리가 몇 개 잘려나가자 당황한 듯 달각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꽁무니에서 실을 내뿜어 모닝스타처럼 휘둘러 검을 붙여버리려고 시도합니다.
>>822 비류가 옆에서 댄 칼날에 몸이 베이고 얼어붙은 뱀은 위축되기는 했는지 싓쉿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독을 비류를 향해 총알처럼 쏘아내려고 합니다.
>>824 회색 빛 슬라임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클로드를 삼키려고 시도합니다. 아마도 이 슬라임의 능력은 삼켜내는 것인 것 같습니다만...
>>826 "학교 지급품에 있습니다." 아라의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천을 거미줄처럼 만들자 밟은 말의 다리가 엉켜 넘어지지만 금방 일어나려고 합니다. 말의 머리쪽으로 날아간 옷감이 말의 시야를 가린 것 같네요.
>>828 악어의 입과 온몸에 그림자 칼날이 박혔지만 타격이 엄청나지는 않은 듯 새로운 포를 쏘려고 시도합니다. 그리고 헤일리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는데요.
>>831 나방이 표정이 있을 리가 있겠냐만은 어쩐지 ㅋㅋ거리는 듯한 펄럭임으로 우아하게 선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창이 날아오자 날개로 막으려고 시도하다가 날개가 좀 너덜너덜해져서 븐진이 줄고, 고도가 많이 낮아진 것 같았습니다.
>>834 미러볼같은 공격이 자신에게 오자 황급히 공격을 멈췄습니다. 얻어맞은 건 사라지지 않아서 파손이 있지만 배리어를 파괴하기 위해 일점집중으로 공격을 하려고 합니다.
>>835 바닥에서 나타나는 가시에 아바돈은 마치 고양이라도 된 것 처럼 야옹. 하는 소리를 내고는 바닥의 가시들을 후려쳐 깨뜨리려고 합니다. 그랗지만 상처를 피할 수는 없어서 자잘한 상처들과 간혹 큰 상처도 보였습니다. 달려드는 인디고를 향해 강력한 얼음을 내뿜어 땅을 아예 얼려버리려고 시도합니다.
>>836 걷어차인 아바돈은 새끼가 달린 미끼를 채찍처럼 휘둘러 유우를 때리려고 했습니다. 입에 화상이 입혀져서 입을 당분간은 못 ㅆ.. 아. 이제 죽을 아바돈이라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이빨이 몇 개 부러졌군요.
>>837 매미가 날지 않고 기어서 모네에게 다가오려 하여서 말뚝은 생각보다 깊이 박힌 것 같았습니다. 좀 더 공격해도 좋을 것 같군요!
>>838 창이 베어지자 토끼의 순진한 얼굴이 사라집니다. 그렇지만 공중에 있던 터라 레이저를 피하지는 못하고 맞은 토끼의 털이 그슬려서 우리 저 편으로 나가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839 께겍. 하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눈에 맞아서 고통스러운 모양입니다. 그리고 혓바닥이 잘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별 문제 없다는 듯 다시 점프해서 달려들지만 그의 콤보에 몇 번이나 베입니다. 하지만 아바돈에 개구리의 재생력과 피부의 강인함이 있어서 그런지.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는 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겉만 봉합되었을 뿐 안은 그대로지만요. 개구리가 개굴개글하거 울기 시작합니다! 귀가 괴로울지도요?
>>840 컹컹 하고 짖는 개같은 아바돈은(욕 아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후각으로 찾으려고 하다가 가시덤불에 찔렸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약화된 듯해 에녹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 될지도요?
>>842 어쩐지 고깃덩어리라는 말에 두더지가 대답이라도 하듯 크륵.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어쩐지 비웃음 같기도 했네요. 그렇지만 눈에 맞은 관통탄에 고통이 없는 건 아닌지 본능으로 그녀를 찾아낸 듯한 두더지를 닮은 것의 손의 손톱이 길게 뻗어 그녀를 찌르려고 합니다.
스승님이 하신 이 말씀을 나는 아직까지도 ‘부잣집 도련님이면서도 촌놈’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늑대가 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토끼도 쥐도 되어선 안 된다. 쥐 같은 인디고 키트의 본성을 버려라! 맹수가 되어라, 인디고… 라고, 이성이 부르짖고 있었다. 도련님 인디고의 손에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곱게 자란 인간일 수록 싸움을 못 한다. 인정할 수밖에….
하지만 지금은 목숨이 달려 있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사를 가른다. 이제 부자와 빈자라는 틀을 모조리 씻어 내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동물이 되어야 했다. 멀리 아바돈의 눈에 비친 내 눈은 새까맸다. 가장자리가 조금 남빛으로 물든 그 눈, 아바돈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놈이 입김을 내뿜자 나는 급한 대로 팔으로 막았다. 냉기가 뼈를 찌르듯 파고들었다. 뻣뻣하게 굳으려 하는 팔을 깨물어 통증을 다스렸다. 땅을 얼려 봤자 나는 녹일 수 있다. 내 능력의 거리는 4미터에서 5미터. 가까이 있지 않으면 공격할 수 없다.
사정거리에 들어섰다. 주먹을 쥐자 땅에서 흙이 솟구쳐 커다란 주먹처럼 뭉쳤다. 곧 손을 휘두르자, 유체가 된 흙 뭉치가 놈의 얼굴으로 움직였다. 펀치가 들어갔나? 사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지만.
찌르는 건 아무래도 상성이 잘 안 맞나. 그렇다면 어디 한번 내리쳐보자. 실습이니 뭘 해도 상관 없겠지. 의외로 버티는 아바돈을 보고 그림자를 모아 거대한 망치를 만들어낸다. 그걸로 아바돈의 입을 내려쳐 포를 막음과 동시에 다신 입을 못 열게 만들려고 한다. 공격 후 한발짝 물러서 아바돈과 거리를 유지한다. 아, 내가 생각해도 방금은 좀 무식한 공격이었던 거 같아...
일점 집중이라. 그럼 배리어가 깨지는 시간동안 새로 연구중인 걸 준비 해 볼까. 민감도를 매우 높인 길다란 전기 패널 두개를 서로 마주보게 하고, 입구에 해당하는 부분에 도넛 형태의 패널을 또 생성한다. 그리고 미러볼을 조준한 뒤에 입구로 내 주먹만한 쇠구슬을 던지면...
"내가 요즘 리어 자리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거든."
훌륭한 원거리 무기가 탄생한다. 포리아 공국의 방어포대에 달린 무기를 작은 형태로 재현 해 보았는데 썩 괜찮은걸?
저저저 요상하게 웃는것마냥 살랑이는거봐라. 저 날개만 어떻게 잘라버리면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겠다!!! 아무튼간에 고도가 많이 내려가서 다행이지만 조금이라도 높게 올라가야 저 나방짜식 코를 찍어버릴수 있다. 일단은 높게 올라가야한다. 가볍게 한 두번 창을 돌려주고는 한번 점프해 공중제비 돌고 손잡일 내리찍어 다시한번 점프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나방과 비슷해질 즈음에,
"너어 엉니 피하면 혼난다아!!!!!!!! "
일단 한쪽 날개부터 자르잔 심정으로 나방을 향해 창을 휘두르길 시도했다. 마 무시하지마라!!!!!!!
"어머,당신도 슬슬 본성을 드러내려 하나요?..저런,너무 일러요.본성을 숨길 연기를 위하여 순진함이라는 가면을 썼다면,그것은 명이 다하기 직전까지 벗어내서는 아니되었을 터.."
뭐,인간들처럼 복잡한 사회관을 가지지 않은 당신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지요.처음에 입장할때와 변함없이 고고하면서도 우아한,그러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을만큼 옅은 미소를 입에 걸치고서는 다시금 그 방향을 향하여 레이저를 쏘았다.아무리 나가떨어진 상대라고 한들,섵불리 근접하는것은 위험했으니.
아.쓰읍. 미리 준비했어야하는데. 개굴개굴하는 묘하게 낮은 울음소리가 귀를 너무 괴롭힌다. 머릿속까지 쾅쾅 울리는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게 귀마개라도 챙기고 다닐까. 이 소리만 없으면 금방 끝내는데,개굴거리는 울음소리때문에 머리가 너무 지끈거린다. 하지만,막을 수 없어.
"빨리 끝내자."
마리아에 특수탄을 장전한다음,인챈트 스크롤을 찢어 총탄에 인챈트를 건다. 그리고 개구리의 두 눈 사이를 조준한다. 그리고 아바돈이 달려들기 전,방아쇠를 당긴다.
이번엔 평범한 총소리가 아니라 귀를 찢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수십개의 빛줄기가 개구리 아바돈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도 그럴 것이,이번 탄은 산탄이었으니까. 수십개의 쇠구슬에 인챈트가 걸려 아바돈의 머리를 관통했다. 재생력이 아무리 강해도 총탄의 타격에 머리뼈가 전부 부러졌을거고,쇠구슬 수십개가 몸에 박혀버리면 뭘 어떻게 할 수 없겠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가시덤불에 찔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그게 아니라도 시각에 이상이 있는건 확실해 보였다. 가시덤불에 다가가기 전에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쫓는 듯한 행동과 거침없이 가시덤불속으로 뛰어든 그 모습은 충분히 자료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것과는 다르게 저 짖는 모습이 충분히 위협적인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큰 동물은 무섭다. 그 큰 까마귀도 분명히 본 적이 있었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걸.
"후각을 막으면 되는건가..."
이 곳을 꽉 채울 정도로 강렬한 향을 내는 식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송이지만 크기의 문제다. 하나가 나오면 다른 분들에게도 폐가 될 정도로 시체 썩는 내가 진동을 할테니 그건 안된다. 그렇다면... 막는건 의미가 없다. 후각에 의지해 이쪽을 쫓아온다면 소모전이 되버리고 체력은 확실하게 저쪽이 위다. 그래도 시각은 막혀있다. 코를, 어떤 방식으로든 코를 막아버리면 일격의 기회가 온다. 한번 공격했을때 흐른 개의 피를 머플러에 묻혀 멀리 던지고서 천천히 공격태세를 취했다. 이쪽으로 온다면 얼마든지 반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저쪽으로 간다면, 발을 식물로 묶으면 된다. 그리고 한방. 계획은 세웠지만 이게 어떻게 될지는 아직 도박에 불과했다. 멀리, 피가 묻은 머플러가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
지금은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수많은 사내들은 이런 괴물들을 상대로 오랜 세월을 견뎌내주었다. 목숨을 내놓을수 있을만큼 커다란 용기가 있었기에 그토록 오랜 시간을 견뎌낼수 있었던 것이겠지. 그러나 지금 자신의 모습은 나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조잡한 장비 뒤에 숨어 이 기나긴 시간이 끝이 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무얼 망설이고 있느냐는, 아버지의 호통이 들려온다.
회색빛을 띄는 액체 마물은 어느샌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마치 전신을 통째로 삼켜버릴듯 몸통을 주욱 늘린다. 투구 사이로 푸른빛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순간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그때도 지금처럼 이런 모습이었지. 소년은 게걸스레 쭈욱 벌어진 마물의 주둥이 앞에서 그저 누군가 와서 구해주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이곳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을 구하러 올 사람은 없다. 수 미터 높이로 늘어난 괴물의 일부가 아주 천천히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아.. 하.."
점점 가까워지는 마물의 일부를 향해 겨누어진 시선은 심하게 떨려오고, 그는 그저 마물의 행동에 순응하듯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결국 쫓겨나게 되는걸까. 이번에도 나약함에 좌절하게 되는걸까. 아니. 그렇게 순순히 운명에 순응하진 않을것이다. 손끝의 미동이 잦아들고 금방이라도 쥐고 있던 검을 놓칠듯 벌어진 건틀렛 사이가 꽈악 오므려진다.
지금껏 외면해왔던 운명이 눈앞에 닥쳐왔고 그 가로를 선택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클로드는 장고 끝에 장검을 틀어 몸을 덮어오는 몸체를 향해 횡방향으로 베어 올린다.
>>845 캬아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아바돈이 괴로워하면서 제자리에 떨어집니다. 하지만 아직 기력이 남아 있기는 있는지 한 날개를 퍼득여 거센 돌풍을 일으키려고 하는군요!
>>848 거미의 다리가 몇 개 잘렸기 때문에 파고드는 프란츠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등 뒤의 검으로 내려찍힌 거미는 상당히 괴로운 듯 몸을 데굴데굴 굴러서 무게로 프란츠를 깔아뭉개려고 하는 듯했답니다.
>>850 투척된 옷감이 말의 몸을 찌르자 히이잉거리면서 날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크게 상처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851 마치 고양잇과 맹수가 사냥감을 가지고 놀듯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버려지지는 않은 듯 냉기를 뿜어내며 약간 미끄러지듯이 인디고에게 다가가서 앞발로 후려치려던 순간 투척된 유체는 눈을 가리는 데에 그쳤습니다. 다만 호흡이 조금 곤란하게 되었을수도 있겠네요.
>>853 모네가 꽂아넣은 한 방은 매미가 날개를 펴고 울게 만들었습니다. 울음소리 하나하나마다 전기적인 것이 파직거리지만. 상처가 크다는 반증도 됩니다. 실제로 모네의 공격에 맞은 부분이 상당히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855 망치로 내려쳐져서 포가 안에서 폭발하였습니다. 심하게 화상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악어가 꼬리로 헤일리를 후려치려고 빠르게 기어오는 것 같습니다. 분노가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의 눈은 저 증오스러운 것들. 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지도요.
>>856 뱀의 독도 얼고, 송곳이 쏘아지는 것을 독으로는 막을 수 없기에 그대로 맞은 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피도 독으로 이루어진 건지 피를 흩뿌리려고 합니다. 얼음이 녹는 것 같기도 하고..
>>857 조준하고 던진 구슬이 미러볼에 맞아 반파정도 나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둘러싼 방어막을 깨는 데에는 성공한 모양인지 미러볼 하나하나가 빛을 쏘아보내려고 시도합니다.
>>858 유감스럽게도 나방에게는 잘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사항은 없었습니다. 나방이 팔랑대는 분진들이 조금 가라앉고. 나방은 생각보다는 멀쩡한 듯 분진을 나머지 날개로 퍼득여서 리타에게로 날려보내려 합니다. 그대로 맞으려 한다면 눈이 많이 따가울 거예요.
>>860 레이저를 쏘자 피할 수 없지만 한 번은 버티고 먹여주겠다는 생각을 하는지 맞으면서 전진하여 루이를 향해 뒷발차기를 날리려 합니다. 그게 닿던 닿지 않던 공격력 자체는 크지는 않았겠지만요.
>>862 본체를 노린 발차기가 제대로 먹혀 무언가 골격이 어긋나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귀의 살이 잘 익으면 그렇게 맛있다더니 때에 맞지 않는 고소한 냄새도 조금 더해졌군요. 괴로운지 상당히 케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이ㅏㄹ을 몇 개 쏘아보내려 합니다.
>>863 아바돈이 달려들기 전 한 번 뛰어올랐지만 산탄이기에 거의 전부를 맞았습니다. 즉사는 피했지만 개굴거리는 소리가 잦아들고 개구리의 끈적한 점액질이 흘러나옵니다. 그렇지만 만약 다가가려 한다면 아직 남은 혀가 테오도르를 채찍처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864 피가 묻은 머플러를 쫓아 가시덤불에 뛰어든 개가 상당히 처량했다. 물론 실전에서는 저런 것이 잘 통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시덤불에 개가 상당히 상처를 크게 입었으니 좀 더 큰 공격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869 장고 끝에 베어낸 클로드의 검이 슬라임을 베어냈습니다. 강력한 힘이 아니더라도 베어낸 것으로 슬라임은 두쪽이 났지만 물러나서 다시 합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공격으로 상당히 체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삼키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질 것 같군요.. 다시 공격하라는 듯 그의 쪽으로 다시 다가오려고 합니다.
>>871 아바돈은 손톱에 외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손톱이 깨져나가자 오산했다는 듯 빠르게 다가와서 발로 쳐 날려버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기 끌려오기 전의 상처가 깊었는지 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길게 베인 부분에서 흐르는 피를 조금 핥았습니다.
후각밖에 남아있지 않은 개가 머플러를 쫓아 가는 모습은 역시 볼만한 건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가시덤불에 걸려 개는 꽤나 크게 상처를 입었고 조금이지만 지친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판단. 이런 상황에서는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하지만 판단이 느려서도 안된다. 개의 다리와 목을 향해 가시 덤불을 성장시켜 행동을 막으려고 했다. 이정도면 된다. 한방에, 이게 성공한다면 크게 한번 검을 휘둘러 마무리를 짓자. 그렇게 생각하며 맥이 빠지는 기합성과 함께 개를 향해 달려나갔다.
"우와아아아!!!"
눈을 감지 않는 것은 처음에 배웠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단순한 동작. 움직이면 발로 차면 된다. 그저 그뿐인 일이었다.
의도대로 포가 입 안에서 터지자 제법 부상을 입은 듯 했다. 뜨겁지? 아프지? 나를 보는 저 두 눈이 씹어먹겠다는 듯 노려보지만 나는 피하지 않고 그 시선을 마주했다.
"뭘 그렇게 봐? 내가 원망스러워? 증오스러워?" "그런데 어쩌나." "나는 아닌데."
빠르게 기어오는 아바돈을 피하며 사방의 그림자들로부터 검날을, 아니, 검보다 거대하고 날 선 낫의 날들을 불러낸다. 위아래양 옆은 물론이고 작고 작은 영역에서까지 전부 낫의 날들로 가득 채워 아바돈의 전신을 난도질하려 한다. 이렇게 해도 죽지 않겠지. 나는 최후의 수를 생각하며 휘둘러지는 꼬리를 피했다.
아, 저거 멀쩡하네. 그럼 다음엔 몸통을 노리면 되겠다. 그대로 맞을 생각은 없었으니 최대한 오른쪽으로 피해 달려가려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서 찍어버리고, 피할 수 없으면 그냥 맞으면서 날개를 공격할 것이다. 한쪽 날개가 멀쩡하다면 다른 날개를 찍어버리면 된다. 널 반드시 꺾어버릴것이다!
"내려와 얌마! "
다시금 손잡일 내리찍고 도움닫기해 점프해선 다른 쪽 날개를 베려 하였다. 날갯짓 그만하게 해줄게!
역시, 반죽으로 물리적 타격을 입히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눈이라고 보이는 것을 가로막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아바돈에게 시력이라는 게 따로 존재할지는 의문이지만. 놈의 얼굴에 닿은 흙 주먹은 순식간에 굳었다. 팔이 얼얼했다. 분명 동상을 입은 것이리라.
“아악….” 분명 냉기에 당했는데도 팔은 벌겋게 부어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구 아려 온다. “아직 안 끝났어!”
딱딱하게 굳은 흙 주먹이 무너졌다. 흙인지라 쉽게 부스러져 바닥으로 쏟아졌지만 빈틈은 넘칠 정도로 충분히 벌었다. 녹인다! 넌 훌륭한 점토가 될 거다! 늑대가 달려나갔다. 그리고 놈의 얼굴을 오른편 손아귀에 붙잡았다. 놈의 주둥이를 쥔 손으로부터 공포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지금 녀석이 순식간에 나를 깨문다면? 놈의 앞발이 이미 피하기 힘들 정도로 가까이 와 있다면? 내가 무심코 너무 거리를 좁힌 것이라면?
손에 힘을 주어 아바돈의 코를 움켜쥐고, 놈의 육신을 녹였다. 최소한 그렇게 시도했다. 공포에 따른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아바돈을 녹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대책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늦었을 것이다. 야옹이는 과연 묽게 녹을 것인가, 내가 부주의에 집어삼켜진 첫 실패자가 될 것인가.
예상 외로 공격이 쉽게 먹혀들자, 그는 다시 후방으로 몸을 밀어내며 미소지었다. 아무리 아바돈이라도 결국 실습용이라,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실전에서는 당연히 다르겠지. 그는 거미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검을 든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이후 거미가 자신을 깔아뭉개려 시도했다. 그는 능력을 더 강한 출력으로 내뿜어서, 가장자리를 향해 이동하며 공격을 피하려고 했다.
" 이쯤되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게 있는데. "
그는 한 손에 들고있던 검을 던져 자신의 뒤쪽에 띄운뒤, 다른 검을 양손으로 잡고 능력으로 다리를 밀어내며 빠르게 거미의 측면으로 이동하려했다. 그 다음 칼을 거미의 몸통에 꽂아넣으려 한다.
예리한 칼날이 회색빛의 액체를 갈라낸다. 칼이 박힌 선을 따라 정직하게 두동강이 난 마물은 뒤로 뒤집혀 발버둥친다. 마치 갈라진 짝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듯이. 그때도 마찬가지였었지. 노란빛의 눈동자는 소년을 겨누었고 여린 살갗을 찢고 짓이기기위한 날카로운 이빨이 쫘악 벌려진 주둥이 사이로 번뜩인다. 그러나 커다란 도끼날이 마물의 주둥이를 갈라냈고 마침내 괴물은 쓰러졌다. 두려움에 하염없이 펑펑 눈물을 쏟아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울었던것은 소년의 아버지였더랬지. 클로드는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바닥을 향한 칼날이 작은 빛을 머금고 반짝인다.
형태가 불완전한 마물은 그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한다. 투구 가리개를 벗어내고 양손으로 칼을 움켜잡는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로 내려와 눈앞을 가린다. 이제 결착을 낼 시간이다.
"히야아아압!"
다시금 자신을 삼키려드는 벽을 향해 달려든다. 마치 스스로 마물의 몸 안에 뛰어들듯이. 아주 가까이까지 접근하자 검을 쥔 양손을 들어올린다. 기합과 함께 힘이 실린 칼날은 위아래 큰 폭으로 베어내려진다.
파리지옥에 스스로 뛰어드는 파리처럼.혹은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꽤나 무모한 행동이었다.그저 한방 먹이겠나는 생각에만 집중해서,내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도 모르는구나.역시 하급 아바돈이라 그런지,행동 하나하나가 헛점 투성이였다. 양손에 들고 있던 타도를 들어 아바돈의 뒷발차기를 막아내었다.조금 밀려나기는 했지만,그래도 아예 못 막아낼만한 공격은 아니더란다.방금 전의 레이저 공격에 데미지가 많이 누적되었던 탓일까.
>>874 다른 쪽 날개가 잘려 돌풍이 멎었습니다. 그리고 솜을 헤집은 것이 결정타가 되었는지. 축 늘어집니다. 아직 바르작대고는 있지만.. 완전하 죽이는 것도 좋겠지요.
>>875 아귀의 몸이 ㄱ자로 꺾이며 바르작대는 모습이 척추가 끊어진 물고기와도 같았으니. 머리를 가격한다면 완전히 죽일 수 았을 것 같았습니다.
>>876 성장한 가시덤불에 개가 방해받은 사이 베어진 에녹의 검이 크리티컬 히트로 개에게 작용했던 건지 상당히 큰 상처가 났습니다. 축 늘어져서는 남은 피마저 흘러내리고 있었고 달려들 힘도 없는지 숨만 조금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일격을 날리세요.
>>878 증오스럽냐는 물음에 크륵하고 이제는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가 긍정이라기보다는 애매한 표현이 났습니다. 전신이 난도질되면서도 기어서 헤일리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공격 수단이 남지 않았기에 목숨이 끊길 일만 남았군요.
>>879 캬아아악하는 소리를 내면서 허공의 비류에게 독을 뿜어내려 하지만 얼어붙어서 자신의 독이 자신에게 쇄도합니다. 그리고 비류의 검에 상당히 크게 베여서 바람새는 소리만 납니다. 독의 힘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목을 완전히 베어 완전히 숨을 끊는 것도 가능하갰군요.
>>880 모네의 사슬이 상당히 크게 박혀서 괴로운지 몸을 비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축적된 전기를 다 썼기에. 마지막 일격으로 죽일 수 있겠군요.
>>881 말의 자랑이었던 다리가 무력화되고 목도 꽤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냥 놔둬도 죽겠지만. 마지막 일격을 넣지 않는다면 실습 점수가 마무리에서 깎일지도요!
>>882 전장을 지배하는 것. 이라는 말을 이해하기는 했는지 황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어서 미러볼은 공격에 맞고 추락합니다. 지지직거리는 모습이지만 마무리는 해야겠지요.
>>883 나방이 굉장히 여유로워보이긴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방의 나머지 날개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기에 리타의 창에 날개뿐만 아니라 몸통도 조금 맞았네요. 마무리를 짓죠. 반항할 수단이 없으니까요.
>>884 알겠습니다! 라곤 해도.. 이제 많아야 3턴 정도 남았네요!
>>885 인디고의 계획은 맞아떨어졌습니다. 고양이과 맹수인 그것의 코는 아니고 어깨죽지였지만. 어깨죽지의 앞발과 입 부분이 녹아 반항할 수단을 잃었습니다. 완전한 끝을 주도록 하지요.
>>886 시도해보려 하는 것이 잘 먹혔습니다. 거미의 무른 배가 터지며 실의 재료가 되는 것들이 흘러나왔고 거미는 바르작대기만 합니다. 검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합시다.
>>890 아니타의 총알 열 개가. 그것에게 맞아 크나큰 상처를 더욱 크게 벌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니타의 당한 것이 얼마나 많냐는 소리에 그륵대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것은 죽어가는 그것이 내는 비웃음이었습니다.
>>891 클로드가 베어내는 것은 정확했습니다! 슬라임의 핵과 비슷한 곳에 손상을 주었군요. 빠르게 박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899 만만해 보여서 그렇게 던빈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검술에 토끼는 어느 정도의 피를 흘리면서 축 늘어졌습니다. 아직 바르작대는 걸 보니. 완벽하개 끊으면 될 것 같군요.
[공통반응] 두더지처럼 생긴 아바돈이 크르륵대는 소리가 들리고. 머릿속에서 직접 말하는 듯한 소리가 모두의 머리속에서 울렸습니다.
"감히. 감히. 당한 게 많다고 하였느냐. 감히 인간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타락자이시여.. 부디 이들을 전부 일소하소서.. 재앙의 신이자 우리의 창조주이시며 우리를 위해 이 땅이 되신 칼라미티께서 배은망덕한 너희들을 절대 용서치 아니하리라..." "세이크리드. 세이크리드! 이 배신자 같으니라고!" 그것은 절규와 포효와 증오를 한데 섞은. 단말마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공포에 떨게 하는 무언가였습니다.
//마지막 숨을 끊어주시고 우리에서 나오시면 됩니다! 10시 반까지 받을게요! 전투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감히. 감히. 당한 게 많다고 하였느냐. 감히 인간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타락자이시여.. 부디 이들을 전부 일소하소서.. 재앙의 신이자 우리의 창조주이시며 우리를 위해 이 땅이 되신 칼라미티께서 배은망덕한 너희들을 절대 용서치 아니하리라... 세이크리드. 세이크리드! 이 배신자 같으니라고!
비류는 스스로의 독에 당해버린 뱀의 모습을 보며 큭큭하고 여유롭지만 모호하게 맹수와 같은 웃음을 비스듬히 흘렸다. 오, 멍청이같군.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그녀의 예의 목소리를 담았던가.
■■의 별에 태어난 아이여. 비류는 슬몃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절규와 포효와 증오가 뒤섞인 단발마와 같은 목소리에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장도에 얼음이 얼어붙으며 처형대의 칼날과 같은 크기가 만들어졌다.
증오와 절규는 익숙해.
"닥쳐."
공포에도 흔들리지 않고 비류는 그대로 뱀의 목을 후려쳐서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버린 뒤 후욱- 하고 마른 숨을 내뱉었다.
언니. 조금 지친 듯 장도를 검집에 밀어넣으며 우리 밖으로 걸어나가는 비류의 걸음 걸음마다 상대한 아바돈의 피가, 핏자국이 선연해보였다.
피를 흘리는 개의 모습은 그저, 처량해 보일 뿐이었다. 이게 정말로 잘하는 걸까 싶을정도로 죄책감이 들 뿐이었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숨을 몰아시는 그 개의 모습은 그저 살려고 하는 생명에 불과했다. 내가 여기에서 해 줄 수있는 건 오직 이 고통을 끊어 주는 것 뿐이었다.
"흐읍..."
숨을 깊게 들이쉬고... 안된다. 피냄새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죽을것 같이 아파오는 머리속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선명하게, 누군가의 목소리로, 확실하게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마치 장송곡처럼 들려왔다. 죄를 더한다. 이건 내가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일이다.
"미안합니다..."
소리가 사라지고 눈앞의 현실이 들이닥친다. 가련하게도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개의 모습이 보였다.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검을 높게들고 한번에 끝내야 한다. 처형식과도 같은 모습에 혐오감이 들고 있었지만 해야만 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적에 대한 최대한의 자비라고 믿었다.
그는 이미 바닥에서 바스락대고 있는 거미를 바라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거미에게서 칼을 뽑아내다 칼에는 이상한 실의 재료들만이 묻어나왔고, 그가 원했던 무언가는..
" 없네요. 아쉬워라. "
그는 머리를 살짝 감싸며 이미 빈사 상태인 거미를 다른 손에 쥔 검으로 콱 내려찍었다. 그리고는 어디에서 들려오는지는 모르나, 어느 아바돈의 단말마가 그의 머리 속에서 울려퍼진다. 머리를 감싼 손을 내리지 않고 지친다는 듯이 음성을 듣고있던 그는, 어떤 말에 반응한듯이 순간 몸을 움찔한다.
" ..배은망덕? "
어째서? 그는 그럴리가, 전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뒤에 들려온 누군가의 이름은 이미 아무 상관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아바돈의 비명같은 소리가 그치자, 그의 표정은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이미 사체라고 해야할 거미의 몸통을 몇번 발로 내려찍었다. 화풀이라고 해야할지, 단지 확실한 마무리를 지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손이 벌벌 떨렸다. 뜨겁다. 신경이 고장난 것일까. 반쯤 녹아 흐물거리는 형체로 변한 아바돈을 걷어차고 다시 주먹으로 때렸다. 아바돈을 때릴 때마다 주먹이 진동하는 이 감각…. 반작용으로 손을 아프게 만들어야 아픈 것을 참을 수 있다. 주먹을 대여섯 번 내리찍다가 손에 힘을 꽉 주고 쥐어짜듯 붙잡아 결국 완전히 녹여 버렸다. 손을 떼고 힘을 빼자 바닥에 퍼진 아바돈의 시체가 굳었다. 손에 묻은 아바돈까지도 딱딱하게 말라붙어서, 구역질을 참으며 억지로 떼냈다. 살갗이 물러져 있었다.
“하아, 하아…. 이사장님! 저, 끝났어요!”
뒤를 돌아보며 가까스로 웃음지었다. 묘한 성취감이 감돌았다. 아바돈이 퍼붓던 저주의 말은 귓가를 스치듯 지나가 버렸다. 배신자라고 했나.
아바돈과 인류가 동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많이 있었다. 아바돈이 퇴화해서 동물이 되었는데, 인간도 동물과 다를 게 없으니까. 하지만…. 말할 줄 아는 아바돈이라. 칼라미티의 자손이라. 나는 복잡한 생각에 잠겨 우리에서 나왔다. 밖은 숲의 청명한 공기로 가득했지만 내 입과 코 안에는 아바돈 냄새가 잔뜩 고여 있었다. 순간 쌓여 있던 역겨움이 올라와 구토하고 말았다.
“웩… 윽, 우웩…!”
뺨에 토사물을 머금고 숲으로 달려가, 나무 기둥을 짚은 채 많은 것을 게워냈다. 먹은 것이 별로 없어서 결국에는 거품 가득 섞인 침만이 흘러나왔다.
정확한 검술은 완벽하게 유효타를 먹인 모양이었다.피를 흘리면서 늘어진 상대의 목숨을 확실히 끊어버리기 위하여 다가서려던 찰나 무언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것은 절규와 포효와 증오가 한데 섞여있었으며,자신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런 것이었다. ...허나,이상하리만큼 무감각한건 어째서일까.결국에는 제 검술에 당했을 뿐인 하찮은 아바돈의 마지막 단말마라고 생각해서였을까.
"곧 있으면 저세상으로 직행하실 몸께서 그런 말씀 하실 자격은 더더욱 없다고 생각합니다만.안 그래요?"
자신을 영영 보지 못할 상대에게만큼은 제 본색을 확실히 내비치는 듯.이어지는 말과 함께 지어지는 미소는 광기어린 광소 그 자체였다.당한게 많다는 말은,저가 한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얼마 지나지 않아 숨통이 끊어질 저것들이 입 밖으로 나불거릴 말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이내 남들이 보기라도 했을까봐 평상시 자신이 그랬듯이 이내 완벽하게 그 모습을 곱상한 미소로 덮어내고는,검을 겨누었다.
"..제가 아까도 말했었지요.선제공격을 날린 댓가는,죽음으로 사하겠노라고."
"오늘,저의 실습상대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부디 편안히 쉬시길."
처음에 자신이 그랬던것처럼,부드러운 동작으로 검례를 하고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몸을 세로로 두동강내었다.모든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서,검을 검집에 곱게 집어넣고서는 그대로 걸어 나섰다.
아바돈이 크르륵거리는 소리는 비웃음인가, 죽어가는 것이 내는 비웃음에 아니타는 조용히 두 눈으로 아바돈을 내려다 보았지요. 감히, 라. 당한 게 많다고 생각하냐고? 너희만 없었어도 모든 게 정상이었을거야. 아니타는 평생 사랑받고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손에 얻었을거고 사교계에서 정평이 난 존재가 되었을거고 내 눈은—
"닥쳐라, 죽어가는 것이 말이 많구나."
아니타는 총알 하나를 두더지의 미간에 박아넣었습니다. 그리고, 바르르 떨며 숨을 내쉬었지요. 부족해. 부족해, 부족해부족해부족해부족해부족해좀더저것을벌집으로만들어서복수해야해아바돈이모든것을망쳤어아바돈만없었어도내가이렇게망가지지않았을거야아니타의잘못이—
"아아아아악!!!"
제 분노를 이기지 못한 아니타의 절규소리와 함께 아니타는 이미 죽어버린 두더지를 향해 계속해서 총알을 박아넣었습니다. 하나, 다섯, 열, 열다섯, 서른, 서른 일곱, 마흔 둘..
귀로 들려오는게 아니라 머리로 울려오는 말이다. 아무튼간에 저 나방이 말하는게 아닌건 확실한것같다. 웬 두더지가 말하는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뿐이다. 뭐가 당한게 많다고? 뭔 말을 했는데? 뭘 용서해 너희가?????? 쟨 내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뿐이니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간에 몸통까지 맞았으면 다 맞은거잖아? 반항할 수단이 없는 나방은 더이상 쓸모가 없다. 질렸어~~이제 그만 쉬고 싶은데. 응. 점프하길 멈추고 이리저리 창을 돌리다 몸통을 향해 올려찍으려했다. 날개 없는 나방이야 한방으로 끝낸다.
"얌마 이제 그만 끝내쟈. 엉니 피곤하다. 으응? "
빨리 끝내고 케이크 먹으러 가야하니까! 그정도로 지금 머릿속엔 온통 케이크 생각밖에 나지않았다.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상하진 않았겠지? 아 빨리 먹고 싶다. 빨리 끝내고 먹으러 가고싶어! 슬슬 배고플거같단말이야!
아바돈이 힘을 다한듯 회색빛의 액체로 감싸진 핵이 드러난다. 이제 끝을 맺을 차례다. 클로드는 거친숨을 내뱉으며 마물의 핵을 검으로 내려찍는다. 이것으로 끝을 맺은것일까.. 허무감밖에 남지 않는 싸움이었다. 우리에 갇힌 마물들은 견습로머들에게 일방적으로 죽임을 당하는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마물의 숨이 완전히 멎게되자 그는 바닥을 향해 내지른 검을 쥐고 힘없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이런 기분인건가..
"...안식을 주소서. 안식을.."
힘을 잃고 회반죽처럼 주욱 퍼진 마물의 잔해 위에서 그는 작게 읊조린다. 그때즈음이었다. 증오에 가득찬듯 울분을 토해내듯한 외침이 들려오던것은. 누군가가 머릿속을 웅웅 울리듯 머리가 찢어질듯 아프다. 의미를 알수 없는 말을 연신 반복하는 목소리. 그것은 어쩌면 잔혹한 최후를 맞이한 아바돈의 단말마와도 같은 포효가 아닐까. 그 이질적인 목소리가 온몸에 소름을 좌악 끼치게 만든다.
"모두에게 전해진 목소리일까.."
클로드는 뒤편의 작은 입구를 향해 시선을 겨눈채 중얼거린다. 어쩌면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 모두 이 목소리를 들었을거라고 추측한다. 바닥에 박힌 칼을 뽑아내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색빛 액체 위로 투명하게 갈라진 마물의 중심부가 보인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누군가를 해쳐야만한다. 그렇기에 자신은 기사가 될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마물의 잔해만 덩그러니 남은 공간을 떠난다.
밖을 향해 이어진 작은 통로를 향해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빛이 반짝이는듯한 착각을 느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일이겠지.
>>954 추가 참 허무하게도 나방은 숨을 잃고 그자리에 떨어졌다. 공중 점프할때는 악에 받쳐 했는데 지금은 그냥 지루하다. 바닥에 떨어진 나방의 시체를 내려다보곤 쯧, 하고 혀를 찼다. 어쨌던간에 오늘 실습은 끝났으니 된거겠지! 자 그럼 어서 팀 숙소로 가자! 케이크가 날 기다리고 있다! 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나왔다. 들어갔을 때보다 많이 어둑어둑해졌다. 그 말은 케이크를 먹으러 갈 시간이란 뜻이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딸기케잌이었지 그러고보니! 가다려라 딸기케잌아! 엉니가 가께!
이미 반응레스 다시적기엔 시간이 없으니 저 이벤에서 들린 말에 대한 시엔의 반응을 짤막하게 추가하자면
+ 시엔은 그 말을 들었다. 강한 염기성을 띤 그 말은 머릿속에 울려서, 뇌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점 녹이고 끈적끈적 질척질척하게 만들어 결국 끝내는 두개골도 뼈도 전부 그 염기성의 말에 닿아 녹은듯한 기분이었다. 차라리 죽여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무섭고 혐오스럽고 싫었다. 싫어, 이런 거 싫어. 멋대로 눈에서는 눈으물이 흘렀고 순간적으로 메스꺼움도 느껴졌다. 괴로웠다. 저주에 걸린 건 아바돈이 아니라 나였던건가? 그 순간 저주의 패널티를 받아줄 인형이 없던 나에게는 몸이 찢기고 살이 파헤쳐져 내장이 헤집어지는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실제로 상처는 나지 않았는데, 어지러워. 눈 앞이 흐려지고, 찢기는 듯한 고통이 들었던 복부에 손을 대자 피가 묻은듯한 느낌이 들면서 피가 배어져 나왔다. 이내 시야가 암전되었다.
...라고 생각했지만 피는 묻지 않았다. 전부 환각이야, 환각이라구. 저주를 사용한 부작용으로 걸려온 환각. 분명 아무런 상처도 없었지만 너는 아팠겠지. 너는 상처가 난 것처럼 피를 흘리는 것 같았겠지. 하지만 아냐. 환각이야. ...앞으론 인형을 많이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