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85094> [All/판타지/느와르] Seasons of Dimgray | 03 :: 1001

이름 없음

2023-03-19 02:22:57 - 2023-03-25 22:16:42

0 이름 없음 (vKTH1FLaek)

2023-03-19 (내일 월요일) 02:22:57

◈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웃음 소리가 들렸다면 절대 같이 따라 웃지 마.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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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의 원로 중 여름을 담당하는 '마오타이'의 취미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그가 한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술병이 탑처럼 쌓인다는 사실 때문인지 애주가가 아니냐는 소문이 섹터 내부에 알음알음 퍼져 있다.

그의 애주를 넘어선 폭음을 본 사람은 많지만 취한 모습을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원로들은 그의 취한 모습을 회상하며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며 학을 떼었고, 그의 가장 친한 벗이자 안내인인 Q는 '취해도 얌전하다.'라고 상반된 증언을 하였기에 자세한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85 칸다타 자매 독백 (I4o8/xpquM)

2023-03-19 (내일 월요일) 19:14:31

질문뿐인 연옥

그것은 어둠 속 이었다. 오직 곧 필라멘트가 다 타버려서 불이 꺼지기 일보직전인 전구만이 눈앞의 테이블을 겨우 비추는 수준의 어둠이었다.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 어둠이었다면, 청각으로 들리는 부분은 침묵이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어디에나 기어들어 올 법한 날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곳은 누군가 비명을 질러도 그것조차 묻혀버릴 침묵만이 존재했다.

단지, 그 침묵도 어둠도 깨어버리는 자는 몇번이고 방문했다.
이번은 몇번째였을까.

"이번이 몇번째로 찾아온거 였더라? 일개 허-접 잔챙이 방문에 횟수를 세어주는 건 너무 사치잖아? 그러니까 세지 않은 걸로 하겠어. 음음. 각설하고 당신은 우리랑 아-주 비슷하다고 몇번 말했던가? 그런 주제에 소인배에. 허-접에. 그 욕망조차 꼬리 밟힌 잔챙이지. 그래서 누군가의 희망을 모조리 짓밟고 절망을 감상한 대가는 어때?"

망치와 못박는 소리가 났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침묵만이 있을 뿐 이다.

"아차차. 이 방법으로 물어보는 것도 이젠 의미가 없구나."

질렸다는 듯 목소리의 주인은 사라지고 이내 셀 수 없는 침묵과 어둠이 또 다시 감돌 뿐이었다.
침묵과 어둠. 그리고 또 영원같던 찰나가 지나면 또 다시 그것을 깨는 자도 방문한다.

"실례합니다. 또 뵙는군요. 묻겠습니다."

앞선 목소리가 건방지고 버르장머리가 없는 자였다면, 이번은 퍽이나 정중한 목소리였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저지른 자는 저지른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고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니 질문합니다. 당신이 저지른 일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무엇을 보려고 했습니까?"

침묵과는 대조적인 귀를 자극하는 쇠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이미 볼 수가 없었죠. 이미 뭉게버렸으니까. 그렇지만 그건 당신이 이미 저질렀던 일중 하나 아닌가요?"

정중했지만 그 질문에는 칼날같은 예리함이 있었다. 마치 대답을 듣는 자의 마음을 도려내는 듯한 그런 비꼼의 예리함이.
이번의 목소리는 예의를 차리지만 예의 속에는 오만함만이 존재했다. 자신외에는 모두 수준이하로 폄하하는 듯한.

"동생은 당신을 우리와 같다고 했지만, 당신은 그저 그것뿐입니다. 단순한 쾌락이었나요 그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직 검붉은 어둠만이 그곳에 있을 뿐이다.
대답이 들려오지않자 목소리도 사라졌다.

또 다시 어둠과 침묵. 방문자는 다시 나타난다. 그것은 끝나지 않는 반복의 시간이었다.
반복했기에 침묵했다.
반복했기에 어둠뿐이다.
그것을 우리는 질문뿐인 연옥이라고 부르는게 맞지않을까?

또 다시 연옥의 어둠과 침묵을 깨는 방문자는 온다. 반드시.

"당신의 경험이 조금은 비슷하니까 재밌는 이야기하나 해줄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모른채로 희희낙락하고 못된 사람의 핏줄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살다가 모든 걸 잃어버리고 죽어버렸거든. 아무도 그걸 알려주지않았어. 우리는 우리의 부모가 금기를 어겼다는 사실도 모른채 우리는 금기의 연좌되어 죽어버린거야. 모든 것을 잃었어."

목소리는 한층더 그 경험을 비꼬듯 키득키득거리며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무지한채로 그렇게 죽은거야. 눈 앞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절망을 얻으면서. 그건 말이지-."

그것에 표정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기뻐하는 표정이었을까?
아니면 미치광이의 절망섞여버린 기괴한 웃음 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될 수 있고 어느 쪽이든 될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이뤄놓던가 혹은 물려받았던가 그런 모든게 싸그리 사라지고 자신조차 죽는 절망이야 말로 우리가 겪었던 최고의 행복이었어. 하지만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나봐. 아, 하기야 당신은 잔챙이에다 허-접이잖아?"

부정하는 것 조차, 긍정하는 것 조차, 무언가 항의하는 것 조차, 무언가 동의하는 것 조차, 말 조차, 목소리 조차,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침묵 속에 유일하게 들려오는 거라곤 무언가 쇳덩어리가 걸고 넘어져 고깃덩어리를 짓이기는 소리 뿐이었다.

"이것이 당신과 우리의 차이점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절망을 바랍니다."

무언가 연소되는 소리가 들리고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누군가를 괴롭히고 끝없는 절망을 감상해온 대가로 당신 또한 똑같은 절망을 줍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이치입니다."

이제는 질문조차 아니였다.
그리고 또 하나 어느쪽도 아닌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나와 그녀는 말이지. 그 절망속에서 깨달은 게 있지. 무언가를 이룩하는 것에 있어서는 반드시 되돌아오는 대가가 있다고.
우리는 누군가를 짓밟고 빼앗으며 그 고혈로 살았고, 또 원하는 것을 빼앗으려다 그 대가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죽어버렸지. 그걸 인과응보라고 하던가. 하지만 그렇게 정의로운 이야기도 아니야."

비꼬던 목소리도 차분하고 정중했던 목소리도 아닌 듣는 것조차 불쾌한 수준의 사악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빼앗기고 빼앗으면서 사람들은 살아가거든. 아무리 착한 사람도 행복을 얻으려면 다른 누군가는 불행해. 모두같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 같은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 그건 삼류 펄프 픽션에나 어울리는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를 정당화 할 생각은 없어. 우리는 한 번 맞이했던 최후지만 또 한번의 최후에 또다른 절망을 준비해뒀거든. 그건 아주 달콤할거야."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우리는 최후까지 당신 같은 사람들이 저지른 인과를 되돌려주기 위해 걸어나간다.
절망을 누구에게 줬다면 그 절망도 다시 되돌아와야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은가?"

대답은 역시나 들려오지 않는다.
그곳에 앉아있던 것은 이미 미동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것을 표현하는 것 조차 표현에 대한 모독과도 같이 기괴한 광경을 만든지 오래였으니까.

"들리지조차 않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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