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 그런가요? 음, 그렇다면... 가베가 방학에 가문간의 작은 교류로 가베와 니베스가 같이 히노키 가문에 갔을 때 만났으면 히노키가 니베스도 알고있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애들이 치밀하게(?) 괴롭혀서 몸통의 보이지 않는 곳에만 막 흉터가 있고 그럴테니깐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을테고... 혼자서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히노키가 얼굴 뺀 몸통만 상처투성이로 쭈구리(?)한걸 가베가 우연히 목격했다던지 그런건 어떨까요? ㅊ친해졌을 거에요..!! 히노키가 사람이랑 친해진다는 데에 약간 트라우마같은게 있긴 하지만 가베라면 그래도 친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어느정도 친해졌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된다면... 히노키가 ~씨를 안붙이고 부르는 사람 중에 가베가 들어갈 수도 있겠네요! 여전히 존댓말은 사용하지만...
레이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어린 시절부터 사기노미야 츠카사가 퍽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은 그가 자부하는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찬사는 아니었다. 레이나가 언제나 주시하는 것은 그의 눈이었다. 어렸을 적 레이나는 그의 눈이 반짝이는 석류알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혹은 타오르는 태양, 레이나의 긴 머리칼이 바다 위에 부서지는 석양빛이라면 그의 눈은 보다 원초적인 태양과 같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츠카사의 눈이 어릴 적과는 조금 다른 빛을 담고 있다고 여긴다. 조금 더 무기질적인, 이를테면 아버지가 자주 세공하던 주먹만한 루비라고 할까. 그가 변한 까닭은 단연코 작년에 겪은 상실이었다. 그가 변하기 시작했을 때, 롤링스톤의 이 발랄한 소녀는 이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퍽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사실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던 문제인 지도 몰랐다. 레이나는 여전히, 전과 아주 똑같이 츠카사를 대했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츠카사는 츠카사였다.
"나는 아주 보고 싶었는데, 조금 실망해도 되는거야 츠카사?"
이 정도 장난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아니, 솔직히 아주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까, 그러나 레이나는 아주 여유롭게 고개를 돌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토닥토닥... 저도 정말 정붙이고 있는 스레도 많았고, 또 사람들 보고 싶을때마다 정주행하던 스레도 많았는데... 실은 도메인 내려갔을 때 기분 이상해서 백업 시작했었거든요. 그런데 사이트 고쳐졌길래 아, 백업 안해도 되겠다 싶어서 멈췄었는데... 그게 페이크일 줄이야ㅋㅋㅋ큐ㅜㅠㅜ
레이나 코렌느 롤링스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주쳐왔던 소녀의 이름이다.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형용할 단어는 찾지 못하겠지만, 그리 먼 사이는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반대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인지 예전부터 꽤나 사근사근하고 발랄한 성격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 날카로운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하지만 난 예전처럼 내게 일어난 일들을 모두 그녀에게 털어놓지는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그녀와 멀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그녀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바뀌었을 뿐이지, 우리 관계가 틀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딱히 복잡하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글쎄, 이 정도로 실망하긴 조금 이른데? 그러다가 나중에 정말 실망할 일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한 발자국 훌쩍 다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늘 그랬듯이 장난스런 말투로 대꾸했다. 슬쩍 입꼬리를 늘리며 그녀의 웃음에 나도 함께 웃어버렸다. 난 바뀌었지만 날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예전과 다를게 없었다. 이런 그녀의 태도는 썩 마음에 들었다. 하나 걸리는게 있다면. 내가 어떻게 변하든 그녀의 태도가 바뀌는 일은 없을거라 믿고 있지만 날 너무 좋은 애라곤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뭐~ 이러나 저러나 이 관계가 유지되는건 딱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니까, 그 사이 충분히 즐겨두도록 할까? 학교를 나간 이후엔 내 쪽에서 먼저 이 관계를 끊어버릴 생각이다. 가문끼리 교류가 있다보니 한 번씩 얼굴을 마주치긴 할테지만, 우리 사이가 예전같진 않겠지.
"뭐라고 대답해줄까? 잘 지냈다는 평범한 대답과, 잘 지내지 못했다는 부정적이 대답이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취향이야? 아, 그리고 내가 예쁜건 너무 당연한거라 딱히 입에 담지 않아도 괜찮아~"
생긋 웃으며 제 검은색 머리를 비비 꼬았다. 이 정도면 문제없이 잘 지냈겠지? 몸이 어려진 뒤엔 기숙사에만 틀어박혀 있느라 소동에 휘말리지도 않았고, 몸이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별 일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만약 그녀가 잘 지내지 못한 이유를 물어오더라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서로 안부만 묻고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차라도 한 잔 마실까? 가문에서 좋은 찻잎을 보내줬거든."
.dice. 1 8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이 정도로 실망하긴 이르다. 분명 농담이지만, 무시할 수 없을만치 뼈가 담긴 모양새다. 글쎄, 어떡할까. 긴 머리끝을 손가락에 베베 감으며, 레이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할까?"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가볍게 응수한다. 그러나 사실, 레이나는 그녀가 정말 츠카사에게 실망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정말 나쁜 사람은 아주 드물고 희귀하다. 츠카사 역시 좋은 사람-좋은 친구라고 빋고 있는 것이다. 혹여 그녀가 상처받을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것이 츠카사의 진심은 아닐 것이다. 이 긍정적인 사고는 어쩌면 한번도 미움받아 본 적 없는 소녀의 기만인 지도 몰랐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거절하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겠지?"
잘 지냈을까, 그러지 못했을까. 어느쪽이든 츠카사가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수업도 끝났고, 레이나도 오늘만큼은 여유로운 참이었다. 따뜻한 곳에 가서 더 대화나 나누자. 사실 레이나의 취향은 차 그 자체보다는 티타임 특유의 몽글한 분위기와 달짝지근한 다과였지만, 그런 디테일 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테다. 자, 가십시다. 레이나는 빙글 웃으며 에스코트 해달란 듯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보자. 맨 처음에 멈뭄멈뭄멈뭄미신, 이라는 신이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했고, 음료인줄 알았던 것은 인외가 마시면 취하는 술이었고, 그걸 마시고 나서 무지개를 토하고, 발음이 제멋대로 바뀌고, 이젠 복슬복슬하고 작은 강아지가 되었다니. 아무리 자신이라도 이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베아트리스가 분명 또 편지를 보낼게 뻔하지 않던가.
일단은, 이 쓰다듬는 손길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
간신히 학생들에게서 벗어난 가베는 하도 쓰다듬어 제 털이 흑색이 된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정전기가 뻗친 털을 정리하기 위해 몸을 털고 제 앞발을 하나 들어 개가 된 자신의 외형을 떠올리려 애썼다. 어떻게 생긴 개지? 일단 세상이 너무 넓어보이니 큰 개는 아니다. 대충 소형견이겠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흰색 털뭉치가 되어버린 가베는 이리저리 그 작은 몸을 이끌고 뽈뽈 걸어다녔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마자 폴짝폴짝 뛰어 누군가를 향해 그 앙칼진 울음소리로 짖어대는 것 이었다.
"왕! 왕왕!!"
히노키의 주변을 마구 폴짝거리며 짖는 솜사탕...아니, 포메라니안의 눈은 연두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벌써부터 복잡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니까. 난 지금 우리의 관계가 꽤 괜찮다고 생각하거든? 당분간은 이대로 지속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살풋히 눈웃음 지었다. 그나저나 복도에서 마주친거면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인었던 걸까? 츠카사 역시 오늘 시간표가 꽤나 빡빡한 편이었지만 어차피 성적으로 진로를 정할 것도 아니고, 가문에서 정해진 길을 걸어갈게 뻔했기에 크게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래도 4학년으로 올라오고 백호기숙사의 4학년 대표라는 감투를 쓴 이후엔 조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지금은 예전과 다름없이 성적을 던지고있는 중이다. 애초에 자기자신이 뭘 어떻게 노력하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없을거란 사실을 잘 알고있던 츠카사로선 성적이나, 수업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혹시 거절하려고 했었어? 하지만 이걸 어째~ 네가 거절해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이었거든. 애초에 너한테 선택권은 없었는걸~"
승낙해준걸로 봐선 꽤나 시간이 여유로운 모양이다. 복도를 지나쳐 대충 정원을 돌아보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잠을 청할 생각이었는데. 이래선 잠은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서로 기숙사가 달랐기에, 기숙사 휴게실에서 티타임을 가지기엔 무리가 있을테고. 어디 괜찮은 장소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츠카사는 제 앞에 내밀어진 그녀의 새하얀 손을 빤히 쳐다보다가 씨익 웃으며 마주 잡아버렸다.
"우리가 티타임을 가지기에 적당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 레이나쨩만 알고있는 비밀장소 라던가~ 이런 곳 없어? "
일단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잠시 백호 기숙사에 들렀다 갈까? 작게 덧붙이곤 자리를 옮기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냈다.다과는 무얼 준비하는게 좋을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적당한게 떠오르지 않았다. 난 늘 그랫듯이 모찌류가 좋은데. 그녀를 위해 케잌이나, 다른 디저트류도 준비해줘야 하나? 어렵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