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돌이 장사꾼의 대단하신 짐】 『가장 어두운 때라도 검의 끝이 항상 올바른 곳으로 향하도록 이끌고, 차가운 바위와 모래가 이윽고 뜨거운 날의 형태로 이 땅 위에 솟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인간들에게 배푸는 것. 그것이 칼과 제련의 신, 가장 오래 된 도구의 신이다. 인철신, 혹은 날붙이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사람들의 입에서는 드물게 오르내리고 있다.』
>>2 【칼과 제련의 신을 모시는 모험가】 『본업은 물건을 싼값에 구매하고 비싼 값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랑상인. 현재는 파를 상인조합 소속이다. 은연중에는 돈을 벌기 위한 여정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다. 불행했던 과거를 원망하기보다는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무던히 살아갈 뿐이다. 원래 이런 세상이니까. 그러나, 순응은 하지만 이 세상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아민은 제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어두운 동굴을 쉬지 않고 내달렸다. 희미한 랜턴 불빛은 겨우 몇 발자국 앞까지만 시야를 밝혀줄 뿐이었고, 그마저도 정신없이 흔들리는 탓에 정신마저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바싹 마른 입안에선 쇠 맛이 나고 정수리에서 심장이 쿵쾅댄다. 헉헉대는 숨소리가 제가 내는 소리인지 등 뒤까지 쫓아온 야인들의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잔꾀를 부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아민은 잘 알고 있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리면서, 차라리 이 앞길에 절벽이던 호수던 무어라도 있길 바랄 뿐이다.
이제봐서 맞서봐야 소용 없을 것을 깨달은 당신은 이 깊게 가라앉은 어둠 속을 내달리기로 한다. 그 뒤로는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너무나 어두운 곳이다. 뒤통수에서부터 엄습해오는 야인들의 울부짖음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는지 뒤로 나아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저 발이 닿는대로 달렸고, 막힌 길이 있다면 손으로 훑어서라도 길을 찾아 달렸다.
그렇지만 만약, 아주 만약의 얘기. 이대로 앞에서 듣도보도 못한 또 다른 마물이 나타난다면...
"끼엑――! 끼에에에에――!!!"
고개를 스멀스멀 들어올리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듯, 당신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울음소리가 다시금 귓전을 때릴 기세로 울려펴져 온다. 이제는 정말로 가까워졌다. 여기서 정말로 끝인 걸까. 빛도 보지 못한 채로, 어둠 속에 잠겨서...
죽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번뜩 듦과 동시에 이제까지 맹목적으로 어둠을 뚫고 달려 온 당신은 맞이하게 된다.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석등. 그 뒤로 드리운 작은 연못.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이 모든 것을 비추는, 천장의 틈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은은한 달빛. 순식간에 한 눈에 들어오는 아닌 때의 신비로운 장소에 당신은 순간 도망치는 것도 잊어버리고서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신의 눈에 띄는 것은 석등 앞에 고스란히 놓인 길쭉한 직사각형의 나무 상자다. 어째서인지 그것만큼은 세월의 때를 조금도 타지 않은 채였다. 이것들은 자연물이 아니다. 명백히 다른 자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배치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들은 적이 있을테다. 이 조형물들은 따지자면 어떠한 종교적인 장소. 즉, 성소와도 같다고 당신이 지금까지 장사꾼을 전전하며 쌓아온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깊은 곳에까지 자신 이외의 누군가 들어왔다고 하는 것인가. 그렇지만 보이는 건 그것이 전부다. 단지 그것뿐.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다. 빠져나갈 길도, 다른 누군가의 인기척도, 조금의 자그마한 도움도 없다. 상황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당신이 그 사실을 다시금 알아차리면, 그 사이에도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야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끝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울려서 바로 등 뒤에까지 다가오고 있었을 것이다.
항상 배려하고 격려해 줘서 고마워요! 상황 묘사라던가, 토코주가 다 해주셔서 상대적으로 너무너무 짧고 성의 없어 보이는데 아마 신님 만나고부터는 아닐 거예요...! 저도 장문 잘 써요!! 희힝 아무튼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토코주도 느긋하게 써주세요! 좋은 밤 되세요~~
어느새인가 눈 앞의 야인이 휘두른 손 도끼가 당신의 어깨를 깊게 짓누르며 파고들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저 목을 빗겨나가 일격사를 면했다는 것 뿐이었다. 그 거대한 통나무조차 가르는 무식한 벌목 도구다. 반면 그저 인간일 뿐인 당신의 몸이 지금 어떤 꼴이 되었을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직감이 가는 수준이었다.
"크륵!!"
당신의 자세가 무너지자 그 옆에 있던 두 번째 야인은 틈을 놓치지 않고 몸뚱아리를 거침없이 발로 걷어차버린다. 이미 한 차례 도끼날을 받은 몸이 그 충격을 버틸 리는 만무하다. 심지어 산과 야생을 뛰어다니며 모험가 사냥을 수차례 거듭한 야인의 각력이라면 더욱. 발길질에 당한 당신은 거의 내던져지는 것처럼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그대로 몸이 붕 뜨듯 날려져서 거기에 있던 석등에 등을 부딪히고, 몸과 상처에 고스란히 충격을 받으면서 오래 된 성소였던 주변의 구조물조차 한꺼번에 무너트려버렸다. 당신이 야인들 앞으로 나서기 바로 직전에 보았던 상자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자는 눈 앞에 나뒹굴며 그대로 엎어져 당신의 다리 위로 뚜껑과 함께 내용물을 쏟아내었다. 이런 곳에서 저 홀로 조금도 때조차 허용치 않았던 상자. 그렇지만 관짝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좁았던 상자... 헌데 그 안에서 굴러나온 것은 단지 기다란 막대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니다. 그것은 막대기가 아니라, 그저 장대를 연상시키듯이 엄청난 길이를 취하고 있는, 말하자면 하나의 검이었다. 고운 비단에 둘러싸여 검붉은 외장의 검집 안에 시퍼런 칼날을 숨기고 있는, 흔히 쓰이는 것들과는 달리 굉장히 이질적인 모습의 검. 이런 순간에도 당신의 장사꾼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만 왜 이런 것이 여기에 있는 걸까. 어깨와 몸에서 터져나오는 통증을 참으며 그런 것을 지금 생각해도 당신은 알 수 없다.
"시식... 시식!"
그렇지만 와중에도 야인은 그런 소리를 내며 도끼를 맞고 피를 흘리는 사냥감을 끝장내기 위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야인은 무리를 짓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정도의 지능이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 느긋한 발걸음은, 당신을 조롱하는 의미임이 분명한 것이었다.
으음~ 너무 내가 혼자서 전부 하고 있는 걸까? ㅜㅜㅜ... 만약 그렇다고 느낀다면 좀 더 짧게 써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엣 성의 없다고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어~! 나는 글의 길이랑 성의같은건 하나도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아민주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써주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갑자기 장문 잘 쓴다고 어필하는 아민주는 왠지 귀여워 ㅋㅋㅋㅋ 다시 말하지만 그냥 아민주가 편한대로 써주면 그걸로 토코주는 만족이야! 보다시피 토코주도 문장같은 거 잘 쓰는편은 아닌걸...!
레스는 올려놨어~! 처음부터 아민을 너무 막 굴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정도는 괜찮겠지?! 아민주도 적절할 때 이어줘~ 그럼 또 내일 보자!
아니에요! 지금은 처음에 신님을 만날 때까지 스토리 진행해주시는 부분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토코주는 정말 잘해주시는데 저는 원체 손이 느린데다 왠지 조바심을 느껴서 자책하는 말을 많이 했네요... 이젠 안 그래요! 앞으로 더 잘할게요! 이정도 굴리는 건 환영입니다~ 오히려 제가 처음 구상했던 내용도 딱 이정도 수준으로 굴렀어서 너무 신기하네요 ㅋㅋㅋ 답레는 시간 날 때 가져오도록 할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민주도 이정도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던 거야?! 진짜 신기하다 ㅋㅋㅋㅋ 벌써 이 말만 세 번째 정도 나온 것 같은데, 우리 정말 죽이 잘 맞네~! 확실히 지금은 진행해야 되니까 조금 반강제적으로 상황을 넘기는 부분이 있지만... 다음에는 뭔가 반응 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남겨두고 싶다고 생각하고있어. 아민주가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줘서 고마워~ 답레는 천천히 가져다 주면 읽고 계속 써줄게! 아민주도 오늘부터 뭔가 시작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좋은 하루 보냈으면 좋겠어. 나중에 보자!
느리게 들리는 말발굽 소리, 흔들리는 천장, 기분 좋은 선잠. 야영지의 따스한 모닥불, 싱거운 버섯 수프, 딱딱한 빵 한 조각. 앞서가는 발걸음, 멀어지지 않는 뒷모습, 발자국은 언제나 네 개. 언덕에서 내려다본 잿빛 광야, 끝없이 펼쳐진 보라색 호수, 하얀 유적에서 거꾸로 자라는 나무. 처음 보는 퍼레이드, 경쾌한 음악소리, 다시없을 축제의 밤. 유난히 깊게 잠든 날, 서글픈 꿈을 꾸었던 날, 다시 외톨이로 돌아온 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줄곧, 위험할 줄 알면서도 방황을 자처했던,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를,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 삐―――― 하고 울리는 이명. 주마등이었다.
"케흑...!"
이명이 잦아들자 극심한 고통이 아민의 온몸을 덮쳐온다. 왼쪽 어깨는 감각이 없고 뒷덜미가 차갑고 축축하다. 벨트에 매달아둔 포션과 도구들도 죄다 깨어져 버렸다. 다 잡은 사냥감이라는 듯 시식거리는 소리와 함께 느릿하게 다가오는 발소리들. 죽는 것은 당연히 두렵다. 무력하고 절망적이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믿지도 않는 신이 야속하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비참하기에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나마 움직이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리를 당기니 무언가 덜그럭하고 한쪽 바닥을 때린다. 시야가 흐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니 해무가 걷힌다. 흐트러진 고운 비단 아래 이질적인 모습의 검붉은 장도가 제 다리에 비뚜름히 걸쳐있다. 도저히 사람이 휘두르라고 만들어진 것 같지 않은 엄청난 길이. 일종의 예물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며, 무심코 검에 손을 가져다 대려 한다.
당신은 검에 손을 가져다 대어 주워올린다. 그래, 그 일련의 행동에 이유같은 것은 없다. 마치 갓난아이가 눈 앞의 물건을 그저 주워올리는 것처럼, 당신도 마찬가지로 그 검을 주워올렸다. 그것이 생과 사의 밀접한 관계라는 녀석일지도 모른다. 얄궂게도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덜그럭.
소리를 내며 검이 당신의 손 안에서 잠깐 진동했다. 아니, 정확히는 구분은 가지 않았다. 그저 생기가 서서히 빠져가는 손에는 이미 그 검을 들어올릴 힘조차 없어서, 사실은 당신이 죽음의 공포에 덜덜 떨고 있는 것뿐일지도 몰랐다. 무엇이 진짜인지, 지금의 당신에겐 그걸 분간할 수 있는 능력조차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일까. 당신은 방금 그것이 그저 헛것이라는 막연한 기분이 들고있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또 다시 손과 검이 절그럭 소리를 내며 떨려온다. 그건 마치,
아민은 제 키보다 기다란 장도를 우수로 감싸들어올렸다. 그래, 그 일련의 행동들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이것을 열어라고, 열어라고 하는 듯 손안에서 울어대는 검의 떨림은 분명 공황에 의한 환촉 따위는 아닐 터였다. 느리게 가까워오는 숨소리는 마치 제 처지를 비웃는 듯하다. 당장 이 검을 뽑아든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앉아있는 상태에서, 더구나 한쪽 팔이 망가진 상태에서 이 긴 칼을 단번에 뽑아드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아민이 그렇게 하도록 망연히 이끄는 것은 무언가의 의지였을까. 그는 한쪽 다리를 몸 가까이 끌어당겨 장도를 비스듬히 세우고, 오른손으로 검 손잡이를 그러쥐었다. 그러고는 검집을 입으로 물고 고개를 좌로 돌리는 동시에 오른손을 우상단으로 길게 뻗었다. 검을 완전히 뽑지는 못하더라도.
당신은 이를 악물며 검을 뽑아내기로 한 당신의 눈 앞에 검집이 벗겨져 검의 칼날이 드러난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베일 것 같은 예리함이 둑둑 묻어나는 칼날이다. 그렇지만, 조금 위험한 생각이지만 이런 칼이라면 베여도 좋을지 모른다고, 당신은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홀린 것처럼.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마을로 복귀하는 중에 야인들에게 습격을 당한 것. 도망친 그곳에 하필 포위당하기 좋은 동굴이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안에 생뚱맞은 성소가 있었던 것. 당신의 다리 위로 칼이 떨어진 것. 마치, 인도 되듯이―
『감히 신이 잠드는 거룩한 신당에서 무슨 소란인게냐!!』
갑작스레 벼락처럼 카랑카랑 내려치는 목소리. 그와 함께 당신이 문 칼날에 고여있던 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이내 섬광으로 폭주하여 이 동굴 전체를 매꿔버릴 정도로 커져버리고 말았다. 이번 밤의 태양이 뜰 곳을 잘못 골라 이 동굴을 선택한 듯이 빛은 미친듯이 터져나왔다. 그 때문에 당신은 물론이고 접근해오던 야인마저 눈이 멀어버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이윽고 빛이 잦아들었을 때에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빛을 내뿜던 칼. 당신이 뽑다 말던 칼은 당신의 손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칼은 이제 완전히 뽑혀져, 당신의 눈 앞에서 그 온전한 자태를 여실없이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칼이 저혼자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 낮게 바닥 근처를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시야를 이끄는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부터 들려온다.
"웬 녀석이 나의 봉인을 만지는가 싶어서 나와봤건만..."
그곳에는 웬 소녀가. 당신이 뽑았던 칼을 자루부터 익숙하게 말아쥐고서 서있는 순백의 소녀가 등을 보이며 서있었을 것이다. 마치 그 폼새가 쓰러진 당신을 대신하여 야인무리와 대치하고 있는 것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왜냐하면.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소녀의 자태는 이 상황에 화가 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신 이상으로 매우.
"겨우 잠에서 깬 이몸을 환영하기는 커녕, 맞아주는 것은 베어버리는 것도 아까운 마왕놈의 조무래기들. ...그리고, 피를 철철 흘리며 황천을 건너기 바로 직전인 인간 놈이 전부인겐가."
소녀는 눈 앞의 야인 무리들을 흘겨보며 그렇게 말을 던지고서는, 그제야 당신의 존재를 자각한듯이 고개를 돌려 당신을 곁눈질했다. 다시 야인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눈을 마주치는 것은 아주 잠시였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어느쪽이든 살가운 눈빛은 아니었다. 그런 소녀는 당신의 곁에 떨궈진 칼집을 주워올리고서는, 야인들 앞으로 몇 발 자국 더 걸어가며 검을 그 칼집 안에 검을 도로 끼워넣었다. 그렇게나 긴 칼날을, 요령도 좋게 말이다. 야인과 당신을 사이에 두고 가운데에 서있는 작은 체구의 소녀는 거기에서 스읍- 소리나도록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는 뱃 속 깊은 곳에서부터 목소리내어 외치는 것이다. 이 상황... 이 장소. 그리고 이 녀석들. 즉, '너희들'은 전부,
와와와~! 날붙이 신님을 등장시켜버렸다~! 이제 앞으로는 아민의 반응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는 걸까! ㅋㅋㅋ 여기서부터는 서술도 조금 바꿔봐야겠네! 응! 아민이의 성격을 어떻게 잘 담아보려고 노력했거든~ 알아준다면 다행이야 후후. ...그리고 커미션까지?! 하지만 보고 싶어! 물론 나중에 기회되면 이야기겠지만 ㅋㅋㅋㅋ
ㅋㅋㅋㅋ 후후후~ 아민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매번 뿌듯한걸~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니, 내게는 더 없는 극찬이라니까 흑흑... 응응 물론, '떽!' 하는 것은 신님의 말버릇이니까 질러줘야지! 시트에도 적어놓는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이런 식으로 실제로 굴리며 보여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그만 뒀어! 앞으로도 많이 하게 될 테니까... 그럼 그때마다 아민주의 입꼬리를 상승시킬 수 있는 걸까!? ㅋㅋㅋㅋ
앗 맞다... 조금 있다가 아민이 기절하는 부분인데~ 언제 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나는 여기서 신님이 야인들을 쫓아내고, 점점 의식이 흐려지던 덩달아 기절해버리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 사이에 신님이 아민을 치료해주고? 다시 깨어났을때 상황을 설명해주는 걸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현실이라기엔 이 상황 자체가 모순적이었고, 꿈이라기엔 어깨부터 파고드는 통증이 너무나 생생했다. 섬광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흐린 눈으로도 스쳐가듯 마주친 새빨간 눈동자만 선명해 더욱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살기를 내뿜으며 죽일 듯, 아니 죽이려 달라들던 저 야인들마저 멈춰 서게 할 정도로 범접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방금까지 칼자루를 쥐었던 손으로 눈을 비비고서 고갤 드니 새하얀 소녀의 뒤태가 아른거린다. 조금 전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인가. 신당이니 봉인이니 했던 것 같은데.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지만, 처음 이 장소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광경과 방금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녀는 이곳의 주인임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등을 보이고 마물들과 대치하고 있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 생각하는 순간, 떽―! 하는 호통이 내리쳤다. 마치 나이 든 사람이 아이를 훈계하는 듯이. 아까부터 느꼈지만, 본인과 마물들이 소란을 피운 탓에 그녀의 심기를 심히 불편하게 만든 것 같다. 당장 본인만 해도 제단처럼 보이는 것을 깨부순 채 나자빠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용서를 빌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나, 조금이라도 생존에 희망을 걸어볼 만한 것은 저 소녀의 형상을 한 무언가일 뿐이니. 문득, □□와 함께했던 기억 속에 어느 마을에서 제를 지내던 모습이 떠오른다. 예를 갖추듯, 움직이지 않는 몸을 겨우 일으켜 소녀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잘못했다고 할까, 살려달라고 할까. ...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더랬다.
>>66 어... 사실 감을 못 잡고 있었어요 ㅋㅋㅋㅋ 적당히 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토코주가 생각하신 대로 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오! 그리고 비문이나 오타 같은 건 저도 마찬가지기도 하고 토코주 글 읽으면서 그런 부분은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그냥 계속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저야말로 지금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좀 많이 진지하게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곧 아민이 찐텐 나오면서는 문체나 분위기 같은 게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오락가락 갈피를 잡기 어려운 느낌...ㅋㅋㅋㅋㅋ
에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초반이기도 하구~ 캐릭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을 수 있으니까... 이해 해! 토코주도 아직 인철신님 굴리면서 손에 익히고 있는 중이구 말이야~ 그럼 이번에 기절 시킬테니까 다음 레스에 일어나는 걸로 이어줄래? 아니면~ 좀 늘어지는 감 있는 것 같다면 그냥 한 번에 처리해버릴까...?!
으으으음 아직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상황이 없었기도 하구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정석적으로 행동하게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신님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등장부터 귀여웠다.... 늘어진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하지만 기절했다 일어나면 지금까지 상황이나 분위기상 '앆 기절했었구나...(눈치)' 정도가 다일 것 같아서... 토코주 편하신 대로 이어주시면 잘 이어볼게요!
당신은 어렵사리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풀썩 무릎을 꿇고 땅에 닿을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처연하게까지 보이는 그 모습은 본디 숭배받아야 할 자에게 예를 갖추는 것과도 같았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눈 앞에 있는 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앞의 행선지가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나 한 편, 짙고 흰 눈꺼풀을 서로 폭 포개어 닫고있던 소녀는, 당신이 그런 모습을 보이자 비로소 눈을 떠서 눈매를 날카롭게 만들고서는 중얼거리듯이 말하였다.
"...흥. 적어도 한 놈 정도는 명이 다하기 전에 험한꼴 보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조금은 누그러진듯 말투. 당신의 최후가 될지도 모르는 방금 그 행동이 그렇게 효과가 없었던 것 같지는 않았던 걸까.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 당신은 그 화가 잔뜩 난 의문의 소녀와 단 둘이서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네놈들과 같은 난폭한 짐승들에게는 그런 구제책은 필요없는 겐가..."
소녀는 잠깐 당신에게 향했던 고개를 도로 코 앞의 야인들에게로 다시 돌려서 이번엔 그 치들을 샛붉은 눈으로 숨길 기색도 없이 매섭게 노려보았다.
"끼에에! 끼에에에―!!" "크륵! 그륵그륵!!"
야인들은 대치하는 듯한 소녀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저들이 화가 난듯이 흉기를 휘두르고, 발을 구르며 요란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덤벼 올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놈들도 있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당신의 시선에도 확실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앞에 선 소녀의 머리털이 발끈, 하는 것처럼 곤두 선 것도. 소녀는 이윽고 더 이상 그런 무례를 두고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경건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좋다. 좋지 않느냐! 그것도 더 할 나위조차 없이 말이니라. 그렇잖아도 요즈음의 배은망덕한 놈들은 완전히 잊고 사는 것 같으니 마침 좋은 기회가 아니겠더냐." "그러니 모처럼이다. 감히 겁을 먹는 것도 잊고 성소에 맨 발로 처들어와 피로 더럽히고, 그것도 모자라 버려진 신을 깨운다는 대단한 오를 범한 네 녀석들에게는 이 내가 몸소 가르쳐 주는 게다. 그러니 감사하며 그 몸에 새기는 게야!" "조금이나마 다시 상기 시키도록 하거라. 너희들이 본분을 잊고 마침내 망각하고 있던,"
『날붙이의 은혜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거기서, 당신은 한 번 죽어버린다.
알아채릴 새도 없이 목덜미를 순식간에 훑고 지나간, 아찔하고도 분명하게 남아있는 일섬의 궤적. 칼날의 감각. 분명히 당신은 그것에 당해서 방금 꼼짝없이 베여서 목이 날아갔다. 시간은 멎어버린 듯이 느리게 가기 시작한다. 당신은 혹시, 지금껏 살아오며 산에서 갑작스럽게 곰과 같은 야생동물을 마주치고 얼어붙은 적이 있었을까? 마치 먹이 사슬 최상단에 걸친 명백한 포식자 앞에 벌거벗겨진채 정면으로 선 피식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은 진득한 살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방금 야인들에게 당한 것과 같은 불합리한 힘도 아니다. 여기에 있는 것은 그저, '움직이면 베여 죽는다'고 하는 아주 간결하지만 일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하나의 절대적인 법칙. 당신이 방금 경험한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사실은, 당신 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이 법칙은 딱히 당신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벌어졌던 유사 죽음과 같은 경험은, 순백의 소녀만을 제하고 이 동굴에서 숨쉬고 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당신과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검을 들고 덤벼오는 당신보다도 더욱 왜소해보이는 단 한 명의 소녀. 그녀를 상대로 그 무식하기 그지없는 야인들이 갑작스레 원숭이처럼 꺅꺅 비명을 내지르며 동굴 밖으로 달려나갈 이유따윈 하나도 없을테니까. 개중에는 심지어 자신네들이 들고 있던 무기도 떨궈버리고 몸만 쏙 빠져나간 것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자면 방금 전 당신의 몸에 깊히 박혔던 도끼날이 그랬다.
챙그랑.
요란하게 울리는 철소리가 당신을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앉혀다 놓는 것 같다. 그리고 바닥을 구르는 그 피에 얼룩진 날붙이들을, 어쩐 이유에선지 소녀는 동정이라도 하는 건지 그것들을 조금 측은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윽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흥, 도망치는겐가."
탐탁찮은 중얼거림이다. 야인 무리가 모두 다 떠나간 뒤, 연못이 흐를 뿐인 고요가 깊은 동굴에 찾아오고 나서야 자루 위에 얹혀져 칼을 움켜쥐기 직전이었던 소녀의 가녀린 손도, 비로소 허리 아래로 내려가 조신하게 자리잡았다. 그것과 동시에 방 안에 알 수 없이 꽉 들어찬 숨막히는 공기가 환기가 되며 숨통이 트이는 것을 당신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태연자약하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은 역시 순백색의 소녀뿐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방금 상황에 대해서가 아닌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련한 짐승들은 꼭 이 내가 칼을 들게 해야 주제를 파악하는구나... 이래서 마물은 싫은게다. 마왕놈의 파멸시켜야 할 사생아들 같으니라고. 뭐, 속은 썩 후련하지 않지만 괜한 고깃거죽을 만들 필요가 없어져서 좋게 되었구나. 결국엔 그걸 치우는 것도 나의 일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귀찮은 건 극구사양인 게다. 그렇지 않느― ...호요?"
문득 소녀는 말을 끝맺지도 않고 동그랗게 커진 새빨간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이번엔 당신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대여. 잠깐, 그대여!"
자신의 끊어져 가는 의식을. 암전해 오는 시야를. 그런 당신이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것은, 당신을 향해 다급한 뜀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었다.
... .. .
"호..."
그리고 또한, 당신이 다시 눈을 떴을때 본 것도 소녀의 모습이었지 않았을까.
"그대, 이제 정신이 든 게냐."
소녀는 지금 담담하게 말하며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서 내려다보는 붉은 두 눈.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비추어지고 있는 명주실과 같은 머리칼. 그 소녀를 통해 마치 방금 있었던 소란이 전부 거짓이었던 것과 같은 침착스러움과 안도감이 당신에게로 서서히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마주한 이곳은 천국이나 지옥같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방금 그 동굴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머리 맡에 느껴지는 감촉, 여전히 장소는 동굴인게 틀림없을텐데도 전혀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다 못해 미약한 온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 당신이 소녀의 무릎을 배고 누워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동시에 그렇게나 만신창이였던 몸이 지금은 상처하나 없이 말끔해졌다는 것도... 말이다.
응, 결국 고민하다가 일어나는 부분까지 써버렸다! 후후~ 이런 저런 이유로 조금 길어졌는데 아민주까지 분량 맞춰줄 필요는 없구 원래 페이스대로 써주면 된다는 거야 ㅋㅋㅋ 나도 이제 누우러 가 봐야겠다... 아민주도 지금은 자고 있겠지만, 좋은 꿈 꾸고 일어나서 또 보자~
다각 다각 느리게 걷는 말발굽 소리에 아득했던 정신이 돌아온다. 죽은 듯 감겼던 두 눈의 한쪽 눈꺼풀만 살짝 벌어져, 그대로 눈을 깜박깜박.
"정신이 들었니?"
차분하고 온아한 미성에 눈을 뜬 소년은 멍하니 위를 바라보았다. 햇빛을 담은 듯 따스하게 반짝이는 금빛 머리칼, 호수를 닮아 깊고 푸른 눈동자. 소년은 바싹 마른 입술을 겨우 벌려 무어라 말하려 했다. '누구세요'. 그저 벙긋거릴 뿐인 자그마한 입에선 목소리 대신 갈라진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커다란 마물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소년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년을 품에 안고서 가만히 내려보던 이는 소년의 고개를 살며시 받쳐 들고서 마른 입술 사이로 물을 조금 흘려 넣곤 고개를 돌려 마부 없이 느리게 걷고 있는 말 쪽을 바라보았다.
"당분간 도시로 들어갈 계획은 없는데... 이를 어쩐다."
그녀는 곤란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으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동안 마차의 짐칸 밖을 응시하던 그녀는 다시금 고개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쉬어두렴. 앞으로 먼 길을 걷게 될 테니."
자애로운 손길이 소년의 이마를 부드럽게 스쳤다. 그녀에게서는 햇살 냄새가 났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온기와 온정에 마음을 내려놓은 소년은 무거운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감았다. 제 앞길도 모르면서 기분 좋은 선잠에 빠져들었다. 설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어야 할 테지만, 안온히 감긴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고 말 뿐이었다.
...
"가지 마..."
잠꼬대라도 하는 양 물기 어린 목소리는 그 대상이 모호했다. 가늘게 떨리는 눈꺼풀, 눈꼬리에 맺혔던 굵다란 눈물방울이 아민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쪽만 실처럼 뜨인 눈 안의 탁한 회색 눈동자는 슬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씩 열리는 눈꺼풀, 눈물이 앞을 가로막은 소년의 눈에 아른거리는 것은 햇살 담은 금빛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그러나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나니 사라져버리고 없는, 그리웠던 자리엔 붉게 물든 눈동자와 새하얀 머리칼이. 소년은 슬픈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눈을 느리게 깜박거렸다. 처음 보는 얼굴, 그러나 바래왔던 온기. 누구... 하는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기 직전, 붉디붉은 눈동자를 응시하던 소년의 머릿속에 일전 겪었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새 영역이 넓어진 것인지 이 근방에서 나타날 리 없는 야인족의 습격을 받은 것부터 마물을 피해 달아날 때 동굴처럼 닫힌 곳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지금에까지 도달한 것, 칼을 뽑아들자 신비한 존재가 나타나 사나운 마물들을 쫓아버린 것과 어깨를 짓누르던 극심한 통증이 그런 일 없었다는 듯 깨끗이 사라져버린 것까지. 소년은 모든 것이 이상하고 당혹스러웠다. 꿈인가 싶어 팔을 들었는데, 분명히 방금 제 스스로 눈물을 닦아낸 것은 움직일 리 없는 왼손. 무심코 상처가 심할 허리춤을 더듬다가, 벨트에 걸렸던 깨진 포션의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손가락을 찌르는 섬뜩한 감각만이 선명해 지금이 현실임을 자각시킬 뿐이었다.
소년이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던 것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급히 달려오는 소녀의 모습. 소년은 눈앞의 소녀가 아까 전 살기라기엔 경외스러운, 죽는다고 착각할 정도로 무서운 무언가의 기백을 내뿜던 그 존재가 맞나 싶었다. 제 상처를 치유해 준 것이 소녀인가 싶었다. 미약한 온기에 취해 이대로 마음을 내려놓아도 되는 걸까 속으로 고민했다. 소년은 소녀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소년은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시 다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몸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었다. 한동안 말없이 소녀를 바라보던 소년은 가만히 눈을 감고서 자신에게 무릎을 내어주고 있는 소녀 쪽으로 돌아누우며 작게 중얼거렸다.
좋은 오후예요~ 토코주 엄청 늦게 주무셨네요... 레스도 엄청나요! 호요? 뭐냐고 ㅋㅋㅋㅋㅋ 토코주 일부러 노리신거죠 ㅋㅋㅋ 귀여워서 혼났습니다.... 꿈은... '어느 장사꾼' 설정을 버리기 아까워서 조금 살려봤습니당 일단은 큰 비중 없이 방랑에 대한 명분일 뿐이고, 본편에 등장시키더라도 아주아주 나중 이야기가 되겠죠!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따 봐요!
무릎 위의 소년은 돌연 '가지 말라'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홀로 중얼거린다. 옛 적의 어떤 꿈이라도 꾼듯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눈에 방울이 맺힐만큼 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울고 있는 겐가. 이제 다 커서 자기 몫을 할 수 있게 된 녀석이 말이다. 뭐, 성인이라고 해도 이 내게 있어서는 어차피 갓난아기와도 다를 바 없는 것이지만. 그리 생각하는, 당신에게 무릎을 내주고 있는 소녀는 여전히 조금은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당신이 차라리 그렇게 물어오자 이내 아무래도 좋아진 듯이 눈을 살포시 감으며 큰 숨을 한 꺼번에 내쉬었다.
"마음대로 하면 좋지 않겠느냐? 나도 방금 저승에서 막 돌아온 녀석을 내칠 정도로 매정한 칼날은 못 되느니라. 그러니 지금은... 그냥 쉬는게 좋은 게다."
소녀는 문득 자신의 새하얀 손을 움직여 갈대 들판과도 같이 펼쳐진 당신의 머릿결 사이에 손을 넣어 천천히 쓸어주기로 했다. 그건 상냥한 손길이었다. 당신이 방금 당한 것들에 대한 보상, 이라고 하면 그다지 수지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에 비견 갈 만큼 길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문득 소녀는 입을 열어 당신의 행적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이런 무모한 녀석을 다 보는구나. 마물을 피해서 동굴처럼 죽기 딱 좋은 곳을 제 발로 걸어오는 녀석이 대체 어디에 있다고 하는 게냐. 덕분에 네 녀석을 살린다고 이 내가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는지 알고는 있는 게냐? ...아니, 당연히 모르고 있겠지! 항상 【신 되는 자】들에게 받아가기만 할 줄 알지 고마움은 금세 망각해 버리는 것이 그대들 인간이니 말이다. 그런 녀석들은 전부 떽― 해버리는 게야!"
부드럽게 시작했던 이야기는 어느새인가 호통이 되어서. 상승 곡선을 타듯이 점점 격해지는 기세와 함께 머릿결을 쓰다듬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거의 마지막에 가서는 쓰다듬는다는 것이 완전히 변질되어서는 마치 당신의 머릿칼을 마른 장작 삼아 불이라도 붙히려는 것처럼 거칠게 북북 비비고 있었던 것이다.
"...핫."
나중에는 소녀도 그것을 자각한 모양인지, 아니면 일어난지도 얼마 되지 않아 너무 소리를 치는 바람에 목이 아파온 것인지는 몰라도 작게 기침소리를 흘리며 이렇게 수습하듯이 말한다.
"카흠...! 아무튼, 이렇게 다시 말짱하게 살아난 걸 보니 나의 판단이 그르친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구나."
아민주도 좋은 오후~ 어제는 잘 잤으려나? 확실히 이것저것 하다보니 좀 늦은 시간이었는데, 어차피 오늘부터는 주말이기도 하구해서... 응, 마구마구 적어봤어 ㅋㅋㅋ 너무 길었으려나...? 지금 다시 보니 긴 것도 같다... 훌쩍. 역시 어느 장사꾼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구나! 잘했어~ 신님과 함께 공물들을 회수하러 다니는 것처럼, 아민이 그 어느 장사꾼의 발자취를 찾으러 다니는 것도... 아민주도 원한다면 그것도 메인 스토리처럼 굴려도 될 것 같네! 어차피 여행 중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잔뜩 있어야 즐거울 것 같구 말이야~ 분위기는 원래 실제로 굴리다보면 마구마구 변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지 후후! 나도 원래 아민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의외의 전개였어. 그치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분위기는 신님으로 다시 풀어도 되는 거니까~ 그래서 신님의 레스는 일부러 좀 가볍게 쓰고 있었어 ㅋㅋㅋ
마음대로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그냥 쉬라고 다독이던 소녀가 그 작은 손으로 소년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줄 때엔, 손길이 너무나 부드럽고 상냥해서, 소년은 무심코 소녀-말투나 행동으로 보아서 어린애는 아니겠지만-의 허리를 끌어안을 뻔했다. 무서운 일은 다 잊어버릴 만큼, 이대로 잠들어도 좋을 만큼, 어쩌면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싶을 만큼 포근하고 따듯한 위로의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아악!"
소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소년은 무언가 대꾸를 하려다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아서 머리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손으로 머리를 탈탈 털고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넘어진 아이는 관심을 주면 운다고 했던가, 도끼날에 어깨가 짓이겨져도 한 마디 나오지 않던 아픈 신음이 별것 아닌 손길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아파하는 시늉에 불과했던 건지 잠깐 그러고 말던 소년은 한숨을 폭 내쉬고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행이라 말하는 소녀를 향해 돌아서서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여서 소년은,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고, 뭐라도 변명을 늘어놓고 싶었지만 스스로만 더 구차해질 뿐이어서 입을 다물었다. 이런 꼴을 당해서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할지, 목숨을 구해져서 재수가 좋다고 해야 할지. 그러고는 아까 떨어뜨린 배낭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는데, 제단이며 기물이며 죄 부서져 온 난장판이라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가 또 막막한 소년이었다. 대강만 훑어봐도 돈으로는 해결이 어렵겠지 싶다. 소년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천천히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녀를 바라보고 있자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역시 작구나. 그러다 무심코 소녀가 귀엽다고 느껴버릴 때쯤, 홱 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저어. 혹시 배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금 돈으로는 해결이 어렵겠다 생각해놓고선 제 입으로 배상 운운하는 소년이었다. 말투도 표정도 평소 장사를 하던 때와 달리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 이유가 항상 이겨먹는 거래만 해왔던 소년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79 아니이이이이읶ㅋㅋㅋㅋㅋ 어깨에 도끼빵은 누가 꽂았지? 누가 꽂았지이이~?? 농담이에요~ ㅋㅋㅋ 암튼 신님은 귀엽기도 한데 자상하기도 하네요... 요즘도 이런 표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앞에 트럭이 보이는 것 같아요.? >>80 오오오옹 저도 이런 음악 굉장히 좋아해요! 중간중간 들었던 것 같은데~ https://youtu.be/6W4BLBWpagM?si=Bf70Q3rvsmkKc-G2 이쪽도 좋습니다!
상황극의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가 저 상황에서 이렇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인 것 같아요. 그렇게 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하는 맛도 있고요. 아마 다르게 했더라면 신님의 쓰다듬은 없지 않았을까 ㅋㅋㅋ 일단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ㅋㅋㅋㅋ
벌떡 일어나 묻는 당신을 바라보는 소녀가, 예의 의문의 소리를 내며 동그랗게 뜬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그런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자 머리 끄트머리에 곧게 서있던 한 가닥의 머리털도 움직임을 따라 탄력있게 흔들렸다.
"배상? 수고값을 말하는 게냐?"
소녀는 당신에게 의문스러운 듯이 되물어온다. 누를 끼쳤으면 갚는다, 라고 하는 지극히 인간 사회적인 사고에 따라 당신이 뱉은 말은 그것이었겠지만. 역시나 예상이 그러했듯 돈이나 배상따위의 경제논리는 그녀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는 것인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와중에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종류의 말이 아예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소녀는 꿍꿍이가 만천하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듯한 느슨한 미소를 얼굴에 번지게 하며 얇아진 눈매로 당신에게 먼저 이렇게 말을 해온다.
"무얼. 값이라면 이미 받아 간게다. 아니, 정확히는- 이제부터 받아갈 셈이라고 해야 하는 게지만? 흐음, 그래... 그렇다면 과연. 슬슬 그대에게도 말해두는 게 적절할지도 모르겠구나."
역시 속세를 벗어나 비범해보이는 소녀라고는 하더라도 공짜라는 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오히려 죽었던 몸이 다시 움직이는 정도의 기적을 받고도 값이 없다고 한다면, 장사꾼인 당신에게는 그쪽이 더 불안하게 느껴졌을까. 그런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몰라도, 소녀는 이미 이야기를 꺼낼 마음 만전인지 품 안에 끼워져있던 기나긴 검을 끌어 안고서는 경건하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란 다음과도 같았다.
"그대, 지금부터 나의 잘 새겨 듣도록 하거라. 성소를 보란듯이 부수어 먹고 그 탓에 깨어난 나의 힘을 빌어 염치없이 죽음에서 되살아난, 인간치고서는 운도 좋고 건방지기 짝 없는 네 녀석은..."
그때. 팟, 하고서 펼쳐진 소녀의 검지 손가락이 당신을 향했다.
"지금부로 이 나의 신자가 되어 형편을 모시며, 신앙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주어야 하겠느니라!"
>>82-83 에에~ ㅋㅋㅋㅋㅋ 그치만 조금 위기감 다분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건 아민주인걸~ 뭐, 말하지 않았더라도 왠지 비슷한 전개가 되었을 것 같지만...? 농담이구! 그런데 트럭? 아민주 이세계로 환생 가고 싶은 거야?! ㅋㅋㅋ 그리고 이번에 올려준 음악도 굉장히 좋네~! 이번 신님 레스 쓸 때도 계속 들으면서 쓸 수 있었어! 토코주도 평소에 작업하거나 글 쓸 때 엄청나게 좋은 곡보다는 이런 곡들을 몇 개 반복해서 틀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야~ 그래서인지 중간중간에 익숙한 음악들도 들려서 재밌네 후후.
또 그것도 맞지~ 토코주는 가급적 상황이나 캐릭터를 어떻게 전개시킬지 미리 정해두고, 그쪽으로 흘러가도록 굴리는 편이긴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으니까 ㅋㅋㅋ 이번에도 그런 느낌 있었구. 그렇지만 그게 또 싫지는 않은 느낌일까? 오히려 아민의 과거 회상부분이나, 조율 스레에서도 말해주었던 담담하지만 비장했던 그런 부분이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아. 그런게 재치인 거니까! 쓰다듬 같은 경우도 원래는 생각 없었지만... 이대로 있게 해달라는 아민을 보고 어떻게 참을까! 후후후~ 아무튼 그런 부분이 재밌었어!
앆ㅋㅋㅋㅋ 이세계가 아니라 치이는 거 말한 거예요! 신기하다? 노동요 취향도 비슷해버리나요~ ㅋㅋㅋㅋㅋ 항상 좋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번에도 신님은 귀엽네요... 글 읽으면서 애니메이션 보는 느낌 드는 건 처음이다! 저 잠깐 일이 있어서 이따 답레 들고 다시 올게요~ 한 10시 11시? 아직 저녁 안 드셨으면 맛난 거 드시고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