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6739> [1:1/HL] 달을 바라보는 별 - 1 :: 759

알렌주 ◆SGoz6QxvHE

2021-02-17 23:16:14 - 2021-03-08 23:47:01

0 알렌주 ◆SGoz6QxvHE (doByvjDsSk)

2021-02-17 (水) 23:16:14

Don't walk behind me ; I may not lead.
Don't walk in front of me ; I may not follow.
Just walk beside me and be my friend.

내 뒤에서 걷지 마, 내가 이끌지 못할 수도 있으니.
내 앞에서도 걷지 마. 내가 따라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냥 내 옆에서 걸으며 내 친구가 돼 줘.

Albert Camus
알베르 카뮈

>>1 알렌
>>2 린포르 알토 플라렌티아

709 알렌주 (N/Tsgmd8No)

2021-03-08 (모두 수고..) 00:01:34

후.. 린포르주가 아이 취급을 하잖아? 그치만...왠지 린포르주한테 받는 건 나쁘지 않네~😜 그래도 적당히ㅜ자러갔다니 다행이야. 진짜 볼 면목이 없네, 하고 린포르주를 기다렸거든.. 😭 진짜.. 이렇게 착한 린포르주를 어떻게 만났담...

710 알렌 - 린포르 (N/Tsgmd8No)

2021-03-08 (모두 수고..) 00:02:27

먼저 자리에서 빠져나온 알렌은 늘어지듯 앉아 멍하니 자료들을 눈에 담았다. 사실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지만, 자신이 왜 이러는 것인지도 좀처럼 알 수 없었다. 그저 릭이 자신에게 가시 섞인 말을 하며 놀려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존경하는 단장에게 듣기 안 좋은 말을 들어서 그런 것일까. 자기 자신도 모를 이 감정을 무엇이라고 해야하는걸까. 그저 혼나기만 해서는 이런 기분이 될 리가 없었다. 선배 기사들에게 구박을 받을 때도 자신은 언제나 혼나고 나선 웃어넘기곤 했으니까.

" 모르겠네, 정말... 그치만 왠지 싫다.. "

알렌은 턱을 괸 체 목에 힘을 빼곤 기울인다. 알렌의 머리카락이 기울어진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알렌은 작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이번 임무에선 자신이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감정들이 너무 많이 생겨났다. 이게 진짜 어떠한 감정인지, 아니면 그저 느낌 뿐인 무언가인지 알렌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눈을 느릿하게 감은 알렌은 눈이 감기고 생겨난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열이 오른 머리를 식히려 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알렌은 눈을 떴다. 자신이 수도에서, 그리고 이곳에서 제일 잘 알고 있는 이의 발소리였으니까.

" .. 금방 치우겠습니다. "

알렌은 쟁반을 들고 온 린포르가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며 자신도 모르게 짧은 말을 돌려줬다.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해야지, 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자신의 입에선 평소랑 다르게 딱딱하기 그지 없었다. 투정이라도 부리려는걸까. 내 주제에 단장에게 쿠정이라니. 알렌은 자신의 철없는 속마음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 마음에 동조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 ..휴식..말입니까. 죄송합니다, 리엔. 전 휴식을 취할 만큼 제대로 '임무'에 집중하고 있지 못한 모양이라 아직은 쉴 자격이 없어 곤란할 것 같습니다. "

'저'만 그랬던 것이죠.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활발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딱딱한 말을 내뱉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자신은 단장에게 어리광이나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렌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인지 아까 전에 릭이 했던 말이 가시를 세우고 옭죄여 오는 느낌이 들었는지 린포르가 챙겨온 홍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작게 침음성을 삼킨다.

" 이 파이, 리엔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임무에 집중하시느라 피곤하셨을테니.. 제 몫까지 드시고 쉬고 계세요, 리엔. 전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그냥 성당 앞으로.. "

지금 린포르와 앉아 있으면 자신이 자꾸만 투정 같은 것을 부릴 것 같았다. 저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고 싶지 않아. 그리고 미움을 받고 싳지 않아. 지금 자신이 린포르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알렌은 삐걱거리는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린포르를 지켜야 하니 멀리 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그저 투정을 부리지 않게 성당 앞에서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고작해야 린포르에게 자신은 널리고 널린 '수습기사'일 뿐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할 시간일지도 몰랐다.

# 흥나삐!!🥺 (흥!! 나 삐져써!!)

711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0:05:53

아니....아니......... 삐진 알렌 너무 귀엽잖아. 귀엽잖아! 이건 버틸 수가 없다. 이대로 승천해도 좋아... 행복해... 😌

712 알렌주 (N/Tsgmd8No)

2021-03-08 (모두 수고..) 00:07:45

귀엽다니 다행이다 😌 마음에 안들면 어쩌지 했네~ 린포르주가 행복하다니 안심했어 좋다 좋다~ 😘

713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0:12:00

가시 잔뜩 세운 알렌도치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까요. 진짜 너무 행복한 고민이네요. 린포르는 당황스럽겠지만. 😚 답레는 좀 나중에 올릴게요. 시간이 이렇다보니. 지금은 어제 못다한 잡담이나 해요. 우리. 음, 무슨 얘기가 좋을려나요.

714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3:29:23

으아악 미안해 😣 왜 린포르주 답레를 못 보고 자러갔다고 생각했지?!

715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3:34:06

아 정말 바보같아 나....😭

716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3:34:54

(딱히 기다리던 건 아니지만 고개는 내밀어봄)

717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3:42:54

아까 안 보일 때 한번더 불러볼 걸 그랬네요. 이미 너무 늦어버렸지만. 오늘밤도 잘 자길. 알렌주.

718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5:13:57

미안해😖 아 정말 왜 이러지. ㅠㅠ

719 린포르 - 알렌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5:17:59

그녀가 응접실로 돌아와 테이블을 정리해 달라고 했을 때, 대답으로 들렸던 알렌의 목소리가 차갑고 말투가 딱딱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매우 짧은 말이어서 그녀가 잘못 느낀 거라고 여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알렌의 말은 착각할 수 없을 만큼 딱딱했다. 말에 질감은 없지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느낄만큼. 그런 목소리를 들으니 입안으로 흘려보낸 홍차가 단박에 쓴 맛으로 바뀌었다. 더는 마실수가 없게 된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는 실감했다.

"........."

이 상황을 시간에 맡겨 흘려버리려고 한 것. 그것은 실수였다. 그녀는 은연중에 알렌에게 하지 말아야 할 기대를 해버린거다. 그런 쓴소리를 했어도 지금쯤이면 평소처럼 돌아와 있을거라고. 지금까지는 그랬으니까, 늘 알렌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잘못이 아니어도 사과를 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럴거라 생각하면 안 됐다.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흘려넘기려 하면 안 되었다. 다시 생각하고 되짚어볼 필요도 없었다. 알렌의 태도로 하여금 그 사실을 절절히 느끼던 중 알렌이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끼익, 하고 의자 밀리는 소리가 나자 그녀의 손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방황하지 않고 정확히 움직인 손은 알렌의 팔을 잡으려 했다. 그의 팔을 잡아, 나가려는 걸 저지하면서, 잠깐만 기다려달라 부탁했다. 임무 중의 가명이 아닌 이름을 부르면서.

"잠깐, 기다리세요. 알렌. 나가지말라 하진 않겠습니다. 그저 잠깐만, 제 말을 들은 뒤에 움직여주었으면 합니다."

그의 팔을 붙잡은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면 얼마든지 떼어낼 수 있고, 그저 흔드는 걸로 뿌리쳐질 정도로만 잡고 있었다. 들어주었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말이 끝날 때까지 거칠게 붙잡고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러지 않는 건 미안함일까, 다른 이유일까. 어쨌든 알렌이 뿌리치고 나가기 전에 말을 전해야 했기에 오래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후.. 작은 한숨을 내쉬며 숨고르기를 한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알렌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겨우 정리된 그녀의 말을 꺼내었다.

"아까 그대에게 그러한 말들을 해서 미안합니다. 그대가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제 단순한 성질로 그대에게까지 화를 뻗치고 말았습니다. 임무 중임을 잊고 소홀히 굴었던 것은 저였습니다. 그대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오히려 저를 도우려 했으니 감사를 표해야겠지요. 아까 저를 도우려해서, 도와주어서 고마워요. 알렌."

살짝 눈을 내리 감으며 고개를 숙여보이는 것을 끝으로 그녀는 손을 떼고 자세를 추슬렀다. 이제 알렌이 나가서 바람을 쐬든 어쩌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상관하지는 않을거지만, 그런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찻잔의 손잡이를 쥔 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제가 이것을 좋아하기는 하나, 혼자서 두 조각은 못 먹습니다. 같이 먹을 이가 있는데 혼자 먼저 먹는 건 예의가.. 아니, 기분이 내키지 않는군요. 그러니 그대가 돌아와 먹고자 할 때 저도 같이 들도록 하죠. 그 전까지는 자료들을 보고 있을테니, 편히 다녀오세요."

그렇게 말한 뒤 홍차 한모금을 마시곤 정말로 가까이 있던 영지의 근황들이 정리된 자료집을 집어온다. 진짜 알렌이 바람을 쐬고 오는 것을 기다릴 것처럼. 아니, 그녀라면 정말 기다리겠지. 기다렸다 돌아온 그가 끝내 먹지 않겠다고 하면, 그녀 역시 먹지 않을거다. 고향 지인이 알 만큼 좋아하는 것이면서 말이다. 의자를 살짝 밀어 테이블에서 멀어지고선 다리에 자료집을 받쳐들고 내용을 보기 시작한 그녀는 분명 그럴 것이었다.

720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5:25:01

린포르주 아직 안 자던 모양이네? 😭

721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5:37:52

안 잤다고 해야 할지 졸다깼다고 해야할지요. 음. 어쨌거나 깨어있긴 했지요.

722 알렌주 (cpSlN74IuY)

2021-03-08 (모두 수고..) 05:40:31

혹시 자려던 걸 내가 붙잡은건가...😭 잘거라면 잘자! 라고 지금이라두 말할게...! 아니라면 잡담이라도 더 할래, 린포르주? 🤗 린포르주 놔두고 자버린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723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5:44:01

잡담...조금만 더 할까요. 그런데 알렌주는 안 자요? 자다 깬거면 그냥 더 자요. 자꾸 자다깨다 하면 더 피곤해지기만 해요.

724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5:46:39

난 괜찮아..! ☺️ 나도 린포르주랑 이야기 하고 싶구...잠은 린포르주 자러가면 나도 좀 더 자면 되니까 😘 그나저나! 린포르... 역시 강하네... 답레를 보고 확신했어..

725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5:50:10

자꾸 괜찮다고하니까 못미더운걸요. 진짠가. 흐음. 뭐가 강하다는건지 감이 잘 안잡히네요. 철벽이 강하다는건가..?

726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5:55:19

두어번 자다 깨니까 잠이 조금 깨서 바로 자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서 😋 강하다는 건... 린포르가 저렇게 팔을 잡고 말하면 몇명이나 내버려두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였어.. 알렌주는 어떻게 나가지 싶었구, 알렌은..(비밀)☺️

727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5:59:05

아하. 그런 의미였군요. 왜 내버려두고 가질 못할까요. 막 세게 붙잡은 것도 아닌데에. 호호. 알렌은 어떨지 기다려보면 알겠죠? 기대되네요.

728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6:05:47

내버려두고 가지 못하는건... 화가 났다기 보단 자기도
모르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크기고 하고.. 린포르가 이렇게까지 잡는다구? 하는 생각이랑 이러면 린포르가 좋아하는 걸 못 먹는데 하는 생각도 겹쳐서..🥰 응응! 답레는 린포르주 보기 좋게 낮에 올려둘테니까 엄청 기대하는 건 사실 걱정인데.. 쬐끔만 기대해줘..☺️

729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06:15:55

어휴 이 린포르바라기 같으니. 하지만 그 감정을 깨닫는 건 좀더 나중이겠죠. 벌써 알아버리면 안되지. 좀더 고민하고 방황하자. 알렌도 린포르도. 그것도 다 추억이 될테니까. 알렌주의 답레는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는걸요. 그러니 이번에도 맘편하게 기대하고 있을게요. 알렌주 페이스대로 써서 올려주세요.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이만 눈을 감아야겠어요. 자꾸 감겨서... 알렌주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잠깐 잘 정도는 됬으면 좋겠네요. 남은 시간도 잘 자요. 알렌주. 이따 봐요.

730 알렌주 (inFazNzN7M)

2021-03-08 (모두 수고..) 06:17:35

응! 잘 자구 이따 봐! 😘

731 알렌 - 린포르 (6gVoov5zNY)

2021-03-08 (모두 수고..) 10:26:45

알렌은 한순간 자신이 무엇을 들은 것인지 의심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 맞는지, 아니면 의자에 늘어지듯 앉았던 시점에서 잠시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게 될 정도였다. 갑작스레 뻗어온 린포르의 손이 자신의 팔을 붙잡았고, 끼익하는 의자의 소리와 함께 별명이 아닌 진짜 이름을 부르는 린포르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그가 놀라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닐터였다.

" 무슨 말을..... "

좀처럼 예상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이토록 다급하게 자신의 팔을, 린포르가 잡은걸까. 팔을 잡은 그 손에는 그다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었겠지만, 알렌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혹시나 손을 뿌리치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날까봐? 아니면 미움을 받을까봐? 하지만 그 두개 모두 확실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팔을 뿌리치지 못한 체, 짤막하게 간신히 대답을 하며 린포르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처럼.

그리곤 린포르의 사과가 귓가에 들려왔을 때에는 알렌의 눈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의 사람에게, 린포르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아니 저런 말을 해줄 정도로 자신을 신경써주고 있다는 사실에 알렌은 놀라고 말았다. 자신은 린포르의 반응을 그저 어차피 '수습기사'인 자신에게 향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추스리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단순히 '수습기사'라는 신분으로 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방금 린포르의 입에서 빠져나온 말로 확실해졌다. 심지어 고개를 숙여보이는 모습에는 심장마저 두근거릴 정도였으니까.

" ...리엔은 참으로 치사하신 분입니다. "

알렌은 힘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자세를 추스르고 제자리로 돌아간 린포르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린포르만은 들을 수 있었을 목소리였다. 정말이지 비겁하고 치사하다. 그런 모습으로, 그런 말을 하고 나면 자신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걸 린포르는 알고서 말했을까. 아니면 그저 그녀의 성품이 그런 것일까. 알렌은 아직도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눈 앞의 린포르라는 단장을, 린포르라는 한명의 여성을 그리 오랜 시간동안 봐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단순히 이것이 연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리엔이 좋아하신다는 것을 들었는데 또 드시지 못하게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혼자서 잘못을 모두 책임지시려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리엔. 저 또한 임무에 조금이나마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

알렌은 그리 말하시면 제가 갈 수 없잖습니까, 하고 고개를 살짝 살짝 저어보이며 앉아서는 의자를 끌고 린포르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움직인다. 이것은 왠지 모를 사심이 섞여있긴 했지만, 그 사심은 조금 숨겨두기로 한 체.

" 자, 작전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보면서 즐기기로 하죠. 못난 부하랑 좀 더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리엔? "

이번에는 린포르에게 졌다는 듯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인 알렌이 허락해주겠냐는 듯 물끄러미 린포르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 눈길에는 딱딱함은 온데간데 없이,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만 남아있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린포르에겐 앞으로도 당해내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732 린포르 - 알렌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16:12:05

의연하게 자료집을 펼쳐든 그녀에게 들려온 건 알렌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작지만 그녀에게는 확실히 들릴만한 말 한마디였다. 참으로 치사한 사람이라는, 보지 않아도 희미한 미소가 느껴지는 말에 그녀는 펼쳐둔 자료집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대에게 그리 보인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단언컨데 그녀는 그녀의 행동과 말로 인해 알렌이 나가지 못 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의도가 없어도 그것들은 충분히 그렇게 보일 만 했다. 항시 냉정하고 엄격한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였고, 그녀의 잘못임을 인정하며 사과까지 했다. 단순한 지인도 아닌 그녀의 단원에게 말이다. 자신의 상관이 그렇게까지 하는데 어느 부하가 그걸 냉정히 외면하고 돌아나갈까. 사실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알렌이 뭐라 생각하든 그럴 만 하다고 이해하며 손을 치우고 자료집을 덮는다.

"그리 말하면 저와 그대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의미가 되겠군요. 부덕한 제가 그대의 잘못됨을 탓해선 안되는 거였는데. 거듭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나직히 말한 그녀가 자료집을 치우고나자 알렌이 의자를 끌어와 옆에 앉았다. 조금전보다 가까워진 듯 하지만 굳이 말로 하지는 않는다. 테이블이 작아 더 가까이 가려고 그런 걸지도 모르니까. 아마도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녀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려 하며 조금 주저하다가,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그녀를 향해 눈웃음을 짓는 알렌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말했다.

"그대가 원한다면, 어울려드리는 것 쯤이야 힘들 것도 없지요. 그럼 조금더 의논을 해보도록 합시다. 이것도 먹으면서요."

머리끝을 만지작거리며 그러던가, 하듯이 말을 하는 모습은 뭐라 콕 집어 표현하기 어렵지만 평소와 살짝 달랐다. 그 잠깐 동안은 평범한 여인으로 보였다고 하면 적절할까. 알렌에게도 그렇게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분위기도 풀리고 알렌의 기분도 나아진 듯 하니 더 기달릴 것도 없었다. 파이가 담긴 접시 하나를 들고와 작은 포크로 끝을 잘라 입에 넣는다. 어릴 적 먹었던 맛과 변한게 없는 파이의 맛에 한순간 표정이 삭 풀어지며 방심할 뻔 했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풀어지려는 표정을 얼른 다잡고 별거 아니라는 듯 묵묵히 파이를 먹는다. 달콤한 맛에 잠시 쌓였던 스트레스도 피로도 풀어짐을 느끼며 오늘밤 있을 작전에 대해 알렌과 대화를 나누었다.

"...내부 구조를 보아 지하에 어떤 공동이 있더군요. 추측컨데 아마 그곳에 아이들과 다른 피해자들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조사를 하며 그들도 구출해야 하니, 여차하면 둘로 나뉘어서 행동하는 것이 나을지도..."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며 하기엔 재미도, 흥미도 생기지 않는 딱딱한 일 얘기였지만 지금으로선 둘 사이에 이보다 나은 대화주제는 없었다. 상황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말이다. 조금 움직이면 어깨가 닿거나 팔이 스치는 거리에서 조곤조곤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가져온 것들은 빈 잔, 빈 접시가 되었고, 밤에 움직이려면 잠깐 눈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싶을만한 시간이 되어있었다.

//이 치사함이 나중에 애교로 치환되지 않을까 싶네요. 애교라. 그런 걸 묘사했다간 내 손발이 사라지고 말겠지...

733 알렌주 (lfLFqtX6Xs)

2021-03-08 (모두 수고..) 16:18:05

....애교부리는 린포르, 애교부리는 린포르주(?) 🥰 ....... 아마, 알렌주랑 알렌은 어딘가에서 차갑게 식어있지 않을까.. 행복의 과부화란 무서운거야. 좋은 오후야, 린포르주.

734 알렌 - 린포르 (6Xg8tjgfr2)

2021-03-08 (모두 수고..) 18:17:10

" 아닙니다, 부하인 제가 더욱 정신을 올곧게 차리고 있을 필요가 있었는데, 제가 드릴 말씀이지요. "

알렌은 자료집을 덮으며 린포르가 재차 사과를 해오자, 고개를 살며시 저어보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준다. 무릇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어라 지적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분명 방금 전에도 린포르가 사과를 하지 않았다더라도, 알렌은 혼자서 자신의 마음을 타일렀을 것이고,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단장인 그녀가 고개를 숙여서 미안함을 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린포르가 알렌은 존중해준다는 의미였으니 알렌이 더욱 더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알렌은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그것만이 알렌이 도로 앉은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 감사합니다, 모자란 만큼 리엔의 말을 머릿속에 제대로 넣어두겠습니다. 그리고.. 리엔이 좋아한다는 간식의 맛도 궁금하니까요. "

잠시 자신을 바라보다, 스르륵 고개를 돌린 린포르가 머리카락을 만지막거리는 것을 잠시 의아하게 바라보던 알렌은 밝은 눈웃음을 여전히 지어보이며 부드러운 대답을 돌려준다. 딱딱함 따위는 원래 부터 없었던 것처럼, 다시 그녀와 어제까지 열심히 걸어왔던 그 모습으로 돌아온 알렌이었다. 린포르가 묵묵히 파이를 먹기 시작했을 때, 그 분위기가 묘하게 부드러웠던 것을 알아차린 알렌은 이게 바로 여자들이 느끼는 디저트의 강력한 효과라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품은 체로, 린포르를 따라 파이를 입에 넣는다. 조금은 린포르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이유를 알것만 같다는 것은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알렌의 표정에서도 들어났을 것이다. 그것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다른 곳을 바라보던 린포르가 봤을지는 모르지만.

" 둘로 나뉘어서 활동하는 것도 좋겠지만, 대피를 시킬 때에는 혼자서 대피시키는 것보단 역시 둘이 대피시키는게 월등히 유연할테니 아무래도 흩어지는 것은 다시 생각을.. "

서로의 어깨가 살며시 맞닿는 거리에서, 몇번이고 서로 눈빛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두사람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그와중에는 릭도, 그 누구도 두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고 이미 그들의 앞에는 빈 그릇들과 이야기를 나눈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촛농이 꽤나 많이 흐른 양초를 보아 두사람이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알렌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 자료를 덮었다.

" ... 슬슬 작전에 임하기 전에 가볍게 눈을 붙이실 시간입니다. 리엔이 이곳에서 가볍게 눈을 붙이실 수 있게, 제가 잠시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

알렌은 작전에 돌입하기 전에 맑은 정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린포르에게도, 자신에게도 어느정도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나 이곳에서 잠시 눈을 붙이겠다면 자신이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듯 조심스런 말을 던지는 알렌이었다.

" 저는 적당히 예배당 쪽에 가서 가볍게 눈을 붙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

어젯밤 둘이서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던 것이 떠올라, 조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 알렌이었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조용히 말을 이어간다. 더이상 같은 장소에서 눈을 감기에는 린포르가 부담스럽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인 듯 했다.

735 알렌주 (CAg3uT54xI)

2021-03-08 (모두 수고..) 20:00:38

올려둘게 😋 좋은 저녁이 되길 바래~!

736 린포르 - 알렌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0:01:40

작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은 다른 어떤 잡생각도 들지 않아 편안했다. 생각이 많아짐에도 힘들지 않고 말을 하는 것에도 불편함이 없다. 그녀는 그 이유가 단지 그것 뿐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저 그런 것이라고. 상대가 알렌이라서, 같은 이유는 전혀 들지 않았다. 과연 정말 그랬을지는, 깊숙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겠지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던가요."

알렌의 말에 고개를 들고 시간을 체감한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아까, 누울 곳이 필요하다면 손님용 방을 정리해두었으니 거길 쓰라고 릭이 그랬었다. 파이를 줄 때 말이다. 그 릭이니 무슨 장난질을 치지 않았을까 걱정이 잠시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을 방해할만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 설령 했더라도 가차없이 훅을 꽂아 넣으면 된다. 생각을 마친 후 그녀를 배려해 자리를 옮겨주려는 알렌을 보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방의 준비도 되어있다고 했으니 거기로 가죠. 아니면 또다시 그대의 불편함을 제가 신경쓰이게 할 셈은 아니겠지요."

가볍게 하면 농담 같이 들렸을 말이 그녀의 무뚝뚝한 어조로 나오니 전혀 농담 같지가 않다. 조금만 더 강하게 말했으면, 상대가 누구든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만 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무심하게 말을 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문으로 걸어가며 기지개를 켰다. 굳었던 근육이 당겨지는 찌릿함에 으응, 하는 작은 신음 같은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상할 것도 어색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렇게 기지개를 켜고 응접실 밖으로 나와 릭이 알려주었던 손님용 방을 찾아갔다. 그 방은 복도 끝자락에 있어서 그녀와 알렌은 잠시 걸어야 했다.

"......"

긴 거리도 아니라 오래 걷진 않았지만, 그새 그녀는 나른함을 느꼈는지 작은 하품을 했다.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하품을 하고나니 눈가가 촉촉해지며 뻐근하던 눈이 조금 편해진다. 그와 동시에 표정도 나른하게 풀린 걸 그녀는 미처 깨닫지 못 했다. 그런거 누가 알겠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옆에 있던 사람이 눈치챌 정도는 되었다. 그대로 복도를 걸어가 다다른 방문을 열자 두 사람이 간신히 누울만한 침대가 하나...만 있진 않았다. 약간 거리를 둔 침대 두개와 테이블, 낮은 서랍 등등이 있는 손님용 방은 정리해뒀다는 말대로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다.

"여기서 쉬면 되겠군요. 잠깐 쉬기에는 적당하네요."

방 안으로 들어가며 말을 하는데, 이번엔 침대가 하나가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과 아쉽다는 생각이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라, 걸음이 살짝 멈칫 했다. 아쉽긴 뭐가 아쉬운가. 어제는 그저 어쩔 수 없었던건데. 괜한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어 털어버리고선 얼른 두 침대 중 한쪽으로 다가갔다.

"아마 알이 먼저 깰 듯 하니, 제 기상도 맡기겠습니다. 반대가 된다면 제가 알을 깨우지요. 그럼 이따 보죠."

그 말만 남기고 그녀는 얇은 이불을 들추고 자리에 누우려 했다. 어쩐지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알렌에게 등을 보인 채로 말이다. 그가 붙들던지 하지 않으면 그대로 누워서 눈을 감고 선잠을 청했을 것이다.

//아쉬운 듯 아쉽지 않은데 아쉬운...(?)

737 알렌주 (16PdrdjsNc)

2021-03-08 (모두 수고..) 20:02:19

앗 타이밍!! 어마어마해!! 🥰 어서와~

738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0:17:48

시분초 딱 맞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좋은 저녁이에요. 알렌주. 저녁은 먹었어요? 전 곧 먹을거에요.

739 알렌주 (p8eFOSSsCY)

2021-03-08 (모두 수고..) 20:25:16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시간이라도 맞았다는 사실이 기쁘네~. 아, 난 저녁 먹었어! 😋 오늘은 김치찌개였다~ 고기 듬뿍 넣어서 마음에 들었어. 린포르주는 뭐 먹을 예정이야?

740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0:30:22

어...어, 저도 김치찌개인데요. 고기는 없지만 두부랑 버섯 넣은건데... 왜 저 따라하세요. 소름돋게..(?) 뭐, 소름은 농담이고. 메뉴가 맞을 줄은 몰랐네요. 진짜 신기하다. 😆

741 알렌주 (3BqjfKSwgc)

2021-03-08 (모두 수고..) 20:31:49

와, 뭐야 진짜 🤣 린포르주가 따라하는거 아니야~?? ㅋㅋㅋ 진짜 신기하다. 뭐, 이것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할래. 그만큼 잘 맞는다는거 아니겠어? 진짜 좋네~ 😊 두부랑 버섯 넣은 것도 맛있겠다..

742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1:02:41

저도 고기 넣은게 제일인데 요즘 좀 기름지게 먹은거 같아서 기름기 없이 먹으려고 했거든요. 와, 고기 넣고 했으면 완전 빼박이었네. 알고보니까 살짝 아쉽네요. 😁

743 알렌주 (gi7q1XGWsU)

2021-03-08 (모두 수고..) 21:09:51

다음번에는 꼭 고기 잔뜩 넣어서 먹기로 하자. 맛있게 먹고 왔어? 😘 뭐든 맛있게 잘 먹고 왔으면 된건데~

744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1:12:29

다음엔 꼭 고기넣고 할게요. 후식은 딸기면 되겠죠? 🤭 생각했던 맛이라 맛나게 잘 먹고 왔어요. 밥 더 먹을뻔한거 겨우 참았어요.

745 알렌주 (2kX/HZmPA2)

2021-03-08 (모두 수고..) 21:14:56

... 후식마저 같은건 진짜 대박인데..🥰 딸기면 충분하지. 나두 딸기였어. 밥 더 먹고 늘어져도 좋은데 말이야. 일단 맛있게 먹었으니 잘했다, 린포르주~ 짝짝🤗

746 알렌 - 린포르 (iZY4VKsfOA)

2021-03-08 (모두 수고..) 21:31:19

신이시여, 제게 이런 시련을 연이어 주시나이까. 알렌은 일사천리로 린포르를 따라 도착한 손님용 방에 린포르와 마찬가지로 누워선 평상시에 찾지도 않던 신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침대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머릿속에 잠시 '아쉽다' 라는 단어와 감정이 스쳐지나가는 것에 화들짝 놀라버렸지만, 이렇게 따로 침대에 눕게 된 상태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자극이 강하다. 특히나 린포르의 은은한 향기는 의외로 잘 퍼져나가서 살짝 떨어져 있는 두 침대 사이에서도 코 끝을 간질거리고 있었다. 20대의 남성에겐 연이틀 아리따운 여성과의 같은 방은 꽤나 힘겨운 자극인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녀와 해온 여정 동안 이런저런 일도 있었으니 의식이 안될리가 없었다.

" ... "

이래도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알렌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그런지 방이 차가웠다. 얇은 이불을 덮긴 했지만 그에게도 추운 방이, 린포르에게도 춥지 않을리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알렌은 조심스럽게 린포르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눕자마자 금방 잠이 든 듯 린포르는 곤한 숨소리를 내며 선잠을 자고 있었고, 알렌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손에는 자기 몫의 담요를 든 체 몸을 일으킨 알렌은 살금살금 방에 놓인 의자를 들곤 린포르가 등을 돌린 체 자고 있는 쪽으로 다가가선 의자를 내려놓는다.

" ... 기왕 주무시는 김에 따뜻하게 주무시는게 좋을테니.. "

잠에 빠져있을 린포르가 들을 일이 없을텐데도 변명을 하듯 중얼거린 알렌은 조심스런 손길로 린포르에게 담요를 하나 더 덮어준다. 그리곤 침대 위에 벗어둔 로브를 가져와 몸에 담요를 두르듯 두른 알렌은 가져다 둔 의자 위에 앉아선 앉은 체로 눈을 감는다. 지금의 자신에게 휴식은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린포르가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잠들길 바라는 듯 그렇게 린포르를 챙겨준 알렌도 둘만 있다는 사실이 주는 떨림을 애써 무시한 체 옅은 잠에 빠져든다.

린포르의 숨소리처럼 곤한 숨소리가 조용히 방안에 퍼져나간다. 먼저 깨는 것이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니, 어쩌면 늦게 잠든 탓에 알렌이 늦게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 방이 차가워서 같이 등을 맞대고 자자 그럴까 하다가..😂 역시 그건 너무 무리인 것 같아서 소심한 배려를 가져왔다...

747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1:31:36

안되요 요즘 진짜 과식 넘 해서 위험하다구요... 😖 근데 묘하게 알렌주가 절 아이 달래듯이 하는거 같은데. 음. 그러려니 해주겠어요. 기분은 좋으니까. 😁

748 알렌주 (6cNkK0X13k)

2021-03-08 (모두 수고..) 21:36:47

맛있게 먹으면 괜찮다던데~ 😋 아이 달래듯 하는 건 아니구... 그냥 린포르주가 좋아서 그런거야 😘 답레도 슬쩍 써서 가져왔구~ 일단 린포르주가 기분이 좋다니 다행, 또 다행이야~

749 린포르 - 알렌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2:36:43

방이 춥다고 느낀 것은 알렌만이 아니었다. 같은 침대에 같은 이불을 쓰는데 어떻게 그녀라고 안 추울까. 겉으로 티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스며드는 한기를 무시할 수도 없어서 얇은 이불로 감싸인 몸을 슬쩍 웅크렸다. 이렇게 있으니 전날 여관에서 그와 함께 잠들었을 때가 더욱 떠오른다. 춥기는커녕 없는 피로마저 날아갈 만큼 정말 잘 잤었는데. 그 생각을 하니 필연적으로 깼을 때의 상황도 떠올라 얼굴을 붉히려 든다.

'그만, 그만 생각해. 그만 생각하고 자야 한다고.'

이대로는 한잠도 못 잘거 같아 얼른 눈을 꾹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한다. 잠드는게 오래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잠깐 들었지만 그 고민이 무색하게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거의 그 직후에 알렌이 와서 이불을 한겹더 덮어주어 자는 동안 덜 추울 수 있었다. 온기 없는 이불이 체온을 올려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녀도 알렌도 잠든 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해가 지평선 아래로 거의 숨었을 쯤. 선잠인 탓이었을까 그녀는 오랜만에 잘 꾸지 않던 꿈을 꾸었다. 아주 어릴 적 겪었던 몇 안 되는 사고 중 하나가 하필 꿈의 내용이었다. 꿈 속의 그녀는 열살은 겨우 되었을까 싶은 모습으로, 우연히 나갔던 영지 밖 숲에서 길을 잃어 헤매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나무가 많아 어둑한 숲은 해가 저물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워진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숲은 그야말로 마경 그 자체. 저 어둠 속에서 언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어린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는 공포에 떨며 작은 팔로 자신을 감쌌다. 그리고 눈을 꼭 감으며 아무것도 나오지 마, 나타나지 마, 라고 몇번이고 생각했다. 계속, 계속...

"......"

너무 강렬한 공포 때문이었을까. 선잠에서 깨어버린 그녀는 자신이 어느샌가 돌아누웠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처음 누웠을 때보다 덜 추운 것과, 아까 분명 저쪽 침대에 눕던 알렌이 그녀의 침대 옆에 의자를 두고 자는 걸 보았다. 이불 대신 로브를 두르고 불편하게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을 그를 흔들어 깨우거나 하지 않고 조심히, 그가 깨어나지 않을만치의 움직임으로 그의 옷깃을 쥔다. 희미한 온기가 느껴지는 옷의 감촉은 그녀의 공포를 녹여 흘려보내고 다시 잠들게 하기 충분했다. 다시 든 잠에선 주저앉아 웅크렸던 아이가 아주 작은 불빛을 의지해 숲을 빠져나가는 꿈을 꾸었다.

"...알 씨, 알 씨. 해가 저물었어요. 슬슬 일어나시죠."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 해가 완전히 저물었을 때, 소리없이 들어온 릭이 알렌을 조심히 깨운다. 어두운 방 안은 릭이 가져온 촛대로 인해 어스름히 밝아져있다. 팔 안에 옷가지 같은 것을 들고 알렌만을 깨운 릭은 알렌이 깨자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에 검지를 세워보인다. 그리고 알렌의 옷 쪽을 가리킨다. 그녀가 잡고 있는 부분 말이다. 그걸 보며 재밌다는 듯 소리없이 미소만 짓곤 그녀에 대해선 맡기겠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옷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나간다. 수상하리만치 발소리도 기척도 없이 릭이 나가고 나자 연한 주홍빛 촛불만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을거다.

//쓰다보니까 어린이 버젼 에유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었네요.

750 알렌주 (BJqBThx/s.)

2021-03-08 (모두 수고..) 22:39:38

치명적인 린포르다..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린이 버전 에유도 좋겠다. 어린시절의 린포르가 궁금해 완전

751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2:53:02

궁금하면 나중에 하면 되겠죠. 고민할게 뭐가 있겠어요. 하면 되지. 😎

752 알렌주 (XEnBQ7u6ss)

2021-03-08 (모두 수고..) 22:55:30

린포르주가 멋있어..쿨해... 대박이야.. 😍 그나저나 린포르가 옷자락을 잡을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덕분에 알렌이 보듬보듬 자상자상 모드가 될 것 같아. 그치마 저런 린포르에게 상냥하게 굴지 않을 사람은 없을걸 😋

753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3:06:11

그냥 넘기기는 아쉬워서, 배려에 대한 보답 겸 슬쩍 넣어봤지요. 알렌주의 마음에 들어보이니 저도 기분 좋네요.

754 알렌주 (l2ir49jgBE)

2021-03-08 (모두 수고..) 23:09:19

사실 린포르주의 답레를 받고 마음에 안 든 적이 없지만 말이야 😋 매번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들어가 있어서 내 곰손을 어떻게든 움직여서 답레를 주고 싶어진단 말이야. 머릿속으로 아, 지금 이건 안되지 하면서 없앤 상상도 셀 수 없이 많다구.. 이게 다 린포르/린포르주 효과다 😁

755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3:20:58

그것도 제가 늘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잇고 싶게 만들면서 마음에 들게 하는 답레를 쓰는거요. 이렇게 반응을 보니 잘 통하는거 같아서 기쁘네요. 앞으로 더 열심히 고민할 수 있겠어요.

756 알렌주 (EyhoPlklsQ)

2021-03-08 (모두 수고..) 23:27:40

응응, 린포르주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구. 엄청 잘 통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다시 한번 내가 복 받은 참치라는게 와닿고 있어 😋 그래서 나도 최대한 잘 써보려고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네. 린포르주 답레에 걸맞는 답레를 돌려주고 싶은데.

757 알렌 - 린포르 (EyhoPlklsQ)

2021-03-08 (모두 수고..) 23:28:00

릭의 부름에 눈을 떴을 때,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세우는 릭을 보며 알렌은 졸음기를 쫓아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인간이 눈을 뜨게 하자마자 뭘 하려는걸까. 알렌은 그런 생각을 하며 졸음기를 몰아낸 눈을 제대로 뜨곤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린포르를 발견한 그는 한순간 숨을 헙하고 들이켰다. 그야, 그 고고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단장이 어린아이처럼 옷자락을 잡고 있는 모습은 놀라움 , 그 자체였으니까. 분명 기사단 내에서도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릭이 나가고 다시 단 둘이 남은 방안에서 주황색 촛불에 의지해 조용히 린포르를 바라보던 알렌은, 린포르가 무슨 꿈을 꾸는지 몰라도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표정에서 드러난 감정은 '공포'였다. 무엇도 두려워 하지 않을 것 같던 린포르가 두려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알렌으로서는 당장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옷깃을 잡은 린포르가 안쓰러워 그 자그마한 손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커다란 두손으로 감싸쥐었다.

아직 말을 걸지는 않는다, 그저 이 자그마한 손에서 겁에 질린 체로 힘을 넣고 있는 린포르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따스하고 다정하게 매만져준다. 왠지 이 광경이 낯설지 않았다. 언제였더라, 아주 어렸을 적, 어머니와 아버지가 옆마을로 일을 하러 가신 후에 동생과 단 둘이 보내게 된 첫날 밤이었던가. 동생은 언제나 부모님 곁에서 잤기에, 부모님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해 했고, 그런 동생을 밤새 이렇게 린포르의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꼭 잡아준 체로 밤을 지새웠었다.

" 리엔.. 아니 린포르... "

가명으로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던 알렌은 그것으론 잠에서 깨어날 것 같지 않았는지, 진짜 이름을 조심스럽게 부르며 조용히 손을 매만져주었다. 차가운방에서 잠이 들어 차가워진 자그마한 손을 따스하게 덥혀주듯 두손으로 감싸쥐고 있던 알렌은 한손을 떼어내어 린포르의 앞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정리를 해주었다. 새하얀 피부, 지금의 모습만 본다면 그 누구도 수도에서 제일 가는 기사단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어딘가의 고귀한 공주님이라도 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겠지.

" 린포르 .. 이제 일어날 시간이에요. 눈을 뜨겠어요? "

깊고 어두운 숲 속에서, 어둠 속에서 꿈쩍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잠이 든 린포르를 꺠운다. 마음 같아선 좀 더 자게 내버려 두고 싶었다. 혼자서라도 잠입 같은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테니 푹 잠을 잘 수 있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었다간 분명 미움을 사게 될 것이 분명했다. 대신, 작전을 훌륭하게 마무리 하고 돌아가는 길에는 린포르가 잠을 제대로 푹 잘 수 있게 해주자고 마음을 먹은 알렌은 상냥하게 말을 걸어, 린포르를 어둠 속에서 구해주려는 듯 했다.

" 린포르, 저랑 같이 나가야 할 시간이에요. 힘들겠지만, 눈을 떠보도록 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러니 찌푸린 얼굴은 하지 말고 일어나요, 리엔. "

알렌은 조곤조곤, 린포르가 갑작스런 소리에 화들짝 일어나지 않게 속삭이듯 말을 하곤 다시 한손을 되돌려 린포르의 자그마한 손을 잡아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조심스런 알렌의 행동에 린포르가 눈을 떴다면 조심스럽게 손을 놓으려 했겠지만. 그것 또한 혹시나 린포르가 놀랄 것을 생각한 행동이었다.

" 잘 잤어요, 리엔? "

눈을 뜬 린포르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게 알렌이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린포르가 놀라지 않게, 그러면서도 따스하게 말을 건 알렌은 천천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

758 린포르주 (nFtCKtd4bk)

2021-03-08 (모두 수고..) 23:43:25

알렌 너무 다정해... 자상함이 너무 달달해서 심장이 위태로워요... 답레는 천천히 올려야할거같아요. 넘 훈훈해서 뭐라고 써야할지 생각이 안 날 정도에요. 매번 이런 답레를 돌려주면서 잘 쓰고있는지 고민이라니. 저야말로 황송하다구요.

759 알렌 - 린포르 (kC36p3mxmA)

2021-03-08 (모두 수고..) 23:47:01

그치만 저렇게 악몽을 꾸고 있는 린포르를 보면 그 누구라도 저럴거라고 생각해 🥰 황송하긴! 난 그저 린포르주의 답레에 걸맞게 써주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 뿐인걸. 우리 둘 다 잘 맞게 쓰고 있는거라고 생각하자. 둘 다 복 받은걸루 😋 답레는 천천히 올려도 돼. 난 린포르주랑 하는 잡담도 언제나 말하지만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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