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95090> [All/육성/슬로우/무협] 무림비사武林秘史 - 74 :: 1001

◆gFlXRVWxzA

2021-12-11 22:22:52 - 2021-12-19 15:37:29

0 ◆gFlXRVWxzA (wpbT4nbCGo)

2021-12-11 (파란날) 22:22:52

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표준으로 적용하며, 이에 기속규칙대로 해야한다됩니다.

시트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5835/recent
수련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07065/recent
다이스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2093605/recent
임시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7528/recent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익명 설문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40d_FakoEwIYj7dHpDGZLWrxfDOqH6WZM-53IcFJCou4k5g/viewform?usp=sf_link

344 재하 (WeOMQmHfDM)

2021-12-14 (FIRE!) 21:48:07

채연이 죽었지만 기루도, 기루 바깥 거리도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누군가 죽었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기루 사람들은 채연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고 일상을 살았다. 채연과 백화, 그리고 재하가 있던 방은 이제 은야가 채연의 자리를 채웠다. 은야는 처음에 재하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기루 사람들이 처음부터 재하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듯이, 은야도 그런 부류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은야는 재하를 아들처럼 품어 키웠다. 재하가 머리가 좀 자라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은야는 아주 일찍 결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루에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남편이 빚을 키워놓고 도망가고 자식은 굶어 죽었기 때문이다. 빚을 갚기 위해 남은 건 창기와 예기가 어지럽게 섞인 기루뿐이었다. 그런 은야에게 재하는 잃어버린 아들 같은 존재였다. 그간 어색했던 이유는 한 번 더 잃을까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은야는 재하를 향해 다가갔다. 재하는 벌써 30분째 창밖만 보고 있었다.

"재하야,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니?"

재하는 창밖을 진득하게 보던 시선을 떼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느새 같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은야를 빤히 바라보다 말갛게 웃었다. 재하는 어느덧 살이 좀 붙었는데, 이제 키가 한 뼘은 더 컸다. 통실한 볼 뒤로 미소가 만개했다. 바깥을 보는 것으로도 즐거웠는지 두 눈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고, 뺨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분홍빛이었다.

"바깥이 시끄러워요. 저건 뭐예요?"

재하가 가리킨 곳을 향해 은야가 고개를 쭉 뻗었다. 붉은 등이 이곳저곳 매달리고 천마의 표식이 그려진 깃발도 보인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만개했다. 시장은 축제가 한창이었다. 은야는 재하의 들뜬 목소리에 부드러운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축제구나."
"추욱-제?"

재하는 머리 위의 온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재하는 모르는 게 많았다. 기루에 올 적만 해도 새와 나비가 잠을 잔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정작 새와 나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비가 앉는 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백화가 점소이를 들들 볶아 새를 잡아오고, 나비와 꽃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나서야 재하는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새와 나비, 꽃을 본 적이 없었냐는 점소이의 질문에 재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는 정상적인 곳에서 자란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이 사실 덕분에 재하가 이것저것을 보며 배우긴 했지만, 루주는 아직 재하가 밖에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아 재하에겐 여러 가지가 부족했다. 은야는 그런 재하를 이해했고, 재하에게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했다.

"그래. 사람들이 모두 즐겁게 놀 수 있는 날이란다."
"놀아요?"
"그럼. 맛있는 음식도 많고, 재밌는 구경거리도 많지. 나가고 싶니?"

재하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추더니 입술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니오." 하며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루주가 허락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은야는 재하가 또래보다 눈치를 더 많이 본다는 사실을 안다.

"나는 하얀색이라 못 나간대요."

재하는 은야의 머리카락을 빤히 보다가 가슴팍을 덮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은야는 그런 재하를 뒤에서 떨어지지 않게 안아주며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도록 번쩍 들었다. 재하는 남들과 많이 다르다. 지금껏 재하를 보여주면 백이면 백 놀랐다. 재하는 양쪽 색이 다른 눈동자를 가졌고, 머리카락은 유배색이다. 그런 재하는 확실히 신비로운 미가 있었지만 몇 손님은 뒤로 까무라지며 요괴가 아니냐 호통을 치기도 했다. 재하는 아마 거기에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슬픈 표정을 짓는 은야와 창밖만 바라보는 재하를 지켜보던 백화는 해바라기 씨를 까먹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래도 축제 날인데 우리가 데리고 나가면 되지 않을까? 머리도 먹으로 염색하면 되는 일이지."
"그래도 눈이 있잖니."
"붕대로 감아! 중원에서 뭐 다친 애가 흔하지 않은 일이라구."
"루주가 허락은 할까?"

은야의 걱정과 달리 루주는 흔쾌히 허락했다. 늘어져있던 루주는 은야와 백화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걸어온 재하를 보고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진즉 파악한 것 같았다. 폭죽 소리로 시끄러운 창가를 쳐다본 루주는 곰방대를 입에서 떼고 연기를 뱉었다.

"나가보든지. 내가 그렇게 인색한 사람도 아니고. 단, 너희는 오늘 지명이니까 나가지 말고 점소이 하나 보호자로 따라가라 해라. 재희야, 듣고 있느냐."
"네에. 하명하시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 안에는 들어와야 한다."
"네에."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도 말고."
"네에."
"네 이름을 밝히지도 말고."

허락이 떨어지고 백화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재하는 먹을 부어 머리를 새카맣게 물들였다. 은야는 먹이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빗질을 했다. 새카맣고 윤기가 도는 머리카락은 옆머리 한 가닥만 새끼줄 꼬듯 땋았고, 새빨간 눈에는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왕 씨가 남몰래 사준 옷을 입었다. 값비싸고 새하야며, 자수가 있는 비단옷은 새하얀 머리를 가진 재하를 위한 것이었지만 검은 머리여도 충분히 잘 어울렸다. 재하의 보호자인 점소이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얜 누구래?"
"아이 참, 재하잖아요!"
"우리 기루 기녀보다 더 예쁘네."
"한 씨, 맞을래요?"
"어이구야, 재하야, 이런 흉포한 고양이들 말구 형이랑 놀다 오자."

재하는 이를 박박 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두 기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점소이를 졸졸 따라 밖으로 나섰다. 채연에 의해 기루에 오고 나서 처음 밖으로 발을 내디딘 재하는 흙바닥이 신기한지 바닥을 몇 번 툭툭 비단신 신은 발로 두들겨보다 이내 폴짝폴짝 뛰었다. 점소이는 재하를 가만히 쳐다봤다. 신난 건지, 아니면 다른 건지 모르겠다. 저번에는 새와 나비도, 꽃도 처음 봤다고 했으니 흙도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런 흙바닥도 처음 본 정도면 대체 재하는 어디에서 자란 걸까? 재하는 이내 폴짝폴짝 뛰다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래?"
"다리가 꼭 매미 우는소리처럼 된 것 같아요. 짜르르 했어."
"바닥이 딱딱해서 그런 거야. 이제 장터로 가면 사람이 많을 거니까 형 손 꽉 잡아야 한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소이의 손을 잡고 얼마 걷지 않았을 무렵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졌다. 새빨간 종이 장식, 아이들의 웃음소리, 꼬치 굽는 냄새와 수많은 사람들. 재하는 모든 게 처음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다 점소이에게 꾹 매달렸다. 점소이는 괜찮다는 듯 재하의 등을 두어 번 토닥여주며 노점상 하나에게 걸어갔다.

"빙탕후루 하나 주시오."
"이번엔 산사나무 말고 그 귀하다는 포도 꿴 것도 있는데, 어느 걸로 줄까?"
"포도는 질리도록 먹고 자란지라 아가위가 제일 낫지."
"어쩐지 예사롭지 않게 생겼다 했더니, 있는 집 아가씨인감? 자, 선물입니다요, 아씨. 포도 설탕에 굳혀 먹어본 적은 없지?"
"..감사하여요."
"얌전하기도 하네! 재밌게 즐겨요, 아씨."

재하는 아가위가 꽂힌 탕후루와 만들다 실패한 게 분명한 포도 두 알을 받았다. 금이 간 투명한 유리에 감싼 것 같은 포도를 바라보던 재하는 고개를 들어 팔을 쭉 뻗었다. 두 알이니 하나는 점소이의 몫이었다. 점소이는 재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 먹이 녹을까 봐 대신 어깨를 두어 번 툭툭 두들겨주곤 포도 한 알을 집어 날름 먹었다. 재하는 탕후루조차 처음 보는지 이리저리 포도알을 굴려보다 부스러져 나온 설탕 조각을 손으로 핥아보곤, 마음에 들었는지 설탕에 감긴 포도를 입에 쏙 넣었다. 입이 수용할 공간이 여간 작아 벌써 입술이 쭉 앞으로 나왔다. 두어번 오물거리던 재하는 오도독 소리에 놀랐는지 눈을 둥글게 뜨다 이내 배시시 웃었다.

"마음에 드는구나?"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먹으란 말에 충분히 씹어 삼키고, 아가위가 꽂힌 막대를 점소이 쪽으로 쭉 밀어주었다. 너 먹으라 산 거다. 짧은 실랑이가 오갔지만 결국 첫입은 점소이의 것이었다. 점소이 한입, 재하 한입. 새콤한 아가위 과즙이 작은 입안을 꽉 채우고 열심히 삼키다 보니 어느덧 빈 꼬치만 남았다. 시장을 구경하던 재하는 자신과 키가 비슷한 아이가 무리를 짓고 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점소이도 재하의 시선을 따라갔다.

"왜 그래? 놀고 싶어?"
"작아요."
"너도 작아, 인석아."
"..작아."

설마 아이도 처음 보는 건가? 재하의 의뭉스러운 시선에 점소이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았나 다시 고민하게 됐다. 그러기도 잠시, 무리의 대장으로 추측되는 아이가 공을 들고 걸어오자 대여섯 명 되는 아이들도 우르르 따라 몰려왔다. 재하는 점소이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점소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다.

"현웅이 형, 못 보던 앤데 누구예요?"
"음.. 얘는.."
"바보야! 옷이 엄청 비싸 보이잖아! 명문가 사람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현웅이 형이 그런 대단한 가문 시비일 리가 없잖아!"
"다 들린다. 인석들아. 얘는 우리 손님 아들이야. 여긴 처음이라 축제 구경 겸 보여드리러 왔지."
"진짜 귀족 가문 사람일지도 모르겠네!"
"그럼 우리랑 노는 영광을 줄게! 따라와!"
"바보야, 반대잖아!"
"넌 귀족 집 사람들이 우리랑 놀면 그게 영광인 것도 모르냐?"

태연한 거짓말이지만 아이들은 믿었다. 서슴없이 뻗은 손에 재하는 끌려가듯 시장 구석 공터로 향했고, 어리둥절한 시선에 점소이는 괜찮을 거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넌 이름이 뭐야?"
"나..."
"바보야! 명문가 도련님이면 어떡하려구!"
"아! 맞다! 그럼 도련님아, 우리랑 축국 하고 놀자!"

처음에도 점소이는 공차기도 모르면 어쩌나 싶었지만 아이들이 하는 걸 물끄러미 보다 조심스럽게 따라 하더니, 이내 신나게 노는 걸 보며 안심하고 근처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했다. 재하는 아이 틈에 섞여 말갛게 웃고 있었다. 저렇게 근심 걱정 없이 웃는 걸 본 적이 있던가? 루주 손에 자라면서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맑은 웃음소리 사이로 재하의 웃음소리도 섞였다. 젊은 것이 좋다고, 두 시진을 그렇게 쉬지 않고 놀았다.

"어, 비 온다."

그렇게 숨 할딱이며 그게 또 재밌다고 깔깔 웃던 도중, 하늘에서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땅을 적실 정도로 세찬 비가 쏟아졌다. 공을 발로 차던 아이 중 하나가 재하를 보고 우뚝 멈춰 서더니 눈이 커졌다. 그 시선을 따르던 아이도, 길을 가던 어른도 모두 멈춰 재하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재하는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오똑한 코를 타고 새카만 물이 뚝뚝 떨어지고, 값비싼 비단옷의 소매도 어느덧 씻겨내려간 먹 때문에 새카맣다. 새하얀 머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눈치껏 넘어가는 법을 아직 배우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놀란 어린아이가 꽥 비명을 내지르자 재하는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더니, 그대로 뒤돌아 뛰었다. 저 멀리서 지켜보던 점소이가 일 났다며 재하를 뒤쫓아 붙잡았다. 재하는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 대신 웅크려 앉아 머리카락을 숨기듯 조막만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꽉 쥐어 잡아 아래로 내리며 몸을 벌벌 떨었다.

"재하야, 괜찮니?"
"새는, 새는.. 나무 위에서.."
"재하야?"
"나무 위에서어..괜찮, 괜찮댔는데.."

점소이는 재하를 꽉 안아올리고 기루로 뛰었다. 처음 재하가 왔듯 점소이가 기루에 시끄럽게 들이닥쳤다. 시선이 집중되고 비에 젖은 재하가 품에서 벌벌 떨었다. 막 들어온 손님을 안내하려던 백화가 눈을 크게 뜨며 새된 비명과 함께 달려왔다. 재하는 건너 안기자마자 소리도 안 내고 울었다. 자식 있는 손님과 점소이가 신경 쓸 정도로 처량한 울음 뒤로 까무룩 정신을 잃은 재하는 닷새를 내리 앓았다. 의사의 말로는 원체 약한 아이가 체력이란 체력은 다 쓰고 뛰놀더니 비까지 맞아 고뿔이 단단히 든 것이라 했다.

재하가 다시 깨어나 제일 먼저 한 것은 닭을 삶아 먹은 것도 아니고, 여지나 미음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재하는 루주의 부름에 아직 멍한 얼굴로 방을 향했다. 재하를 위아래로 훑은 루주는 야위었으니 또 뭘 해먹이겠다며 중얼거리곤 곰방대로 책상을 툭툭 쳤다. 재하는 바로 앞까지 다가왔고, 루주는 연기를 머금다가 뱉었다.

"바깥은 어떠했느냐."
"…새빨갛고.. 사람이 많았사와요."
"듣자 하니 비가 와서 죄 들켰다지?"

루주는 끌끌 혀를 차며 아직 또래보다 한참은 작은 재하를 내려다봤다. 큰 어른의 위압적인 눈길에 재하는 딸꾹질이 나올 것 같아 숨을 참았다. 안절부절못하는 재하를 문 너머로 점소이가 흘긋 지켜봤지만, 루주가 문가를 쳐다보자 달음박질을 쳤다. 루주는 다시 재하로 시선을 옮겼다. 요 며칠 앓았다고 애가 다시 비쩍 곯아버렸다. 당장 아이 비에 젖어 돌아왔을 때 처음 보는 손님마저 죄 동정했다 할 정도였으니 더 커 맘만 먹으면 무인도 양껏 홀려내리. 루주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내가 고 녀석들 입막음 시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재희야. 내 네 태어난 것을 죄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
"다만 아무리 네 머리에 먹 붓는다 하여도 네 본질 달라질 성싶더냐?"

루주는 허공을 향해 연기를 뱉으며 재하에게서 시선을 뗐다. 재하는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주변 눈치만 살피다 고개를 푹 숙였다. 점소이의 말을 듣자 하니 새도, 꽃도, 나비도, 하물며 흙바닥과 또래 아이까지 모른다 하지 무언가. 날 적부터 갇혀 산 것인지, 아니면 꽁꽁 숨긴 것인지.

"밖은 위험하다. 네 머리색 드러났을 때 사람들 시선 몰렸듯 흰색이 불길하다며 아이들이 비명을 질러대니 어른은 아니하겠더냐? 네 목숨까지 위협하겠지."
"저, 정말요?"
"물론이고 말고. 안전하게 안에만 있거라. 바깥에서 갖고 싶던 것은 여기 점소이나 기녀가 죄 가져다줄 테니, 너는 여기서 안전히 자라면 된다. 아무도 위협하지 않고 사랑 주니 얼마나 좋은 곳이더냐."
"……."
"그러나 세상 공짜는 없다. 안전한 만큼 네가 노력해야 할 것이야. 이곳은 기루! 남성이 자라기엔 험악한 곳이니 나기를 사내로 자랐으나 네 지금부터 계집이다. 이틀 뒤부터 선생을 붙일 테니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알겠느냐?"
"네에."

옳거니,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 이 안이 세상이면 되겠구나. 그리하면 이 아이로 한탕 크게 벌어먹을 수 있으리. 루주는 인자하게 웃으며 재하의 머리에 큰 손을 올려 토닥였다.

착하기도 하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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