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스레의 모든 묘사, 일상, 설정 등은 17세 이용가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 상황극판의 기초적인 룰을 꼭 따라주세요. • 캡틴도 사람이라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와 관련된 바뀌었다면 하는 점 등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편하게 말해주세요. • 스토리가 없고 이벤트가 있는 일상 스레입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도 진행에 대한 부담 없이 편하게 와주세요. • 부당한 비난, 친목 등 부적절한 웹박수의 내용은 통보 없이 공개처리 될 수 있습니다. • 지적은 부드러운 둥근 말투로! 우리 모두 기계가 아닌 한 명의 사람입니다. 둥글게 둥글게를 기억해 주세요! ・ิ▽・ิ • 친목과 AT는 금지 사상입니다. 중요하니 두 번 이야기 하겠습니다. 친목과 AT는 금지 사항입니다! • 서로에게 잘 인사해 주세요. 인사는 언제나 모두에게 큰 힘이 되어줍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레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수위 ]
노출 - 2등급 수위 - 2등급 비속어 - 3등급 (단, X처리 등 필터링을 사용하여 적절하게 조절한다) 폭력 - 3등급 기타 - 1,2 포함 전부
※ 모든 수위 관련 묘사는 행위 등의 표현을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고 최대한 돌려서 표현한다. 만약 수위가 올라가는 등 조절하기 어렵다면 장면을 건너 뛰는 등의 방식으로 생략하도록 한다.
※ 만일 수위 기준을 지키지 않는 참치가 있다면 1차로 경고하며, 이후 같은 참치에게서 동일한 일이 발생한다면 해당 참치의 시트를 내리도록 한다.
[ AT ]
1. 특정 인물의 말이나 행동에만 반응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모든 이들에게 통일된 반응을 보여준다. 2. 일상을 구하는 사람이 있을 때, 함께 돌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해당 참치에게 간단하게 이야기 해준다. 3. 일상을 구할때 특정 인물과 돌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거나, 단기간 내에 자주 돌렸던 것 같다면 잠시 보류해 두고 다른 사람들과도 자주 일상을 돌린다. 4. 독백 반응 여부와 관련하여 개인이 한번씩 생각해본다.
Red Moon 위키 (크로엔주의 활약으로 세워진 위키입니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Red%20Moon
>>14 누구랑 같이 좀 더 살고 싶다던가 그런 사소한 거라도 생긴다면 마르에게는 그게 행복이겠죠. 사실 진짜로 tmi지만, 지금의 마르에게는 내일 약속이 있으니까 사는 것보다 뭐...내일 좋아하는 회사에서 마시멜로 신제품이나 코코아밤 선물 세트가 나오니까 사는 것의 무게가 더 무거울지도 모르겠어요. :3c
자캐가_보는_영화유형 "음... 특별한 안목이나 입맛 같은 건 딱히 없어요. 그렇지만 요즘 유행하는 영화는 놓치지 않고 보고 있어요. <모던 타임즈>라거나, <로마의 휴일>,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대부>, <라이온 킹>, <타이타닉>, <아바타>... 요즘에는 <겨울왕국>과 <기생충>을 인상깊게 봤네요..." (그녀가 말하는 '요즘 유행'은 기준의 폭이 좀 많이 넓은 듯하다)
자캐에게_불로불사는_축복or저주 "........." (루이스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졌다.)
자캐의_탄생비화를_말해보자 키 큰 바텐더 캐릭터를 굴려보는 게 소원이었기에,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준비돼 있던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흡혈귀라는 설정은 우연한 기회에 이 스레를 만나서 붙게 된 거지만, 덕분에 조금 흐리멍덩하던 캐릭터가 루이스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른체)))컨디션도 별로인데, 깨자마자 외출이라니 나가기 싫어요.......... (출근시간이 늦어 잠에서 깨자마자 나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아무튼, 이름만 똑 잘라서 해보자면 루이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거역하지_못하는_것은 의외로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상대를 배려해주며, 그런 부분에서 기쁨을 찾는 물렁한 여자니까요.. 그렇지만 "절대 거역하지 못하는 것" 이라는 단서를 붙이면 의외로 적을지도요.. 결정적인 순간에서까지 양보를 해줄 만큼 물렁하진 않으니까요...
자캐의_커피_취향 "시지 않은 커피를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에스프레소나 카페오레가 좋아요. 자주 즐기진 않지만요. 이따금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데 잠이 덜 깼을 때라던가, 드물게 가끔 생각날 때라던가. 그렇지만 카페인에 약해서 때를 잘못 잡아 마시면 잠이 늦게 들어버리니까 곤란하네요.."
자캐의_체형 글래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골격이 다부져서(?) 골반도 어깨도 넓네요. 키에 비해서도 다리가 꽤 길어서, 바텐더 차림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 체지방은 평균보다 조금 낮게,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고... 모자라지 않은 살집 덕에 품에 안기면 푸근하지만, 살집 사이로 제법 근육이 있습니다..
문득 생각난 우리집 개망나니 tmi 우리집 개망나니, 지붕과 지붕을 뛰어넘겨나, 벽을 박차서 점프하는 기행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동거하기 전에는 좀 쑤시면 자주 그러고 돌아다녔다는 tmi가 있네요. 지금은 소파나 침대에 다리를 올리고 푸쉬업을 하는 등의 홈트레이닝쪽으로 방향성을 바꿨다고 합니다.(끄덕)
와이즈: 039 '눈이 녹으면' 뒤에 올 말을 상상한다면 "앞을 못 보게 되지 않을까요? 농담이야. 물이 되죠."
238 캐릭터의 신발을 묘사해주세요 (색상, 디자인, 닳은 정도 등) 검은색의 워커, 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대신 목이 길지 않아서 발목까지 올라오는 정도? 디자인은 길에 있는 신발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제법 오래, 험하게 신었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많이 달아 있어요. (특히 뒤축이 많이 닳아있는데 이건 우리집 개망나니 전투 스타일 때문이네요.) 새로 구입은 해야하는데, 워커가 길들여 신기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매번 무산된다고:3
170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나요? 없어요(단호)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슬픈가? 당신의 말에 여자는 그저 의문을 떠올렸어요.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점이, 욕망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슬퍼할 일인가요? 여자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죠. 박제되어 있던 나비는 이미 오래 전에 나는 법을 잊어버린지라 그 일이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어요. 자신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하던 핀을 부수고 나온 것이 적어고 할 수 있던 최대한의 발버둥이었어요. 더이상 무언가를 할 힘이 남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죠.
"그게 당신이 원하는 거야?"
여자는 질문의 화살을 다시 당신에게로 돌렸죠. 재미라, 딱히 그럴 것같진 않았죠. 지나치게 피곤한 일처럼 들렸는걸요. 차라리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 하면 끌려다녀줄 의향은 있었어요. 홀로 생각에만 가라앉아 있는 것보다야 뭐든 나았으니까요.
당신의 대답에 여자는 느리게 손을 뻗었어요. 당신의 볼을 감싸쥐어서는, 시선을 마주치려 했죠.
"그래?"
그러면 울어볼래? 그 새파란 눈이 물기에 잠기면 퍽 예쁠 것 같아서. 말을 내뱉은 여자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어요. 눈꼬리가 느른하게 가라앉았죠. 곱게 웃는 얼굴과 달리 목소리는 지독히도 미적지근했죠.
여자는 순순히 물러났어요.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죠. 화, 많이 났어요? 눈치를 보는 척 눈을 내리떴죠.
"전부라, 이거 내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지 모르겠네요."
거절의 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웃고 있는 얼굴이 장난스러웠죠. 눈동자에 만족감이 옅게 모습을 내보이지는 않았던가요? 모드레드라면 물어도 괜찮은데. 당신이 송곳니를 가져다대자 키득거리며 이야기했더라죠.
여자는 입을 열지 않았어요. 대신 화려하게도 웃었죠. 평소에는 그렇게도 순진하게 굴던 사람의 눈웃음이 야살스러운 구석이 있다고 하면, 이상할까요. 당신에게로 몸을 기울였어요. 담배 특유의 매캐한 향기 속에서 지독히도 단 냄새가 코 끝을 간질였죠. 여자는 가까이 오라는 것처럼 다리를 걸어 당신의 다리를 제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어요. 걸친 것 하나 없는 다리는 달짝지근한 커피 우유의 색을 띄고 있었어요.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온갖 근사한 것을 모아만든 것같은 게, 그마저도 여자다웠죠.
"정확히 말해줘요, 모드."
지금의 날- 갖고 싶나요? 나즉한 목소리는 당신을 꾀어내듯 속살거렸어요. 당신의 허리에 손을 두르려 했어요. 지분거리는 손가락이 피아노를 두드리듯 가벼우면서도 미약하게 선정적인 느낌을 주었을지도 몰라요.
그녀는 분명 달가워하지 않을것이다. 그래도, 행복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멀리있는 것이 아니니까... 찾으려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겸사겸사 자신도 그녀와 함께 다닐 수 있으면 좋고.
" 그런 셈이지. "
그녀는 분명히 원할 것이다. 그는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일지라도 일단은 감정을 잡았다. 연기를 위해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그만이 알고있을 테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키면서, 점점 그의 눈에서 빛이 사라져갔다. 입에는 호선을 그리고있던 입꼬리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 ..... "
울어보라는 말에, 그는 평소였다면 그저 장난스럽게 웃으며 하지 않으려 들었겠지만... 이범에는 달랐다. 가라앉은 그의 벽안 속에, 어느 순간 물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눈에 드러앉은 맑은 물이 흐르도록 놔두었다. 한방울, 한방울. 느릿하게 흘러내리던 그 눈물은 점점 더 빠르게 차올라, 르르기를 반복했다.
하고 싶은 걸, 찾을 수나 있을까. 여자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어요. 몸을 기울여 뒤쪽으로 손을 짚었죠. 눈동자가 천장가를 헤매었다가 눈꺼풀 사이로 숨어들었어요. 여자는 고민하듯 발 끝을 까닥거리다가 한마디를 내뱉었어요.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다정한 말이었어요. 목소리가 아닌 그 말의 내용만을 들었다면 서로를 원하는 애틋한 사이에서 오가는 말로 착각할 정도로 말이에요.
여자는 그런 종류의 감정을 잘 알았어요. 모를리가 없었죠. 그 탓에, 조금은 충동적으로 행동했는지도 몰라요. 당신의 눈물을 훔치려는듯 볼가를 상냥하게도 쓸어내렸어요. 한참을 바라보다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려 했죠. 메마른 입술을 내리눌렀다 떼어내었어요. 고개를 떨어뜨린 여자는 눈을 가늘게 내려떴어요. 검은 속눈썹이 얕게 떨렸죠.
"괜히 울어달라고 했나봐."
당신의 물기 어린 눈가에, 여자는 다시금 입을 맞춰주려 했어요. 산뜻한 행동괴는 달리 퍽 진득한 목소리가 이어졌죠.
"내가 모르는 일로 울고 있는 걸 보니까...연기인 건 아는데, 그래도 기분 나쁘네."
차라리 나로 인해 우는 거면 이렇게까지 기분 나쁘진 않을텐데. 말을 마친 여자는 나즉하게 혀를 찼어요. 미적지근하게나마 온기를 지닌 손으로 당신의 볼을 매만졌어요.
와이즈 지킬: 312 부모님 호칭은 어머니,아버지 or 엄마,아빠 :십대 버릇이 남아 있어서 엄마, 아빠입니다:3 슬슬 호칭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지만 6년정도 떨어져 있다보니(연락을 자주 안하다보니)마음만 먹고 하지는 못하고 있다네요.
046 연애경험이 없다면 그 이유는? (연애경험이 있으니까 패스)
019 메신저와 sns의 프로필사진은 어떤 식? 기본of기본or풍경사진. 두가지를 번갈아가면서 쓰는 편...인데 지금은 안바꾼지 엄청 오래 됐다고 해요:3 사실 그런거 휙휙 바꿀 만큼 메신저나 sns는 잘 안하기도 하구요:3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여자는 내리떴던 눈을 곱게 접어 웃어보였어요. 복사꽃이 만개하듯 느릿한 동작이었으면서도, 만개한 복사꽃처럼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었죠.
"하지만- 그건 알려주는 것과 상관없이도 빌려주기로 한 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여자는 척 뻔뻔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 기울였어요. 턱을 살짝 치켜드는 행동이 오만해도 보이네요. 당신을 품에 안으려 하며 흘리는 나즉한 웃음소리가 즐거워도 보였죠.
"모드의 뜻이 그렇다면요."
하지만 하나 말해주자면, 난 계약자가 없어요. 여자는 비밀을 이야기해주듯 속삭였어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었죠. 굳이 만들 이유라도 있나요? 그런 식으로 얽힌 관계를 만들어봤자 남는 건 무엇이던가요. 아, 그나저나...반대로 말하면 여자가 당신을 무는 건 된다는 소리일까요? 와앙 베어무는 것도 재밌을텐데요. 쇄골에 닿는 온기에 여자는 몸을 옅게 떨었어요. 당신을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죠.
당신의 답을 들은 여자는 눈을 휘어 웃었어요. 당신의 목가에 고개를 기대려 했어요. 피하지만 않았다면 메마른 입술이 당신의 피부에 닿았겠죠. 모드레드에게만 잠시, 빌려줄게요. 나긋한 목소리로 속살거렸어요.
당신의 그런 손짓이며 몸짓이 조금씩 자신의 그것을 닮아간다는 것을 그녀는 알아챘는지,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녀에게는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게 당신의 얼굴에 떠오르는 웃음이었다. 안개처럼 꺼질 듯이 아스라한 그것은 그러나 안개꽃처럼 잔잔하게 피어올랐고, 그녀는 그 수수한 웃음에 눈이 멀었다.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며 당신의 목에 채워진 튼튼한 가죽끈을 매만져보다가, 그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내딛어야 할 순간을 놓쳐 발이 살짝 꼬여서 비틀거렸다.
다른 거라도 채우고 싶은 건 아니냐는 당신의 질문에 루이스는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물론 있지만, 모두에게 확실히 표시할 만한 것이 있었으면 했다. 그뿐이었다. 소박하지만 과다한 욕심이다.
"그-그런 건 아니에요."
당신에게 채워진 그것들이 무엇인지 잘 안다. 누군가에겐 어떤 의미가 담긴 장신구로 보일지 모를 그것들은, 확실히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지. 일하는 데 쓰는 연장이라는 의미가 있는. ...당신에게 채워진 그 의미들은 견고하고 비정하고 튼튼해서, 루이스가 탐내는 그런 말랑한 마음 같은 것에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거나 함께할 것 같지가 않았다.
루이스는 부질없는 생각을 접고, 당신의 뒤를 따라 홈웨어 매장의 한켠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런 진열품들에 별다른 저품이 없는 듯했으나, 당신이 발을 머뭇댈 때에는 당신을 앞서나가는 법 없이 발걸음을 늦추며 당신과 보조를 맞추어 주었다. 당신을 따르던 발걸음이 멎은 것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와 가운이 한 세트인 나이트가운이었다.
"─제게 맞는 치수가 있을까 모르겠네요." 하고 루이스는 새삼 멋적게 귀 아래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당신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가 컸다. "들어가서 알아볼까요?"
# 답레 텀...... 무엇.......? # 엄청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 모양은 첫 번째 것이 마음에 드는데 색깔은 세 번째 것이 마음에 드네요.. 욕심 찬스 가능하다면 첫번째 모델의 붉은색 버전이라고 생각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마음에 안 드신다면 그냥 흰색의 첫번째 모델인 것으로..
여자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이, 자신의 목에 채워져 있는 십자가 팬던트가 달린 초커의 가죽끈을 만지고 있는 그녀에게 고정되었다가,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왜, 하고 여자의 눈빛이 의문을 품던 것도 잠시 비틀거리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당기려했을 것이다.
"괜찮아요?"
여자, 와이즈 지킬은 와락 이맛살을 구겨내면서 그런 물음을 던졌다. 조심해요, 하는 낮게 뇌까려내는 목소리가 잇대어내던 와이즈는 그녀를 오래도록 올려보다가 새삼스레 자신의 목에 채워져 있는, 그녀의 손이 닿고 떨어진 초커를 손바닥으로 덮어서 문지르는 행동을 해보였다. 그저 일을 할때 사용하는 것 이외의 의미가 없는 것들이였다. 목에 채워져 있는 초커도, 양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두쌍의 반지들도 모두, 그것 외의 의미가 없는 것들이였으나, 누군가의 눈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진 걸로 볼 수도 있는 것들이였다.
와이즈의 손가락 끝 마디가 초커에 달려있는 십자가 팬던트를 쓸어냈고 곧이어 아래로 떨어질 것처럼 움직였지만 예상을 벗어나서 와이즈의 손은 루이스의 목에 걸려있는 초커를 만지려는 것처럼 뻗어졌다. 하지만 여자의 손은 닿기 전에 아래로 미끄러지듯 떨궈졌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당신 사이즈가 없을리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와 그와 비슷한 길이의 가운은 붉은색이여서 루이스의 눈색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여자, 와이즈 지킬은 생각하며 그녀의 말에 입가를 비틀어냈다가 낮고 작게 실소를 흘리고는 툭 말을 뇌까려냈다. 루이스의 키는 자신보다 한뼘은 족히 차이가 날 만큼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와이즈는 그녀의 키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와이즈는 그녀의, 들어가서 알아볼까요? 하는 물음에 그녀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에 조금 힘을 주고 매장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아까 전의 머뭇거리며 발을 디디길 망설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지만 역시나, 매장 입구에서 다시금 걸음을 머뭇거렸다. 여자는 이런 곳에 유난히도 익숙하지 못했다.
>>193 뭐... 사실 제가 뭐라고 해드릴 말이 있을까요.. 일단 잘 추스리셨다면 다행이지만 말이에요. 앞으로는 슬쩍 말이라도 한번 해주시면 조금은 기쁘지 않을까 싶어요. 통보 없느누기다림 보단 말이라도 해주시면 기다리기 좋을테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기뻐요.
>>196 :0.....우리집 개망나니한테 왜 그러세요 ...;^; 요즘 우리집 개망나니 틈만 나면 키스해대는 버릇 좀 많이 고치는 쪽으로 접어드는 시간선인데() 진짜 방법이 그거밖에 없으면 지젤을 최대한 설득해보고 나가게 되면 한대 때려도 된다는 조건을 붙힐 것 같아요()
>>197 다음에는 절대절대 이런 일 없을거라고 약속해요! 또 자리를 비운다면 그 때는 꼭 이야기하고 가도록 할게요! 통보도 없이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한 것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기적인 변명이니까 그저 죄송하다는 이야기와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겠다는 약속밖에 드리지 못하네요..
뜨거운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샤워중인 소리를 듣던 지젤은 tv도, 음악도 틀지않고 몽롱한 눈으로 소파에 늘어져 앉아있었다. 사랑하는 이가 몸단장을 마치는 소리는 어딘가 안심되었고 같이 있다는 안정감까지 주어서 더 풀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지젤은 생각했다. 혈액팩에는 긴 호스겸 빨대를 꽂아 테이블 위에 혈액팩을 올려두고 소파에 늘어져서도 별 무리없이 피를 마실 수 있었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쉼 없이 젖병을 빨듯 지젤은 숨 한번 고르지 않고 혈액팩을 빨았다. 꿀꺽, 하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리면서 혈액이 목을 타고 흐르면 주린 배가 채워지고 조금씩 조금씩 잠에서 깨어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우고 나자 그제서야 잠에서 깨고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진 지젤이었다.
" 응. "
짧고 담백히 답한 지젤은 이리 오라는 말에 머리를 부비며 기분좋다는 미소를 지었다. 만일 뱀파이어가 아닌 고양이였다면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낼 것만 같은 자세로 머리를 부비던 지젤은 제 뺨을 쓰다듬는 손에 몇 번인가 얼굴을 부비적대다가 '언제 마셔도 제일 맛있어.'라는 말과 함께 몸을 일으켜 에키드나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곤 약간의 피가 남은 입술로 조금은 호러스럽게 웃어보이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 안돼. 절대로 안돼. 내가 날 못 믿기도 하고 그건 너무 위험해. 에키드나는 인간이니까 잘못하면 죽을수도 있어. 오랫동안 아플수도 있고. 그러니까 안돼. "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뱀파이어는 원래 인간을 습격하고 목을 물어 피를 마시는 존재다. 그런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그건 안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지젤은 살짝 이빨을 세워 아프지않게 에키드나의 목덜미를 우물거리는 것으로 충동을 대신했다.
에키드나는 자신의 말에 반응하며 머리를 부비는 지젤을 상냥하게 팔로 감싸안았다. 귀여운 고양이를 매만져주듯 상냥한 손길로 몇번이고 지젤의 뺨을 매만져주었고, 그런 자신의 손에 얼굴을 부비적대는 지젤을 사랑스럽다는 듯 맑은 웃음을 토해내며 바라보았다. '그거 극찬이네. 나쁘지 않아.' 에키드나는 지젤의 말에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크게 내더니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지젤의 허리를 자연스레 두 손으로 감싸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자신의 피가 맛으로 품평되는 그 말 마저도 꽤나 마음에 든다는 듯. 그러다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 지젤의 뒷통수를 허리를 감싸던 손 중 하나를 스르륵 올려 장난스럽게 간질거렸다.
" 처음 봤을 때의 지젤은 나 같은 인간의 피는 모조리 마셔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었는데, 왠지 겁쟁이가 된 것 같네? "
푸흐흐, 재밌다는 듯 에키드나는 웃음소리를 흘리곤 지젤을 놀리듯 장난스런 말을 건낸다. 딱히 겁쟁이가 싫다는 것도, 그렇다고 겁쟁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아닌, 단순하게 연인들이 서로를 놀리는 듯한 어조의 말이었다. '이것 봐, 지금도 아쉬워서 이러면서.'. 에키드나는 자신의 목덜미를 살짝 이빨을 세워 우물거리는 것을 느끼곤 한순간 열기를 띈 숨을 뱉어내다 다정하게 지젤의 귓가에 속삭였다. 정말로 괜찮냐는 듯.
" 그치만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인걸. 지젤 프로스트라는 뱀파이어의 계약자가 해줘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 그걸로 정말 충분하려나 몰라. "
에키드나는 부드럽게 지젤의 머리카락을 간질거리던 손을 한순간 힘을 주어 움켜쥐는 것으로 지젤의 목을 고정시키곤, 지젤이 한 것처럼 자신의 입술을 지젤의 목덜미로 향하게 한다. 그리곤 예전에 지젤이 한번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언제나 봐왔던 뱀파이어들이 흡혈을 할 때의 모습처럼, 에키드나는 지젤의 목덜미를 강하게 물었다. 지젤처럼 강인한 송곳니 같은 것은 없어서 그저 작은 흔적만 남을 뿐이었지만.
" 내가 뱀파이어였다면, 지젤의 목을 이렇게 물어버렸을지도 몰라. 내것으로 완전히 만들어 버리려고 말이야. 내가 없으면 살지 못하게 만드려구. 나 되게 나쁜 여자 같지 않아? "
" 이 생활을 지킬 수 있다면 겁쟁이가 돼도 좋아. 진부한 이야기지만 세상을 적으로 돌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니까? "
말을 마치곤 다시 살짝 이빨을 세워 목을 물었다. 잘근잘근 씹거나 우물우물하고 이빨을 놀리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이번에 또 신선한 피를 마신다면 그 땐 정말로 죽일지도 모른다. 그 땐 정말 크게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사람을 뱀파이어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에 지젤은 그저 이빨을 살짝 세우고 상처가 나지 않기 물고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향에 취하는 것이 전부였다. 자신은 순혈 뱀파이어기에, 트리즌이 아니기에 아무나 물고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것이 어떤 고통을 수반하고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눈을 감고 향에 취하고 목을 무는 느낌과 살결의 맛에 취할때 머리가 잡히고 되려 강하게 목을 물리자 지젤은 읏,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떼어내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곤 두 손으로 에키드나의 팔을 꼭 쥐었다.
" 아..파..! "
그리곤 짓궃어. 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프잖아! 하고 핀잔을 주곤 다시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지젤은 눈을 감고 느리게 숨을 쉬었다. 정말 뱀파이어라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영원에 가까운 삶을 함께할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게되고 에키드나를 소유함과 동시에 그녀에게 구속된다. 바래마지않는 결과다. 하지만 지젤은 그것을 원하는 만큼 사랑하기에 그 생각을 접어두었다.
" 그게 날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나빠져도 나는 좋아. 뭐, 이렇게 말해도 에키드나는 인간이니까~ "
원래는 서로를 사냥하고 죽이는 두 집단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이 너무나도 좋으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지젤은 목덜미에서 얼굴을 들고 에키드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만일 에키드나가 뱀파이어가 되고싶다고 말한다해도 지젤은 쉽게 그렇게 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쩌면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젤은 그것이 수반하는 고통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후회속에 에키드나가 고통스러워 하는걸 보고있을 자신이 없었으니까.
" 이젠 멋있는 말도 할 줄 아네? 발전했어, 지젤 프로스트.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말이야. 내 말 믿지? "
에키드나는 말을 마치곤 다시 자신의 목을 물기 시작한 지젤의 등을 부드럽게 손끝으로 매만져주며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여전히 지젤을 놀리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말이 썩 싫지는 않은 듯, 에키드나의 웃음소리는 한참을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이 생활을 지킬 수 있다면 세상을 적으로 돌린다. 쉽게 내뱉을 말은 아니라는 것은 지나가던 아이를 붙잡고 물어보아도 알 것이다. 그리고 지젤이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는 것도 에키드나는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젤의 온전한 행복일지, 조심스럽게 고민을 해보면 에키드나는 확답을 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 자꾸만 솟아나는 마음 속의 답답함이 느껴지자 에키드나는 그것을 풀어내려는 듯 지젤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뱀파이어처럼 지젤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그래도 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며 이것도 딱히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네, 라는 가벼운 생각을 하던 에키드나는 지젤이 자신의 품에서 고개를 들곤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웃는 얼굴 그대로 지젤을 말없이 ㅂ라ㅏ보았다.
" ... 잠깐, 잠깐. "
에키드나는 지젤의 말이 언젠가와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곤 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까닥이며 지젤의 말을 끊는다. 아니, 이미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한 뒤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에키드나는 멈춰보라는 듯 손짓을 했고, 지젤의 붉은 눈동자와 자신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 했다.
" 그러면 지젤, 너는 어쩌자고...? 내가 인간인체로 내 곁에 있으면 지금처럼 평생 아름답지도 않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해갈거야. 뭐, 그렇게 되버리면 나를 두고 떠나려고 갑자기 이야기를 바꾼거야? "
내가 뭐 때문에 계속 고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간으로 있으라고 하는거야? 에키드나는 그렇게 묻고 싶은 듯 지젤을 바라보았다.
"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 잊지 않았어. 그때 약속했잖아. 뱀파이어가 되어서 네 곁에 쭉 있어주겠다고. 잊었어? "
지젤의 허리를 감싸던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뚫어져라 지젤의 눈을 바라본다.
확실히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다. 영원의 세월을 걷는 뱀파이어에 비하면 인간의 일생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에키드나는 분명 지금의 모습을 잃을테고 그러다가 제 곁을 떠날것이다.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자 진리이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었지만, 지젤은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허리에 힘이 들어오고 지젤은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푸.. 하고 숨을 내쉬곤 사뭇 진지한 표정과 눈으로 에키드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에키드나, 뱀파이어가 되고싶어? 날 위해서 아니야. 순전히 네 의지로 널 위해서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
한 번 이야기를 하긴 했었지. 지젤은 눈을 잠깐 감았다 떴다. 뱀파이어의 눈. 사냥감을 잡는 포식자의 눈. 피와 공포위에 군림하는 빛나는 붉은 안광. 지젤은 에키드나의 눈을 마주보벼 손을 들어 어깨위에 얹었다.
" 에키드나. 뱀파이어가 되는건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야. "
네가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 찾아올거야. 온 몸이 뒤틀리고 부서지고 찢어지고 불타는 고통이 찾아올거야 에키드나. 그리고 넌 네가 가지고 있던 모든걸 버려야해. 아주 작은 것까지도 전부 버려야해. 네가 알고있던 모든걸 뒤엎어야해. 더 이상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지도 못할수도 있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면 지루하고 지루해서 도태되고 썩어가는 기분이 들 수도 있어. 물론 네 옆엔 항상 내가 있을테고 넌 나의 무리가 되겠지만 그래도 에키드나. 절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야. 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어.
자신의 말에 화를 내듯 소리치는 지젤을 에키드나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지젤이 했던 말이 그런 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눈 앞의 지젤은 자긍심이 강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여린 여자였으니까. 분명 자신을 걱정하고, 또 사랑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더 에키드나는 지젤에게 이렇게 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은 체, 눈을 빛내며 말하는 것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에키드나의 입술 사이에선 핫, 하고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진지하게 연설을 늘어놓은 지젤에게는 미안하지만, 에키드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눈 앞의 여자가 첫만남의 순간에서 자신을 죽이겠다고 덤벼들던 그 뱀파이어가 맞을까. 거만하게 웃으며, 자신의 말을 들으라며 고개를 치켜들던 그 아이가 맞을까. 아니, 이젠 사랑에 빠진 한명의 여자나 다름없었다. 뱀파이어도, 인간도 결국 사랑에 빠지면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을 에키드나는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눈 앞에서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 지젤, 지젤 프로스트. 내가 사랑하는 지젤 프로스트. "
에키드나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는 지젤을 따라하듯 날카로운 자신의 눈매를 느릿하게 깜빡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두어번 더 지젤의 이름을 되뇌인 에키드나는 허리를 감싸고 있던 두 손을 천천히 끌어올려 지젤의 목을 감싼다. 마치 목이라도 조를 것처럼 지젤의 가녀린 목을 감싼 체 자신에게로 천천히 끌어당긴다. 점점 두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코 끝이 맞닿을 즈음 천천히 에키드나의 입술이 열리곤, 짙은 장미향이 흘러나왔다.
" 그래서, 내 걱정 말고 - 네가 바라는건 뭐야. 내가 뱀파이어가 되어서 오래도록 네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아니면 ... 그저 늙고 바스러져서 내 곁에서 흩어져 사라졌으면 좋겠어? "
그것만 말해봐. 에키드나는 빛날리 없는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나긋하게 물음을 던졌다. 자신의 걱정 따위는 집어치우고, 지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이냐는 듯.
" 내가 얘기했잖아. 난 내가 원한다고 에키드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지 않아. 오직 네가 원한다면, 그리고 그만한 각오가 있다면 그 때 널 물고 내 동족으로 만들거야. "
목이 조이는 감각은 언제나 약간의 현기증을 유발하며 몽롱해지는 기분과 짜릿함을 주었다. 그럼에도 지젤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절대 가벼이 넘길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 쯤은 뱀파이어인 지젤이 가장 잘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몇 번이나 에키드나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 물론 내가 바라는건 에키드나와 이 모습 이대로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하는거야.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네 각오란 말이야. "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뒤집어질 각오. 온 몸이 부서지고 찢기고 불타며 뒤틀리는 고통을 맞이할 각오. 평범한 사람앞에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일상에 대한 각오.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갈 각오.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선택의 각오. 지젤은 그것을 알아야했다. 그런 각오가 있다면 그리고 에키드나가 진정으로 그것을 원한다면. 지젤은 제 목을 쥐고 있는 에키드나의 손을 잡아 풀어냈다. 그리곤 푸.. 하고 숨을 내쉬었다. 에키드나는 항상 충동적이었다. 처음 자신을 만나 살려주었던 것도, 자신의 계약자가 된 것도.
" 그런 각오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나한테 보여줘야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나를, 너의 가장 소중한 소유물인 나를 상처입히고 아프게 할 수 있겠어? "
지젤은 에키드나의 허벅지 위에 앉아 한 차례 침을 꿀꺽 삼키곤 제 머리를 한 쪽으로 넘기고 새하얀 목덜미를 드러냈다.
" 자, 물어봐 에키드나.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세게 물어봐. 할 수 있겠어? 물론 난 뱀파이어라 죽지도 않고 상처도 바로 아물겠지만 고통은 진짜야. 내가 아프다고, 멈추라고 해도 멈추지 않고 날 물 수 있겠어? "
그렇다면 날 모르는 거죠, 그건. 여자는 나직하게 웃음소리를 흘렸어요. 기껏 가진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잖아요?
"아아, 그럴 수도 있기야 하겠죠. 하지만 알잖아요. 난 딱히 욕망이라곤 없는 사람인지라."
여자는 샐쭉하게 웃었어요. 탁한 눈동자가 전등의 빛을 받아 옅게 반짝였죠. 이 부분은 당신도 알잖아요? 여자는 남의 욕망에 휘둘리기를 더 편해하는 사람인걸요.
"으음, 안된다면 거짓말이겠네요."
당신의 행동이 영 익숙하지 않은듯 여자는 당신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거나 손에 힘을 주곤 했어요. 나 괜한 짓을 했나봐요. 난 처음인데 모드는 너무 익숙해 보이잖아.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다가도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에 눈을 휘며 웃었어요. 흥분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으로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죠.
"난 처음이니까- 이왕이면 상냥하게 해줘요? 피 나거나 아픈 건 질색이니까."
#막레로 받으셔도 좋고 적당히 넘기셔도 좋아요! 너무 오래 끌었으니까 이쯤에서 끊는 편이 역시 더 좋으려나요?
에키드나는 잠자코 목이 쥐어진 체로 말을 하다 자신의 손을 떼어내곤 새하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말하는 지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살살 저으며 말한다.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몇번이고 저어보였다. 붉은 눈동자를 내리깔고, 지젤의 몸을 한차례 그 눈동자로 훑고는 새하얀 지젤의 목덜미를 바라본다. 입술 사이에서 짙은 장미향을 머금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있잖아, 지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뭐냐면.. "
지젤의 새하얀 목덜미로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며 작게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는 지젤의 귓가에 가까워질수록 파고드는 것처럼 들려왔을 것이다. 낮게 깔린 그 목소리에선 방금전의 장난스러움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지젤은 보지 못하고 있겠지만 에키드나의 표정에는 짓고 있었던 미소 마저도 전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 그렇게 해달라고 조르는 말이었어. 네가 정말 나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같은 존재가 되어 같은 걸음을 내딛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길 바랬어. "
에키드나는 쪽, 하고 지젤의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곤 나즈막히 속삭였다.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지젤이 예전처럼 자신의 갈망에 솔직해지길 바랬다. 그래서 에키드나는 한번 더 입을 맞춰주며 입을 열었다.
" 자, 말해봐. 지젤. 네가 바라는 것을 나에게 해달라고 말을 해. 조르고 졸라서라도 이뤄달라고 말을 해. 할 수 있잖아, 지젤. 내가 아는 지젤은, 분명 그 욕망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아이였어. "
지젤의 흘러내린 머리를 한손으로 움켜쥐며 고개를 조금 더 당겨 새하얀 목덜미가 좀 더 온전히 드러나게 만든 에키드나는 명령을 하듯 강하게 말했다. 더이상 속삭일 생각도 없는 것처럼.
목덜미에 입술이 닿았을 땐 물린다는 생각에 순간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젤은 꽤나 예전부터 에키드나가 뱀파이어였으면 하고 바랬다.
" 나랑 같이 영원의 시간을 걸었으면 좋겠어. 에키드나가 영원히 지금의 모습으로 날 사랑해주면 좋겠어. 나랑 같은 모습으로 그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걷고싶어 에키드나. "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토해낸 지젤은 푸.. 하고 숨을 내쉬면서 에키드나는 짖궃어. 하고 말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젤은 에키드나에게 완전히 구속되었다고 생각했다. 본디 사람을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지젤이었기에 너무나도 쉽게 주도권이 넘어가기가 일상이었고 정신을 차려보면 몸도 마음도 전부 넘어가 꽉 잡혀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원하는 만큼 더 원해서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에키드나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말한것은 일말의 양심이자 자존심이었다. 이제와서는 그 마저도 사라졌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가장 사랑하는 이 앞에서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일까. 지젤은 다시 푸 - 하고 숨을 뱉곤 잠시동안 에키드나의 입술을 훔쳤다.
" 에키드나에게 가장 아픈건 역시 가장 사랑하는 내가 아픈거잖아? 에키드나. 일단 뱀파이어화가 진행되면 네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고통이 찾아올거야. 그러니까 내가 널 뱀파이어로 만들기 위해선 너도 그만한 걸 참을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줘야해. "
지젤은 꿀꺽 침을 삼키곤 다시 고개를 옆으로 살짝 젖혀 새하얀 목을 드러냈다. 보여줘야해. 에키드나 네가 각오를 보여주지 않으면 난 널 물 수 없어. 너무나도 원하고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에키드나 네가 보여주는 각오와 확신을 원하는거야. 너와 영원의 시간을 걷고싶어. 널 뱀파이어로 만들어서 나랑 같은 무리에 넣고싶어. 그러니 에키드나, 네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줘. 내가 안심하고 널 물 수 있게.
지젤과 입을 맞추고, 잠자코 대답을 듣고 있던 에키드나는 지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서 힘을 스르륵 빼며 덤덤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곤 지젤을 쇼파에 스르륵 눕힌다. 지젤을 눕히면서도 지젤의 목덜미를 망설임 없이 자연스럽게 입술을 사용해 희롱하면서 맑은 웃음을 토해낸다. 그리곤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선 지젤을 내려다보던 에키드나가 상냥하게 지젤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 지금 당장은 안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지젤의 마음은 알았으니까 나도 곧 내 마음을 보여줄게. "
지젤의 입술을 손끝으로 어루만져주며 다정하게 속삭인 에키드나는 쪽 하고 지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떼어낸다. 달콤함이 감도는 입술을 부족하다는 듯 핥던 에키드나는 일단 하려던 말을 마저 하려는 듯 슬금슬금 한손을 지젤의 옷 속으로 파고들려고 하면서 입술을 열었다.
" 뱀파이어가 되려면 뒷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정리할 것도 있고, 처리해야할 것도 있으니까 그것만 마무리 되면 지젤이 바라는대로 지젤의 목을 물어줄게. "
그럼 그때, 지젤도 날 물고 뱀파이어로 만들어주면 되는거야, 괜찮지?. 에키드나는 그렇게 덧붙여 말하며 슬그머니 지젤의 부드러운 배를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져준다. 상냥하게,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 지젤의 부드러운 피부를 매만지며 상냥한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 지젤, 오랜만에 목줄.. 할래? "
지금 당장은 뱀파이어가 되어줄 수 없으니 기분이라도 좋게 해주겠다는 듯 상냥한 물음이었다. 이미 방을 향해 뻗어진 손 끝에선 붉은 실이 어딘가로 곧게 뻗어나가고 있었지만.
지젤은 일단은 알겠다고 응수했다. 충동스러운 성격의 에키드나라 하더라도 이런일까지 충동적으로 할까 싶지는 않았기에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차였다. 그럼에도 지젤은 에키드나를 뱀파이어로 만드는 것은 나중의 일이라도 당장은 그 각오를 보여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뱀파이어로 만든다는 것은 인간인 에키드나를 죽인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목을 물게 하고 에키드나가 그것을 잘 보여주었다면 테이블에서 권총을 꺼내 쥐여주고 자신에게 모든 탄을 쏟아내라고 할 작정이었다. 그것마저 성공해낸다면. 에키드나가 가장 아끼고 소중히하는 자신에게 그런 고통을 주고 그 아픈 것을 에키드나가 참아내고 보여준다면 지젤은 기쁜 마음으로 목을 물고 피를 넣어 뱀파이어로 만들 것이다. 스르륵 하고 쇼파에 뉘여진 지젤은 옷 속으로 파고드는 손목을 잡았다.
" 키스부터.. 다,다시해줘. 그게 아니면 허락해주지 않을거야..! "
싫다고 해도 채울거잖아. 지젤은 작게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야, 이미 에키드나의 실이 방으로 들어갔고 저 방안에서 무엇이 딸려나올지는 안봐도 비디오였다. 상냥히 만져주는 에키드나도, 거칠게 탐하는 에키드나도 사랑했다. 잡았던 손목을 놓은 지젤은 두 손을 들어 에키드나의 양 볼을 잡았다.
알겠다고 대답하면서도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라는 듯한 지젤의 말에 맑은 웃음소리를 흘린 에키드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눈을 피하지 않은체,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듯 말을 한 에키드나는 한동안 바빠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해야할 일이었으니,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그 당사자의 바램도 들었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는 것도 있었지만.
" 오늘따라 공주님이 원하시는게 많은 것 같네요? "
에키드나는 자신의 손목을 잡곤 키스부터 다시 해달라는 말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는 지젤을 보며 흐응, 하는 콧소리를 내더니 재밌다는 듯 말한다. 이미 지젤도 자신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알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에키드나는 손에서 뻗어나가는 실이 자신이 바라는 물건에 묶인 것을 느끼곤 천천히 끌어당기며 자신의 볼을 잡은 지젤의 얼굴에 고개를 가까이 한다. 달콤함을 탐하고 싶다는 듯 자연스럽게 겹쳐진 지젤의 입술을, 꽃 속의 꿀음 맛보듯 휘저으며 지젤을 장난스럽게 희롱한다. 점점 길어지는 입맞춤을 끝냈을 때에는 에키드나의 손에 지젤을 위해 주문제작한 검정색 목줄이 들려있었다.
" 자, 지젤 - 착하지? "
지젤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듯 속삭인 에키드나는 망설임 없이 지젤의 목에 그 목줄을 채워주었지만, 예전처럼 거칠게 잡아당기지 않았다. 목줄을 목에 맨 지젤을 다정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에키드나는 천천히 몸에서 힘을 뺀 체로 지젤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치곤 상냥한 입맞춤을 짧게 짧게 이어간다. 에키드나의 손도 가만히 있지않고 상냥하게 지젤의 뺨을 어루만져준다.
나도 당신 것과 똑같은 초커를 목에 걸면 어떨까요. 당신의 목에 걸린 그것이, 일할 때 사용하는 연장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까요. 그 매달린 십자가가 이따금 당신의 목을 건드릴 때 느껴지는 감촉에 당신이 차갑다는 느낌 외에도 다른 것을 떠올려 줄까요. 루이스는 목까지 차오른 말들을 꺼내지 못했다. 당신이 그러하듯이, 그녀 역시도 당신에게 쉽사리 꺼내어 내밀지 못하는 것들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것과 비슷한 색으로 보일지도 모를, 뭐라고 이름붙여야 좋을지 모를 어떤 집착... 당신이 자신을 허락해주고, 받아들여줄수록 주제를 모르고 커져만 가는 집착. 분명, 당신이 자기 옆에 있는 것을 허락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고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딘가 고장나버린 것 같아.
하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숙이고 당신의 부축해주는 손길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다행히 당신의 보폭에 맞추어 당신을 걸어가는 동안, 루이스는 조심히 숨을 고르고 낯빛을 조금 되찾을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갈 때쯤에는 루이스는 오히려 머뭇대는 당신을 옅은 미소를 띄며 이끌어줄 정도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루이스가 부르는 소리에 따라나온 점원은 루이스의 키를 보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수치표를 보고 보관함을 떠들어보더니 가장 큰 사이즈가 담긴 상자 하나를 내어주었다. 아마 품이 조금 클지도 모른다는 설명과 함께. 마침 운이 좋게도, 루이스처럼 신장이 큰 사람을 위한 큰 사이즈가 한 벌 들어와 있었던 모양이다. 루이스는 그것을 받아들고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와이즈를 돌아보며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여자, 와이즈 지킬은 그녀를 부축하던 자신의 손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 힘을 줬다. 붉어진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와이즈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에 스며드는 건 어렵지 않았고, 그 얼굴에 와이즈가 손에 힘을 준 것은 당연한 수순임은 분명한 노릇이었다. 어렵사리 와이즈는 그녀를 물끄러미, 씹어먹을 것처럼 바라보던 시선을 얕게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옮겨냈다.
십자가 팬던트가 달려 있는, 자신의 목에 채워져 있는 초커를 그녀가 매만졌을 때부터 여자의 속내는 다시금 감정들이 뒤엉켜서 와글와글 시끄럽게 귓가를 울려대고 있었다. 그것은 여자가 짐작하기 힘든, 감정들의 나열이 아니었다. 잘 알고 있는 감정. 십대의 첫 연애의 그가 상냥한 얼굴로 깊게 새겨넣은 어둡고 질척거리며 여자의 발목을 잡아채어 붙들어놓고 있는 감정이었다. 은으로 만들어진 십자가는 당신에게 위험할지도 모름에도 자신의 목에 채워진 것을 채우고 싶다는 음습한 소유욕에서 이어지는 욕망의 감정을, 여자는 입술 안쪽 연한 살결을 이로 짓씹듯이 지그시 몇번 깨물어 씹어삼키며 걸음을 머뭇거리는 자신을, 이끄는 그녀를 따라서 매장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여자, 와이즈 지킬은 루이스와 직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새삼, 껑충하게 큰 루이스의 키를 눈으로 가늠해보고 있었다. 자신의 키보다 한뼘이상은 족히 큰 그녀에게,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는 분명 입지 않더라도 어울릴 게 분명했다. 물론, 품이 조금 클지 모른다는 직원의 말에 와락 이맛살을 구겨내면서 괜시리 목을 가다듬기도 했지만.
"그건, 당신이 편한대로 해요."
와이즈의 연한 보랏빛 삼백안이 얕게 직원을 향했다가 다시 루이스에게 되돌아갔고, 와이즈는 성큼 루이스와 거리를 좁히고 얕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든, 잘 어울릴 거야. 하고 와이즈의 목소리가 얕은 미소 위에 덧대어지며 상자를 쥐고 있는 루이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가 떼어냈다.
와이즈: 102 고백할 때 신중한 편? 신중하기는 한데 가끔 혀가 이성을 거스르고 툭, 하고 떨어트리는 경우가 종종..아니 많이 있어요:3 (세상에나) 그런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엄청 신중한 편이에요. (사실 감정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는데 오래 걸리는 거지만.)
320 집에서는 맨발or양말or슬리퍼 동거하기 전에는 맨발이였는데, 지금은 슬리퍼일 것 같은 느낌?
026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막눈이라서 아무거나 잘 봐요:3 선호하는 장르도, 싫어하는 장르도 크게 따지지 않고.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와이즈 지킬: 042 즐겨듣는 노래 장르 이것도 영화랑 같은데.....막귀여서 아무거나 잘 듣네요. tmi지만 싫어하는 노래 장르는 헤비메탈처럼 귀가 아픈 일렉 소리가 많이 들어가는 시끄러운 계열은 질색합니다. 머리가 울린다나 뭐라나.
144 생일 선물로 받고싶은 것은? 지포 라이터요:3(단호)
347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면 yz:평범한 사람들이죠. 평범하고, 소시민이고, 적당한 선에서 법도 어겨가며, 세금도 잘 내시고. 악착같이 성실하게 번 돈을 계획적으로 소비하시는 그런 분들. yz:그런 분들이여서 레블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시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그분들의 평범한 일상은 무너지지 않을테니까.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루이스는 최신문물과 동떨어진 틀딱이기에.. 일단은 유선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턴테이블이나 라디오+카세트가 아니라 핸드폰이랑 이어폰으로 노래 듣는 것만도 많이 발전한 것.. 그러나 와이즈주께서 어떤 의도로 던지신 질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선 무선 중 편하신 쪽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제법 착용감이 좋은 목줄이 메어졌다. 예전이라면 어땠을까. 에키드나와 만나기 전의 지젤이라면 목에 목줄이 걸리느니 도망을 치거나 매혹을 걸어 누가 위에 있는지 똑똑히 알려주겠다며 바득바득 대들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지젤은 목에 목줄이 걸리는 것을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저항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에키드나가 제대로 걸 수 있게 목을 들어주고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기까지 했다. 입맞춤 한 번이면 모든게 용서되기라도 하듯이 지젤은 키스후엔 항상 이렇게 순종적으로 변했다. 많은 것이 변했고 지젤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곤 말없이 에키드나를, 지젤은 올려다보았다.
" .... "
목줄을 걸었을 때 대답하는 방법이라던가, 말하는 방법까지 익숙해졌느냐고 말한다면 그것에 대해선 '아직'이라고 지젤은 말할것이다. 여전히 입으로 동물이 우는 소리를 낸다는 것은 부끄럽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지젤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키스나 해줘. 하고 말하듯 지젤은 손을 들어 에키드나의 뺨을 잡았고 조금은 힘을 줘서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와 입술을 맞췄다.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매번 할 때 마다 새로이 사랑을 확인하는 느낌이라거나, 새롭기까지 했으니까.
" 정리할게 많은거야? 오래 걸리는건 싫어.. "
제일 중요한건 자신이 아닌 그녀의 의사였고 각오였지만 그래도 반쯤 결정이 끝난 사안에 대해서는 불안하기도 하고 빨리 그 때를 맞이하고 싶었다. 불안한 점은 에키드나가 마음을 바꾸는 것이 아닌 그 엄청난 고통을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몇 번인가 보고, 배웠다. 인간이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에 대한 고통에 대해서. 지젤은 손을 들어 에키드나의 목을 감싸고 끌어당겨 제 목덜미에 에키드나를 끌어안았다.
찰칵, 하는 소리에 채워지는 목줄. 오로지 지젤만을 위해 공을 들여 주문제작한 그것은 제자리를 찾아가듯 지젤의 얇은 목에 채워진다. 처음의 지젤은 이런 것 따위는 싫다며 발버둥을 쳤는데, 지금의 지젤은 입맞춤만을 요구하며 얌전히 목줄을 받아들여준다. 그 모습이 퍽 사랑스럽다고, 에키드나는 목줄의 위치를 고쳐주며 생각했다. 순종적인 지젤도, 제멋대로 자만심 가득하게 구는 지젤도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지젤은 '자신'만의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 '내 지젤'은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마법의 주문이잖아, 그거. "
에키드나는 묵묵부답으로 입술을 다문 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지젤을 내려다보며 방긋 웃어보였다. 지젤이 불만스러운 듯 자신의 볼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지만, 그것은 찰나일 뿐, 받아주지 않겠다는 듯 재빠르게 떼어낸 후에 제대로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듯 속삭이는 에키드나였다. 하지만 다른 것은 전처럼 목줄에 줄을 걸고 휘어잡지는 않는다는 것이겠지. 그저 한손을 살며시 지젤의 목줄에 얹은 체, 순순히 순종하길 바라는 것처럼 ' 자, 짖어보렴. 지젤 ' 하고 한번 더 속삭이며 눈을 마주할 뿐이었다.
" 나도 오래 걸리는 건 싫어. 편하게 너랑 뒹굴거리고 싶거든. "
난 워커홀릭이 아니란 말이야, 에키드나는 지젤의 어리광에 어깨를 으쓱여 답하곤 자신을 끌어당기는 지젤의 손짓에 자연스럽게 끌려간다. 하지만 아주 잠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던 에키드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곤 목줄을 잡아선 자신에게 끌어당겨 볼에 입을 맞춰준다. 그저 가녀린 지젤이 사랑스럽다는 듯, 그 행동엔 망설임이 없었다.
" 내가 뱀파이어가 되면, 밤의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자. 손님들이나 주례자 같은 건 필요없으니까 단 둘이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가는거야. 어디가 좋을까, 바닷가? 산? 몰라, 어디든 가면 되겠지. 그리고 거기서 나는 지젤을 몇번이고 탐할거야. "
그건 너도 좋지? 에키드나는 키득거리며 속삭이곤 지젤의 귓볼을 장난스럽게 오물거렸다. 지금이라도 맛을 보고 싶다는 것처럼.
잘 이끌려오나 싶다가도 금새 떼어내는 것을 본 지젤이 살짝 볼을 부풀렸다. 일단 뱀파이어가 되겠다고 한다면, 그리고 정말 뱀파이어가 됐다면 오히려 바빠지는 것은 지젤이었다. 온 몸으로 받아낼 고통을 나눌 수 있을만큼 함께 나누어야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무리와 가족에 대해서 가르쳐야한다. 에키드나가 모를 뱀파이어의 일생과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알려주어야하고 최종적으로는 어찌되었든 가문에 속해있는 지젤로서는 에키드나를 가문에 납득시킬 건덕지도 찾아내고, 만들어야했다. 그게 안된다면 기꺼이 이름을 버리고 나올 각오도 되어 있었지만 일단 해볼 수 있는건 전부 해야하니까.
" 내가 인간이었으면 밤이 아니라 낮이었겠지? 이제부터라도 밤에 익숙해지도록해. 나.. 아니, 우리는 밤을 사는 사람들이니까. 살아가는 방식이 전부 바뀔거야. "
지젤은 말끝을 흐렸다. 귓볼이 물리는 탓에 목소리가 흐려졌고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오므렸다. 지젤은 녹아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면서 언제는 안 그랬느냐고 조금은 불평이 섞인 듯한, 그럼에도 싫지 않는 목소리를 내었다. 지젤은 손을 뻗어 자신의 목줄을 쥔 손을 맞잡았다. 이 손에 의지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는 자신이 이끌어야한다. 어떻게 보면 선배가 된 뱀파이어로서, 보여주고 알려주고 이끌어가야한다. 지젤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슬며시 고개를 빼내었다.
볼을 부풀린 체, 불만스러운 듯 말하는 지젤에게 에키드나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지젤 역시도 뱀파이어가 될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왠지 지금은 여유롭고 싶었다. 어차피 둘의 시간은 예정대로라면 쭉 이어지게 될 것이고, 그것을 에키드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거라고, 질과 둘이서 그렇게 만들거라고 생각했다. 험난한 일들이 생겨나겠지만 에키드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골치 아픈 생각들은 던져버리고 눈 앞의 지젤에 집중하고 싶었다.
" 밤은 꽤나 익숙한데. 물론 지젤처럼 뱀파이어들 같이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 중에서는 특출나게 익숙하다구. "
그렇기에 널 만날 수 있었지. 에키드나는 그리 말하며 목소리가 흐려지는 지젤의 귀를 부드럽게 희롱한다. 살살 녹아가는 지젤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감각이 에키드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그 감각을 만끽하던 중, 지젤이 목줄을 잡고 있던 손을 맞잡자,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한 듯 미소를 띈 체 지켜본다.
" 그거야 어렵지 않지. 자, 이리와봐. "
고개를 빼낸 지젤의 말에, 뭔가 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자연스럽게 다시 지젤의 목줄을 끌어당겨 자신의 입술을 지젤의 귓가로 가져다댄다. 그러면서도 어느샌가 지젤과 자신의 몸이 뒤엉키도록 만든 에키드나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 사랑해, 지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너야. 사랑하는 지젤은 나의 것이야, 그렇지? 그러니까 지젤도 사랑한다고 말해봐. 어서. 날 기쁘게 만들어봐. "
지젤의 귓가에 간질거리도록 몇번이고 되뇌이며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낸 에키드나는 지젤의 뺨에 입술을 맞춰준다. 사랑한다는 말을 갈구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는 듯 애틋한 눈을 하고 있었다.
" 밤을 보는 시선도, 사람을 보는 시선도, 그 무엇을 보는 시선과 대하는 방식이 전부 달라질거야. 나처럼. 뱀파이어처럼. "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처럼 변할거야. 지젤은 목줄이 잡히고 사랑한다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음에도 들을때마다 꺄르륵 하고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냄새를 묻히는 것이 좋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이 좋았다. 바라보는 것이 좋았고 피를 마시고 입술을 맞추는 것이 좋았다. 지젤은 자신에게도 들려달라는 말에 '응'하고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곤 목을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 사랑해. 에키드나.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운 지젤 프로스트는, 세상에서 제일 고귀하고 아름다운 지젤 프로스트는 에키드나 널 사랑해. "
바래마지않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루어지고 있다. 지젤은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꺼이 감내하고 마주할 자신이 생겼다. 뱀파이어로 변하는 고통부터 앞으로 처리해야할 수 많은 일들. 그것들의 댓가가 지금과 같은 일상을 평생 살 수 있게 해준다면 기꺼이 감내할만 하지. 지젤은 조금은 짖궃은 미소를 띄곤 꼭 끌어안았다.
" 허락해줄까- 말까- 어떻게 할까.. 그런데 내가 뭐라고 하던 에키드나는 하고싶은대로 할테니까 상관 없을까.. "
충동적인 모습도 좋았다. 어쩌면 그 모습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충동적인 성격덕에 지젤은 에키드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 사무적이고, 냉정하며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첫 만남에서 지젤은 이미 죽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만큼은 저 불같은 성격에 감사해야겠네.
>>459 캡틴피셜 뱀파이어가 된다는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라 지제루는 자기가 에키드나를 그렇게 아프게 할 거면 자기도 똑같이 한 번 아파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고 그리고 지제루 성격상 에키드나의 각오를 보지 못한다면 뱀파이어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쥬 :3.... >>460 좋은밤 되셔라 :3!! >>462 아하이고 고생하십니다 (주물주물)
" 그건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러면 지젤이랑 똑같은 시선에서 볼 수 있는거잖아? 나쁘지 않네. "
에키드나는 지젤의 말에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자신의 속삭임에 기분좋은 웃음소리를 내며 미소 짓는 지젤이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를 위해선 같은 시선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하더라, 그래. 가정을 이룬다고 하던가.
" 정말이지, 이렇게 봐선 날 죽이겠다고 달려들던 사람이랑 같은 사람인지 모르겠네. "
그때도 귀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에키드나는 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신의 변덕이 이렇게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퍽 우스웠다. 자신이 가정을 꾸릴 생각은 언제 해보기나 했던가. 그저 흐르는대로, 휩쓸리는대로 살다가 가려던 삶이었다. 그런 자신이 가정을 이룬다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지젤이 자신을 꼭 끌어안자 자신도 지젤을 마주 끌어안는다.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고,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 .. 이번엔 물어보고 할건데. 지젤이 싫다고 하면 안 할거야. "
이것은 분명 변화겠지, 에키드나는 지젤에게 선택권을 준다. 의견을 물었다. 그저 충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젤의 답이 궁금하다는 듯 부드럽게 지젤의 등을 손 끝으로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지젤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자기 목에 걸려있는 목줄을 툭툭 건드렸다.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을 것이다. 자기만 바라봐주고 지젤 자신을 이렇게나 원해준다는 것은 분명 기쁜일이다. 그래서 지젤은 입술을 삐죽이다가도 금새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귀에 맴돈다. 예전의 지젤이었다면 어땠을까. 지젤은 흠..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그 때는 어땠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나. 어땠을까. 죽이겠다고 했을까? 아니면 권속으로 삼아주겠다고 했을까. "
그렇다고 해도 이제와선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지젤은 손을 뻗어 목에 두르고 그대로 꼭 끌어안았다. 체온을 느끼고, 향을 느꼈다. 이렇게나 좋은데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려도 괜찮을까. 그 엄청난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젤은 그렇게나 아파하는 에키드나를 보고 있을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두려워졌지만 내색하지 않기위해 끌어안아 눈을 가렸다.
" 에키드나가 뱀파이어가 된다면. 그 다음에 이야기할래. 그리고 어차피 나는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가족하고도 안친해. "
프로스트라는 이름을 받고 태어난 지젤이었지만 지젤은 가문의 가르침을 영 좋아하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그런 가르침을 받고 자랐기에 지젤은 오만한 아가씨가 되었지만 아마 거기서 더 가르침을 받았다면 아가씨가 아닌 독선적인 여왕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따금씩 고개를 들긴 하지만 지젤은 지젤로서, 지금 이 자리에 있으니 그걸로 된 일이다- 라고 지젤은 생각했다.
" 이건, 지젤이 내 것이라는 증표. 흔하디 흔한 반지 같은 것보단 지젤만의 목줄이 좋지 않겠어? "
에키드나는 입을 삐죽이며 목줄을 건드리는 지젤을 보며 태연하게 미소를 지은체 말한다. 결국은 지젤을 바라고, 원하기 때문에 해준 선물이라고,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지금도 목에 채워준 것이라고 올곧게 지젤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걸로 기분을 풀라는 듯 지젤의 콧망울에, 에키드나의 입술이 살포시 내려앉았고 그곳에 짙은 장미향을 남기며 떨어졌다.
" 죽이겠다고 했지. 내가 살려준 다음엔 권속으로 삼아주겠다고 하고 - 뭐, 지금은 반대가 된 것 같지만 말이야. "
이것도 괜찮지 않아? 에키드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끌어안는 지젤을 마주 끌어안았다. 기분 좋고 달콤한 지젤의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는 감각을 즐긴다. 이 간질거림은 앞으로도 잃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만의 것으로 이렇게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에키드나는 하고만다. 탐이 나는 것을 독차지 하고 싶어하는 이 욕망은 변하질 않는 모양이라고 에키드나는 생각했다.
" 정말이지, 확답을 해주지 않는구나? 결혼을 해준다고 하면 내가 더 용기가 생기지 않겠어? "
에키드나는 결혼 이야기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 지젤을 얄밉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얼굴 위에 곱게 눈웃음을 자아낸 에키드나는 너무하다는 듯 중얼거곤 지젤과 입술을 겹친다. 에키드나의 두손은 이미 지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을 알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여 지젤을 매만져 주었다. 확답을 해주지 않은 만큼, 지젤을 쾌락의 늪에서 잠시동안 괴롭혀주겠다는 듯 에키드나는 눈을 반짝였다.
" 자, 지젤 프로스트. 너무하게 말한 벌로 아주 잠깐 괴롭게 해줄게 ★ "
에키드나는 지금부턴 잘 참아보라는 듯 경고성 말을 귓가에 흘리고선 지젤을 쾌락의 늪으로 끌고 들어간다. 분침이 열칸을 이동하는 동안, 에키드나는 지젤을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무어라 말을 하더라도.
" 용기가 아니라 각오가 필요한..거라고 할까.. 아무튼 뭐 그런거야. 말로 표현하기 ㄹ어. "
지젤은 이렇게 말해도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해. 하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젤은 얌전히 에키드나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가벼이 입술을 벌렸다. 감았던 두 눈이 떠진 것은 에키드나의 손이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 였다. 잠깐만, 이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입이 막혀 말하지 못한 지젤은 손을 움직여 에키드나의 손목을 잡았다가도 이내 힘이 풀려 흐느적흐느적 하고 아래로 축 쳐져버리고 말았다.
" 너무한건 항상 에키히... "
에키드나였잖아. 하고 말하려고 했는데. 지젤은 속으로 말을 마치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쾌락의 늪으로 끌려내려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지젤은 잠시동안 정신을 잃기라도 했는지 촉촉해진 눈망울로 시계를 먼저 확인했다. 십여분이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한 시간과도 같았던 시간이다. 지젤은 달뜬 숨을 내쉬며 침을 삼켰다.
" 무,물 마시고.. 올래.. "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지젤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을 갔을까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앉았다. 무릎을 오므로 앉은 지젤은 으으.. 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벽을 짚고 서선 비틀비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도 또 금새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는 고개를 돌려 에키드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는 것도, 죽을 만큼 아픈 것도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에키드나가 겁이 나는 것은 뱀파이어가 되지 못하고 늙어버린 자신이 지젤마저 잃는 모습이 겁이 났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대상을 잃는다니 그건 용납할 수 없었다. 에키드나의 이름 하에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에키드나가 겁을 내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지젤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젤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오늘도 지젤을 가볍게 탐하기 시작하는 에키드나였다. 넌 나의 것이라는 것을 말이 아닌, 몸으로 말하는 것처럼.
항상 너무한 것은 너였잖아, 라는 지젤의 말에는 그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일 뿐이었다. 너무하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일까, 자신이 몸소 이렇게 힘내서 사랑을 해주는데 그게 너무한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에키드나는 그런 가벼운 불만을 지젤을 쾌락이 늪으로 빠트리는데 사용했고, 성공적으로 지젤을 늪에서 헤엄치게 만들었다.
" 그거 큰일이네, 지젤. 목 마를텐데. 큰일이야, 정말. "
에키드나는 지젤과는 다르게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선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주저앉아 있는 지젤에게 다가간다. 목줄을 목에 맨 체, 힘이 빠져서 주저 앉은 지젤을 보며 금방이라도 목줄에 자신의 실을 걸고 잠깐의 괴롭힘을 선사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올랐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몰라도 그저 무릎을 굽혀선 몸을 낮춰, 지젤의 뺨과 턱을 손으로 살살 쓸어내려준다.
" 여기서 기다려, 지젤. 금방 가져다 줄게. "
몸을 돌려 냉장고로 간 에키드나는 냉수를 유리잔에 가득 채워선 천천히 지젤에게로 돌아온다. 그러더니 살며시 바닥에 두 무릎을 가져다 대곤 무릎으로 천천히 걸어와선 들고온 잔의 물을 장난스럽게 입에 머금는다. 그리곤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린다. 이정도면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한 것처럼.
만약 지젤이 알아듣고선 입을 맞추러 다가온다면, 장난스럽게 고개를 뒤로 빼며 물이 담긴 잔을 건내줄 것이다.
당신이 나직이 뱉어낸 목 가다듬는 소리에 점원은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이스는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어보면,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연연한 애착을 머금은 채로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루이스는 가만히 손을 들어, 당신의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그녀의 머리 양옆으로 쏟아진 길고 향기로운 머리카락들과 얼굴을 등진 조명이 드리운 옅은 그늘에 가려, 그녀의 미소는 당신에게만 보였다.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루이스는 뜻모를 말을 건넨다. "괜찮으니까요."
당신의 손이 손등 위에 가볍게 내려앉자, 루이스는 옅게 웃었다. 직접 건네주고 싶었던 건가요. 그렇게 차갑던 당신이 건네어주는 손길 하나, 제스쳐 하나, 제스쳐에 담긴 마음들 하나.. 애착과 집착이, 쓰고도 달았다. 그 맛이 못내 구미에 맞았다. 구석진 곳에 마련된 착의실로 그녀는 발을 옮겼다. 왜인지 모르지만 당신의 손을 잡은 채로. 당신을 착의실 커튼 앞까지 데려와두고는, 자신은 당신과 맞잡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풀고 커튼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다. "잠깐만 기다려요."
-어째선지 조금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당신의 눈이 닿지 않는 무언가의 너머에서 들리는, 단추 푸는 소리라던가, 옷과 옷이 스치는 소리라던가. 그런 소리들이 몇 분 정도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뚝 멎는다. 문득 탈의실 커튼 한켠으로 새하얀 손가락이 쏙 빠져나오더니, 그게 커튼 모서리를 약간 들춘다. 커튼이 들쳐진 틈으로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덮인 붉은 눈동자가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어째선지 조금 애처럼 장난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걸려 있다.
>>615 와이즈주께서 걱정하실까 봐 잘 지냈다고 하고는 싶지만.. 와이즈주를 못 보고 지냈는데 잘 지냈을 리가 없잖아요.. (넋두리버튼 ON) 매일 밤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자리에 눕자마자 핸드폰 화면 키는 버튼도 못 눌러보고 까무룩 잠들었다가, 눈 떠 보면 핸드폰 화면 볼 틈도 없이 당장 출근해야 되고... 스레는 보고 싶고.. 시간은 흘러가고..... 와이즈주는 보고 싶고... 88
여자는 자신의 입술에 손등을 올리고 점원의 말로 인해 목구멍까지 치닫은 이유 모를 초조함을 숨기기 위해 애꿎게 문질러냈다. 바닥과 정면. 그 사이의 모호한 곳에 머물러 있던 여자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이 문득, 치켜올라가더니 그녀와 시선을 맞추다가 숨을 다급하게 들이켰다. 그것은 마치, 온종일 사막을 헤매이던 사람이 오아시스를 찾고 그 물을 들이키는 행위와 결이 비슷했다. 그 연연한 애착은 언제 보더라도 쿵, 하고 내려앉는 감각에 신경이 잠식될 것 같은 정도여서. 그녀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쓸었을 때에는 들이켰던 숨을 내뱉는 것을 잊고 있다가 여자, 와이즈 지킬은 탄식하듯 숨을 내뱉어냈다. 당신의 괜찮다는 말이 무엇이 괜찮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루, 이스?"
괜찮다는 말의 의미에 왜, 라는 물음을 올려내고 싶었지만 와이즈는 자신의 손을 잡고 착의실로 향하는 그녀의 이름을 물음 대신 혀끝에 올리고 떨어트렸다. 착의실 앞에서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이 떨어지고, 그녀가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을 했을 때에 와이즈는 커튼 너머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얕게 시선을 돌려냈다. 착의실까지 따라올 생각이 없는 사람을 데려와놓고는 당신은 정말이지, 어쩌자고.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을테지만 와이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여자는, 아니 와이즈는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에 손을 들어 자신의 눈두덩이를 덮었다. 그것을 누르는 것처럼 몇번 문지르다가 손을 미끄러트려서 입안의 연하디 연한 속살을 짓씹던 입가를 눌러 덮기에 이르렀다. 당신은 어쩌자고 정말이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소리들이 지나치리만큼 자극적이라, 어쩔 줄 모르는 기분에 알수 없는 초조함이 치밀었다. 나른하게 내리뜨고 있는 보랏빛 삼백안에 커튼을 들춰내는 그녀의 손이 시야에 잡혀서 와이즈는 몸을 돌렸고 들쳐진 커튼 틈으로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와락, 이맛살을 구겨냈다가 펴고 가늘게 떴다.
"싫어요."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목덜미에 오싹, 소름이 돋을만큼 간지러운 그녀의 속삭임에 와이즈는 툭- 하고 대답을 떨어트렸다. 그런 대답과는 별개로 와이즈의 걸음은 들쳐진 커튼을 한손으로 틀어쥐며 가까이 움직였을 것이다.
"보면, 내가 못참을 것 같거든."
커튼 틈으로 보이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는 와이즈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에 얕게나마 웃음기가 배었다.
눈에 그려져 있던 웃음이 뺨으로까지 번진다. 그렇게 번지고 보니, 그 짓궂은 웃음은 마냥 애처럼 순진해빠진 것이 아니라 좀더 잔망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루이스의 팔이 살며시 뻗어나온다. 오늘 하루 내내 길다란 스웨터와 코트 자락에 가려져 있던 그 팔뚝 위에는 안개처럼 옅은 옷감이 감겨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같기도 하고, 눈동자 같기도 한 빛이었다. 그 손이 조심스레 뻗어나와 당신의 턱을 부드럽고 상냥하게 감싸쥔다. 그리고는, 루이스는 당신에게로 조용히 고개를 기울여서는 당신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걸로 참아요. 그래줄 거죠?" 입맞춤이 끝나고, 그녀는 고개를 들며 속삭였다. "말마따나 품이 조금 남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로 예뻐요... 여기서 곤란하면, 응, 집에 가서 보여줄게요."
하고 그녀는 다시 곱게 눈웃음을 쳤다. 당신이 무언가를 더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곧 다시 커튼 뒤로 물러설 것이다.
마르티네즈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선호하는_주류: 바카디처럼 도수 높은? 그 외에는 가리는 게 딱히 없네요, 달면 조금 더 좋긴 하지만요. 자캐가_사람을_죽였다_그_이유는: "그 사람이 날 먼저 건드리려고 했어,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해?" 자캐식으로_네가_제일_좋아: "넌 내가 살아가고 싶게 만들어줘."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여자, 와이즈 지킬은 그녀의 짓궂은 웃음에 드리워진 잔망스러운 기색을 옅은 보랏빛 삼백안을 치켜뜨고 물끄러미 바라봤다. 손으로 쥐어잡고 있는 커튼이 엉망으로 구겨졌지만 와이즈의 속내에서 술렁거려서 휘청거리는 기분보다야 더 엉망진창은 아닐 것이였다. 당신의 행동 하나, 웃음 하나에 금새 초조해지고 애닳는 자신의 마음을 당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은 정말이지 어쩌자고. 물음은 속내로 침몰해서 가라앉아버리고 그 위에 날것에 가까운 충동만이 어른하게 덧씌워질 뿐이였다. 당신에게만큼은 늘, 그랬다.
자신이 색을 보는 눈은 다른 이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고른 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와이즈는 생각하며 그녀의 손이 턱에 닿는 것에 이끌려서 그녀가 다음 행동을 이어나가기 좋도록, 문득 고개를 들어보였다. 자신의 입술 위에 내려앉는 부드러운 접촉에 와이즈는 커튼을 쥐어잡고 있던 손을 아래로 떨어트렸다가 옅은 옷감에 감겨 있는 그녀의 팔뚝을 마디 끝으로 쓸어내는 것처럼 더듬다가 손목을 그러쥐려했다. 문득, 날것과 같은 충동으로 불쑥 저지른 행동이라서 눈치챘을 때에는 금새 떨어졌을테지만.
"...계산해놓을게요."
고개를 드는 그녀의 모습에, 여자의 한걸음이 착의실 안쪽으로 들이밀어졌을 것이다. 그녀의 부드럽고 상냥한 입맞춤에 보답이라도 하는 것마냥 여자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눌러내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했다.
"내 눈에도 예뻐요. 당신은 늘 예뻤지만."
들이밀었던 걸음을 다시 뒤로 물려내고 여자, 와이즈 지킬은 작고 낮게 입가를 비틀며 미소를 흘렸다가 그 끄트머리에 꺼질 것 같이 얕은 웃음을 짓고 계산대로 걸음을 옮기려했다.
>>671 만약 너무 걱정된다면... 달달한 주전부리 같은 거 창문에 올려놓고 도깨비에게 찾아달라고 해봐도 좋고.... 아니라면 진짜 뜬금없는 장소에 있을 수도 있어. 절대로 둘 리 없는 장소 같은 거. 안 쓰는 상자 안이라던가 오븐 안이라던가... 거기에 있을 수도 있어. 보통 그런 곳에 갖다 놓거든. 장난친다고.
그녀의 손목은 무력하다고 할 만치 당신의 손안에 쉽게 붙들려들어왔다. 희고 가녀리기에, 쉽사리 거머쥐고 잡아당겨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당신이 스스로의 행동에 놀라 물러서려 했을 때에는 손을 떼려던 당신의 엄지손가락을 오히려 그녀가 조금 쭈뼛대며 거머쥐어 왔다. 손을 꼭 쥐고,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당신에게 입을 맞췄다. 당신의 입술 위에는 옅은 앵두향이 도는 온기가 남아 있다. 그녀의 입술 위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당신에게 예쁘다면, 그러면 나는 괜찮아요."
당신이 발걸음을 뒤로 물릴 때 그녀는 그렇게 웃었다.
"저기, 집에 가면 당신의 손으로 이걸 저한테 건네주세요."
금방 다시 갈아입고 나올게요, 하면서 그녀는 웃는 눈으로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이 계산대로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탈의실의 커튼을 여몄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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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신을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 그녀는 오늘 하고 온 그 차림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잘 포장된 나이트가운이 든 케이스를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이미 계산이 끝났기에, 점원은 그것을 당신에게 되돌려주었다. 루이스는 가방을 뒤적여서는 차키를 꺼내어 당신에게 내밀었다.
"차로는 먼저 내려가 있을래요? 얼마 안 걸릴 것 같은데, 잠깐 화장 좀 고치고 갈게요."
자캐가_선호하는_스킨쉽 "음..." 루이스는 얼굴을 옅게 붉히며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 사람과 있다 보면 잘 모르겠어요. 다 좋아서."
자캐와_어울리는_노래 "음..." 루이스는 잠깐 고민하더니 낡아빠진 LP판을 뒤적인다. "어울린다 아니다는 모르지만, 이런 노래를 좋아해요." (링크된 노래)
자캐의_어리석음은 "음..." 루이스는 시선을 돌렸다. 시선은 낡아빠진 앨범들과 전축, 괘종시계, 그 위에 걸린 리볼버로 향하더니 옷걸이에 걸린 그녀의 치수는 아닐 법한 가죽 자켓으로 옮겨갔다. 그녀는 멋적게, 그렇지만 행복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전 어리석은 여자로 살겠어요."
자신의 손 안에서 무방비하게 붙들려 있는 그녀의 손목 안쪽에 자신의 흔적을 잔뜩 남겨버리고 싶은 날것에 가까운 충동을 여자는 입술 안쪽의 연한 살갗을 씹어대면서 삼켜버렸다. 그래서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손 안에서 놓아주려했지만 자신을 거머쥐는 루이스의 행동에 여자, 와이즈 지킬은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내어줄 뿐이었다. 쭈뼛대는 그녀의 행동에, 손을 잡고 입맞춰오는 그녀의 행동에, 와이즈는 애닳았다. 그녀를 대책없이 원하던 그날밤처럼.
"내가 말 안했나요."
걸음을 물려내며, 와이즈가 그녀의 말에 툭, 말을 떨어트려냈다. 퉁명스러운 기색이였다. 와이즈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이 얕게 시야 한구석에 담기는 커튼을 짚어냈다가, 다시 루이스에게 향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담뿍 담아내던 시선을 가늘게 뜨고, 와이즈는 떨어트려냈던 말 위에 또다른 말을 덧대었다. 당신은 늘 예뻤는걸. 처음 봤을 때부터, 하고. 상황이나 그녀의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듬지 못한 날 것에 가까운 단어의 나열이였다.
와이즈는 자신의 그 말이, 루이스에게 어떻게 닿을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루이스의 말에 계산대로 걸어가기 전에 고개를 선선히 끄덕여보였다.
\\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와이즈는 그녀가 건네주는 차키를 받아들면서 그녀의 말에 대답을 뇌까려냈다. 입술 안쪽의 연한 살갗을 몇번이나 짓씹어 뭉개다보니 종국에는 담배가 피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차키를 쥔 손에 애꿎게 힘을 줬다가 풀면서 나이트 가운이 든 케이스를 들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찾아서 걸어가던 걸음이 문득, 잠시 멈췄던 와이즈가 다시 걸음을 옮기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백화점 정문으로 나와보면 큰 길가에 루이스의 차를 대고 비상등까지 켜놓은 채로 여자, 와이즈 지킬이 얄쌍한 슬림형 담배를 입술 사이에 비집어 넣고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먼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에도 그 어떤 반론을 내지 않은 상태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와이즈의 모습은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와서 온기를 건네어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길고양이의 그것과 닮아 있을 것이다.
와이즈 지킬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꿈꾸는_자신의_노후 여자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이 나른한 기색이 짙게 드리우도록 아래로 내리깔렸다. 나는, 하고 말문을 트던 여자가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축여냈다. "나중에는 평범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너무 지루해지면 잠깐 산책을 가거나."
자캐의_욕구에_대한_자제력은 "정확히 어떤 욕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수면욕이나 식욕에 관해서는 자제하기보다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여서." "...남은 건 하나인데, 원래 그런 욕구는 없다시피했지만요. 요즘은 내가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거든." "그 외의 욕구요? 글쎄. 나름 자제력은 상한치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태그 하나가 어디갔냐고 물어보신다면 자캐로 감정동기화 같은 해시태그가 나왔는데...어떻게 풀어야할지 몰라서 과감하게 삭제했습니다:3
그녀가 건네온 말이었다. 구두굽이 콘크리트 바닥을 자박자박 딛는 소리가 밝았다. 그녀의 손에는 문방구에서 흔히 보이는 스프링 공책 정도 크기의 납작한 상자가 손에 들려 있었다. 광택 없는 말끔한 포장지에 단출한 빨간색 리본으로 고이 묶여 있어,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멋있어요. 쇼핑하러 오길 잘했네요." 하며, 루이스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애정을 담아 당신의 옆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길고양이에게 주는 애정과 비슷한 것도 같았지만, 길고양이에게 주는 애정이라기엔 결도 깊이도 달랐다.
-같이 살면서 같은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이젠 당신이 원래 쓰던 샴푸의 향기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당신의 향기가 좋았다. 옅고 흐릿한 담배향의 메아리가 섞인, 조금 나쁘지만 어디까지고 향긋한 체리향.
입술 사이에 비집어 밀어넣은 얄쌍한 슬림형 담배 필터를 혀끝으로 축이다가 짓뭉개는 것처럼 짓씹어내던 여자, 와이즈 지킬은 나른한 기색이 짙도록 내리뜨고 있던 시선을 치켜올려서 그녀를 바라봤다. 잘 어울린다는 그녀의 말에 굳이 와이즈는 대답을 잇대지 않았다. 매캐한 회색의 담배연기가 아롱아롱 피어오르고 있었으나 와이즈는 치켜뜬 옅은 보랏빛 삼백안을 얕게 움직여서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빨간색 리본으로 묶여서 장식되어 있는 상자를 무의식적으로 짚어냈다.
당신이 골라준 것이니까요, 하는 말을 와이즈는 담배 필터를 다시 짓씹는 것으로 삼켜내고 그녀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그저, 상자를 짚어내던 시선을 나른한 기색으로 내리감을 뿐이었다. 당신의 눈빛에 잠겨있는 애착과 손길에 묻어있는 애정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으나 익숙해지는 만큼 당신의 애정과 애착은 깊어지고 짙어져서 그저, 눈을 내리감는 것 밖에 없었다.
"당신을 기다리다가 입이 심심해서요."
여자는 자신의 입술 사이에 밀어넣었던 얄쌍한 슬림형 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로 끼워서 빼내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루이스를 향해 조수석의 문손잡이를 잡아당겨서 열고는 까딱, 건조하게 고갯짓을 해보였다.
"날씨가 아직 쌀쌀하니까."
여자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회색의 담뱃재가 바닥에 떨어졌고, 여자는 다시 재가 떨어지고 불그스름한 불빛을 머금고 태워지고 있는 얄쌍한 슬림형 담배를 다시 입술 사이에 꼬나물었다.
깊어지고, 짙어져서, 당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 날씨가 쌀쌀하니까, 라는 그 한 마디가 어찌 그리도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던지. 문득 추위에 약해진 당신의 건조한 한 마디에, 루이스의 얼굴에 온통 무방비한 웃음꽃이 곱게도 피었다.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진심으로 웃는 법을, 행복하게 웃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 다시는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루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피어난 행복한 미소를 누그러뜨리려 해봤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아. 그녀는 미소를 꺾는 것을 포기하고, 곱게 웃는 입으로 당신에게 대답했다.
"그렇네요. 아직 많이 쌀쌀하죠."
루이스는 담배 케이스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이던 손을 멈췄다. 텅 비어있던 흉골 안에, 아직 이른 봄인데 당신이 연보랏빛으로 너무도 곱게 만개해버렸기에. 그녀는 그 대신, 당신이 피고 있던 얇은 담배로 손을 뻗어서는 그것을 거머쥐고 당신의 입술 사이에서 빼어냈다. 그리고, 당신이 뭐라 항의도 하기 전에 당신에게 마음껏 입을 맞추었다. "입이 심심했어요?" 입맞춤이 끝날 때 그녀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은 연연한 눈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 짓궂게 속삭이고는, 그녀는 당신의 입에 당신이 원래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물려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를 꺼내어선, 평소 피던 것과는 조금 다른- 당신의 것만큼이나 홀쭉한 하얀 담배를 꺼내어서는 입에 물었다. 그리고 당신의 연초 끝에 타오르는 불똥에 살며시 갖다댔다. 매캐한 담배향 사이로 비누향 같기도 하고, 꽃향기 같기도 한 게 살짝 올라오는 것도 같다. 기분 탓일까 벚꽃 향기일 것만 같은 그런 냄새다.
"이제 집에 갈까요."
하고 중얼거리며, 조수석을 열어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 하고는 그녀는 담배를 문 채로 조수석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차가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접어드는 날씨에도, 그녀의 얼굴에 곱게 핀 웃음은 계절을 잊고 맺힌 꽃봉오리와는 달랐다. 그것은 변화하는 계절의 언저리에 놓여 만개한 꽃이였다. 메마르고 건조한 자신의 목소리는 여전히 겨울이였는데, 당신의 웃음은 봄이였다. 지금, 풍경을 물들이는 계절처럼. 당신은 어쩌자고 그렇게 만개한 봄날의 꽃처럼 그렇게 웃는 것인지.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 필터를 짓뭉개는 것처럼 짓씹었다.
그녀가 주머니를 뒤적이는 행동을, 눈으로 짚어내던 여자, 와이즈 지킬은 짓씹어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마냥 너덜너덜해진 담배 필터에 혀끝을 대고 훑어내다가 얄쌍한 자신의 담배에 닿는 그녀의 손끝이 움직이는 걸 따라 시선을 옮겨냈을 것이다. 자신의 입술에서 그녀의 손으로 옮겨가는 담배를 보던 와이즈가 뱉어내려던 퉁명스러운 항의는 그대로 목 안쪽으로 침몰했다. 그녀의 입맞춤 때문이었다.
"당신, 정말.."
당신과 나누는 입맞춤은 계절을 잊은 채, 메마르고 건조한 와이즈의 억양과 뉘앙스를 바꾸기 충분했기 때문에 와이즈는 입맞춤이 끝나고 그녀의 입술이 떨어지자, 눅눅하게 젖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항의했다. 당신은 어쩌자고 정말이지. 입이 심심하다고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입을 맞춰 올줄은 몰랐는데. 다시 자신의 입술에 물려지는 담배 필터를, 와이즈는 다시 짓씹었다. 여자, 와이즈 지킬은 자신의 담배 끝에 닿는, 그녀의 담배를 옅은 보랏빛 삼백안으로 짚어냈다가 차근히 거슬러 올라갔다. 와이즈의 시선이 종착지로 삼은 건 그녀의 얼굴이였다. 봐도, 봐도, 당신은 퍽 예쁜 사람이라고. 언제부터 당신이 자신을 마음에 뒀는지, 왜 짝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기도 했지만 그 모든 질문을 와이즈는 들숨과 함께 매캐한 담배연기로 폐부를 적시는 것으로 짓씹어삼켰다. 그것을 입밖에 내어버리면, 꼬리를 물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충동까지 뱉어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른 봄의 향내가 매캐한 담배연기를 비집고 와이즈의 후각으로 스며들었다.
"더 갈 곳이 없으면 이제 집에 가요."
우리집, 하고 와이즈는 마지막 단어를 혀끝에서 굴릴 뿐이였다. 루이스가 조수석에 앉는 걸 확인하고 조수석 문을 닫아준 와이즈는 차를 빙, 돌아 운전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도 있다. 차갑게 메마른 당신에게도 봄비는 공평할 테니, 당신이 차갑고 메말랐다고 낙담하지 말기를. 당신이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당신에게로 피어 당신을 연모하고 있으니까.
당신 정말, 하고 쏟아지려다 만 항의에 루이스는 짤막하게 후후, 하는 웃음소리를 흘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탈캉, 하고 차 문이 닫힌다. 끝없이 겨울이 계속될 것만 같은 레블에도, 어느덧 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응. 가요. 우리 집으로." 당신이 혀 끝에서 굴리기만 할 뿐이었던 말이, 참 얄궂게도 그녀의 혀끝에서 톡 튀어나온다. 차는 별 저항 없이 시동이 걸렸다.
"당신과 이런 쇼핑도 한 번 나와보고 싶었어요." 이것 역시도 그녀의 버킷 리스트였던 모양이다. 오래된 세단의 구식 가죽 시트는 참 편안하게도 당신의 등을 받아주었다. 그녀가 가진 것들은 제각기 조금씩 그녀를 닮은 부분이 있었다. 다시금, 레블의 도로가 차창 너머로 펼쳐진다. 집에 갈 시간이다.
여자, 와이즈 지킬은 운전석에 올라앉아서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키려다가 웃기지도 않게, 브레이크를 꾹 밟아버렸다. 들숨과 함께 깊숙히 들이마셨던 매캐한 담배연기가 어딘가에서 걸린 것처럼 날숨과 섞여나오지 않았지만 콜록, 하고 와이즈는 헛기침을 해보였다. 혀끝에서 굴려냈을 뿐 입밖으로 떨어트리지 않은 우리집, 이라는 단어가 그녀에게서 나온 것 때문이었다. 당신의 혀 끝에서 톡, 떨어져서 나열되는 단어는 당신처럼 곱기만 했다.
"정말이지, 당신은..."
어쩌자고. 와이즈의 입에서 건조하게 퉁명스러운 항의가 다시금 뇌까려졌다. 웃기지도 않게 악셀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아버렸던 발을 옮겨 악셀을 눌러 차를 출발시키며 와이즈가 한손을 자신의 뒷목에 얹고 천천히 훑어내듯 매만졌다. 우리, 라는 단순한 낱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나열되는 단어는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조차 몰랐던 사람이였던 여자, 와이즈 지킬이 알지 못하는 단어였을테니 문득, 그 단어가 주는 봄바람같은 간지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뒷목을 문질러본 것이였다.
"언제부터?"
루이스의 말에, 와이즈는 자신의 뒷목을 매만지던 손으로 핸들을 쥐고, 본래 핸들을 쥐고 있던 다른 손을 조수석에 앉은 그녀에게로 내밀어서 그녀의 무릎 위에 얹어놓으려하며 문득, 물음을 뇌까렸다. 당신에게 날것에 가까운 감정을 토로했던 그날 들었던 버킷 리스트들. 그리고 같이 쇼핑을 하고 싶었다는 지금의 당신의 말에, 음습한 충동과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과 같은 감정들의 아래에 침전해 있던 물음들 중 하나였다. 아니 사실은 그녀의 가장 보통의 온기와 애정과 닮은 버킷 리스트들을, 자신과 함께 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가까웠지만 와이즈는 부러, 주어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당신이 살던, 그리고 지금은 자신과 당신이 사는 그 집으로 향하는 레블의 도로를, 차는 그 어떤 소음도 없이 고요하게 달릴 뿐이였다.
하고, 루이스는 잠깐 말을 끊는다. 당신이 말을 잘라먹은 자국을 더듬기라도 하는 걸까. 잠시 그러다가, 루이스는 이내 조금 이상한 대답을 내어놓았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당신이 받아준 날부터요."
당신 생각보다는 조금 오래됐을지도 몰라요, 하고, 루이스는 조수석에서 당신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당신이 주어 없이 질문했으니, 자신도 주어 없이 대답하는 게 맞으리라. 대답이 되었을까. 문득 빨간불이 잠깐 걸린다. 루이스는 손을 뻗어서 카 오디오를 켰다. 조금 작은 소리로, 블루스 음악의 전주가 문득 애초부터 틀어지고 있었다는 듯이 조용하고 나직하게 차 안을 메워나간다.
"언제부터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이 내 가슴속에 피어 있더라구요..."
그녀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조금 뜸을 들이자 전주가 끝내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마침 좋아하는 노래였던 걸까, 그녀는 나직이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831 제가 제때 일어나야 할 텐데요.. (흐릿) 이제 자러 가시는 건가요? 루이스: ...때때로는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할 수도 있을 거에요. 루이스: 눈에 당신을 담지 못하고, 당신에게 말을 건네지 못할 수도 있겠죠. 루이스: 그렇지만 기억해줘요. 내 심장은... 루이스: 언제까지고 당신에게로 뛰고 있다는 것을요.
핸들을 쥐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의 옅은 보랏빛 삼백안이 얕게 그녀의 말에 잠깐, 짚어내듯 시야 한구석에 잡히는 그녀를 바라봤을 것이다.
"짐작도 못하겠는데요."
말의 중간을 툭, 하고 잘라먹어버린 자신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에 담겨있는 의미를 짚어내려던 여자는 핸들을 쥐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줬다가 풀고, 다시 고쳐잡으며 뇌까려내듯 말을 떨어트렸다. 애초에 주어없는 물음이였으니 주어없는 대답을 듣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혀끝에서 다시 굴러떨어지려는 퉁명스러운 항의를 뱉어낼 수 없었다. 조수석에서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의 모습 때문이라며, 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지 신호에 차를 잠시 멈춰세우고, 여자는 차 내부에 있는 소형 재떨이에 꼬나물고 있던, 필터가 잔뜩 짓씹혀져 있는 얄쌍한 슬림형 담배를 눌러 껐다. 여자, 와이즈 지킬은 루이스의 웃음을 물끄러미 씹어먹을 것처럼 옅은 보랏빛 삼백안으로 응시하다가 핸들에 양팔을 걸쳐올리고 상체를 비스듬히 기대어 그녀를 보던 시선을 얕게 돌려 정면을 응시했다. 전주가 끝나고 시작되는 노래에 맞춰서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There is no sweeter innocence than our gentle sin- 흘러가는 음악에 섞여 있는 라디오 속의 가사보다, 조수석에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루이스의 음성으로 들려오는 가사 중 한자락이 더 와이즈의 귓가에 닿아와서, 와이즈는 얕게 미소를 지었다.
큰일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빨리, 물'이라고 조금은 명령조인 어투로 말했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아서 부들거리면서 앉아있는게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일어서겠다는듯 비틀거리며 일어섰다가 금새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고양이처럼 지젤은 제 턱을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눈을 살며시 감고 고개를 가져다대곤 했다. 물 가져다줘. 하고 한 번 더 말하고 나서야 에키드나가 움직이는 것을 보곤 천천히 밍기적 거리며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 그냥 키스로 전해줘도 좋은데. "
지젤은 물컵을 받아 쉼 없이 물을 들이키곤 이제 좀 나아졌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제 어쩌면 좋을까. 지젤은 두 팔을 벌려 에키드나에게 '안아줘'하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지젤은 팔이 아프다며 칭얼댔을 것이다. 미소를 지었고, 눈을 감았다. 역시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면 좋겠어.
에키드나는 키스를 아쉬워 하지 말라는 듯 태연하게 망했고, 자신에게 팔을 뻗는 지젤을 상냥하게 안아들었다. 가벼운 지젤의 몸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새하얀 피부를 맞대며 들렸고, 그대로 지젤을 안아들고 방금전까지 사랑을 표현하던 쇼파를 지나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 들어가선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힌 에키드나는 그 옆에 자신의 몸도 털썩 눕힌다.
" 지젤, 넌 나한테 더 바라는건 없어? "
망설임 없이 팔을 뻗어 지젤을 자긴의 가슴팍에 기대게 하곤, 손으로 천천히 지젤의 어깨를 매만져준 에키드나가 다정한 물음을 건낸다. 언제나처럼 욕망에 휩싸녀 희롱하던, 열기 가득한 목소리가 아닌 지젤을 배려하는, 어딘가 불이 꺼진 목소리였다.
" 예를 들면, 이젠 거칠게 다루지 말아달라거나, 아니면 전처럼 욕망에 휩쓸려서 지젤을 아프게 만들지 말아달라거나. 그런거 없어? "
에키드나는 지젤의 머리카락에 살며시 입을 맞춰주곤 속삭임을 마무리 한 체, 지젤을 대답을 기다리듯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론 어깨를 매만지던 그 손은 여전히 부지런하게 지젤의 아름다운 몸을 매만져주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