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제 목표는 1월 21일까지는 Case 10까지 다 끝내는 거랍니다. 사실 1월 마지막주 금토일에 2박 3일로 놀러가는지라..그 주는 스토리를 못하고 이벤트 띄우고 갈 가느서이 매우 크거든요. 일단... 1월까지는 전반부를 다 끝내고 이제 남은 시간 동안 후반부를 진행하고 싶어지네요.
정말 괜찮은걸까.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당신이 품 안으로 바르작거리며 파고들자 조용히 미소지었다. 다른 누구에게 이랬더라면 필시 질투를 할터라지. 앞으로는 나한테만 이렇게 안겨주길 바랄게요. 그대의 머리카락에 뺨을 파묻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뺨을 스치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다.
앗, 엘리베이터가 왔구나. 어느새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휠체어를 끌고, 당신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힐 때 즈음.
"앗, 아앗. 사실을 말했는데 왜 그래요. 아얏."
아프진 않았지만.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기더라. 그 모습조차 미치도록 사랑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럴줄은 몰랐는데. 볼을 잠시 부풀리나 싶더니 당신을 꾸욱 끌어안았다.
버스 안으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버스 안을 천천히 걸으면서 빈 자리를 찾았고, 중간 즈음에서 유일한 빈 자리 하나를 운 좋게 발견하였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모자를 쓴 청년에게 다소 어색한 한국어로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았다. 창문 밖을 바라보던 청년은 "아, 네"라며 남자를 무심코 돌아보았다. 남자도 문득 청년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맞았다.
"아."
청년이 먼저 외마디를 흘렸다. 그러자 이어서 남자의 입에서도 같은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즉시 서로 시선을 피하였다. 표정이 모두 좋지 못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벌레라도 씹은 표정이라고 할까. 버스는 출발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설마 너였을 줄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본어였다. 청년은 불만 가득한 무표정을 흘깃 남자에게로 향했다가 다시 창문 밖으로 돌렸다.
"아, 오늘 일진 왜 이러지..." "여기 살았냐." "최악이다..." "질문에 답해라." "시끄럽네. 지금 기분 나쁘니까 건들지 말아줄래."
또 다시 침묵이 따라왔다. 그 상태로 계속 있다가 결국 청년은 한숨을 쉬고 그 침묵을 깼다.
"여기엔 무슨 볼일이야. 얼른 일본으로 꺼져줬으면 좋겠는데." "네놈에게 알릴 이유는 없다." "아, 그래. 필요없어. 어차피 대충 짐작은 되고...아아, 생각할수록 기분 나빠. 역시 이 버스에서 당장 내려, 당신." "왜 내가 내려야하는 거지? 네놈이 내려라." "아니면 그냥 지금 당장 죽던지. 제길, 살아있었어. 하수구에 머리 박고 죽었으면 좋겠는데." "닥쳐라. 네놈이나 죽어라." "먼저 죽어주면 한 번 생각해보지." "입조심해라." "하, 누가 누구더러 조심하래."
살벌한 일본어가 오가더니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남자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번갈아가며 침묵을 깨는 꼴이다.
"...하나만 물어보지." "묻지마." "하루나, 그리고 코우스케."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청년은 표정을 찌푸리고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무슨 의미야." "설마하는 건데, 5년 전 그 사건...네놈의 짓은 아니겠지."
그대로 입을 닫고 남자는 질세랴 청년을 묵묵히 노려보았다. 소년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레짐작도 정도가 있지. 난 그런 더러운 일에는 관심없어."
다음 정류장에 도착한다고 안내하는 소리가 울러퍼졌다. 청년은 무릎을 잡고 일어서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당신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고미'키." "코미키다. 가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고미'키가 더 어울리는 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걸. 쓰레기만 있으니까."
저도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일상을 한번 돌려보려고 생각중이랍니다. 다들 바빠보여서 못 돌리고 있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어서 이 판을 터트려야겠습니다!
996이른 결말, '끝' 과 '그리고' - Wol, Prai, Riki
(6209136E+6)
2018-01-10 (水) 17:06:06
하지만 나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끝낼 거라면 이 자리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미련한 남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입 다물고 있는 꼴이 아무래도 말 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럼 내가 말해야지 어쩌겠어.
크흠. 그럴 듯한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고개를 돌려 둘러앉은 그들을 보니 그들도 마찬가지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한번씩 마주치는 시선에 나는 웃었고, 리키는 어깨를 으쓱이고, 프레이는 왜인지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지난 7년간 서로 외면하던 시선이 지금에서야 마주해 우리의 얼굴이 서로에게 선명히 보였다.
그동안 어긋나기만 하던 시선이, 이제야 맞았다.
"정이란게 무섭긴 무섭네. 이 밉상들이 미워 보이질 않으니." "내가 할 말이다." "난 아냐. 둘 다 그렇게 감쪽같이 날 속이고...!" "네가 멍청한거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누구더라-" "윽...!"
괜히 대들다 한방 먹은 프레이가 움찔 떨며 난처한 표정을 짓자 나와 리키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가벼운 웃음소리가 한차례 지나가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지금이구나. 그 생각이 들어 나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농담 따먹기는 그만 하고 이제 솔직하게 얘기하자. 앞으로 어쩌고 싶은지. 프레이도 리키도 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모든 걸 해온 건 아닐 거 아냐. 그치?
나 역시 스스로 진실을 파헤치면서 생각이 수도 없이 바뀌었어. 한때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던 증오와 원망이 하나 둘 알아갈수록, 그 속의 너희를 이해해갈수록 옅어져갔지. 전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남은 것도 흩어지는 건 시간 문제일거야. 더이상 원망할 상대도, 복수할 가치도 없어졌으니까.
최종적으로 이 결론을 내린 건 비교적 최근...그러니까 너희가 여기에 오고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사이지만, 절대 허투로 내리거나 자포자기로 한게 아니라는 걸 미리 말해둘게. 정말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린 내 결심이자 내가 바라는 결론은-
앞으로도, 너희와 함께하고 싶어. 지금처럼. 그리고 옛날처럼."
어쩌면 예상되었을 그 말에 누구랄 것 없이 숨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셋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미세하게 떨려온다. 나는 차마 누구의 얼굴도 보지 못 하고 말을 이었다.
"과거를 잊자고는 안 할 거야.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그래도 있잖아? 원망하고 미워했던 시간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더 길잖아.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결국은 마주보게 됐잖아. 이제야 마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헤어지고 싶지 않잖아...나만, 나만 그래? 나만 그런거야?"
끝의 끝에 와서 덜컥 겁이 나 말끝이 흐려진다. 정말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봐. 프레이와 리키가, 아니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떠나버릴까 봐.
울컥울컥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고 삼켜내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서워도 봐야 했다. 나 외의 둘의 생각이 어떤지. 이것만큼은 피하면 안 되니까.
떨리는 눈을 들어 둘을 바라보니 둘도 나를 보고 있다. 프레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리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불안이 현실이 될까봐. 하지만 이 후 들려온 말들은 내 불안을 사그러뜨려 흩어지게 해주었다.
"너를 떠나려면, 이 관계를 부수려면 진작 할 수도 있었어.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유지된게 정말 놀랄 일이지. 어긋난 상태였긴 하지만. 그래. 나도 네 말처럼 이제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데 떠나고 싶진 않아. 그리고 이 결말은 내가 바랐던 것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어. 한번만 더 내 이기심을 받아달라고. 너희와 함께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내 생각을."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나 역시 계속 함께이고 싶어...너희는 내 생에 둘도 없을 친구고, 가족이니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다른 생각을 해오던 세 사람이 사실 같은 끝을 바란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 타인이 보기엔 절대 이해받지 못 할 생각이었다. 우리였기에 가능한, 우리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서로를 지독하게 잘 알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우리이기에.
나는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 숨이 끊어지는 듯한 탄식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 말을 끝으로 결국 나도 울었다. 소리를 죽이던 프레이와 달리 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지난 원망, 서러움, 모든 것이 녹아든 눈물을 쏟아내는 내 뒤로 희뿌옇게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 Epilogue -
둥지에는 두 알이 남아있었습니다.
성장을 멈춘 잿빛 알과 태어나길 포기한 검은 알.
두 알의 시간은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것만 같았습니다.
더이상 자라지 않고, 껍질을 깨지 않은 채 가장 불행한 끝을 맞이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이 그저 그렇게 스러지게 두지 않았습니다.
금빛 새 역시 그냥 지켜보게만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세상은 금빛 새로 하여금 둥지를 흔들게 만들었고,
두 알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껍질이 깨지게 만들었습니다.
잿빛 알에서는 영롱한 에메랄드빛 깃털에 석류석 같은 붉은 눈을 가진 새가 태어났고
검은 알에서는 심야의 밤하늘처럼 검게 빛나는 깃털에 깊은 호수처럼 푸른 눈의 새가 태어났습니다.
도망치고 외면하기만 하던 서로를 끝끝내 마주하게 된 세 마리는 그제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머물렀던, 진작 떠나야 했던 둥지에서 떠났습니다.
그들은 더이상 그 둥지에 있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 세 마리는 정말 즐거운 듯이 날갯짓을 해 날아갔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말 정말로 즐거운 듯이.
저 멀리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하늘로.
//지금까지 울프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