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했을때는 7발이나 맞아서 힘을 너무 많이 준게 문제였을까. 어찌되었든 카야님에게는 미안한 일을 해 버렸다. 하지만 첫번째는 잘 했으니까 최소한의 변명거리가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재앙과 사냥의신을 만나면 그대로 천벌을 받을 것 같았기에 대회가 끝난 이후 몰래 슬금슬금 장소를 빠져나왔다.
"욕심으로 흥한자, 욕심으로 망한다..는 거겠지 아마."
보니까 승자도 영 의욕이 없어보이는 사람이었고. 얌전히 열심히 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가서 가츠동이나 먹을까. 승리하지 못했지만 또 다음에 승리를 하게될지도 모르지.
"허어."
인파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떤 학생이 보였다. 아마 대회를 구경중이었던게 아닐까. 이상하게 그 학생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고, 그게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했다.
(이게 마지막 잡담이니 애교로 봐줘잉) >>952 특히 꽁지머리... 뭔가 컬이 너무 들어가있던가 숱이 너무 많던가, 마음에드는 꽁지머리가 있으면 이번엔 앞머리가 말썽이고, 앞머리도 꽁지머리도 다 예쁘면 기껏 다 만들어놨더니 여자애가 아니라 곱상한 남자애(중대한 차이가 잇음)가 만들어져있고 막...
오늘은 진척상황을 보고받을 날입니다. 원래는 찾아갈까 생각했지만.. 말하기 힘든 상황 때문에 몸살이 났었으니까요... 부잣집의 초인종이 빼아아아애애액은 아마 소리가 들려야 하니까 그런 걸지도 몰라요? 물론 이 저택의 초인종은 딸랑딸랑거리는 방울소리에 가까웠을 테지만요. 그리고는 마리아가 사뿐사뿐하게 걸으며 어서오세요. 라며 맞이하려 할 것 같습니다.
"아. 반가워요..." 카리야의 전이지만. 몸살이 한 번 났던 터라. 오라고 한 것에 미안함을 표할 것 같습니다. 멀쩡한 느낌을 표하려고 노력해야겠지 않나요? 자. 천천히. 거실로 안내하자고.
"정원은 통창으로 볼 수 있답니다." 간단한 다과를 가져올게요. 혹시 좋아하시는 과자가 있으신가요? 라고 말하며 친절하게 거실에 손님맞이를 하려 합니다. 넓은 탁자 위에 두셔도 된다고 말할까요?
말을 내뱉는데 필터가 있다면, 말을 받아들이는데도 필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식이라는 틀로 만들어진 입의 필터와 달리, 자기 자신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귀의 필터는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게 만든다고, 여러 사람들을 대하면서 느꼈다. 그 사실을 눈 앞에 있는 유이토를 보면서도 느꼈다.
"기분 탓이에요. 그렇게 고마워할 것도 없구요."
적당히 추렸다고 하기도 어려운 말로 유이토가 느꼈을 기분을 얼버무리고 제게로 향하는 말의 의미를 흐리게 만들었다. 말은 말로써 끝내는게 가장 깔끔하니까. 익살스러운 걸음을 이어가며 얼굴에서 표정이, 특히 미소가 떠나지 않는 유이토를 한번씩 지나치듯 보기만 했다. 그러면서 들리는 말에 대답하고, 돌아온 말에 눈 한번 정도 깜빡였다. 그 사이 꾸준히 나아가던 발길이 닿은 곳은 학교 근처의 샛길이었다.
"고양이가 많이 있을지 어떨지는 별로 안 궁금하지만, 바다가 어떻게 보일지는 궁금하네요."
제 말대로 고양이가 한마리도 없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었다. 바다가 보인다길래 혹했으니까, 그것만 확실하면 되었다. 그러나 낮은 경사면으로 된 길이 조금 걸렸다. 평지를 걷는 것도 신경써야 하는데, 경사가 있는 길이라니.
"...돌아오는 시간도 생각해야 하니까. 가죠."
유이토가 제 생각을 눈치채기라도 할까봐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와서 다행이라고, 조심조심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토우카가 인형뽑기에 코인을 넣고 핸들을 잡자 옆으로 물러서 그 광경을 구경한다. 아니, 유리를 뚫을듯한 집요한 시선이 구경이라기보단 거의 감시수준이다. 그러다 인형이 집게에 잡혀 오르게 되면 '오오'하고 감탄하여 눈을 빛내거나, 맥없이 풀려 떨어지게 되면 금새 또 '아'하고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못하거나 하는 것이다. 고작 수초내로 표정이 싹 바뀌며 희비의 교차를 반복 하는 것이 어떤 대단한 묘기라도 구경하고 있는가 싶다. 개중 몇은 토우카의 완벽한 노림수였으니, 작은 유리관 안에서 펼쳐지는 서커스라면 서커스였다. 그리고 서커스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하게도 공중제비다.
"방금 어떻게 한건가?! 그런 식으로 인형을 뽑는건 처음 봤다네!"
덜커덩하고 투입구 안으로 점프해서 들어가는 하와이안 셔츠의 부타츄. 누군가 말한것 처럼 역시 하찮은 돼지일 뿐이지만. 거기에 잔뜩 화려한 옷까지 입으니 더욱 하찮은 느낌이다. 그게 우습기도하고,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기도 해서 지금 시기에 딱 좋은 경품처럼 보인다. 그런 부타츄가 품 속으로 안겨들자 얼떨결에 코하쿠는 그것을 받는다. 토우카가 넘긴것이다. 동그래진 호박색 눈이 행복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정말 알기쉬운 고룡이었다...
"어어, 정말 내게 주는겐가! 쿠흐흐, 물론 감사히 받겠지만 말이네~"
말은 묻는것처럼 하고있지만 벌써부터 자기거라고 꼭 끌어안은게, 만약 토우카가 다시 돌려달래도 절대 안 줄 것 같은 모양새다.
"전부터 보긴했지만 미즈코시 공은 정말 모든 게임에 능통하구려~ ...아, 이런건 싫어한다고 했던가! 흠흠."
가벼이 웃음을 흘리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리고 한개비를 빼 라이터와 함께 건네주었다. 피우는 취향이 달라 맞기나 할는지. 이런 모습을 누군가 멀리서 지켜보기라도 한다면 담배 태우는 불량학생들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승해서 축하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활을 쏠적에 방정맞게 뛰어올랐던 그 모습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됐을테니까.
"궁도장 옆에 기대어 있던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고교생활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고. 그래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좀 더 이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싶어서."
담배 연기를 흘리며 뻔한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자신을 잘 아는 자라면 다운 이야기를 했구나. 하고 말만큼. 사실, 그런 것보다는 최근 있었던 뒤숭숭한 일들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이유가 컸다. 누군가에게는 사과를 받아야만 했고, 누군가를 외면 해야만했던.. 이러한 일들이 여러번 반복됐다. 가끔 귀찮고 성가신 일도 많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자신만의 착각이었나보다. 이젠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은 이런 것 뿐이었다. 격에 차지도 않는 모범학생 행세 따위는 그만 두고 선을 넘지 않을만큼 조용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아, 자퇴 하고싶다.."
말을 마치고 담배를 입가로 기울인다. 궐련지가 희미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타들어간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작은 목소리를 흘린다. 조금 뜬금없는 말이었다.
힛, 사실... 여러 일, 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마음이 복잡... 해서, 까먹었다고... 응, 생각해요...
나, 이렇게 말 할 줄 알았구나... 하고, 신기했어요. 그, 그리고 그게... 제일...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나, 옛날에는... 이렇게 마, 말 못 했거든요... 분명.
하고 보니까, 생각보다... 쉬웠어요...
이,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펴, 평생 보지 않을 애들인 거... 확, 그... 말, 해버리고 올 걸... 싶었어요. 이건 언제나 하던... 새, 생각이긴 하지만... 네. 지금, 도쿄에 간다면... 분명,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긴 정적.)
용기, 는 관성... 이라고 했던가요... 아마도 맞는 말... 이라고 생각해요. 하, 한 번 말하고 나니까, 미운 말도, 좋은 말도... 조금은 할 수 있게, 응... 그렇게 됐네요...
하지만 말... 하고 나면, 그 책임... 이라던가, 져야 하는 건 불편해요. 그것도 각오하는 게... 아마 용기란 걸지도... 못, 몰라요...
(웰치스 캔을 내려 놓는 소리.)
하고 싶은 말... 은 많아요. 하하... 하지만 나... 말주변, 그런 거... 엇, 없지 않나... 싶어서.
(한숨)
그래서, 조금... 은 두려운 걸지도 몰라요. 나, 아직은 잘... 말하지 못 하고. 사, 사람들은 여전히 싫... 어요. 거짓말 하는 건지... 아니면 저, 정말로 나랑 놀고싶다던가,생각하고 있는지... 아직은, 응... 잘 모르겠어요.
...그걸 또 물어볼 용기라던가, 가, 갖고 있지 않구요... 책임지고 싶지도... 않아요.
(정적 동안 이어지는, 얕은 숨소리.)
사람의 비겁... 한 면면은, 잘 아, 알고 있다고 생각했, 었어요. 최근까지도요. 그, 그냥... 자기 입맛에 맞춰서... 좋은 건 기억하고, 나... 나쁜 건 잊으려하고. 그런 마이페이스들... 이나, 도망부터 치려는... 그런 습성이라던지, 저도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안다고... 생각, 했어요.
의뢰인의 분위기는 어딘가 이상했지만, 집과 밖의 컨디션이 다른 경우는 흔하니 시오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네, 네에. 안 내오셔도 괜찮지만······ 가- 감사합니다."
정월에 집과 신사마다 장식하는 가가미모치와 귤, 아니면 우롱차에 양갱을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인 간식인 시오에게 있어, 이런 대저택에서 대체 어떤 간식을 주문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설마 이 「진지함 MAX」의 정장을 꺼내게 될 줄도 몰랐는데, 부잣집 방문에 대비가 되어 있겠는가.
그나저나, 정말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대단한 저택이다. 일단 하고로모야 내부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장소에서는 무려 「창문」을 볼 수가 있다. 전방 통유리 쇼윈도는 논외로 하고. 그런데 여기는 창문으로 「정원」을 볼 수가 있다니. 신사에서 지낼 때도 마당은 보였지만······.
"그, 오늘은 시제품을, 보여드리려고요."
시오는 들고 온 수트케이스를 열고, 속에 든 것을 꺼내려 했다. 의뢰한 옷을 대충 복제한 레플리카였다. 갖가지 금속 장식은 문방구에서 산 지점토를 빚어 대신했고, 재봉의 마감이나 안감 덧대기는 아주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미 충분한 옷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지만.
"약소하지만 화과자와 백차를 준비했답니다." 하고로모야라면 뭔가.. 화과자나 양갱이 어울릴 것 같다는 미묘한 인상 때문에. 이 곳에 온다고 했기 때문에 주문해둔 고급 화과자와 고급 백차를 준비해서 들고 온 마리아는 소리도 없이 테이블 위에 천천히 내려놓은 다음 맞은편에 기대앉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정원은 미묘하게 이 곳에서 봐도 다르고 저 곳에서 봐도 다른 것 같으면서도 동일한 기묘한 각도감과 공간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매일 보면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천을 걸어두고 무작위로 다른 곳의 창 밖 풍경을 투사할 수 있으면 그것 나름대로 좋을지도? 그리고는 시오의 말에 부드럽게 미소지으려 하지만 미묘하게 입꼬리가 비소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시제품인가요.." 수트케이스를 여는 것을 빤히 바라보려 합니다. 혈색이 좋아 보이는 얼굴과 나른해보이는 눈. 부드럽지만 위에 선 사람의 미소같은 입꼬리. 어느 모로 보나 아주 여유로운 부잣집 아가씨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열도 나고 기운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물론 아파 보이지 않는 것은 장점이긴 하겠죠. 유감스럽게도요.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할 것 같습니다.
"진품은 대부분의 원단이 훼손이 심각해서, 비교적 멀쩡한 부분만 빼고 교체하기로 했어요. 특히 안감이 심해서······. 가능한 한 원래 것과 동일한, 적어도 제일 비슷한 원단을 주문했어요. 그리고······ 도착한 것으로 만들어 본 견본이 이거고요."
시오는 견본품을 조심스럽게 펼쳐 테이블에 내려놓으려고 했다.
견본품은 마리아가 맡긴 누더기와 비슷한, 그러니까, 그것이 멀쩡하던 시절에는 아마도 이러했을 것이라는 모양을 훌륭히 재현하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 옷만이 풍기는 기품이나 분위기에 있어서는 따라잡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바늘구멍 하나를 허투루 계산하지 않은 정성스러운 마감,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금 장식들이 이 견본에는 없었다. 굳이 그것까지 재현하려니 골치아팠던 것뿐이지만.
어느 시대의 옷인지는 이 옷의 주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시오는 아직까지 확실히 감이 잡히는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녹슨 금속 장식들의 복원은 외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가 주물까지 직접 할 수 있었다면야 했겠지만, 당장은 설비가 없어서. 아무튼 조만간 원래 옷에 붙여 볼 수 있겠죠. ······ 어떠신가요? 무언가 감이 잡히세요?"