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10109> [All/육성/슬로우/무협] 무림비사武林秘史 - 76 :: 1001

◆gFlXRVWxzA

2021-12-27 01:03:44 - 2022-01-02 14:55:52

0 ◆gFlXRVWxzA (KhJJnHd8yY)

2021-12-27 (모두 수고..) 01:03:44

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표준으로 적용하며, 이에 기속규칙대로 해야한다됩니다.

시트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5835/recent
수련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07065/recent
다이스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2093605/recent
임시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7528/recent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익명 설문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40d_FakoEwIYj7dHpDGZLWrxfDOqH6WZM-53IcFJCou4k5g/viewform?usp=sf_link

894 재하 (.7XEqghmpE)

2022-01-01 (파란날) 00:33:54

저잣거리를 지나다 보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아이들 몰려있는 곳에서 빙탕후루 파는 자, 정체 모를 죽 끓이고 대충 계란 깨서 섞어 튀겨 길에서 간단히 할 식사 파는 자, 길가에 나앉아 무 깔아놓고 파는 장사꾼. 사람 사는 것은 서로의 문화만 다를 뿐이지 대다수 비슷하다. 닭 파는 노파를 지나치던 도중 재하의 눈에 밟힌 것은 작은 나무 궤짝 안에 웅크리고 잠들어있는 흰 강아지 한 마리였다. 노파는 재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잠든 개를 한 손으로 떠내듯 집어 든다.

"원래는 동화 닷냥으로 팔아치우려 했는데 말이야. 내 보기에 청년이 아니면 돌볼 자도 없겠구먼."

잠든 강아지는 한눈에 봐도 작다. 재하의 작은 양손에 받쳐도 앞발 두 개 빼꼼 나올 듯 작은 강아지였고, 생명활동을 활발히 하는 존재 치고 온기가 적었다. 그 작은 생명체만큼 작고 어린 자신이 겹쳐 보였다. 지금부터 재하가 살던 세상은 다섯 하고도 절반 되는 척의 넓이다. 대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모른다.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이따금씩 떠오르는 건 해 한 점 제대로 들지 않던 나날이다. 속삭인다 한들 말소리는 울렸고, 벽에는 누군가 떨어져 나간 돌조각으로 작은 작대기와 중간 크기의 작대기를 번갈아 그었다. 그리고 고드름이 얼던 날엔 작대기를 크게 그었다. 그렇게 재하는 나이를 셈했다. 습기와 곰팡이 내음이 가득하고, 이따금 마셔서는 안 될 것 같은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만들곤 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또 파장처럼 소리가 구석을 튕기고 울렸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잘만 잤다. ​그 이후의 나날은, 그 이전의 나날도 일절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둘만의 세상이었다. 열이 펄펄 끓던 날엔 차가운 손이 얼굴을 아예 덮어가렸고, 그 냉기에 의존해 물 떨어지는 소리를 박자 삼고 느릿한 자장가 벗 삼아 잠들던 세상. 그 과정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감정이었고, 무슨 기억이었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감히 떠올리고 찾기엔 재하는 아직 할 일이 많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아."

재하는 고개를 들었다. 인적이 드물고 귀빈을 모시는 식당에 단둘이 마주 앉아 있다. 비단 옷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은 분주하게 음식을 내려놓기 위해 움직이고, 앞에는 각종 진미가 정갈하게 차려진다. 재하는 품 안에서 여전히 잠든 강아지를 내려다보았다. 품 안의 생명은 일절 잠꼬대나 울음소리도 내지 않고 인형처럼 안겨 있었다. 마주 앉은 남성이 물었다.

"품에 그건 무엇입니까?"
"보다시피 강아지여요."
"어사님께서 동물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곳까지 데려올 줄은.."
"…소마도 저잣거리를 지나다 얼결에 받은지라.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성의를 무시할 수 없으며, 교국에서 귀히 태어난 생명인데 어찌 버리겠사와요."
"귀한 외모만치 귀하신 성품 타고나셨군요. 온 만물이 그 은혜 칭송할 법 합니다."
"과찬이어라."
​"자, 들지요. 어사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재하는 작은 강아지를 내려다보다 무릎 위에 앉혔다. 여전히 눈 뜨는 기색 없고 새근새근 잠만 잔다. 재하는 젓가락을 들었다. 탁자 위에 올라온 것은 온갖 귀한 것뿐이다. 내륙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생선 요리도 있으며, 오리 구워 저민 것은 물론이요 인삼 고이 끓여 연근탕 만든 것도 있다. 그중 중앙 자리에 놓인 것은 날고 기다. 잘 저민 소에 각종 양념 친 것은 붉은 자태를 그대로 드러냈고, 방금 잡은 것이라는 양 이따금씩 근육이 수축해 꿈틀거렸다. 마주 앉은 남성이 사람 좋게 웃으며 젓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제일 귀한 것입니다. 방금 잡은 소를 독식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이런 귀한 것을 내올 줄이야, 감읍하여요."
"부디 한입 드시지요."
"……."

재하는 육회가 담긴 접시를 앞으로 밀어주자 천천히 눈을 들어 눈앞의 남성을 마주 보았다. 남성은 재하를 가만히 마주 본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일자 천천히 표정을 굳혔다. "왜 드시지 않습니까?" 꼭 재하의 속내를 가늠하듯 미심쩍은 태도였다. 괜한 미움을 사 일을 그르칠 마음은 없었다. 재하는 사붓이 미소 지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소마가 먼저 먹어도 될지.."
"어사님을 위해 준비한 것이니 양껏 드시지요."

육회를 한 점 집은 재하는 입에 넣고 씹었다. 물컹거리는 식감은 익힌 고기와는 사뭇 달랐다. 목뒤로 넘기는 것조차 생경하였고 무엇보다 익숙하다. 잠깐 씹는 것을 주춤, 하고 멈춘다. 그리고 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마주 앉은 남성은 턱의 움직임, 그리고 목울대가 움직이는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고 나서야 다시금 두꺼운 눈썹을 까딱이며 입을 뗐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지."
"……솔직히.. 씹을 때 움직여서 잠시 놀랐사와요."
"하하! 갓 잡아서 그렇습니다. 놀라실 만도 하지요."​

재하가 우물쭈물 대는 모습에 눈앞의 남성은 의심을 거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재하는 육회는 더 쳐다보지도 않고 연근탕의 연근을 하나 집어 베어 물었다. 아무리 연근을 씹어도, 물을 마셔도 육회의 첫 식감을 잊을 수가 없다. 목 안이 간지러웠고 속이 불규칙하게 꾸물거리는 느낌이 든다. 세상이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재하의 다섯 척하고도 반절 되는 세상은 쥐와 지네가 기어 다닌다. 쥐도, 지네도 처음엔 통통하게 들어와 남은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 그러고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먹을 것이 없어 구석에서 말라죽은 동료의 사체를 뜯어먹다 똑같이 말라죽는다. 그런 쥐와 지네를 보고 자랐다. 결국 쥐도, 지네도 발길이 끊겼을 때 판단은 흐려졌고 목은 탔으며 배가 고팠다. 재하는 의미도 없는 야채만 휘적거리다 이내 젓가락을 내려두었다. 게걸스럽게 연근 위에 육회까지 야무지게 얹어서 먹던 남성이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지."
"아니오, 참으로 맛있습니다. 다만 소마가 많이 먹지 못하는지라 아쉽군요."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닙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 저도 개를 10년을 넘게 키워봐서 압니다. 걱정되는 것이겠지요."
"..아, 그렇.. 지요."

젓가락을 내려둔 남성은 재하의 무릎 위에서 잠깐 앓더니 몽중을 헤매는 강아지를 가리켰다. 이제 보니 강아지가 앓고 있었다. 언제부터 앓았던 것일까. 재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향해 내려간다. 엄지로 강아지의 머리를 쓸었다. 강아지는 앞발을 힘없이 휘적대다 천천히 내려놓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지만 저잣거리를 지나다 받으셨다 하셨습니까. 참 잔인한 사람입니다."
"무슨 뜻이온지.."
"저 아이는 약하고 병들었습니다. 숨 쉬는 것도 미약하며 미동에도 깨지 아니하니, 곧 죽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 보니 약하게 태어나 어미에게도 밀린 것 같군요. 유감스럽지만.. 아마 오늘 밤은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재하는 침묵했다. 재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성은 제멋대로 떠든다. 그리고 마저 육회를 싹 비우고는 만족스러운지 입가를 닦는다. 재하는 강아지를 계속 쓸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입을 벌렸다. 조막만 한 입술을 벌리자 남성이 시선을 집중한다. 아까와 달리 어딘가 처연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재하의 내리깔린 속눈썹과 처연한 미소에 마찬가지로 가슴이 저미는 듯 입을 딱 다문다.

"살릴 방법은 정녕 없는지요.."
"천마님께 기도드리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지요. 천마님께.. 예에. 모두 천마님을 위해 기도드리면 되는 일이지요."
"그렇죠. 잘 될 겁니다. 그런고로.."

남성이 눈치를 봤다. 재하는 그런 남성을 색다른 눈으로 흘긋 쳐다본다. 지금까지의 식사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재하가 모를 리가 없었다. 재하는 이미 음식을 먹었다. 그렇기 때문에 발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번 감사에서 자신의 비리를 눈 감아달라는 뜻이겠지. 재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아지를 아예 손안에 올리고 등을 쓸었다. 어린 강아지의 척추를 따라 천천히 쓸어낸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렴 여부가 있겠나이까."​

재하는 작은 물고기를 낚지 않는다. 저 펄떡이는 작은 물고기를 미끼 삼아 달려드는 다른 사람들의 비리를 온통 캐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과연 이 어리석은 미끼는 알기나 할까. 그 말을 부러 하지 않고 재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맡겨주시어요." 하면서도 재하는 자리를 떠났다. 식당을 나서는 위해 의자에서 일어난 순간부터 다시금 재하의 세상은 어둡고 습한 곳이 된다. 물이 고여 떨어지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다섯 척하고도 반 정도 되는 곳에서 말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이따금씩 어린 목소리가 노래를 부른다. 자장자장, 새는 나무 위에서 눈 감고.. 재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내 재하는 식당을 나서자마자 뛰었다. 사람들이 잘 지나들지 않는 곳을 찾아 강아지를 안고 아예 내공을 써 저 멀리 도망쳤다.​

재하가 정신을 차린 건 골목에서 토악질을 한 이후였다. 허리를 숙인 채 전부 게워내고 멀건 침이 입에서 뚝뚝 흘렀다. 숙인 고개 너머로 고였던 눈을 감기도 전에 눈물이 뚝 떨어졌다. 가쁜 숨을 뒤로 재하는 천천히 웅크려 앉았다. 몸이 속절없이 떨렸다. 조금 더 게워낼 수 있을 것 같아 한계까지, 속이 전부 빌 때까지 토해냈다. 그리고 눈물과 침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그마저도 오래 걸리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도망쳐야 할 것 같아 다시금 내공을 써 거처까지 달렸을 때 깨달은 것은, 품 안의 강아지는 여전히 눈 감은 채였다는 점이다.

재하는 저녁까지 강아지를 돌봤다. 숨 쉬고 이따금씩 앓던 강아지는 이젠 앞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눈 뜨지 않는다. 이불을 덮어주어도,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도록 심장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도. 맥을 짚어도. 맥은 흐려지고 강아지는 이젠 캑캑대지도 않았다. 이내 새벽이 되었을 때 강아지는 숨조차 사그라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불러도 귀를 까딱하지 않고 이불 덮어준 작은 몸의 온기가 식어가기 시작했다. 재하는 그런 강아지를 한참이고 내려다봤다. 부러운 시선을 이따금씩 보이며 아마 반 시진 정도 침묵하고 생명이었던 고깃덩어리만 쳐다봤다. 이내 손을 뻗었다. ​평생 눈 뜨지 못하고 삶을 떠나보낸 작은 생명을 팔 위로 안아올리고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입을 뗐다.

"자장자장, 새는 나무 위에서 눈 감고 나비는 꽃 위에 내려앉아 곤히 잠을 청하네.. 자장자장, 잘 자거라.. 아프지 말고 푹 자거라.."

누군가는 기도 하기를 바랐겠지만 재하는 흐르는 대로 두었다. 잠든 것처럼 평온히 삶 떠난 강아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재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처를 나서 새벽녘의 거리를 걸었다. 이윽고 익숙한 곳에 도착했고, 손으로 흙을 파헤쳤다. 깊지 않다. 조촐한 무덤 옆 흔적도 희미한 새 무덤이 생겼다. 재하가 잠옷 차림으로 흙바닥에 주저앉아 손바닥 두 개 만한 무덤의 흙을 토닥인다. 누군가 죽은 날은 또 누군가 태어나는 날. 끝없는 윤회. 내 새로운 시작, 다시는 없을 당신과 나의 나날. 그리하여 나는 이리도 삶 한 구석에서 누군가의 죽음으로 나만 이런 일을 겪지 않는다 위안을 얻는가. 병들고 죽음을 상징하듯 온통 새하얀 내가 살아오며 응당 이루어졌어야 할 죽음을 타인에게 전가하며 하루를 살아가는가..

"자장, 자장.."

아, 참으로 최악이어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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