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는 스바루의 누구도 불행하게 하고 싶지 않다를 '내가 당신을 따라가면 다른 이들이 불행해진다'로 받아들여 답답해할지도. 그렇다고 스바루를 괴롭히는 이들을 전부 죽여버리면 그땐 스바루가 슬퍼할테니 이도저도 못하겠네요...
신분이 높다면 왕족의 정부나 애인이고 신분이 낮다면 뭐... 레이나가 흡혈귀가 되기 전의 신분이 귀족이고 스바루도 귀족이였다면 나름대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레이나를 암살하려는 이의 공격을 스바루가 대신 맞고 죽었다던지... 그래서 레이나가 슬픔과 분노에 신을 원망하며 지금처럼 된거라던지... 삶을 망치러 왔는데 구원도 한다는 점이 꽤 아이러니하지만(???
태양씨를 살려준다면 곱게 살려주진 않고 반쯤 죽여 놓을지도(어디까지나 흡혈귀로 다시 태어났을때)... 그리고 살아서 내 악명을 세상에 알리라며 셀프 행방불명행...
역시 그렇겠죠? 아니면 죄가 없다고 판단한(스바루의 동생들이나) 가문의 일원들은 살려놓고 태양씨나 그가 고용한 용병들만 죽이겠네요. 결말은 레이나가 스바루를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거나/스바루가 레이나의 손을 잡고 영원한 삶을 얻어 행방불명 되거나 둘 중 하나려나?
그런데 여기서 레이나가 몰살시켜놓고 죽으면... 스바루가 그 죄를 다 뒤집어 쓰는거 아닌가...? 흡혈귀가 나타나서 가족들을 전부 죽였어요! 하면 믿어줄 사람이 어딨어... 그럼 레이나가 죽기 전 스바루의 결백을 밝혀주고 죽던지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스바루도 흡혈귀가 되던지 해야할것 같네요(결론의 상태가?
그럼 레이나는 맞아맞아. 애초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몰락도 몰살도 없었을 것을. 스바루~ 우리 나간 다음에 파르페나 크레페 먹으러 갈까? 아니면 마카롱이라도~ 하면서 스바루 손 붙잡고 쿨하게 다음 전시관에 갈것 같네요. 레이나 입장에서야 기억에도 안남을 사소한(?) 일이였을테니...(아님
왕홀...?!(상상도 못한 가보에 진심 놀람) 스바루네 가문... 진짜 엄청난 가문이였군요...
그런 가문의 자제를 홀랑 납치(?)해버리다니... 그 가문은 현대까지 전설같은게 내려져오지 않았을까... 아니면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의 매체가 만들어졌다던지. 그럼 레이나가 스바루~ 사람들이 너희 가문 이야기를 또 영화로 만든대. 이번엔 뭔 이야기를 할까? 라고 물어보겠네요.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이 에유의 레이나는 스바루만 있다면 오케이이기 때문에... 마카롱 먹으러 가자하면 댕댕이마냥 응! 꺄~ 신난다~ 하고 방방댈거에요.
값비싼 보석..은 1970년대 정도까지였을 것 같고.. 그 이후로는 부동산이나 그런 쪽으로 접어들었을 것 같긴 하네요.. 지주가 되어서 그 쪽에서 약간 상위층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히고 신고 등등등을 전담하게 한다거나.. 약간.. 별에서 온 그대나 도깨비같은 느낌으로? 가끔 목격이 되는 존재.. 그것도 좋네요!
스바루는 그걸 보면서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겠네.. 진실을 알릴만한 건.. 다 없어졌으니 어쩔 수 없어. 라고 답하려나.. 그리고 의도치 않게 진실이 언젠가 밝혀진다거나..?
그럼 매체 속의 레이나(?)는 남배우가 연기하려나... 종종 퀴어 요소를 넣어서 여자 뱀파이어가 나오는 매체도 나오는데 그럴때마다 레이나는 흥미롭게 보던가, 아니면 제작자를 죽이려 하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특히 레이나(?)가 악랄하게 나오고 태양씨 쪽이 선량하게 나온다면 더더욱...
레이나(잡지를 태우며): 헬파이어~ 헬파이어~ 지옥의 불길이 제 몸을 태우고 뜨거운 욕망이 날 사로잡았나이다~
야악간도 아니고... 등장인물 셋을 제외하면 배드엔딩에 새드엔딩이지요... 애니 결말은 애들 보는거라 그런지 각색이 많이 됐더라고요. 특히 페뷔스와 에스메랄다가 결혼한 것이... 애들이 커서 원작을 보면 동심이 와장창하겠더라고요. 애초당시 애들 읽을 소설도 아닙니다만(?)
그럼 프롤로 포지션은 역시나 태양씨인가... 스바루에게 넌 추한 괴물이라고 세뇌시켜 종탑에 가둬놨는데 몰래 빠져나간 스바루가 레이나를 만나고 여차저차해서... 그럼 에스메랄다 포지션인 레이나가 마녀죄로 기소 당한 것도 태양씨가 레이나에게 반해서가 아니라 스바루와 있는 것을 질투해서...?
그럼 레이나는 스바루의 얼굴을 붙잡고 그럴리가요,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걸요. 하겠네요. 그 다음에 당신에게 별명을 지어줘도 될까요? 내가 지냈던 곳에선 아름답다는 말을 '벨로'라고 했어요. 아니면... 그래, '에스텔로'가 좋을까요? 이건 별이라는 뜻이거든요. 하면서 한가롭게 히히덕거릴지도...
얼굴을 붙잡으면 놀랄지도.. 그리고 별명을 지어준다는 것과 그런 별명들을 들으며 한가롭게 히히덕거리는 레이나를 보면서 눈에 빛이 좀 돌아오는 연출 좋네요. 마치 별을 담은 밤하늘인 것처럼(?) 그래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희망은 갖고 있었겠지만 그런 건 없었다...
이 에유에선 레이나는 로자나 그냥 레이나라고 불리겠네요. 에스메랄다는 갖고 있는 부적에 달린 녹색 유리 장식이 에메랄드를 닮아 에스메랄다라고 불린건데, 레이나도 그런 작명법을 따른다면(?) 눈동자가 분홍색 장미같아서 로자, 아니면 집시 대빵의 딸로 태어나 레이나(스페인어로 여왕)로 불렸다던가... 그럼 여기서 츠치가미 씨가 잠깐 나온다면 그도 집시로 나오는건가...
생각해보니 뮤지컬에선 클로팽이 에스메랄다의 의부로 나오니 여기서는 메이오미야 씨가 나와도 좋을 것 같네요. 비록 피가 섞이지 않은 딸이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딸이였고, 그래서 친자식처럼 키운...(츠치가미: 그래도 친아빠는 난데!!) 다른 집시 집단이라면 뭔가 락앤롤(?)스러운 느낌이였을까...
여동생들도 있으려나...? 이 세계관의 요네다 씨가 일찍 세상을 떴다면 여동생들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네요. 동생들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여러 사건을 만드는 데에는 동생들의 호기심만한게 없지만(?) 그럼 동생들도 있는걸로!(??
메이오미야 씨는 온화하고 둥근 성격이니 충돌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이런 류의 캐릭터가 늘 그렇듯 기가 세기 때문에... 집시들을 박해하니 떠나기로 마음 먹었지만 레이나가 마녀죄로 기소 당해 사형을 선고 당하자 딸을 구하러 성당을 습격하는... 뭐랄까 뮤지컬 쪽의 전개로 가고 있네요.
원작은... 쏘 배드엔딩... 그랭구아르는 몰라도 페뷔스가 해피엔딩을 맞는건 너무나 불합리하다!
요네다 씨가 레이나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면... 요네다 씨를 사랑한 메이오미야 씨로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선택인겁니다... 근데 원작이나 뮤지컬에선 클로팽이 죽는데 그럼 여기서 메이오미야 씨는 죽는건가...? 유언으로 레이나한테 무리를 맡기고...?(메이오미야 씨: 엣)
그렇게 죽는다면 엄청 허망하겠지만 그동안 벌인 짓을 생각하면 엄청 곱게 죽는 편이네요... 원작의 프롤로는 (스포일러)해서 죽는데...
아아 빌런 에유... 결국 스바루가 태양씨의 손아귀에 완전히 떨어졌었죠... 이것이 태양씨에겐 해피엔딩이자 진엔딩인게 씁쓸합니다. 그러고보니 빌런 에유에선 레이나와 스바루가 한번도 만나지 못했네요. 빌런 에유의 레이나는 본스레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에게 큰 불신을 품어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스바루를 본다면 힘이 있는데 태양씨를 떨쳐내지 못한 스바루를 미련하게 생각하거나 살짝 동정심을 가질지도...?
거절하겠지요. 죽어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완전히 무너뜨리는 그런 게 될 것 같은 느낌..? 죽아겠다고 막무가내로 그런다면 뛰지도 못하면서 막으려고 뛰려 애쓰지만 뛰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엎어져서 발목을 잡으려 할 것 같습니다... 항상 뛰지 못하는 것에서 처절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겠지..
망가뜨릴대로 망가뜨렸죠.. 일단 아킬레스건이라던가... 그 외에도 성대도 약간 손대졌을지도.. 정확하게는 말을 못하게 해서 목소리를 보존하려는 그런 느낌?
그 외에 이런저런 네.. 망가뜨렸겠지요.. 그 중에 가족에 대한 쿠데타같은 게 성공해서 태양씨만 죽으면 본인은 이제 연고조차 없게 되어버리고.. 후계같은 거 생각도 안했을 테니 토우야군이 몰래 도모하고 있지 않는다면... 잘못하면 능력도 없는데 부유함조차 잃을 수 있는..
아 저거는 누가 뮤즈인가. 일까요! 스바루가 뮤즈라면.. 야악간 벨 에포크 시대느낌으로 아가씨로 생각되는 스바루를 끼고 있는 태양씨가 문화교류를 위한 장으로써 연 파티에서 베일 쓰고 있고 내 약혼녀라는 소개만 되어지고 나서 금방 들어간 스바루는 약혼녀인가 싶었고 나중에 어디 길 잃어서 방에 들어가려다가 스바루를 보고 뮤즈로 삼는 그런 느낌으로려나오(?)
그날은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후원자에게서 받은 파티 초대장. 이는 출세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했다. 파티에는 후원자의 지인들인 다른 부자들이나 저명한 평론가들도 참석할 것이고, 거기서 잘 보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의뢰를 받고 미술계의 새로운 별이라는 타이틀도 달 수 있을테니까. 그녀는 속물마냥 돈과 출세에 목 매다는 인물은 아니였으나, 지금은 마음이 급했다. 자신을 거두어 준 (지금은 오늘내일하는 상태인)스승이 죽기 전, 자신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18세의 어린 화가 츠치가미 레이나는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 신경써서 파티에 참석하고자 했다. 가난한 화가에게 드레스가 있을리 없으니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좋은 옷(물론 상태는 별로였다)을 입고 가려고 했지만 세들어 사는 집의 집주인 아주머니가 어디서 괜찮은 드레스를 가져와 빌려줌으로서 옷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녀는 처음에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잘 보이고 싶다면 잔말 말고 입으라는 아주머니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연분홍빛 드레스는 발목까지 내려왔고(목걸이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시집 왔을때 예물로 가져온 목걸이를 빌렸다) 구두는 이전에 눈 딱 감고 질렀지만 막상 신을 일이 없어 고이 모셔 두었던 빨간 구두를 신었다. 정리가 안된 짧은 까치집 머리가 문제였지만 잘 빗고 리본으로 장식하니 다행히 볼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보석이 박힌 브로치(이는 의외로 그녀의 소유였다)를 달아 차려입기 완료. 아주 오랜만에 입는 드레스였기에 살짝 쑥스러웠지만 그녀는 내색않고 파티장에 발을 디뎠다. 물론 아는 이는 후원자 단 한명이였기에 레이나는 그가 부르기 전까진 파티장 구석에서 샴페인을 홀짝대며 웅장하기 그지없는 파티장 내부와 화려한 손님들의 모습에 감탄과 냉소를 동시에 보내고 있을 것이다.
"파티에 초청된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주최자로써 훌륭한 접대를 위해 노력했으니.." 부족하다 여기더라도 아량 넓게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초청장을 지니신 분께 답례품으로, 저희 가문이 새로 채굴을 시작한 광산의 광물을 배(pear. 보통 동양에선 물방울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모양으로 컷팅해 가운데로 셋팅하고 주위는 에메랄드와 진주로 장식한 브로치를 드리니.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라고 말하며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존경받는 이의 약혼녀를 소개해주려는 듯 길고 검은 머리카락에 노출은 없지만 고아한 편에 속하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약혼녀의 베일을 살짝 걷어올려 얕은 키스를 해주며 가까운 이들에게 소개해 주는 모습은 레이나에게 보였겠지만, 약혼녀의 얼굴은 너무 멀었을까? 살짝 휘청이는 약혼녀는 주최자인 태양의 몸이 약하다는 말과 함께 들어갔겠지.
"그래. 츠치가미 양." 그대가 발표한 그림이 여기에 걸려 있다만. 의외로 여러 이들이 감탄을 표했다네. 라며 당신의 후원자가 이야기하면 여러 사람들이 앞날이 유망하다는 칭찬을 해주기도 했을 것이지요. 그것이 부담되면.. 다른 휴게실을 찾으려고 나온다면...
와우. 대단하다 대단해. 내 후원자님이라지만 통도 크셔. 레이나는 살짝 냉소 섞인 시선을 보내다 그와 눈이 마주칠때 즈음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아, 그럼 나도 가져가도 되려나? 라는 생각을 3초 정도 한 것은 덤이다.
그리고 후원자의 약혼녀가 등장하자 그녀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베일을 썼지만 아름다움은 감출 수 없는지 그녀가 발하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넋놓고 약혼녀를 바라보던 레이나는 그녀가 살짝 휘청이자 자신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저런, 현기증인가? 걱정되는 눈으로 약혼녀가 들어가는 것을 좇던 그녀는 후원자가 자신을 부르자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자신을 칭찬하는 이들에게 과찬이십니다. 후원자님의 은혜가 아니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등등. 아주 어릴 적 잠깐 배웠던 예의범절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모든 공을 후원자에게 돌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자신에게서 멀어질 즈음. 그들에게 예를 갖춰 인사한 뒤 잠시 물러서겠다며 걸음을 옮겼다. 으, 향수 냄새가 너무 독해. 화장을 얼마나 두껍게 했으면 사방에서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냐? 따박따박 걸음을 옮긴 그녀는 어느샌가 파티장에서 벗어나 생전 처음 와보는 곳에 발을 딛게 됐다. 내 이름은 조난. 여긴 어디죠? 한마디로 길을 잃은 그녀는 작게 패닉상태에 빠졌다. 어, 어쩌면 좋지?! 오늘 안으로 드레스랑 목걸이 돌려주기로 했는데?! 마치 신데렐라처럼 시간에 쫒기듯 무작정 걸음을 옮긴 레이나는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하나 얼씬하지 않는 듯 조용한 구역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습니다. 레이나도 하나 받아갈 수 있지요. 그치만 그 보석이 그다지 시중에 풀리는 건 아닌 것이기에 팔기에는 조금 부적절하지요. 오히려 그의 후원을 받는다. 라는 일종의 표식같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예의범절을 잘 배움 받지 못했으니 좀 보아주시지요. 라고 중재해주면서 여러사람을 소개시켜주고.. 그랬던가. 그리고 나서도 파티는 계속되겠지. 그러나 레이나가 들어간 곳은 아주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으...." 깨우지 말라고 했잖니.. 캐시.. 라는 사교계의 여성이라고 하기엔 좀 낮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거리며 문을 긁자 그 목소리의 주인인 풍성한 잠옷을 입은 아름다운 아가씨가 문을 열어주는 것을 레이나는 볼 수 있었을까요?
"거기는 누구신가요..?" 느릿하게 말하려 합니다. 달빛을 받아 더 희게 빛나는 연약해보이는 흰 살결. 검은 속눈썹. 길고 아름다운 달빛을 받아도 여전히 검은 머리카락. 레이나가 이제까지 보아왔던 어떤 사람보다도 아름다웠을지도. 의외지만. 약혼녀는 키가 큰 편이었네요.
그녀는 조용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작게 놀라 몸을 살짝 움츠렸다.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니...? 애초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살짝 눈치만 보던 레이나는 검은 고양이가 야옹- 하고 나타나자 잔뜩 놀란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문을 열어주자 잠시 넋을 놓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마치 밤이나 달의 여신같아... 그나저나 의외로 키가 크시네... 멀리서 볼땐 몰랐는데... 한참을 그러고 있던 레이나는 아가씨의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대며 말했다.
사모님이라는 말에 조금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겠지요. 마드모아젤도 아니고 사모님이라니.. 그러나 그리 불릴 만도 했기에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고 이름을 소개받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네요.
"으음.. 후원을 받고 있는 이로군요.." 파티 참석자라면 빨리 돌아가는 게 좋을 거랍니다.. 라고 느릿하게 말하려 하네요. 밤의 졸림에 조금은 옅게 드리운 피로를 볼 수 있을까..
"부군.. 그래요.. 부군.. 그렇게 된다면 나쁘지만은 않겠지만.." 이라고 말할 때에 상냥하게도 미소짓고는 알 수 없는 애석함을 담은 표정으로 약혼녀는 웃었습니다. 저는 스바루라고 한답니다. 라고 이름을 말해주네요. 부군의 성을 붙여도 되고.. 라는 말을 할 때에는 서글픈 듯한 표정을 짓나요?
"저쪽으로 가면 갈 수 있답니다." 라고 느리게 덧붙입니다. 나간다면. 당신의 후원자가 며칠 뒤에 연락하여 약혼녀가 불렀다며 만날 것을 부탁할 것이고.. 나가지 않는다면. 살짝 숨어서 당신의 후원자에게 끌어안기는 스바루를 볼 수 있겠죠. 그 다음에 아까의 그 부탁이 올 것이고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약혼녀의 얼굴을 보았다. 살짝 애석함 섞인 얼굴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인 레이나는 그녀가 말한대로 빠져나갔고, 며칠 뒤 후원자로부터 연락을 받아 그의 집으로 향했다. 처음엔 오늘은 부를 일이 없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약혼녀가 자신을 불렀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레이나는 저번과는 달리 바지와 부츠, 셔츠와 멜빵, 그 위에 코트와 뉴스보이 캡을 쓰고 있었기에 모르고 보면 소년이라 오해할 만한 모습이였다. 약혼녀를 마주하며 수줍게 꼼지럭댄 레이나는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그러자 아무렇게나 짧게 잘린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쓸까 고민하다, 사람을 대할때 모자를 쓰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모자를 손에 꼭 쥐었다.
빠져나간다면 브로치도 받아가고.. 파티의 음식들도 잔뜩 먹어서 배가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그리고 스바루는 태양씨에게 말해서 레이나를 불렀습니다. 불러도 될 것인가? 라고 망설였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존재는 처음이었으니까요.
"반가워요. 츠치가미 양." 느릿느릿하게 말하는 스바루는 베일을 쓰고 있었지만, 오늘 부른 이유는 별 건 아니고.. 초상화를 그려줬으면 해서 부른 것이랍니다. 라고 찬찬히 설명합니다. 다른 화가들은 태양씨께서 거절하셔서.. 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다른 화가들이 훑어보는 것을 싫어했을지도.란 짐작이 들까요?
"몇 달 뒤엔 결혼하겠으니.." 라고 말하고는 그 때 그리는 것과 지금 그리는 것은 꽤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말하면서 자세를 취할까요? 정숙한 드레스가 금욕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할 것인가..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베일을 쓰고 계시네. 저번에 봤을땐 별 문제 없어 보였는데... 햇빛을 싫어해서 늘 쓰고 계신건가? 레이나는 잠시 짧은 감상을 내리다 초상화를 그려줬으면 한다는 말에 작게 놀라며 되물었다. 사ㅁ... 아니, 아가씨의 초상화를요? 초상화 의뢰를 처음 받는건 아니였지만 정말 상상도 못한(레이나는 파티에 참석한 후원자의 지인들에게나 의뢰가 오리라 여겼다) 인물이 자신에게 초상화를 의뢰하자 어안이 벙벙한 듯 잠시 벙쪄있다 곧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맡겨주십시오! 아가씨의 일생을 넘어 수백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명작을 그려 드리겠습니다!"
후원자가 다른 화가들을 거절했단 말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레이나는 좋게 받아들였다. 나는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지? 좋았어! 그럼... 그녀는 금방 재료를 가져와 화폭에 스케치를 그리며 스바루의 모습을 담았다. 어라, 그러고보니 고양이는...? 잠시 산책을 나갔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레이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지요. 사진이라는 것도 있지만 아직 색을 입히지는 못하니까요. 시간도 꽤 걸리고... 그렇게 말하는 레이나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그러나 스바루와 후원자의 반응에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 넘은 말을... 이라며 사과의 말을 올렸다.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보며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후... 다 고급이네. 하다못해 과일까지... 저거, 장식용인가? 레이나는 잡생각을 떨치려 노력했으나 사방에 널린 고급품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옮겨져 난처함을 느꼈다. 왜 이래, 정말. 꼭 속물이나 무지렁이같이! 물론 학교도 안나와서 무지렁이는 맞다만! 레이나는 스바루에게 말했다.
"아가씨,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드실텐데, 잠시 휴식을 취하시거나 산책을 다녀오세요. 저는 여기서 마저 정리하겠습니다."
조금 통제되지 않는 일이란 것에 불쾌하긴 했지만 그 구실로 스바루를 좀 더..라는 생각에 나쁘지 않다고 그는 여겼겠지. 그리고 스바루는 불안이 있기는 해도 그것을 내보이는 것은 곤란했나? 레이나 양도 간단하게 먹으면서 해도 괜찮겠나? 라고 후원자인 태양이 느리게 말했을 겁니다.
"아.. 벌써 시간이.." 오랫동안 앉아 있던 탓에 발 끄트머리가 차가워진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살짝 일어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기립성 저혈압 때문인지 살짝 비틀거렸고, 그것을 태양씨가 끌어안으며 부축해줬습니다.
"그러면.. 잠깐 쉬겠답니다.." 오래 앉아있는 것도 진이 빠지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잠깐 다른 방에서 휴식을 취해야겠지요. 그리고는 정리하는 레이나가 저택을 돌아다닌다면.. 태양씨가 수하에게 명하는 것을 엿들을 수 있나요?
-검은 고양이. 유인해서 철장에 가둬서 데려오게나. 나의 사랑스러운 스바루. 나를 거절하고는 있지만.. 이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어요.
아가씨, 괜찮으신가요? 태양씨의 말에 간식을 집으려다 스바루가 휘청이자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태양씨가 부축해주자 자신이 더 이상 관여할 일이 아니라 생각해 물러섰지만. 그녀는 스바루와 태양씨가 나가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와, 미친... 개맛있어... 이런 부잣집에선 쓰이긴 커녕 그들이 들어본 적도 없을 어휘를 사용하며 홀로 감탄한 레이나는 간식을 다 먹고 그림에 쓸 재료를 정리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아, 후원자님은 다 좋은데 집이 너무 넓다니까. 이건 뭐 미로도 아니고... 넓은 저택을 걸어다니던 레이나는 낯익은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명령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그 쪽에 귀를 기울인 레이나는 상상도 못한 대화에 의심쩍은 얼굴로 생각했다. 뭐야... 왜 고양이를? 스바루라면, 그 아가씨? 아가씨가 뭐?
물론 오래 있다간 오해를 살 것이 뻔하니 레이나는 재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가 재료를 정리한 뒤 그림을 그리던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방금 전 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지 입을 삐죽이며 생각했다. 아가씨, 정략결혼이라도 했나? 아니면 집안 간의 압력으로 반쯤 팔려오듯 결혼? 스바루가 다시 돌아온다면 몸은 괜찮아지셨냐며 묻고는 다시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아.. 확실히 오랫동안 하지 않았구나." 그리 중얼거리면서 나가면 그의 수행비서로 보이는 자가 많이 드셔도 상관없습니다. 라고 정중히 말하고 그렇겠지요. 의외로. 스바루랑 은근 닮은 듯한 비서의 모습이네요. 그리고.. 나가서 엿들은 명을 받는 자도 그였을까요. 명찰에는 토우야라고 적혀있던 것 같기도 하고.
-네. 잡아오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그. 그러니까 토우야가 말하고 나서, 레이나가 있던 곳을 유심히 쳐다보는 후원자는 뭔가 있던 것 같았는데. 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미 떠난 것을 어찌 할 수는 없었지요. 다시 돌아오면 스바루는 약간 늘어지듯이 나른하게 기대앉아있었습니다.
몸이 괜찮아졌냐는 질문에 아. 그렇지.. 라고 답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업을 재개하고.. 다음 날 다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이 방에 놓아두고 가는 그런 형식이 되겠지요. 그리고 집에 도달할 노을기 묻은 때에. 거기에 놓아두고 온 것이 있다면 다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집 열쇠라던가. 아니면 오늘 내야 하는 중요한 거라던가?
아마 그렇게 다시 간다면..넓은 저택의 경호원조차도 없는 그 고요함에 위압이 느껴질지도 모르지요.
아하하.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그럼 마저 그리겠습니다. 레이나는 넉살 좋게 웃으며 다시 작업을 재개했다. 그러고보니 아가씨는 아직 이름을 알려주신 적이 없네. 아까 스바루라는 이름을 듣긴 했지만 본인 입으로 말한게 아니니까... 에이, 뭐 어때. 만약 청첩장을 받는다면 그때 알게 될텐데. 물론 일개 화가인 나한테까지 그걸 주겠냐마는... 웃으며 작업을 이어가던 그녀는 내일 다시 오겠다며 중간에 작업을 그만 두고 모자를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택과 집의 중간 즈음에서 그곳에 방 열쇠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 짧게 중얼거렸다. 아, 염병! 잠깐 올려만 둔다는게 아예 까먹고 안가져왔네! 집주인 아줌마 화 엄청 낼텐데! 꽤 늦은 저녁 시간이였지만 망설임 없이(?) 저택으로 다시 돌아간 레이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아, 낮에 보는거랑 저녁에 보는거랑은 엄청 다르네... 큰 집이라 그런지 무섭기까지 할 정도야... 그보다 여긴 경호원도 없나... 그녀는 다시 열쇠를 찾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무척이나 안타깝게도, 방향감각이 없는건지 길치인건지 또 길을 잃어 헤매는 신세가 되었다.
레이나의 귀에 싸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확하게는 고양이의 비명같은 앙칼진 울음소리와 왜 그래요.. 라면서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라던가..
-뭘 요구할 셈인가요... 부모님도 이 저택도. 내 형제자매도.. 성도 전부 당신이 가져갔잖아요! 당신의 성도 내 것이었는데.. 반쯤 훌쩍이는 것 같은 아가씨의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당신의 후원자의 목소리는 나의 별. 나의 엘레니의 모든 것을 원한단다. 라고 느릿하게 속삭여졌습니다. 어쩐지. 이 거대한 저택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살벌하게 들릴지도?
-하지만.. 다리아는.. 한낱 고양이인걸요.. 왜... 라며 말하면서 놓아주세요.. 네? 라고 애원하듯 말하는 목소리. 그리고 고양이가 든 철망을 한 번 걷어찬 듯한 소리가 들리고 나서 들리는 태양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즐거워보이는 듯한 기분이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밤을 내게 준다면 이 고양이를 엔세스에 풀어주도록 하지.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레이나는 엔세스가 빈민들의 구렁텅이며, 고양이 같은 종류도 먹거나 혹은 재미로 해체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가씨는 그것만으로도 기쁜지. 네.. 라며 반쯤 울먹였고 침대에 밀쳐지는 소리와 함께 조금 열린 문이 쿵 닫혔습니다. 곧 교대시간이군. 이라는 경비원의 대화가 들리기도 전에 레이나는 다시 빠져나오기 쉬웠겠지만...
레이나가 다음 날 다시 온다면. 아가씨는 앉은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으려는 듯한 행동을 보일 거고, 창백한 안색으로 상당히 피곤한 듯한 표정일 겁니다. 몸이 많이 약하다며 무리한 모양이라고 말하는 후원자였지만.. 그래도 그림의 진전속도 자체는 꽤 빨랐을 겁니다. 후원자는 다른 이들은 너무 오래걸린다. 라는 요지의 말도 했나요?
이 소리는 뭐지? 레이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고양이가 앙칼지게 울고, 누군가가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살짝 몸을 옮긴 그녀는 오래지않아 그 목소리의 주인들이 후원자와 그의 약혼녀라는걸 알아챘다. 그러고보니 낮에 후원자님이 고양이를 잡아오라고 누군가한테 명령하셨는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대화를 듣던 레이나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얗게 질려갔다. 뭐, 뭐야...? 집과 형제자매, 성까지 빼앗아 가...? 그리고 엔세스라면... 레이나는 그곳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 고양이가 그곳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가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문이 쿵 닫히자, 레이나는 본능적으로 지금이 살아서 이 저택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여겨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그녀는 미친듯이 뛰어 집에 도착한 뒤 힘없이 주저앉아 덜덜 떨었다. 그 자식 대체... 무슨 짓을...
그리고 다음날 그녀 역시 피곤한 얼굴로 저택에 발을 들였다. 후원자와 스바루에게 인사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곤 작업을 재개한 레이나는 스바루의 피곤한 모습에 걱정되는 눈빛을 보냈다. 아, 그렇군요. 아가씨께서 어제 무리하시느라... 후원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그녀는 애써 어제 들었던 대화를 잊으려 했다. 레이나는 스바루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얻기 위해 한 짓을 보렴. 너의 어머니는 나를 버렸기에 그렇게 죽어간 거란다. 라는 속삭임들.. 덜덜 떠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떨리는 스바루의 목소리...
부리나케 뛰쳐나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청회색 눈의. 스바루를 좀 닮은 이였겠지요. 그리고 다음 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조금 무리해서라도 하려 했겠지요.
"읏... 오늘은.. 조금 많이 피곤했네요.." 고양이는 이제는 안 올 거랍니다. 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레이나 양이 보신다면 간식 정도는 주세요. 라는 것이. 엔세스가 어디인지 모르는 것 같을까요? 하긴. 몇 년전부터 망하기 시작한 지역을 이런 아가씨가 뭘 알겠나요.
"그래도.. 가끔 티타임에 초대하면 와 줄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그림을 그만해도 되냐는 것에 후원자는 약간 고심하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빨리 결혼해서 둘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서 말이지. 좀 급했다네. 라고 말하는 표정은 레이나가 원래 알던 자비롭고도 존경받는 후원자의 모습이어서 어제가 마치 꿈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티타임에서는 레이나에 대해서 스바루가 물어보려 할지도 몰라요. 머리카락이라던가.. 어떻게 화가가 되었는가..
고양이가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언제 알 수 있으려나. 알게 된다면 살짝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아니요.. 부끄럽게도 저는 친구는 없거든요.." 영애들과 친목을 도모하려 해도 어느새 따라잡을 수 없게 되어서..라고 말하는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이건 무엇인가요?" 뭔가를 사들고 온다면 꽤 기뻐할 거에요. 그게 바깥과의 연결고리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때만 그랬다.. 인 것처럼. 티타임 때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레이나를 대했을 겁니다. 레이나 또한 스바루와의 만남으로 어느 정도 풍부해진 듯함을 통해 영감을 얻고 그림을 잔뜩 그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요.
"레이나 양은 머리카락이 짧네요.." 길러볼 생각은 없나요? 라고 티타임 도중에 가벼운 질문을 합니다. 저는 기르는 건 사용인이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무리라서요.라고 말하려 합니다. 하긴. 저 정도 길이의 머리카락을 저렇게 관리하려면..
티타임에 참석하면서, 레이나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다시 저택에 발을 들였다. 그녀는 자신이 스바루의 수준에 맞을지 걱정하면서도, 기뻐하는 스바루의 모습에 헤실헤실 웃으며 그것을 건넸다. 체리파이에요. 제가 먹어본 파이 중에 제일 맛있어서... 아가씨에게 꼭 맛보여 드리고 싶었거든요. 입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본격적인 티타임이 시작되자 스바루가 자신을 문제없이 대하는 것을 보며 조금은 안심했다. 즐거우신걸까? 그렇다면 다행이고... 나에게도 분명 좋은 경험이 될거야. 의뢰인을 잘 그리려면 그 사람과 교류를 해야할테니까!
"아, 아아... 이거요? 사실은 꽤 길었는데, 잘라서 팔았어요! 엄청 갖고 싶은 물감이 있었는데, 그걸 사려고... 헤헤..."
레이나는 그녀의 질문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대수롭지 않다는 일이라는 양 시원스레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가씨 머리카락 엄청 예쁘세요! 꼭 비단같아요.
스바루가 체리파이를 맛잇게 먹는 모습에서 레이나는 다시금 안도하며 생각했다. 입에 맞으신걸까? 다행이야... 그보다 아가씨가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는건 처음 봐. 물론 만난지 얼마 안됐지만서도... 차를 홀짝인 레이나는 뛰어난 향과 맛에 신세계를 맛본듯 눈을 반짝였다.
"그럼요! 아가씨 머리카락은 꼭 밤하늘같이 검고 반짝여서 비싼 값에 팔릴거에요."
그 말에 진심으로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부럽긴요. 저도 빨랑 머리가 자랐으면 좋겠어요. 보다시피 엄청 잘 뻗치는 머리라... 리본으로 안묶으면 산미치광이처럼 잔뜩 뻗쳐요. 이것도 죽어라 빗어서 이 정도인거니까요. 이리저리 주절대던 레이나는 스바루의 말에 살짝 걱정스러움이 담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몸이 약하셔서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저, 그럼 아가씨... 결혼하기 전만이라도 절 불러주신다면 그땐 바깥 세상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그 풍경을 그린 그림도 드리고요. 제가 겪은 재밌는 이야기도 해드리고요. 자랑은 아니지만, 전 오래도록 떠돌아 다녀서 해드릴 이야기가 많답니다."
그리고 그 물감을 선물받는다면, 단번에 그 가치를 알고 벌벌 떨며 감사인사를 올릴 것이다. 당장에라도 충성을 맹세하며 큰절을 올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그랬으면 좋겠구나.." 비싸게 팔린다면 그렇게 되는 것도 좋겠지.라고 의미불명한 말을 합니다. 레이나의 머리카락에 머리카락 관리하는 용품이라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안될 일이지. 라고 생각하며 물감이나마 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을 하나요?
"괜찮아요 제게 주어지는 것들은... 물질적으론 풍요롭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감사인사에 괜찮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은 착실히 흘러. 레이나에게서 밖을 들은 스바루는 가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는 빈도가 늘어났고.. 결혼식이 가까워지면서 어쩐지 점점 말라가는 듯하고 슬퍼져가는 것 같다는 감상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한편으로도 레이나는 스바루로 인해 작품활동이 더욱 왕성해졌을지도.. 그리고... 어느 날.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어 스바루가 여장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될까요?
".....그.. 레이나..양.."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였습니다.
레이나는 그 뒤로 스바루에게 바깥의 이야기를 해줬다. 가끔은 바깥의 물건과 음식을 가지고 왔고, 종종 바깥을 그린 그림도 그녀에게 선물했다. 레이나의 작품 활동은 활기를 띄며 잘 풀려나갔다. 그와 별개로 스바루가 점점 말라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가씨는 결혼을 원치 않으시는구나. 그때 후원자님과의 대화, 확실히 강압적이고, 힘의 차이가 확연했지... 아가씨는 학대를 당하시는 걸까. 아니, 당하시고 계시는거야. 그건 분명해. 후원자님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 그녀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그뒤로 더 이상 후원자를 이전처럼 마냥 존경의 대상으로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창문이나 옥상에 올라가 저택 쪽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지금쯤... 하면서.
그리고 어느 날 아주 우연한 일로, 스바루가 옷을 갈아입는 현장을 목격했다던지 해서 그녀, 아니 그의 비밀을 알고 말았다. 레이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뻔 했지만, 그랬다간 자신은 더 이상 그와 만날 수 없으리란 예감이 들어 입을 틀어막아 겨우 막았다.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아가씨... 어째서 여장을..."
병약한 아이에겐 이성의 옷을 입혀 건강을 기원한다는 풍습이 있다는건 잘 알고 있지만, 스바루는 그런 풍습을 따르기엔 꽤나 장성한 나이였다. 그럼 여성의 것이라기엔 낮은 목소리와 큰 키도, 전부... 레이나는 스바루에게 말했다.
"나..나는... 미안해.." 덜덜 떨면서 믿어도 되냐는 듯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것에 답한다면 여러 말을 해줄 수 있었을 겁니다. 부유한 가문. 그러니까. 후원자의 성인 츠이쥬우시..라는 대단한 명문가를 삼켜버린 그 자.. 그 친척이 자신을 원해서 이런저런 일을 벌였다라던가. 말을 안 들으면 학대했다거나. 하는 일들을 말이지요.
"결혼해버린다면.. 여기에서 영원히.. 말라갈 거야.." 그런 것을 안다면 도련님의 말라감은 하루이틀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일까요. 그리고...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고.도망가고는 싶은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가보고 싶어.." 그 날은 축제날이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축제는 활기를 띠었고. 그런 일들을 말하는 사용인을 보며 레이나와 같이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레이나와의 티타임에서 축제 얘기가 나왔을 때 무심결에. 나가보고 싶다고 중얼거렸겠지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스바루에게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도련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믿을게요. 그리고 이 말이 끝난다면 스바루가 말해주는 그간의 과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말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얼굴은 점점 분노로 일그러져 가며 눈빛조차 험악해졌다. 꽉 쥐어진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 죽일 놈... 역시 그 놈이 당신을... 그렇게 중얼거리던 레이나는 생각했다. 도련님은 이 저택에 있는 한 틀림없이 불행해질거야.
그 이후로도 레이나는 후원자에겐 스바루의 비밀을 모른 척하며 저택에 드나들었다. 그리고 티타임을 가졌던 날, 스바루의 중얼거림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스바루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속인 거니까..." 라고 풀죽은 듯 말하고는 자신의 이야기에 죽일 놈이라고 말해주는 레이나가 고마웠습니다. 아니. 다른 아들도 듣긴 한다면 그리 말해주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는 축제에 나가고 싶다는 말에 반응한 레이나를 봅니다.
"그..그럴까..?" 시간만 잘 맞춘다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면서 몰래 머리카락을 올려묶어 모자 속으로 쑥 감추고, 옷도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 축제를 즐겼을까?
"이건 뭐야.. 레이나..?" 길거리의 흔한 것들을 보고도 신기함에 눈이 커지는 스바루입니다. 하지만. 일찍 들어갔음에도 들켰거나. 아니면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길이 막혀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태양씨의 앞에 레이나와 스바루는 꿇어앉혀지거나..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건방진 화가군." 내 보물을 그런 천박한 곳에 데리고 다니다니. 이런 거친 옷을 입히고? 라고 말하며 결박된 레이나의 볼에 스바루가 입었던 옷을 비빕니다. 그러나 레이나가 보았던 평상복보다도 더욱 부드러워 좋은 옷감이을 겁니다. 스바루는 강제로 입혀진 드레스를 입고는, 의자에 앉혀져 족쇄를 차고 있었을지도...
드셔보세요, 도련님. 레이나는 그와 자신의 몫까지 계산해 사과 사탕을 그에게 내밀었다. 맛있어요! 활짝 웃으며 말하는 모습은 경쾌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한참 즐겁게 축제를 즐기던 그들이였지만 무척이나 유감스럽게도 하룻밤(?)의 일탈은 일찍 끝나버리고 말았다. 태양씨 앞으로 끌려간 레이나는 드레스로 갈아입혀져 족쇄가 채워진 스바루를 보며 튕겨나가듯 몸을 일으켜 팔을 그에게 뻗었다. 물론 닿기도 전에 막히겠지만.
"도련님을 풀어주세요! 그 분은 아무 죄도 없어요!"
내 잘못이에요! 내가 도련님을 충동질했으니까 제발! 그 분을 용서해주세요! 애처롭게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태양씨가 아닌 스바루에게 향해있었다.
"달고... 뭔가. 건강해지지는 않는 맛인데.." 너무 맛있어요. 라고 말하며 노점의 팔찌같은 것도 구경합니다. 들킬까봐 살 수는 없었지만..
"도련님?" 비밀도 알아버렸고.. 어떻게 해야할까...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태양은 재미있는 것을 한다는 양 웃었습니다.
"좋아. 나의 별... 나의 엘레니. 너를 충동질한 이 자를 때리렴. 뺨을 때려도 좋고 목을 졸라도 된단다." 그렇게 말하면서 스바루를 풀어주고는 레이나 앞에 내려놓으려 합니다. 자. 어서 라면서 말하는 태양에 덜덜 떨며 레이나의 뺨을 내려치려 하지만, 힘이 모자르고 흐느껴서 조준조차 제대로 되지 않겠지요.
"그렇게 해서 되겠니?" 태양은 스바루의 손목을 콱 잡고는 후려치려 합니다. 스바루의 손이 레이나의 뺨에 짝 하고 후려쳐졌고 스바루는 손목이 쥐여졌기에 마치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을 맛봤겠지. 으읏.. 이라며 비틀거리지만 다른 쪽 손목을 잡아서 레이나의 뺨을 내리칩니다. 손목이 꺾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을 거죠.
"아파요.. 제발.." 때리고 싶지 않아요. 라는 눈으로 레이나를 쳐다보지만. 태양이 손을 잡고 때리게 합니다. 손목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꺾이는 소리가 들리고. 심하게는 팔꿈치나 어깨가 탈구될 정도로 때리려 하겠지요. 레이나 또한. 스바루의 팔이 힘을 분산시켜서 죽도록 아프진 않았겠지만...
"시끄러운 쓰레기같으니라고. 너와의 후원 계약은 끝이다." 신문사와 이런 것들에게 많은 것이 오가겠군. 이라고 말하면서 울고, 덜덜 떠는 상태에서 시퍼렇게 멍이 든 손목으로 겨우 서 있는 스바루를 밀어내지 못하는 걸 뻔히 알면서 억지로 애정을 부어주려 합니다.
"놓아줄 리가 있는가. 나의 사랑을 받아. 나와의 영원한 언약을 해야 하는 것인지고.." "큰 죄? 아아. 천사가 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 죄라면 죄이지 아니한가?" 라며 스바루의 손목을 콱 쥐고 때리는 것을 적당히 합니다. 송장 치우는 것은 그리 선호하지 않으니. 라고 하면서 토우야. 쫓아내. 라고 말합니다. 스바루와 어쩐지 닮은 그가 건내는 것은 바르는 연고였겠지요. 말없이 쫓아내고는 문을 쿵 닫습니다.
그리고 호외로 어떠한 일 때문에 후원 계약을 그만두게 된 것이 큰 기사로 나고, 사람들은 저런 훌륭하신 후원자께서 왜 끊었겠느냐. 라면서 레이나의 탓을 하겠지요. 하지만. 스바루는. 손목의 고통 때문에 한동안 거동도 불편하고 그랬음에도 마음이 너무 아팠을 겁니다. 쫓겨나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축제 때 보았던 꽃말이 저는 잘 지내고 있다는 화분을 창가에 두는 것 뿐...
"아니야 이 개새X야! 도련님은 네가 있는 이상 영원히 불행해질거야! 틀림없이 그럴거야! 정말 도련님을 사랑한다면 제발 뒤져! 살아서도 죽어서도 천벌받을 새끼야! 이거 놔! 놓으라고... 아악!"
후원 계약이 끝이건 말건, 절규하듯 태양씨를 저주한 레이나는 그대로 붙들려 저택에서 쫒겨났다. 그제서야 눈물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도련님! 도련님! 창살같은 저택의 문을 붙들고 소리쳤지만 당연히 반응은 없었다. 그녀는 한참이나 문을 붙들다 힘없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집에 도착하니 집주인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그녀를 거두어준 스승님이 방금 전 돌아가셨단 소식이였다. 레이나는 말 없이 방에 올라가 문에 기대어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그녀는 힘없이 흐느꼈다. 그날은 그녀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거지같고, 가장 서러운 날이였다.
신문을 본 레이나는 의외로 아주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그런 그녀를 바라본 집주인 아주머니가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화방에 취직한다던지, 미술교사로 일할 수 있지만, 도련님에겐 그 작자가 있는 한 다른 미래란 없어. 그저 물 없이 말라 죽어가는 꽃 마냥 서서히 죽어갈 뿐이야. 그녀는 때때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저택을 찾았다. 마치 새장같아. 날아야하는 새를 가둬서 자유를 박탈해버리는 거대한 새장. 레이나는 창가의 꽃을 보며 터져나오는 눈물을 닦아냈다. 새장 속에 갇힌 새는 다시 날 수 있을까. 버려진 아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레이나는 그날로 저택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신문의 기사와 거리 곳곳에 뿌려진 불온삐라를 통해 심상찮음을 느낀 그녀는, 어느새 어깨까지 닿은 머리카락을 붉은 리본으로 묶고 다시 저택을 찾았다. 스바루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였다.
"그럴 리가. 나는 나의 별과 같이 오래도록 살 것이란다." 속삭이며 여아였다면 이미 아이 두셋 정도는 있었을 텐데. 라고 아쉬워하는 말을 하는 것을 바라보는 토우야의 표정은 경멸이었다는 것을. 등진 태양은 알 수 없었고. 레이나만이 보았을까.
일어난 일들은 많았지만. 불온한 기운이기에. 결혼식은 미뤄지기만 했겠지. 물론 다친 것을 치유하기 위해서였을까...
하지만 저택 창문에는 화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레이나의 앞을 막아선 자는.. 태양의 곁에 있던.. 비서 같은 존재인데. 의외로 스바루랑 닮은.. 그러니까 토우야라고 자신을 소개한 자였을 겁니다.
"일단. 전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있기에.. 좀 시선이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요?" 정중하게 부탁하고,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해 비밀 암호같은-아마 레이나는 스바루가 장난삼아 예전에 다같이 있었을 때 쓰던 것을 배움받았을지도.-것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그 토우야가 스바루의 친형이며, 되찾기 위해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요? 겉으로의 용건은 화분을 전해주는 것이었지만. 다른 용건은 스바루가 그 집 안에서 말라죽어가는 것을 틈타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볼 수만은 없기에. 이런 전쟁이 다가오는 상황을 틈타 도망치도록 할 생각이라는 것이었겠지..
"아파요... 제발.." 죽어도 이 저택 안에서 죽을 것이다. 너는 결국 내 손에서 영원히... 있겠지. 미코토. 나의 천사. 나의 죄.. 내 손 안에서 사그라들겠지. 응? 이라며 스바루는 태양에게 붙잡혀 물 한 모금도 없이 말라가는 것을..
레이나는 자신을 막아선 이를 보자, 자신이 그를 마주한 적이 있음을 기억했다. 그 개새X 옆에 있던 남자. 레이나는 날을 세운 말투로 말했다.
"왜, 그 새끼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내 목을 따오라 하던? 도련님 결혼 선물로 내 머리로 만든 장식품이라도 선물하게?!"
라며 뒷주머니에 있던 작은 칼-부랑아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을 꺼냈다. 그러나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그때 그가 지은 경멸의 표정을 봤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정녕 그-토우야-가 태양에게 충성한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겠지. 경계를 풀고 칼을 치운 레이나는, 토우야에게서 그가 스바루의 친형이며 전쟁을 틈타 그를 도망치게 할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도망치도록..."
나도... 그와 함께 가는 거죠? 레이나는 그에게 물었다. 도련님은 그 작자때문에 약해질대로 약해졌으니까, 기운을 차릴때까지 돌봐줄 사람은 있어야 할거 아니에요? 당연히 그것도 계산해두었죠? 레이나는 결의에 찬 눈으로 그와 함께 가겠노라고 말했다.
"아마 스바루 님은 그런 선물을 받는다면 그날부로 쓰러져서 시름시름 앓다 돌아가실 것이다." 그런 일을 벌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찬찬히 설명해주려 합니다. 그리고는 같이라는 말에 원래는 희생양으로 쓸까 생각했지만. 그대 외에는 같이 갈 만한 이가 없더군. 내 여동생은 스바루와 많이 안 닮은 건 둘째치고 그쪽에서 결혼의 기미가 있으니.. 라네요.
"그래. 도망치도록." 적아도 그 존재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때까지. 그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최소 5년은 떠돌 각오를 하고 있는가? 라고 묻습니다. 그것을 수락한다면,
"그렇다면. 몇가지 알아보고 다시 만나도록 하지." 먼저. 빼돌릴 수 있는 것은 빼돌리고, 갈 수 있는 모든 기차표를 사고, 스바루의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테니. 라고 말합니다.
희생양...? 미친건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보던 레이나는 토우야의 말에 답했다.
"어차피 그 전에도 많이 떠돌아봤으니, 객사하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그럼 그때 다시 뵙도록 하죠. 레이나는 그렇게 집에 돌아와 자신도 그와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은 미리 싸서 문 옆에 놔두었고, 그에게 연락이 오기 전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들을 정리했다. 생각해보니 이거, 다른 나라로 가면 쓸 수 없는 것들이잖아? 레이나는 이럴바엔 돈을 들고 가는게 아니라 미리 생필품을 사서 들고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천천히 그녀만의 준비를 마쳐나가고 있었다.
"그래... 희생양.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너를 희생양 삼고 방심했을 때 빼돌릴 것이라 생각했었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그대가 스바루를 생각하는 것에 돌아섰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믿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덤덤히 하는 토우야입니다.
"좋아. 결행일은 일주일 뒤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감이나 캔버스나 붓 같은 종류가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다시 만났을 때. 일주일 뒤라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 비밀스럽게 만나는 시간은 사흘 뒤였습니다.
사흘 뒤. 적대국의 존재가 태양의 저택에 테러를 저지를 때. 그리고 그것이 악화된 감정에 불을 살짝 붙일 때... 스바루는 도망쳤고, 레이나와 만날 수 있었을 겁니다.
"레..레이나.." 덜덜 떠는 스바루는 그야말로 조금만 더 학대당했다면 죽을 것만 같이 약해져 있었겠지요.. 스바루를 병원으로 옮긴 토우야는 녹음과 변장시킨 이를 통해 일주일은 속일 수 있다고 말했으며 레이나와 스바루에게 첫번째 표들을 줬겠지요. 여기를 피해서 가면 된다. 라고 준 것이지만요. 즉. 이 표들은 연막이고. 지금 준 표로 가면. 굉장히 먼.. 저 멀리의 대륙으로 가는 표였습니다. 스바루에게 챙겨준 것은 저 멀리의 채권이며, 가문의 보물들이며 이것저것 들려져 있었습니다.
"최소. 5년간은 있어야겠지." "사기만 안 당한다면 5년은 물론이고 평생 먹고살 만한 재화가 있으니." 머리카락은 내게 팔렸다. 라고 토우야는 말했고. 스바루의 그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은 잘렸습니다.
계획과는 별개로 국제정세는 점점 더 험악해졌다. 삐라를 뿌렸을때부터, 군인을 징병할때부터 예감했던 사실이지만 이 전쟁은 빠른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 같었다. 레이나는 총을 들고 행진하는 군인들과 삐라를 줍거나 보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는 경찰들을 피해 스바루가 있다는 병원으로 갔다. 그놈이 정말 천벌을 받긴 하는구나. 레이나는 너무나 쇠약해진 스바루를 마주하고 눈물을 흘렸다. 도련님... 차마 품에 안지는 못하고 가만히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가기 전에 그놈 머리랑 거시기에 돌이라도 던지고 싶었는데..."
그녀는 표를 받고 중얼거렸다. 100%의 진심만 담긴 말이였다. 조금은 분한 표정으로 표의 목적지를 확인하며 토우야의 설명을 듣던 레이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토우야 씨, 당신은요? 이 나라에 계속 있을건가요? 전쟁이 심화되면 나라 전체가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고 말거에요. 그러기 전에 도망쳐요. 그러실거죠?"
그래도 당신도 절 희생양으로 쓰려고 했으니 쌤쌤으로 치죠 뭐!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걱정되는 눈빛으로 토우야를 바라봤다. 살아남으세요. 그 자식 꼭 확실히 처리하시고요. 그리고 그에게서 짱돌을 받자, 진심이냐는 듯 돌과 토우야를 번갈아보았다.
"엥...? 정말 돌을 던지라고요? 뭐... 총이나 칼보다는 낫겠지만..."
그러고선 어깨를 살짝 으쓱이곤 주머니에 돌을 넣었다. 도련님. 이제 도련님은 정말 자유세요. 저 날아가는 새처럼 원하시는 곳은 모두 갈 수 있을거에요. 물론 토우야 씨가 말한대로 5년 정도는 떠돌아다니며 조심하고 살아야겠지만... 저는 떠도는데 일가견이 있어서 나름 도움이 될거에요. 그러니까 저와 같이 떠나서, 마음대로 살아봐요. 이런 저라도 괜찮다면요.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이 징한 새끼..."
그리고 떠나는 날 태양이 나타나자 레이나는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태양과 스바루 사이를 가로막듯 자신의 뒤로 스바루를 숨겼다. 그리고 양손에 짱돌 두개를 각각 하나씩 들어, 하나는 머리에, 다른 하나는 가랑이 사이로 던졌다.
"카악!!" 비명만 들리면 스바루는 덜덜 떨겠지만 레이나는 태양씨의 머리와 급소에 짱돌이 맞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쓰러졌고. 그들은 도망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겠지요.
전쟁이 격화되는 그 5년사이. 레이나와 스바루는 다른 곳에서 좀 안전하게 있을 수 있었겠지요. 스바루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확실히 혈색이 나아지겠지요. 그리고 전쟁 도중. 어떠한 일로 인해 시름시름 앓던 이가 죽어간다는 것도 좀.. 나아지는 원인이 되겠지요.
"레이나. 레이나." 작은 집이지만 튼튼하게 잘 지어진 곳입니다. 평화로운 산간의 집에서 스바루는 레이나를 깨우려 합니다. 밖에 꽃이 잔뜩 피었다고 말하며 화사하게 미소짓나요.
"우, 우와! 아싸! 맞았다! 맞았어! 그 자식, 이제 자식새끼 옹알이 듣긴 글러먹었군!"
와중에 비명소리를 듣고 활짝 웃으며 방방 뛰었다. 스바루에겐 기차를 탄 뒤 이야기 해줬을 것이다. 과연 들으면 무슨 반응을 보일런지. 그리고 레이나가 무사히 벗어났음에 안도하며 그를 끌어안으려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작은 집이지만 레이나에겐 아주 멋지고 만족스러운 집이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짐을 풀며 스바루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가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에 안도감과 기쁨을 가지던 나날이 이어졌다. 스바루가 자신을 깨우며 꽃 이야기를 하자,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스케치북과 연필을 챙겼다.
스바루는 그것을 들으면 헛웃음을 지을 겁니다. 그렇게 비명을 지르는 한낱 사람이었구나 라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레이나가 자신을 끌어안자. 알 수 없는.. 아니죠. 알 수는 있었죠. 기쁨에 펑펑 울었을 겁니다. 훌쩍훌쩍거리며 벗어나서 다행이라고 울었겠던가? 그래도 기차는 1등석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림도 좋고.. 꽃목걸이도 좋아요." 제가 만든 꽃목걸이. 걸어줄 수 있어요? 라고 말하지만 스바루의 꽃목걸이는 조금.. 서투를 겁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던 걸 하니 당연히 그랬겠지만...
"이렇게 다른 곳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라고 말하면서 짐이 적게도 가능할 줄도 몰랐고요.. 라며 감회가 새로운 표정입니다. 저런 얼굴을 매일 본다면 어떤 작품이던 할 수 있을 것만 같을지도 모르죠. 하긴.. 스바루가 챙겨온 것들이 무척이나 대단한 값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물은 처박혀 있었을 것이니까요.
레이나는 울음을 터뜨리는 스바루의 등을 말없이 토닥여줬다. 그리고 몇분이 흘렀을까, 그녀는 기쁜 목소리로 그래요, 도련님. 이제 자유에요! 더 이상 도련님을 가둘 철창은 없어요! 라고 말했다. 새장 속의 새는 다시 날 수 있고, 버려진 아이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녀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럼 꽃목걸이부터 만들게요! 그걸 걸고 그리면 멋진 그림이 나올거에요!"
그리고 꽃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엮으면서, 스바루에게 어떻냐고 물어보고, 향이 좋다며 꽃을 슬쩍 그에게 건네주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꽃목걸이가 거의 완성되었을 즈음, 스바루의 말을 들은 레이나는 먼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저도 제가 평생 그 나라에서 살 줄 알았거든요. 아, 제가 말했나요? 전 애초부터 그 나라 사람이 아니였다는거?"
"자유로워졌어요." 바다도.. 아름다운 풍광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는걸요. 라고 말하면서 천천히 호흡을 고르려 합니다. 새장은 부서졌고 새는 아이에게 향했다.
"그렇게 해요." 라고 발랄하게 웃으며 느리게 레이나가 꽃목걸이를 만드는 것을 봅니다. 향이 좋은 꽃을 보면 이런 꽃의 향도 너무 좋다고 하기도 하고...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들었을까 아니면 듣지 못했을까. 하지만, 이미 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기꺼이 다시 듣기를 원했겠지.
"평생 살 줄 알았던 곳에서 벗어난 건.. 기분이 다르네요.." 고개를 살짝 숙입니다. 너무나도 기쁘고도 좋은 나날입니다.
자, 다 됐다. 레이나는 완성된 꽃목걸이를 스바루에게 건넸다. 혹시 벌이 다가오지 않을까 주변을 살피면서, 꽃에 이상한 벌레가 있지 않을까 손으로 살살 털면서. 그렇게 목에 꽃목걸이를 걸어주면 레이나는 감탄하지 않을까. 와, 아름답다. 이 모습을 후세의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주고 싶다. 라는 감상도 남길 것이다. 레이나는 스케치북과 의자를 가져왔다.
"그렇지요. 내가 알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곳에 정착하게 된다면 모든게 새로운 법이니까요.'
레이나는 스바루에게 준비가 되었냐고 물었다. 그가 됐다고 답하면 준비한 의자에 앉으라며 가볍게 손짓하겠지.
여기서 그녀가 어쩌다 다른 나라에 정착했는지, 어쩌다 화가가 된건지 묻는다면, 재미는 없을거라며 손사래치면서도 못 이긴 척 이야기 해줄지도 모릅니다.
별 말씀을요! 이것도 어울리는 사람이 해야하는걸요. 그의 화사한 웃음에 레이나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이, 이런걸 가지고 대단하다 하시니 엄청 부끄럽네요. 그가 웃는 모습을 본 레이나는 자신들이 이 나라에 처음 발을 들였을때를 떠올렸다. 도련님은 몰라도 난 이 나라 말을 전혀 못하니 꽤 난감했었지. 장보기도 혼자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야. 지금도 능숙한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아듣는 정도이니 다행이지 뭐. 도련님한테 부담을 지워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나가 스케치북을 펼쳐 구도를 잡았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가 늘어졌을 것이다. 레이나가 원래 이름난 음악가와 배우의 외동딸이라는 것. 그러나 부모님이 해외로 나갔다 선박사고로 돌아가신 뒤 유산을 친척들에게 모두 빼앗긴 것, 그나마 자신을 거두어 준 외숙부 부부에게 냉대받다 집에 있는 돈과 부모님의 유품(그녀가 가진 붉은 보석이 박힌 브로치)을 갖고 다른 나라로 도망친 것, 그 돈이 외국에선 쓸모가 없어 한동안 부랑아로 살았던 것, 자신이 목탄으로 그린 그림을 본 스승이 자신을 거두어준 것, 그리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 등등. 스승 이야기가 나오자 레이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임종도 못 지키고, 유명세 얻어서 은혜갚기도 못 하고, 심지어 성묘 한번 못 하고... 장례식은 갔지만, 면목이 없어서 금방 나왔어요."
그래서 상황이 나아지면 성묘를 다녀오려고요. 그놈도 지금쯤 제정신이 아니여서 죽어가고 있을테니, 완전히 죽었단 소식 들리고 전쟁이 끝나면 가보려고 해요. 연필을 잡은 손이 떨렸지만, 곧 진정되었다. 그녀는 밝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도련님도 여기 말고 가보고 싶은 곳 있으세요? 산이라던가, 바다라던가, 축제장 같은 곳 말이에요. 우리 나중에 같이 가요!"
- 여담이지만 레이나가 훔친 돈은 한화로 약 150만원 정도 되는 돈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도 레이나...
모티브가 미국이라면 최소한 폭격은 피하겠군요... 뒷사람 역시 납득했습니다. 레이나는 그 말을 듣자 씩 웃었다. 그럼 저녁에 갈까요? 사과사탕이랑 꼬치도 먹고, 공연도 많이 보고 오기로 해요! 라면서. 그리고 다 그린 그림을 스바루에게 보여줬다. 꽃밭에 앉아 꽃목걸이를 걸고 있는 그의 모습. 간단한 스케치화였지만 디테일은 뛰어났다. 괜찮아요? 마음에 드세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가 재답하기 전까진 살짝 긴장을 유지할 것이다.
"저도요. 혼자 있는 것보다는, 같이 있는게 더 나으니까."
혼자서 떠도는 건 어지간해선 못할 일이에요. 저도 혼자였다면 지금처럼 외국으로 도망칠 생각은 못했을거에요. 물론 13살땐 겁도 없이 실행했었지만... 멋쩍게 웃어보이는 모습에서 쑥스러움이 느껴졌다. 어라, 그보다, 어딜 가도 같이요? 도련님, 그럼 저를... 레이나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뭐랄까, 이렇게 신뢰받는 건 처음이라! 하면서.
다 그린 그림을 보면 스바루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레이나의 그림은 대단해요. 라고 답하려 합니다. 스바루는.. 그다지 그림엔 큰 재능은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특징을 잡은 데포르메 정도는 가능했겠지만.
"그럼요. 같이 있으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영원히 말라가고 죽을 것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고(스바루도 분위기는 압니다. 가라앉히는 것보단 좀 낫잖아요?) 방긋 웃으면서 이런 곳에서 평화로운 것은 좋으니까요.
"신뢰할 수 밖에 없는걸요." 처음 해보는 것들도.. 전부 같이 했는걸요. 음.. 어쩌면 애정일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갔습니다. 저녁이 되면 준비된 거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갈 준비는 다 되었으니까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굉장히 흥미로워하는 표정이라던가. 곱상한 얼굴이라는 말이라던가. 많이 들을지도..
아이, 과찬이세요! 그냥 스케치인걸요. 레이나는 크게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모델이 훌륭해서 그런거지, 저보다 잘 그리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요! 레이나는 많이 나아졌다는 스바루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웃어보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앉아있느라 힘드시진 않으셨어요? 꽃구경 좀 더 하고 들어갈래요? 아니면 좀 쉬시겠어요? 그녀는 말라죽어가는 꽃같던 그가 이렇게 기운을 차린 것을 다행이자 기적이라 여겼다.
물론 내가 아니였더라도 토우야 씨가 어떻게든 빼돌려 타국에 보냈겠지만, 내가 같이 가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모습이였을까? 같이 간 고용인이 있었겠지? 지금처럼 기운을 차렸을까?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레이나가 겪지 않은 일이기에 그녀는 영원히 알 수 없었다. 스바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뢰하신다니, 영광이네요! 그녀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레이나는 스바루와 함께 축제를 즐기며, 그가 흥미로워하는 얼굴을 보고 생각했다. 도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행복해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고 싶어. 그게 아니라면 비슷한 모습이라도 캔버스에 그리고 싶어. 이런 모습을 본 화가라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거야. 아름답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나에게 창작에 대한 욕구를 주는 뮤즈. 뮤즈란 상상력 부족한 이들의 희생양이라 여겼던 내가 겉으로는 부정하면서도 속으로는 갈망하고 있던 존재... 그게 바로...
"저, 도련님... 만약, 우리가 각자 다른 짝을 찾아 독립한다 하더라도, 도련님을 그리게 해주시겠어요?"
물론 이 말 끝에 아, 물론 도련님이 싫다거나 떠나고 싶다는게 아니에요! 혹시나 해보는 이야기에요. 라며 급한 설명을 덧붙였다.
저만의 모델이요? 자신만의 모델이라는 말에 레이나가 쑥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아직 무명인데, 벌써부터 전속 모델이라니. 엄청 대단해 보이네요! 그리고 스바루가 마지막에 한 말에 조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예? 왜요? 도련님이라면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에요!"
저는 뭐... 특별히 생각도 없고 데려가줄만한 사람도 없어서 아마 평생 혼자 살 팔자인 것 같지만... 아~ 도련님도 평생 혼자 사신다면 둘이서 상부상조하고 살아야하나~? 이 말을 끝으로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주제 넘게 그만... 다만 여기서 둘이 살자, 나는 그래도 상관없다 등등 동거를 전제로 한 프로포즈(?)를 한다면 그녀도 눈치 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전쟁이 끝난다면 분명 유명한 화가. 분명...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거고요. 라고 밝게 미소짓나요?
"거짓말은 안 할 거니까요." 그런 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합니다. 거짓 없이.. 하고 싶지만. 그런 이들이 많을 것이냐고 생각하냐... 라는 생각은 계속해서 깊었던가요. 그러고보니 스바루는 죽은 걸로 처리되었으려나. 신분이 불분명할지도. 그래도 영원히 사는 것만 아니면야 괜찮을 듯.
언젠가 동거를 전제로 한 프러포즈같은 걸 하려고 할 거고.. 그건 아마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좀 지난 일이겠지요. 레이나도 어느 정도 명성을 얻는다거나 그럴 것이던가..
"여기에 보석.. 넘겨받은 곳에서 나온 것으로 한 거에요." 브로치랑은 다른 곳이라서 다행일지도. 라고 생각하며 반지를 주려고 시도할 겁니다.
스바루가 건네주려는 반지를 보며, 레이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혹시 그건가? 계약반지? 고용주와 피고용주간의 계약이 맺어졌다는 증거인가? 대체 이런 눈치로 부랑아 시절 어떻게 살아남은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도 마냥 바보는 아니였기에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애초에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계약을 반지로 하는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레이나는 눈에 띄게 붉어진 얼굴로 스바루에게 물었다.
"저, 도련님... 이거,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레이나는 왼쪽 손의 약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치만, 전 아직 무명 화가고, 도련님한텐 그다지 도움은 안 되는 인간인데... 저,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자신이 정말 이래도 되는지 고민하던 레이나는 현재 머리가 팽팽 돌다 못해 터질 지경이였다. 토우야 씨 입장에선 고양이한테 생선 맡겼더니 생선가게를 통째로 훔친 격 아닌가?! 토우야 씨도 이를 예상했을까? 아, 그럼 난 시숙에게 칼을 들이댄건가? 그녀의 정신은 아득해졌다.
"당당하다...!"
그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그러나 곧, 도련님한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꼭 유명해질게요! 항상 기대어 살면 그것도 좀 그러니까...! 라며 다짐하듯 소리쳤다.
"어... 음... 그럼, 도련님... 제가 방을 따로 구해서... 나갈까요...?"
이렇게 되니 예전처럼 한 지붕 아래 살기 좀 부끄러워서... 그러나 스바루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면 다시 번복한겁니다.
- 레이나가 유명화가가 된다해도 수입만 따지면 백사장에 모래 한 포대 붓는 수준이겠는데요...
"다행이네요...가 아니라, 다행이다! 나도 엄청 즐거웠어! 다, 다음에... 또... 올까?"
이렇게 말하며 레이나는 굉장히 떨려하는 듯 했다. 평생 혼자 살 줄 알았던 자신에게 반려가 될-?- 사람이 나타나서였을까. 아니면 긴장감 때문이였을까. 그녀는 꼭 그렇게 살아보자며 자신과 그에게 약속했다. 그럼, 식은 언제? 같은 말도 장난 삼아 던지기도 하면서.
몇 안되는 행복한 화가... 하긴 역사 속 유명한 예술가는 팔자가 사나웠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레이나는 굉장히 특이한 화가였을거에요. 화가들과 그들의 뮤즈는 갈라지거나 파국을 맞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을테니. 어쩌면 좋은 모범 사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태양씨: 날 봐. 내가 네게 죽음으로써 영원히 네게 각인된 거란다. 네 손에 묻은 첫 피는 나야! 처음으로 벤 것을 영원히 기억하고... 기억하고.. 내게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오 그래 유언장은 남겨야지... 그래.. 귀머거리야 수화를 보고 적거라! 스바루주: 어우....
료타: 그녀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아름다웠단다. 아, 그렇다고 미사키가 아름답지 않다는 건 아니고...(레이나: 사담은 그만 해요!) 정말로, 성에 사는 공주님이나 귀부인처럼 고고하고, 우아하고, 품격있는 여인이였지.
등등의 말이 오가려나... 아무래도 그렇죠. 엘리자벳 에유에서도 뮤즈 에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니까요! 물론 본스레에서도요. 사실 같은 프랑스라도 다른 지방이라 한다면 찾는게 좀 어렵지 않을까요? 시대배경은 아무래도 15세기일테니까... 떠돌다 만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네요!
레이나는 반대로 도시락파일지도? 놀이공원 식당은 비싸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으려나?(는 뒷사람의 편견) 그래서 같이 놀이공원을 간다면 열심히 싸올 것 같네요. 유부초밥이나 계란말이나 닭봉튀김같은 대중적인 조합으로... 물론 이 중 절반은 요네다 씨가 대신 해줬을겁니다(...)
저도 놀이기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 먹는걸 더 좋아했었죠... 사실 줄서서 뭘 하는걸 싫어하는지라... 그럼 놀이공원은 왜 간건가 싶지만 어쩌다보니 가게 된거라 대부분은 자의는 아니였어요(?)
며칠간의 시험을 치르고.. 마지막 교시는 사회 시험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교과서에 넣어지지는 않아서 엘리시온과 관련된 시험을 치르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만일 치렀다면 자신도 잘 모르는 일들로 인해서 으아악거리지 않았을까(특히 자신이 들어오기 전의 일이라던가) 라고 생각하면서 사회의 시험지를 정리합니다. 카드를 내고 나서 시험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여러 동기들은 하교하려는지. 시끄러워진다.
"으으... 시험.. 어려웠어.." 라면서 책상을 정리하는 이들 사이로 책상을 붙이고는 책상 위에 흐느럭하게 늘어져서는 레이나를 바라보려 합니다. 사실 스바루가 느끼기에 시험 난이도는 적당했지만. 약간의 어리광스러운 과장이었을 겁니다
"레이나양은 잘 봤어?" 답이라도 맞춰 볼래? 라고 한쪽 손으로 시험지를 팔락이려 합니다. 스바루의 시험지는 생각보다 깔끔하네요. 서술형도 의외라면 의외로 단정한 글씨체라던가?
레이나는 마지막 시험을 마친 뒤, 모두 하얗게 불태웠다는듯 기진맥진한 얼굴로 책상에 엎드렸다. 아아... 오늘로 시험은 끝이지만, 아직 기말고사도 남아있고, 또... 지친 듯 앓는 소리를 내던 레이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스바루 군이네... 스바루 군은 시험 잘 봤으려나...
"으음... 어지간하면 다 잘 본것 같은데... 확실친 않아."
종종 어려운 것도 있어서 살짝 헤매긴 했지만 아주 못본 것 같지는 않고... 확신이 안선다는 듯 애매한 대답을 내놓으면서, 레이나도 시험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의 시험지를 보며 와아, 깨끗하네... 그만큼 고민없이 풀었다는 뜻일까. 라고 감탄했다.
스바루의 물음에 경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내일 (약속 장소)앞에서 보자. 늦지 않을게! 벌써부터 들뜬 얼굴로( 사실 탈 수 있는 기구도 얼마 안 되면서) 내일 보낼 즐거운 시간을 상상하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서 약속장소로 가면, 꽤 화사하게 차려 입은 레이나가 손엔 도시락이 든 가방을 들고 스바루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녕~ 스바루 군! 준비는 됐어?"
해맑게 웃는 모습과 그런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시험이 끝나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텐션이 높아보이는 것 같다.
내일 약속장소와 시간도 정하고 나면 스바루는 조금 들뜬 기분이었을 겁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는 있지만 그 날은 시험이 끝났으니 집에 가서. 도시락도 싸달라고 부탁하고... 잠을 잘 자야 할 텐데... 밤잠을 못 이룰 것 같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충실하게 잠을 자겠지요.
"안녕 레이나~" 스바루는.. 평소랑 비슷하기는 하지만 좀 움직이기 편한 옷들이었겠습니다. 레이나를 발견하고는 인사하고, 들고 있는 은근히 부피가 있어보이는 도시락을 볼까요? 겸연쩍은 듯 도시락을 싸달라고 했더니 폭주하시는 바람에.. 라는 변명을 하기도 하네요.
"놀이공원.. 생각해보니까. 나 놀이공원 간 적 손에 꼽더라고." 이번에 재미있게 노는 것도 좋겠다. 라고 말하며 어디부터 가지.. 라고 고민할까요? 그 전에 도시락이나 혹시 물 쓰는 어트랙션 탈 때를 대비한 비상용 옷가지를 맡겨놓는 건...?
이것저것 하는 것도 좋겠지... 사자와 호랑이와 곰... 그리고 조류원같은 데라던다. 파충류 체험 쪽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면서 회전컵을 잘 돌리다가.. 좀 빠른데..? 싶은 감에 손을 놓고는.
"그으만 돌릴까아아아아..." 돌리기를 그만뒀지만 회전컵의 돌아가는 강도는 높았다! 스바루는 이 회전력에 적응을 못할 테니. 내리고는 빙글빙글 돈다며 벤치에 널부러져 있겠죠. 그리고 보이는 회전컵의 부제 회전컵:빨리빨리 회전컵. 음. 적당한 수준의 회전컵도 있긴 한 모양입니다.
"회전컵이 이럴 줄이야..." 그나마 멀미는 아니라서 다행이네.라고 말합니다. 롤러코스터 하나정도는 괜찮을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서워지는 건 어쩔 수 없...은 페르소나를 타고 가는 게 더 무섭지 않을까.. 란 뒷사람의 말은 넘어갑시다.
"놀이공원 하면 롤러코스터라는 인식이 있어서.." 어릴 때야 당연히 못 탔지만.. 한 번은 타보고 싶었거든. 이라고 말하면서 바이킹도 타고.. 롤러코스터도 탄다거나.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아직 자이로드롭이나 허리케인 같은 종류는 못 타겠나 봅니다. 뒷사람은 그런 게 좋은데. 쳇.
"바로 타는 건 무리고.. 하늘자전거로 워밍업 좋네." 타러갈래? 라고 말합니다. 하늘자전거 코스도 조금 나눠져서 가볍게 돌아보는 건 시간도 오래 안 걸릴 거라거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자전거를 열심히 굴려야겠지만요.
"그래서 롤러코스터는 꼭 타고 싶었어." 라는 고백을 하며 멋쩍게 웃습니다. 레이나와 스바루가 산 입장권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유이용권에 패스 이용권도 덤이라면 꽤 편하게 롤러코스터를 탈 순 있겠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걷기까지 시간은 생각보다는 짧았고. 걸어서 하늘자전거로 향하면 사람은 적당했을 겁니다.
"열심히 밟으면 빨리 갈 수 있다니. 맞는 말인데. 뭔가... 이상한 말이네." 라고 말하며 천천히 밟아보려 합니다. 경치 구경하라는 기구인데 빨리 밟다니. 이상하다. 라는 생각을 할까요? 뒷사람은 빨리 밟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으. 코로나 때문에 놀이공원도 못 가고 이게 뭐냐..
"아까 탔던 회전컵도 보이네." 우리가 탔던 데가 확실히 빠른 덴가 봐. 라면서 작동하는 회전컵을 보가도 하고..
레이나는 스바루의 말을 듣곤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확인했다. 다행히 난폭운전하는 사람은 없나봐. 하긴, 어지간한 속도광이 아니고서야 여기서 힘껏 달릴리는 없겠지. 그런 사람들은 잔잔한 기구보다는 스릴 있는 기구를 더 좋아할테니까. 어라, 방금 뭐라고... 음... 아니다.
"그러게... 왠지 꿈같아."
그때 모로스를 무찌르지 못했다면, 아니, 너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난... 시선을 살짝 돌려 스바루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행복해보이네. 다행이야. 그리고 한참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트랙을 모두 돌아 내릴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레이나는 스바루에게 결연한 눈빛을 보냈다.
롤러코스터는 은근히 높고 빠르고 그랬을까요? 스바루는 롤러코스터에 기대해서 그런 건 읽지는 않았을 거고..
"그런가... 뒷자리는 처음은 무리인 것 같아." 레이나의 말을 듣고는 꽤 빠르게 인정하네요. 모로스를 잡는 건 야악간 비현실적인 마음가짐이었고 평소대로의 마음가짐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들어와서 원하는 자리에 서는 것이 기본이고. 롤러코스터의 중간 자리가 가장 늦게 차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라면서 중간자리는 좋은 것 같다고 합니다. 아니면 우리가 제일 처음으로 들어가서 중간 자리를 차지하는 건? 이라네요. 생각보다 줄이 빨리 주는 건 롤러코스터에 사람이 많이 타고 생각보다 시간이 짧고 그래서일까요?
모로스 토벌 때의 운이란... 저는 다이스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니까요. 아니 다들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을 거야.(확신)
"그게 좋겠네. 좀 더 익숙해지면 앞자리나 뒷자리도 타보는 걸로.." 라고 말하면서 직원의 안내로 중간 자리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가다듬는 레이나를 보고는 안전벨트를 차려 합니다. 뭔가.. 이런 장치가 없이 위에서 내려오는 것만 있는 것은 나름의 불안감이 있을까.. 앞의 봉을 붙잡은 손이 살짝 질리는 걸 보면 꽉 잡은 듯합니다.
긴장긴장하면 더 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고. 안전벨트만 있는 롤러코스터를 상상하다가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고. 잠깐 평지에 있는 동안 놀이공원 전경을 바라보는군요.
"입을 함부로 열면 뒽뒹뒹거려서 입을 강제로 다물게 되어서 혀가 위험할거야아아아아아악!" 혀를 깨물 뻔한 건 스바루였지만 운 좋게도 깨물지는 않고 그 강렬한 바람과 스릴감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으어 눈 앞에 별이 반짝이는 기분이에요!!
"으어으아아아.." 계속되는 스릴감과 함께 플랫폼에 도착했을 때에는 기진맥진하게 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어떤 구간에서 반짝인 것 같았는데... 그건 아마 사진이었겠죠. 스바루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찍힌 것 같았는데.. 그래도 사진을 가져간다거나 그러고 싶진 않을지도.
스바루의 말이 들린건 확실한데, 뭐라고 하는지는 바람소리때문에 듣지 못한 것 같다. 롤러코스터가 트랙을 도는 내내 정신을 못 차렸다가 플랫폼에 도착했을땐 그녀 역시 기진맥진해있었다. 그래도 빨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때, 재밌었어?"
난 재밌었어! 내내 눈을 꾹 감고 있어서 바람만 잔뜩 맞았지만... 그리고 사진에 관해선, 레이나는 간직하고 싶었는지 사진을 인화해 가져왔다. 우와, 얼굴이 아예 안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네... 그래도 스바루 군은 나쁘지 않게 나왔다! 그녀는 가방에 사진을 넣고 뿌듯하다는 듯 가방을 툭툭 두들겼다.
"그어...." 말을 하려 했지만 본인이 본인의 말을 무서워해서 더 말을 잇는 것은 장렬히도 아니고 그냥 실패하고, 트랙을 도는 내내 으아아악거렸습니다. 그나마 비명을 덜 지른 곳에서 사진이 찍혀서 다행이었지. 그러고보니 예전에 롤러코스터 사진에서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 칸의 모두가 충성이라고 경례를 할 수 있던 것일까...
"재..재미있긴 했지만 뭔가 두 번 타고 싶지는 않은 느낌이야..." 기진맥진하긴 했지만 좀 쉬면 바로 회복될 성질의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는 레이나가 사진을 인화해서 가지고 나오자 앗..이라고 중얼거리나요?
"그럴까.." 그래도 내리니까 확 나아지네. 라고 말하면서 벤치를 바라봅니다. 앉기에 딱 좋네요. 잘 나왔다는 것에. 나쁘지 않다고 중얼거립니다.
"으음.. 사진은 아직 가진다는 게 익숙하지 않더라고." 안 가질거야? 라는 물음에는 저렇게 대답하고, 그래도 나중에 익숙해지면 가지지 않을까? 라고 말하면서 키득거립니다. 좋은 경험이었다는 말이라던가. 다시 타는 건 그렇다는 말들에 나도 그래. 라고 동의하면서 잠깐 앉아서 뭐 좀 먹을래? 달달한 거라던가. 아니면 도시락이라던가? 라고 묻습니다.
순간 아직도 옛 상류층처럼 초상화로 모습을 남기는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지금 왕족들도 안하는걸... 싶어져서 생각으로만 남겨뒀다. 앗, 아니지... 그러고보니 저번에 미코토 씨의 초상화를 봤는데, 그게 있다는건 다른 가족들의 초상화가 있다는 뜻이잖아... 이래저래 완전히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도시락? 좋아. 엇, 스바루 군도 내용물을 모른다고?"
그러고보니 도시락을 만드는 과정은 못봤을테니까... 그녀는 가볍게 농담하는 투로 말했다.
"세계 3대 진미라도 든거 아니야? 아니면 샥스핀같은 고급 식재료나..."
그런데 말하고보니(그리고 스바루의 재력을 생각하면) 그게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무, 물론 이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레이나는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유부초밥과 닭튀김, 문어소시지, 계란말이에 주먹밥 등 소풍하면 생각나는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열심히 만들어봤어... 답지않게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진을... 찍은 적은 있지만..." 보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사진집 같은 데엔 있겠지..?
"샥스핀 먹어서 수명 15일씩 주는 건 싫으니까..?" 수은 덩어리는 좀... 이라고 중얼거리고는 설마 세계 3대 진미 그런 걸 넣겠어? 라고 어깨를 으쓱입니다. 애초에 그 세계 3대 진미라는 건 일본이나 그 영향을 받은 쪽에서나 있다고도 하고.. 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락을 열면.. 윤기가 잘잘 흐르는 밥에, 고기로 만들어낸 찜 류라던가. 그런 다채로운 것들이 잔뜩이었습니다. 게다가 계란구이, 순살생선튀김, 잘 쪄낸 야채로 만든 롤.. 다 고급이라는 걸 스바루는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이건 고베규로 만든 거고. 계란구이도 굉장히 정성들여서 일식집에 가면 한조각씩 나오는 건데 한 덩어리 통째로.. 게다가 디저트로 팥소까지 만들어주고...
"...너무 호화찬란한데.." 바꿔 먹을래?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갈비찜같은 것을 들어서 주려 시도합니다.
아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졌다. 보는게 익숙하지 않다면... 나도 그렇게 익숙한건 아니니까. 그리고 스바루의 도시락을 보자, 마치 요리왕 x룡에서 요리의 광채를 본 엑스트라처럼 크게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이건 대체...! 이 호화로움과 고급스러움은 뭐지...! 당장이라도 내 도시락 뚜껑을 덮고 싶어지는 구성이야...! 그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폭주하셨다더니... 엄청난걸..."
내가 먹어도 되는지 의문일 정도야... 그녀는 스바루가 갈비찜을 건네주자 젓가락으로 받아들었다. 굉장해 엄청나... 그리고 스바루 쪽으로 자신이 갖고 온 도시락을 손으로 살짝 밀어 옮겼다. 차린건 없지만... 많이 먹어... 이건 어느 정도 진심이였다.
"이, 이 맛은...!"
그리고 갈비찜의 맛은 역시나 상상 이상이였다. 화려한 리액션을 보여줄 순 없었지만 지금껏 먹어본 갈비찜 중 최고의 맛이였다. 고기의 질과 맛, 양념의 조합이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거기에다 살짝 감동까지 받은 모양이다. 레이나는 스바루에게 말했다.
보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나아지겠지. 초상화는... 그냥 그 미코토씨에 집착하는 태양씨의 작품이었으니 넘어갑시다. 어우 얀데레.
"그나마 캐비어나.. 그런 건 없네." 캐비어를 막 구비해놓는 편은 아니니까..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게... 엄청 폭주하신 모양이야." 원래 집안 사용인에게 주다가 나한테 줄 기회가 생기니까.. 엄청 그런 모양이네.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취직하실지도 몰라. 라는 농담을 합니다. 아니면 카페에 취직하게 해달라던가? 라는 농담도 할까요? 그리고는 레이나의 반찬도 들어서 먹어보려 합니다. 냠 하는 것과.. 맛있네. 라고 단백하게 말하지만. 사실 스바루는 저 호화찬란한 것을 먹고도 단백하게 맛있다는 말을 할 거라서..
"아무래도 그렇지? 유부초밥이나, 계란말이는 맛없기가 정말 힘드니까. 닭튀김은 애매하지만..."
튀김옷의 바삭함이나 밑간의 차이로 맛이 확 달라지기도 하니까... 계란말이도 육수를 넣느냐 소금을 넣느냐 설탕을 넣느냐로 맛이 달라지고... 그래도 뭐, 맛있다니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스바루가 건네준 반찬을 건네받았다. 스바루 군이라면 뺏어 먹어도 괜찮을지도?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였지만, 진심도 어느 정도 섞여있었다. 아무래도 그의 마른 체격 탓이였을까...
"음? 그러고보니 그렇네? 친구나 가족들하고 놀러가는 것도 데이트라 할 수 있으니까."
아, 그래서 스바루 군의 도시락에 힘이 팍 들어간거였나? 요리사분도 데이트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그가 장난치듯 건네는 말에 작게 웃으면서 손사래쳤다. 에이이~ 장난도! 스바루 군도 은근히 짖궂은 구석이 있다니까~
"몸에 나쁜 수준이라면 몰라도.. 그런 게 아니면 괜찮을 거야." 그러니 잘 남기지는 않아. 라고 말합니다. 물론 스바루는 그런 데 간 적은 없겠지만. 스바루주의 위생위기 식품이란...(흐릿) 살아있는 사람이 무섭다는 말에 약간은 애석한 듯한 표정을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거울 미로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평탄했네요.
거울에 짜리몽땅하게 비치거나 왜곡시켜 보여주는 거울에 스바루를 비추면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 키득키득 웃을까요? 이런 모습은 처음 봐. 라고 말합니다.
"뭔가.. 굉장히 어색하네!" 본 적 없는 모습이라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 라고 말합니다. 하긴. 스바루의 모습을 저렇게 왜곡하는 것도 힘들어요.
스바루의 모습을 보며 미소짓던 레이나는 비춰진 물체를 길고 얇게 왜곡시키는 거울 앞에 선 뒤 그를 불렀다. 1달동안 아무것도 안먹고 버텨도 이렇게 되진 못할걸? 자신이 생각해도 웃겼는지 한참을 웃던 레이나는 스바루에게 말했다. 스바루 군 모습도 재밌다~ 거울들도 종류가 이렇게 많을줄이야!
"그런데 온통 거울이라 헷갈리기 딱 좋겠어..."
미로라봤자 얼마나 어려울까 싶었는데 가볍게 볼 일이 아니였네...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온 벽이 커다란 거울로 도배된 작은 방에 들어섰다. 모든 거울에 자신이 비춰지자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방 안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왠지 오싹하다... 판타지 공포 영화 보면 거울 속에서 나랑 똑같이 생긴 분신이 나오기도 하던데."
괜찮다는 말에 안도한 듯 작게 미소 지었다. 앗, 비치지 않는 거울도 있다니. 그럼 애초에 거울이 아니지 않나... 본래의 쓰임새를 못하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출구를 찾아 걸어가니, 문득 놀이공원의 미로이니 그렇게 어렵진 않을거라고 얕봤던 과거가 조금 후회스러워졌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면 나침반이라도 챙겨올 걸! 미노타우르스가 갇힌 미궁이 이런 느낌이였나?! 물론 조금 오버스러운 생각이였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