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03073> [All/육성/슬로우/무협] 무림비사武林秘史 - 75 :: 1001

◆gFlXRVWxzA

2021-12-19 15:25:28 - 2021-12-27 01:16:47

0 ◆gFlXRVWxzA (TDquKaD58o)

2021-12-19 (내일 월요일) 15:25:28

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표준으로 적용하며, 이에 기속규칙대로 해야한다됩니다.

시트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5835/recent
수련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07065/recent
다이스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2093605/recent
임시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7528/recent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익명 설문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40d_FakoEwIYj7dHpDGZLWrxfDOqH6WZM-53IcFJCou4k5g/viewform?usp=sf_link

352 재하 (dbRaifGQsY)

2021-12-22 (水) 01:17:06

입마관에서 교육받을 적 재하는 하루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세상은 넓었고, 재하가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내공과 단전이라는 생소한 개념도 그렇지만, 익숙한 것이 낯설어 적응하는데 무진 애를 썼다. 밟는 흙의 감촉이 달랐고, 흘리는 땀의 원인이 달랐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에서 자신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야만 했다. 삶이 삽시간에 달라졌다. 재하는 더 이상 화려한 꽃을 선물받지 않고 들꽃을 꺾어 책 사이에 끼워둔다. 패물을 받지 않고 직접 살 수 있게 됐다. 옷에 흙을 묻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걸을 때 상처가 터져 피가 번지기 때문에 점소이가 안아올리는 대신 내공을 써 빠르게 뛰어다닐 수 있다. 소리를 맘껏 내며 웃을 수도 있고, 불만을 작게 토로해도 됐다. 물에 먹 타듯 적응은 빨랐고, 배움은 즐거웠으며, 아는 만큼 세상은 넓어졌다.

그런 삶에서 재하의 이해를 막아 세운 건 여인의 존재였다. 강호를 제패하는 사람 중 여인의 지분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강한 사람으로 함부로 대하지 아니하고 숭상 받는 단 것이다. 마교의 2장로 소수마녀도 여인이라더라. 재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에 기름 섞듯 도저히 섞이지 않는다. 받아들이기엔 비참한 사실이다. 우리가 소모품이 아니고 천대받지 아니 한단 말인가? 재하의 협소한 세상에서 여인이란 존재는 핍박받다 강제로 팔려와 주체를 잃고, 웃음을 팔고, 꽃을 팔며, 청춘을 팔다 마침내 시들어 저버리면 우악 진 손아귀에 무참히 꺾여 버려지는 것이었다. 서로 모여 의지하였으나 목소리를 낼 수 없음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당연했다. 눈물로 밤을 지새워도, 어쩌다 달려들어도, 신고를 해도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이 되레 잃는다. 팔려와 삶의 주체를 잃은 어린 꽃은 다시 분칠을 하고, 언제 찢어질지 모르는 옷을 입고, 웃음을 팔기 위해 준비했다. 재하가 자란 곳이 모두 예기로 이루어진,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는 고급 기루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기와 창기가 섞였지만 창기의 지분이 대다수인, 밑바닥 중의 밑바닥. 그 때문에 장로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날 재하는 포근하던 침대가 가시로 이루어진 것 같아 한참을 뒤척였다. 참담함이 온몸을 짓눌렀다. 밑바닥은 저항할 수 있으며 올라설 수 있었다. 죽더라도 차라리 이 악물고 달려들었다면, 그랬더라면 조금 더 일찍 달라졌을까. 아니면 루주가 무공 배운 자 데려와 제압했을까. 아마 후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재하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 당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세상은 넓고, 밑바닥의 혼탁한 공기에 익숙해진 재하는 위 세상의 청명한 공기가 먼지 가득한 더러운 폐부를 찌르는 것이 괴로워 몸을 웅크리고 밤을 새웠다.

밤을 꼴딱 지새우자 새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수업의 진행은 동일하게 집중했으나 재하는 재깍 대답하지 못하고 버벅였다. 수업이 끝나고 동기생은 그런 재하를 위로하듯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툭 치며 기루로 놀러 가자 했다. 그 순간 보인 재하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비로운 외형, 늘 자기 자신을 낮추고 두루두루 지내던, 심한 장난에도 마주 웃으며 배려하던 선한 우등생이라는 환상이 일순 부서졌다. 두 눈은 홉뜨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괴로움이 묻었다. 찰나의 순간 뒤로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 짓던 표정으로 가리긴 했어도, 일전의 괴로움은 쉬이 잊지 못할 만큼 섬찟한 기품과 아름다움이 배어났다. 그 고통 뒤로 또 봄 만개하는 미소를 지었기에, 그 수심 어린 미소가 어디서 나오는지 그 편린을 본 것만 같았다.

"죄송하여요. 내일이 시험이란 사실에 벌써 긴장하여 신경이 예민하였기에. 제대로 된 반응 드리지 못하여 송구할 따름이오나, 이 상태에서 술까지 젖어버리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오니, 필히 낙제하게 될 것이어요. 나중에 시험이 끝나면 가도 될는지."
"어, 어어. 그래. 피곤해 보이긴 하더라. 너 이래놓고 밤새우고 공부할 거지?"
"지당하신 말씀. 기실 마 씨가 새벽 내 술을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사와요."
"이 잔인한 녀석."
"네에, 이마저도 악즉선에 업보. 천마님의 긍휼함이어라."
"어휴, 됐다. 널 누가 말려. 우리는 먼저 갈 테니까, 마음 바뀌면 언제든 와."
"부디 즐거이 즐기다 오셔요. 꼬옥 취하시는 것이어요?"
"뭐래, 가자!"

재하는 자신을 두고 기루로 가는 무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것이 평범한 삶일지라. 새장은 놀러 가는 장소요, 살아남기 위했던 발악은 누군가의 여흥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삶이다. 그렇다면 나도 적응해야 하는 것인가? 발악은 잊고 여흥에 중심을 맞춰야 하는 것인가? 나는 새장 밖의 새니 새장 안을 외면해야 하는가? 거둬준 은혜를 잊고? 가장 안전한 곳을 버린 대가는 이런 것인가! 괴리감에 온몸이 떨려 재하는 방에 돌아가지 못하고 수련장으로 달려가 한참 동안 부채를 휘둘렀다. 선무를 추며 내공을 담지 않고 부드러움을 그렸다. 고통을 잊듯 살을 풀었다. 재하는 삶의 밑바닥에서 그것이 당연하다 살았던 사람이다. 다름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숙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위가, 더 큰 세상이 존재했다. 안정적인 삶의 반열에 들었기에 그 처절함을 기만하는 세상 속에서 섞이거나, 그 괴리감을 이기지 못해 동떨어져야만 했다. 선택지는 없다. 괴리감을 이겨내야 했다. 동떨어져도 더 이상 재하를 부르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왕 씨 어르신도 심장이 멈춰 백화 치마폭에서 코 박고 죽었고, 나 노인은 소식이 끊겼다. 은야 누이도, 백화 누이도 그 기루에 있을지 불투명하다. 루주는.. 재하는 기어이 소리를 냈다.

아!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 사내아이도 아닌데…….

그렇게 수련으로 저녁을 지새우고 새벽을 공부로 지새운다. 무언가를 잊어내듯, 혹은 받들듯.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을 살살 풀어내듯. 그렇게 서럽던 밤이 지나 시험날이 지나고, 결과 나오는 날. 재하는 더 이상 고민에 밤새우지 않았다. 대신 무리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운 떼었다.

"이번 시험은 어떠하였사와요?"
"유급만 안 하면 좋을 텐데.."
"저런.. 과음했사와요?"
"그래.."
"그럼 술로 망했으니 술로 풀어야지요. 기루로 가실까요?"

재하는 직접 발 디뎌 낯익은 술 찌든 내를 맡았다. 붉은 기둥은 보기만 해도 호화롭고, 안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루주, 그 단어에 재하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회초리를 들고 제법 체구가 큰 남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40대로 보이는 여인이다. 기품있게 세월을 맞이하는 여인이 능숙하게 손님을 대했다. 재하와 함께 온 무리는 제각기 떠들다 각자 즐길지, 무리 지을지 정하듯 왁자지껄했다. 한참 웃고 떠들 청춘을 지켜보다 재하의 신이한 외형에 넋이 나간 루주의 시선을 뒤로 재하는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손 뻗어 호명된 기녀처럼 무리의 한 사람을 잡으려다 만다. 단지 제일 먼저 루주에게 가장 최근 온 아이를 불러달라 하였다.

"운이 좋군요. 오늘 첫 지명인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로 하시겠는지요."
"예, 그리하다면 홀로 방 쓰겠습니다."
"술상을 내 오렵니까?"
"간단한 상으로 내와주십시오. 내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목 적시고 갈 터이니 문밖의 점소이도 물러주시오."
"그건 조금 어려울 듯 하옵니다만."
"내 보다시피 신이한 외형이니 난동을 피우고 도망친다 하여도 금세 붙잡힐 것인데 무엇을 하렵니까. 정 석연치 아니하면 입 무거운 자 문 앞에 세우시지요."
"알겠사옵니다."
"인마, 재하. 너 한두 번 온 게 아니구나? 그렇게 안 봤는데!"
"무엇이 치사하렵니까? 잘 즐기다 오십시오, 저도 즐길 터이나 해 뜨기 전까진 돌아갈 것이요, 깨우지 아니하렵디다."
"치사한 녀석."

저속한 휘파람 소리에 사붓하게 웃어 답을 대신하고 방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술상을 뒤로 재하는 협소한 방 안을 둘러본다. 이제 이 자리에, 방석에 앉을 것이다. 본디 기녀 앉아야 할 자리가 재하의 자리였다. 습관처럼 그 자리에 앉으려던 것을 멈춘다. 물끄러미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 같은 이 장소를 내려다보던 재하가 미닫이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주춤거리다 부드럽게 들어오던 소녀는 재하를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저, 저어.. 앉지 아니하시는지요..?"
"앉겠습니다."

재하는 방석에 앉는다. 아무런 감회도, 느낌도 들지 않았다. 기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배운 대로 앉자 재하는 가만히 기녀를 쳐다봤다. 기녀는 재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보였고, 아직 표정을 감추는 법을 모르는 듯싶었다. 재하는 어색한 손길로 술병을 잡으려는 기녀에게 손짓했다.

"그만."
"네?"

재하가 술병을 잡는다. 술이 가장 고운 소리를 낼 높이에서 주둥이를 기울이고 정확히 끝마친다. 이윽고 기녀를 향해 빈 잔을 밀어주었다. 옆방은 재하의 동료가 무리 지어 있었고, 벌써부터 고성과 함께 왁자지껄하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눈치에 재하는 입을 뗐다.

"내 이제 스스로 소리 내어 웃겠습니다. 술도 죄 마시겠습니다. 당신은 이번 잔을 마지막으로 술을 채우지도 말고, 악을 하지도 말고, 몸을 팔기 위해 내게 붙지도 마십시오."
"그럼 소녀는 무엇을 하나요?"
"쉬십시오."
"예?"
"다시는 없을 기회니 운이 좋다 생각하십시오."
".. 무례하오나 발언하여도 괜찮겠사온지."
"하문하시지요."
"..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이번이 첫 지명이라 들었습니다."
"단지 그뿐입니까?"
"다시는 없을 기회기에 이리 하였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기회가 추억으로 남을지, 간절히 바라는 족쇄로 남을지, 곱씹고 의미를 찾는 건 온전히 당신의 몫이지요. 무책임해 보입니까?"
"..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허면 내 더는 발언하지 않으리다. 위로 올려드릴 테니 직접 알아가시지요. 이제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겁니다."

재하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가득 찬 잔을 모조리 목구멍 뒤로 털어넘기고 침묵했다. 안정적인 삶의 반열에 들었기 때문이다. 밑바닥에서 태어났으나 그 처절함을 기만하는 세상 속에서 섞이기로 했다. 누군가 죽기 전까지 밑바닥에서 기어 다니며 가장 간절히 바라던 삶을 밑바닥에 새로 떨어진 사람에게 내어주는 것으로 이 죄를 조금이나마 속죄할 수 있기를 속으로 기도하며 술잔을 다시금 채웠다.

기녀는 어쩔 줄 몰라 하다 무릎을 꿇지 않고 편하게 자리에 앉더니, 재하를 의심스럽게 한참 쳐다보다 곤히 잠들었다. 어스름한 새벽이었다. 재하는 그런 기녀가 술을 마신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옷 소매, 치맛단, 머리카락에 술을 두어 방울 붓고는, 옆방의 생도를 죄 깨운 뒤, 루주에게 이런 요물을 당최 어디에서 구해왔나 슬쩍 언질을 주었다. 좋은 물건을 건졌다는 양 루주의 밝은 표정을 뒤로 재하는 자리를 떠났다.
교국엔 머리에 먹 부은 듯 새카만 머릿결의 청년이 있다. 검은 멱리를 써 얼굴을 가린 청년은 새카만 장삼 걸치고 기루에 홀연히 나타나곤 한다. 얼굴도, 나이도, 모습도 가늠치 못하나 먹 냄새가 짙은 것이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추측만 무성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기녀를 지명하고 안지 않는단 것이다. 술을 마시라 강요하지 않고, 마셔야 할 독주를 대신 죄 마셔버리며, 웃음을 사지도 않고, 악을 듣지도, 시를 써달라 하지도 않는다. 간혹 본인이 직접 악을 하고, 시를 쓰고, 그리고 새벽이 되면 홀연히 떠난다. 어느 기녀가 용기 있게 질문했다. 어찌 이러십니까? 그러자 청년이 되레 물었다.

채연이라는 이름의 여인을 아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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