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는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집에 있지만, 가끔은 밖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집에 있을 때와 같이 앞머리는 핀으로 고정하고 더러운 앞치마 차림 그대로 밖으로 나왔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는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무의식적으로 경찰서 근처까지 온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차림 그대로 경찰서로 돌아가긴 애매하니 항상 가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홀리듯이 냉장고에서 꺼낸 과실주 하나를 계산하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안주도 없이 과실주를 그대로 들이킨다. 복숭아맛 탄산음료와 비슷한 맛이 난다. 그러나 곧 묘한 쓴맛에 눈을 짓푸린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다. 이미 결정이 난 부분임에도, 섣불리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답이 오질 않을 질문을 계속 던진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런 상태이려나.
술기운에 멍하니 돌아다니는 사람을 바라보다 보면,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는 월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을 흔들하고 인사 했다.
아..그리고 크로스오버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에요! 따로 크로스오버 스레가 만들어질 예정이고 거기서 놀게 될 거예요! 다만...스레 자체는 토요일에 세워질 거예요! 미리 크로스오버 때의 스토리를 위해서 저와 동화학원 캡틴 분이 일상처럼 돌려둬야 하는 것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스레가 세워져도 바로 찾아오지는 말아주세요. 본격 입장은 스레주가 인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말을 굳이 안해도 잘 지켜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크로스오버 때는 우리들만 아는 정보로 잡담을 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하지 말아주세요.
크로스오버는 다른 스레와 어울리는 것. 더욱 더 평소보다 소외당하는 이가 없도록 주의를 해야하는 법이에요. 그렇기에 우리들은 최대한 그 안에서는 스레의 비설을 이야기하지 않고, 위키에 실리지 않은 비설이 일상에 적용된다고 한다면... 꼭 설명을 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합시다. 무엇보다 타 스레와 함께 하는 행동인만큼 예의를 지키는 것을 잊지 마시고, 타 스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메타는 가급적이면 그 기간은 이야기하지 말도록 합시다.
기왕 하는 크로스오버. 재밌게, 즐겁게,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법이죠.
아빠가 사라진지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 연구소에서 만난 연구원은 안전하게 그 장소로 데려갔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다른 연구원 한 명 뿐이다. 일단 행방을 찾고 있지만, 꽁꽁 숨어버린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때 있었던 사건을 그 사람도 듣게 되었고, 혹시나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지 않을까 싶어 숨어버린 모양이다. 적어도 지금 연구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일단 그 부분은 서하 씨와 내가 힘을 합쳐서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지금도 찾고 있다. 그리고 계속 추적 중이다. 아무리 그래도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니까. 일단 이 성류시를 벗어난 것은 아닐테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든 조사를 하면 찾아낼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조사를 하는 도중에 잠시 바람을 쐬러 옥상으로 올라온 상태다. 서하 씨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만 휴식 시간을 빨리 받아냈다. 평소에는 입을 삐죽였을 서하 씨도 그냥 말 없이 허락해줬다. 머리를 식히라고...
하늘 위는 오늘도 별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때 들은 사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저 별은 엄마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었지. 아마...? 자신의 동생이 밤이 되면 언제든지 별을 볼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엄마가 만들어낸 그 별을 바라보며 조용히 팔을 뻗었다. 별을 잡는 것처럼... 물론 그런다고 별이 잡히진 않겠지만...
그 날 이후, 이모도 연락이 되지 않고 아빠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모도, 연관이 되어있는 것일까. 아니. 사실 연관이 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나도 바보는 아니다. R.R.F에 아빠가 동참하고 있다면... 당연히 엄마의 여동생인 이모가 무관계일리가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해봤지만 받지 않는 그 모습에...확신했다. 이모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아빠..."
어둠 속에서 아빠를 조용히 불렀다. 어린 시절,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는 경찰 일을 하면서 나를 힘들게 키웠다. 정말 사랑과 정성으로... 아빠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소중하고 소중한 가족이다.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워준 정말로 사랑하는 가족이며, 나에게 있어선 이상이었다. 내가 경찰이 된 것도, 절반은 엄마가 죽은 그 '사고'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였고, 다른 절반은 아빠를 존경하기에, 아빠처럼 멋진 경찰이 되고 싶기 때문이었으니까.
아빠의 뒷모습과 그림자는 나에게 있어서 자랑거리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를 대라고 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아빠를 댈 수 있다. 그만큼 아빠는 나에게 있어서...그 무엇고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이제 그 뒷모습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정말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R.R.F로서 대립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경찰로서, 아무리 상대가 아빠라고 해도... 당당하게 맞설 생각이다. 그야 난 경찰이니까. 아무리 아빠라도,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한다면...난 당연히 경찰로서 체포해야만 하니까. 하지만...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이 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 두려웠다. 아빠는 필시 엄마의 일 때문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일 때문에 R.R.F로서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노리는 거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난 아직도 엄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하려고 하면 마치 뭔가가 기억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경찰로서 아빠에게 맞서겠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내가 엄마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면... 그렇다고 한다면...나는 그때도 경찰로서 있을 수 있을까? 사실 어린 시절의 일이라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그런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내 기억을 억제하고 있다면..? 그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나도 모르게 아빠를 찾게 된다. 언제나 이렇게 힘들고 불안할 때 나를 달래주고 안아준 것은 아빠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큰 품이 더 이상 내 옆에 없었다.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리고... 우리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과는 대적하는 이가 되어버렸으니까.
차가운 바람 속에서 유난히 그림자를 찾게 되고, 그 뒷모습을 찾지만... 더 이상, 그림자도, 그 뒷모습도, 내가 동경하던 그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저녁의 공기는 시렸다. 뺨에 닿는 냉기에 볼이 금방 얼얼해졌다. 숨을 내쉬면 입김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치미니 손난로를 챙기러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지. 서류 작업이란 답답함에서 빠져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감각이 없어진 것 같은 제 뺨 위에 손을 얹었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터라 데워질 일은 없지만. 두어 번 쓸어 보이다 내리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됐다. 됐어. 오늘은 이 매선 바람이 오히려 더 필요할 것 같으니. 가만 선 채, 거리를 눈에 담다 걸음을 옮겼다.
막 첫 발을 뗀 쯤,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고갤 돌려 살피니 과연 권주였다. 편의점 앞에 앉아있는 그를 물그레 바라보단 가까이 다가섰다. 비번일 텐데. 이 시간에 어연 일인지. 의아한 듯 살짝 눈을 뜬 채 바라보단, 놓인 과실주에 시선을 둔다. 늦게서야 건네져온 질문에 답을 건넸다.
......피구하다가 넘어졌다고요...? 다친 것이..세상에...! 아실리아주...병원은 갔다오셨나요?! (동공지진) 그...그...안 가셨다면 빠른 시일내로 병원 가보는 거 추천할게요! 예전에 다친 것이 다시 도졌다고 한다면...그거...가벼운 것은 아닐테고... 그리고 텀이 긴거야 상관은 없답니다. 저야 뭐...스레분들이 다 아시겟지만 느긋하게 돌리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일단 괜찮다고 하니...믿기는 하지만, 너무 무리는 말아주세요.
음...그렇다고 한다면 선레를 부탁해도 될까요? 그때 편지에서 아실리아에게 대화에 응할거면 찾아와달라고 한 것도 있고 말이에요. 물론 힘들다면 제가 먼저 써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에요. 다만 이 경우는....대화를 하기로 하고, 서를 나와서 바닷가 해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부터 시작할듯 하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